-
-
슬픈 나막신 ㅣ 우리문고 1
권정생 지음 / 우리교육 / 2002년 8월
평점 :
절판
'일본'은 그 이름 두 글자만으로도 우리 가슴에 불을 지피곤 했다. 일본 사람 개개인을 미워할 이유야 없지만, 일본이라고 하는 나라의 전체성은, 우리가 쉽게 화해를 하기에는 지나온 역사의 골이 너무 깊다.
가장 가까운 역사 속 기억으로 제 2 차 대전을 떠올린다면, 비록 우리가 그 전쟁을 직접 체험한 세대가 아닐지라도 가슴이 타는 통증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랬기에, 애써 그들의 희생과 피해는 외면하려고 했다. 차마 '당해도 싸!'라고 대놓고 말은 못해도, 적극적으로 안타까워하고 가여워하지도 못했다.
그런 마음들에 이 책이 경종을 울려주었다.
2차 대전 중의 일본, 조선인이나 일본인 할 것 없이 모두가 겁에 질려 있고, 전쟁의 공포로 자유로울 수 없었던 그 시절, 그럼에도 작고 소소한 일상의 일들로 고민하고 감격하고 마음 분주한 어린 아이들이 이 책의 주인공들이다.
처음 책을 폈을 때는 조금 부어 있기도 했다. 일본 애들을 이렇게 불쌍하게 묘사해도 돼? 갸들이 피해자면 우린??? 뭐 이런 쪼잔한 마음으로.. ^^
다 보고서, 조금은 부끄럽게 책을 덮었다.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을, 의미 없는 편가르기로 서로를 더 아프게 만들어버린 게 내 마음 같아서 말이다.
그 시절을 살았던 사람들이라면, 나라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지 제대로 알지도, 알 수 없던 일반 민중들이라면, 게다가 가난하고 가엾은 그들의 어린 아이들이라면 더더욱, 역사적 배경은 먼 딴 나라 이야기일 뿐, 당장에 살아남는 생존 이상 중요한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폭격이 쏟아지는 그 거리에서 그래도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서로의 생존에 안심하며 위안을 찾는 이들의 따뜻한 마음을 애써 편견을 고수하려 한 내 마음이 참 못나 보였다.
권정생 선생님이 처음 이 책을 집필했을 때의 반일 감정은 더 심했을 터인데, 그분은 어떤 화해의 손짓을 하려 이 책을 쓰시기로 하셨을까. 그 마음이 숭고하고 놀랍고 존경스럽다.
전쟁이란 승자도 패자도 모두 아프고 괴롭고 서러운데, 그렇지만 게 중에서 가난하고 어리고, 거기에 여자가 더 비참해지곤 하는데, 그 피차 서러운 이름들에 '나라'부터 들먹이는 것도 도의가 아닌 기분이 든다.
물론, 그렇다고 그들의 나라 이름이 주는 '전체성'을 여전히 용납할 수는 없지만.
이 책을 아이들에게 읽히게 하려면, 그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먼저 우리의 역사적 배경부터 설명해 주어야 하는가. 다만 전쟁은 끔찍한 것이야. 서로 싸우지 말고 사이 좋게 지내야 해~!! 정도로 끝내야 하는가.
의문이고, 숙제이다. 좀 더 배우고 성숙해져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