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열두 띠 이야기 - 개정판 ㅣ 전통문화 그림책 솔거나라 12
정하섭 지음, 이춘길 그림 / 보림 / 2006년 6월
평점 :
열 두개의 띠를 내가 언제 익혔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동물보다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와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를 먼저 익혔었던 지라, 난 지금도 가끔씩 개와 돼지에서 헷갈린다. 그런데 요새 중고생들은 열두 띠를 아주 잘 알고 있다. 신기해서 이유를 물으니 만화영화 주제곡으로 알고 있단다. 그래서 노래로 불렀던 까닭에 잊지도 않고 잘도 대답한다. 아주 좋은 학습 효과였다. ^^
이 책은, 어린 아이들에게 열 두 띠를 효과적으로 가르쳐주기 위한 일종의 학습서이다. 그렇지만 아이의 연령대를 고려하여 전래동화 들려주듯이 설명해주고 있다.
먼 옛날 하늘님이 이 세상을 만들고 인간들을 다스리게 하기 위해서 열두 동물들의 신을 불렀는데, 각자의 특성에 맞게 임무를 맡기셨다. 부지런한 쥐, 힘좋은 소, 용감한 호랑이, 사리 분별 잘하는 토끼, 물을 다스리는 용, 인내와 끈기를 가진 뱀, 넓게 멀리 씩씩한 말, 양보 잘하는 양, 꾀많은 원숭이, 시간을 알려주는 닭, 믿음을 지키는 개, 느긋함을 보여주는 돼지까지...
그런데 뒤늦게 도착한 고양이는 설 자리가 없다. 하늘님은 열둘이면 충분하니 네 차례를 기다리라고 한다. 그래서 열두 신이 제대로 일을 하는가 밤거리를 돌며 지켜보라고 시킨다.(도둑 고양이의 존재를 그렇게 설명했다.)
설정을 보면 완전 후루츠 바스켓이다. 그 만화에서보다 고양이가 덜 불쌍하긴 하지만 여전히 찬밥이다..;;;;
생각해 보면, 아이에게 그 아이의 이해 수준에 맞는 언어로 궁금증을 풀어주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조산으로 태어난 나는 어린 시절, 팔삭둥이가 뭐냐고 물었었다. 어무이 왈, 좋은 것에서 세번째 것이라고... 난 그 말을 듣고 무지 기뻐했다. 무려 3등이라지 않은가. 그래서 친구들한테도 자랑했었다. 그 아이들 대부분은 우리 엄마의 표현대로라면 1등으로 태어난 아이들인 것을 모르고...;;;;
나중에 진실을 알고 몹시 배신감도 느꼈는데, 생각해 보니, 그 대답의 문제점은 어린 아이에게 순위 우선으로 가치관을 주었다는 것이었다. 그냥, 세상이 궁금해서 일찍 나왔다던가, 엄마가 너무 보고 싶어서 일찍 낳았다던가... 이런 식의 답변도 가능했을 터인데, 엄마의 설명은 지극히 어른스러운 것이었다.(어린 왕자에서 묘사하기를 어른들은 모든 것을 숫자로 표현하기를 좋아한다고 했다. 어른이 되고 보니, 정말 공감이 간다..ㅠ.ㅠ)
딱히 우리 어머니만의 일이 아니라, 내게도 그렇고 많은 사람들이 범하기 쉬운 실수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어찌 보면 허술해 보이기까지 한 이 동화가, 나는 아이의 연령대를 고려한다면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다 못해 게으름의 상징으로 알고 있는 돼지조차도 느긋한 마음의 여유를 가진 동물이라고 말하지 않는가.(ㅡㅡ;;)
책 맨 뒤에는 12간지를 이용한 시간과 계절 계산하는 시간표(?)가 부록으로 달려 있다. 벽에 붙여놓고 보면 제법 눈에 들어오겠지만... 글쎄... 어린 아이들이 그 시간표를 어찌 알아볼꼬...^^;;;; 그건 어른용이었다. ;;;;
그림이 대부분이고 글은 몹시 짧은 편인데 정가는 9.000원이다. 학습효과는 있지만, 역시 너무 비싸다. 엄마가 되면 동화책에 들어가는 돈이 덜 아까울까? 지금은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거품이 많아 보인다.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