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를 보다 - 동물들이 나누는 이야기
윤여림 글, 이유정 그림 / 낮은산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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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처럼 초원을 달리는 동물, 치타.

네가 젖먹이 동물 가운데 가장 빠르다며?
한 시간에 백 킬로미터 속도로 달릴 수 있다니, 멋지다.


글쎄, 난 잘 모르겠어. 그렇게 달려 보지 못했거든.



한 시간에 백, 이백을 달리는 자동차라도 주차장 안에만 있으면 아무 소용이 없듯이, 저렇게 초원을 달릴 수 있는 치타도 우리 안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동물의 가장 근본적인 성질을 억지로 누르게 만들 힘과 자격을, 누가 인간에게 주었을까.

구름처럼 하늘을 나는 동물, 쇠홍학.

너는 먹이가 많은 호수를 찾아
한번에 몇 킬로미터씩 날아가는구나.


여기서는 먹이를 찾아다닐 필요가 없어.
그래도 가끔 날고 싶긴 해.
아무리 날갯짓을 해도 날 수 없지만.



스스로 먹이를 찾고 천적의 위험을 피해야 하는 야생의 환경보다 안전하게 먹잇감을 제공해 주는 동물원의 삶 중, 쇠홍학은 어느 것을 원할까? 자기 삶의 주도권과 방향을 결정할 기회를 앗아버린 책임을, 인간들은 어떻게 지고 살까?

나뭇가지를 타고 숲을 누비는 동물, 긴팔원숭이.

너는 팔이 길고 힘이 세서
나뭇가지를 타고 여기저기 잘도 다닌다더라?


그래, 팔 힘이 세서 난 이렇게 창살에 매달리곤 해. 하루종일.



아무리 높은 창살이라 하더라도 밀림 속 나무와 견줄 수는 없겠지? 운숭이는 동물원 밖 인간을 오히려 원숭이 보듯 할까?

파도를 타고 바다를 누비는 동물, 돌고래.

너는 어쩜 그렇게 똑똑하니?
조련사 말을 척척 알아듣잖아.
너희만의 말이 있어 서로 얘기도 나눈다며?


친구랑 나는 늘 이런 말을 해. 바다가 그립다고.



숲과 하늘이 그렇듯이, 바다를 대처할 수 있는 수족관 따위는 있을 수가 없지.
미안하고, 또 미안하구나.

얼음 들판 위로 떠도는 동물, 북극곰.

너는 원래 추운 북극에 산다면서?
때때로 먹이를 찾아 눈보라도 헤치고 말야.


추운 북극? 눈보라? 끼억이 나질 않아. 근데 여기 너무 덥다.



요즘은 북극도 얼음이 녹아서 살기 만만치 않은 곳이긴 하지만, 그래도 너희들은 고향에 돌아가고 싶을 거야. 그렇지?

달처럼 어둠 사이를 가르는 동물, 올빼미.

캄캄한 밤에 날갯짓 소리도 안 내고 사냥한다던데.
먹잇감들이 도망갈 틈도 없다며?


내가 그렇게 멋진 사냥꾼이라니......
난 오늘도 가만히 앉아 있을 뿐인걸.
밤하늘을 날며 사냥을 하면 기분이 어떨까?



호그와트와 인간 세상을 오가는 전령은 되지 못하더라도 네가 살던 숲속에는 가야 할 텐데 말이다......

바위산 위로 뛰어오르는 동물, 바바리양.

너는 높이뛰기를 잘해서 이 미터가 넘는 바위도
훌쩍 뛰어오른다던데, 한번 뛰어 볼래?


아니, 그러고 싶지 않아.
높이 뛰어오를 만한 곳도 없는데, 뭐.



모리 카오루의 '신부이야기'에 바위 산을 산양을 타고 오르는 할매가 나오는데 네가 바로 그런 친구였나보다. 용감하고 적극적인 성격의 네가 이렇게 변해버리다니...ㅜ.ㅜ

함께 노래하고 사냥하는 동물, 늑대.

너는 가족이랑 함께 다니면서
숲이 울리도록 울부짖는다며?
그 소리가 마치 노래처럼 들리는 거고.


가족이랑 함께 노래하면 쓸쓸하지 않겠지?



일부일처를 고집하는 네가 가족과 헤어져 이렇게 외롭게 지내다니 안타깝구나.
인간에게 결코 길들여지지 않는 네가 이리 갇혀 있는 것도 자존심이 상할 테고 말이야......

함께 집을 짓고 지키는 동물, 프레리도그.

정말로 넌 적이 나타나면 뒷발로 서서 개 짓는 소리를 내니?
그래서 네 이름이 '초원의 개'란 뜻이구나.


여기는 적이 없어. 그러니 소리 낼 일도 없지. 잠이나 자야겠다.



알아, 알아. 쳐들어올 적, 위험으로부터 도망칠 일이 없다고 해서 네가 고마워하지 않을 거라는 것......

해처럼 하늘 높이 떠오르는 동물, 콘도르.

넌 정말 대단해.
안데스 산맥 높은 곳에 둥지를 짓고,
날갯짓 없이도 몇 시간이나 하늘에 떠 있다니 말야.


......
저기 해까지 날아갈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늘을 날 자유를 빼앗긴 순간, 네 목숨을 앗아간 것과 다름 없겠지?
너희에게 무슨 희망이 남아 있을까?

바람처럼 달리지도, 해처럼 솟아오르지도, 산 위로 바다 위로 뛰어오르지도 못하지만

그 누구보다 자유로운 동물, 인간.


너희 사람은 아주 똑똑하다고 들었어.
자연을 이해하는 능력이랑
자연을 파괴하는 능력
모두 뛰어나다고.



정말 부끄러운 일이지. 그 뛰어난 능력과, 빼어난 재주를 이토록 오만하게 사용한다는 것이 말이야.
그것이 결국 부메랑이 되어서 인간을 해칠 텐데, 바보같이 그걸 모른다.
아니, 알면서도 멈추지 못하니 더 어리석은 거겠지.

우리는 서로를 보아야 해.
우리는 서로가 있을 곳에 있어야 해.
서로의 영역을 감히 넘보지 말아야 해. 그건 월권이야.
우리는 신이 아니니까, 서로 겸손해져야 해.
아니, 인간이 겸손해지면 충분히 안전해질 거야. 이 아름다운 지구에서......

낮은산의 책들은 언제나 기대를 갖게 하고 실망시키지 않는다.
내가 그런 책들을 읽은 건지, 출판사가 그런 책들만 만드는 건지 모르겠는데, 유난히 따뜻하고 메시지가 깊다.
그래서 정보가 없는 책이라 하더라도 낮은산 브랜드가 주는 힘으로 믿고 구입하게 된다.
아직까지 실망해본 적이 없다.

동물들이 원래 살던 곳의 모습을 표현할 때는 양쪽 지면을 모두 이용했고, 현재의 모습은 한쪽 면에만, 그것도 사각형 안의 작은 공간으로 더 축소된 모습을 보여준다. 동물 친구들의 현재 모습이 보다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효과가 있다.
예전 모습을 질문할 때는 작은 글씨로, 그리고 지금의 상태를 답변할 때는 보다 큰 글씨로, 그리고 각자의 색깔을 담아서 표현했다.
작은 부분이지만 이런 것들도 무척 섬세한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동물들이 동물답게, 인간도 인간답게, 자연은 자연답게, 지구는 지구답게...
그렇게 서로를 바라보며 잘 살 수 있는 공존의 세상을 꿈꿔 본다. 오래오래, 우리가 잊지 말고 지켜야 할 가치이며 약속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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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고개 탐정 1 : 스무고개 탐정과 마술사 - 제1회 스토리킹 수상작 스무고개 탐정 1
허교범 지음, 고상미 그림 / 비룡소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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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이미 재밌다. 스무고개 탐정과 마술사라니. 탐정과 마술사의 조화도 호감이 가는데 무려 '스무고개' 탐정이란다. 대체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등장인물들을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다. 액자 속 인물의 모습들에서 당장 추리가 시작될 것 같은 느낌을 갖게 한다. 


이 책은 아주 독특한 시도로 출발했다. 바로 어린이 독자들을 심사위원으로 모셨다는 것이다. 초등학교 5,6학년과 중학교 1학년 학생 100명이 이 책을 '스토리킹'으로 꼽았다. 이야기 왕이라니! 대체 어떤 이야기이기에 어린이들의 지지를 전폭적으로 받은 것일까 기대감을 갖게 한다. 


첫번째 등장인물은 문양이다. 미니전사 프라모델을 수집하는 취미가 있는 문양이는 황금색으로 뒤덮인 황금갑옷 버전을 갖고 싶다. 그러나 엄마는 사주실 생각이 없다. 쌩하니 나가버리는 엄마의 뒷모습에서 문양이가 느꼈을 암담함이 그대로 전해졌다. 등교길 문구점 유리 앞에 얼굴을 박고 침이라도 흘릴 것처럼 황금갑옷을 바라보고 있는 문양이!



이 책의 독특한 시도 중 하나는 그림이다. 연필로 그린 그림에 색이라곤 노란색만 사용했다. 엄마의 노란 원피스, 황금갑옷, 그리고 황금갑옷 미니전사에 마음을 두고 학교로 향하는 문양이의 그림자까지!

 


그런데 학교에 오니 커다란 사건이 벌어졌다. 자칭 '마술사'로 통하는 같은 반 동무가 카드 마술을 펼쳐보였던 것이다. 이 마술로 많은 아이들이 돈을 잃었다. 자기는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며 큰소리 탕탕 치는 마술사! 


문양이는 마술사가 속임수를 쓰고 있다고 여겼다. 그리하여 자신이 카드를 맞추지 못하면 3배로 돌려주겠다는 조건에 문양이는 학원비를 헐어 3만원을 걸었다. 3배로 돌려받으면 황금갑옷 시리즈를 살 수 있다고 여긴 것이다. 누군가 공범이 있을 거라고 여겼던 문양이는, 그러나 보기 좋게 마술사에게 당하고 돈도 잃고 말았다. 미니 전사가 문제가 아니라 당장 축나버린 학원비를 채우는 게 더 급했다. 그런 때에 또 다시 등장하는 핵심 인물, 바로 이 책의 제목에도 등장하는 스무 고개 탐정이다!

 


어떤 사건이든 20개의 질문을 완성할 때면 해결할 수 있다는 소문을, 문양이의 단짝 친구 명규가 알려줬다. 명규는 학교의 소문난 정보통이다. 다른 아이들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크고, 옷차림도 어른스러운 스무 고개 탐정! 그러나 청소 시간에 요령 피우다가 반장 다희에게 걸리면 스무 고개 탐정도 빠져나갈 길이 없다. 


전학 온 학교에서 스무 고개 탐정이 맡은 첫번째 사건은 바로 문양이의 돈을 따간 마술사의 트릭을 깨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몇 개의 질문을 사용했는데, 탐정은 정말 시원하게 마술사의 비밀을 깨버린다. 여기까지도 흥미로웠지만 작품은 한발자국 더 나아간다. 또 다른 사건이 맞물리는 것이다. 그리하여 조금은 밉상이었던 마술사 역시 또 하나의 주인공으로 급부상한다. 그리고 사건을 해결해 가는 과정에서 여러 인물들이 골고루 제 역할을 해낸다. 재기 넘치고 발랄하며 유쾌하기도 했지만, 어린이답게 겁도 내고 소심해지는 모습도 보인다. 너무 완벽한 인물로 등장했다면 오히려 설득력이 떨어져서 어린이 심사위원단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을 것이다. 


마술사의 비밀을 깨는 이야기에 비해서 뒤쪽 이야기의 해결 과정은 조금 싱겁다. 아이들의 나이를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긴 하지만, 그 과정에서 보여주는 허술함도 눈에 띈다. 뭔가 큰 비밀이 있을 것 같았던 교장선생님과 스무고개 탐정과의 관계도 안개에 싸인 채 마무리가 됐다. 혹시 2편을 준비하기 위한 포석일까? 아무튼 이들이 힘을 모아 용기를 내고 친구를 위하는 모습들은 역시나 100명이나 되는 어린이 친구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을 것이다. 그리고 아마 스무 고개 탐정과 문양이 그리고 명규와 다희와 같은 모험담에 참여하고 싶어질 것이다. 모두들 이런 이야기 속의 주인공이 될 수는 없지만 이야기를 즐길 수는 있다. 어린이 심사위원을 모시자는 안건을 누가 냈는지 알 수 없지만 '대박'이라고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싶다. 탁월한 선택이다!



이 과정에 참여한 어린이들은 원래도 책을 좀 좋아하는 아이들이었겠지만, 이번 일을 통해서 더더욱 책과 가까워지는 삶을 살게 되지 않았을까. 본인들의 손으로 뽑은 스토리킹 작품! 아이들의 애정과 자부심이 사진 너머로 느껴진다. 


작가님이 무척 젊다. 첫 출발을 시원하게 했으니 차곡차곡 다음 작품으로 독자들을 또 들었나 놨다 해주기를 바란다. 


비룡소에서 앞서 나온 '다락방 명탐정'도 무척 재밌게 읽었다. 비룡소의 명탐정들을 두루 구경하길 바란다. 어느 친구가 더 매력적인지 서로 이야기를 나눠봐도 좋겠다. 셜록이 영국에만 있으란 법 있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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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3-10-18 0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좋아요!
또 장바구니로 직행합니다~ ㅋㅋ

마노아 2013-10-18 23:19   좋아요 0 | URL
헤헤헷, 작은 도서관의 아해들도 좋아할 거예요. 어린이 심사단 추가네요.^^
 
백두산 이야기 보림 창작 그림책
류재수 지음 / 보림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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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까마득히 먼 옛날, 세상이 처음 생겨날 때의 일이다.
그때는 하늘과 땅이 맞붙어 있었고,
어두운 기운의 소용돌이만 세상에 가득 차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커다란 틈이 벌어지면서 맑고 가벼운 기운은 올라가 하늘이 되고,
탁하고 무거운 기운은 내려가 땅이 되었다.
하늘 나라의 천황닭이 꼬리를 치며 힘껏 우니
동쪽으로부터 먼동이 트기 시작했다.
이때 하늘에는 해가 둘이나 생겨나고 달도 둘이 생겨 세상은 활짝 밝아졌다.
하늘에서 내리는 청이슬과 땅 밑에서 솟아나는 흑이슬이 한 덩어리가 되어 온갖 동물과 식물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세월이 흐르면서 사람들도 많아지고 여기저기 마을을 이루며 살게 되었다.
'조선'이라고 부르는 끝없이 넓은 들에도 여러 마을이 모여 나라를 이루며 살았다.
그들은 착하고 씩씩했으며 부지런하기까지 했지마 해와 달이 두 개라는 게 문제였다.
낮에는 곡식이 말라죽도록 뜨거웠고 밤에는 땅이 꽁꽁 얼어붙도록 추웠다.
꼭 금성 같다. 금성에 가면 낮에는 더워 죽고 밤에는 추워 죽는다고 하던데, 하늘에 해와 달이 두개이던 시절의 이 나라가 꼭 그랬을 것이다.
아무튼,
조선의 사람들은 하늘에 제사를 올렸다.
하늘을 다스리는 한울왕은 저들을 도울 자가 있는지 물었다.
그러자 흑룡거인이 해보겠다며 나섰으나 해는 뜨거워서 잡지 못하고, 달은 차가와서 놓치고 말았다.
평소 심술 맞았던 흑룡거인은 한울왕님께 야단만 맞았다. 고거 쌤통이라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조선의 사람들은 이번에는 땅을 다스리는 따님왕에게 제사를 지냈다.
따님왕은 백두거인에게 이 일을 맡겼다.
백두거인은 천근활에 천근화살로 해 하나와 달 하나를 쏘아 바다 속으로 떨어뜨렸다.

백두 거인의 손이 근사하다. '마지막 거인'에 등장하던, 온 몸에 그들의 역사가 새겨지던 거인의 문신처럼 보인다.
구름같이 표현한 바다와 파도도 근사하다. 저 위에 누으면 내 몸이 뜰 것만 같다.
바다 속으로 가라앉는 시뻘건 태양!
이제 하늘에는 하나의 태양과 하나의 달만 남았다.
조선의 사람들이 살기 좋은 세상이 온 것이다.

세상은 살기 좋아졌지만 흑룡거인은 백두거인을 시기하기 시작했다.
거인 주제에 마음씀씀이는 밴댕이다!

한울왕은 아들인 한웅왕자를 내려보내 착하고 예쁜 처녀와 짝을 짓고 조선의 임금이 되도록 하였다.
하늘과 땅의 좋은 기운을 이어받은 조선 사람들은 번성하여 더욱 크고 부강한 나라를 이루게 되었다.

이 그림 무척 익숙하게 다가온다. 고구려의 고분 벽화 그림을 닮아서일 듯!
굵고 웅장한 느낌의 그림체가 고구려와도 잘 어울리고 '조선'과도 어울린다. 우리 역사니까.

조선이 잘 나가는 것을 가만 두고 볼 리 없는 흑룡거인이다.
포악한 흑룡거인이 한울왕 몰래 지상으로 내려와 이웃 나라를 충동질하여 살기 좋은 조선땅을 침략해 온 것이다.
닥치는 대로 짓밟아 부수고 사람들과 가축을 죽이는 흑룡거인!
이 숨막히는 뒷태는 진격의 거인을 연상시킨다. 오호 통재라!!!
충격과 공포에 휩싸인 조선 사람들은 따님왕에게 빌었다.
진노한 따님왕은 백두거인을 보내어 백성을 구하게 했다.
백두거인이 내려와 보니 조선은 이미 폐허가 되어 있었고 조선의 백성들은 이웃 나라의 노예로 살고 있었다.
이런! 백두거인이 내려오기까지 시간이 제법 걸렸나 보다.
백두거인을 보자 흑룡거인은 도술을 부려 커다란 용으로 변해 달려들었다.
백두거인은 흰호랑이로 변해 싸웠다.
도교의 사방위 신도 떠올리게 한다. 현무와 백호 말이다. 현무는 비록 용은 아니지만...

백일이나 계속된 싸움은 결국 독수리로 변신해서 도망가는 흑룡거인을 학으로 변신해서 쫓아간 백두거인의 승리로 끝났다.
땅으로 떨어진 흑룡거인은 모래가 되었고, 그곳은 넓은 사막이 되었다.
흑룡거인이 숨을 거두자 조선의 백성들도 힘을 내어 적들을 물리쳤다.
이제 조선의 백성들은 억압에서 벗어났다.
백두거인의 도움이 컸다.
언제고 조선 백성들이 위험에 처하면 다시 깨어나겠다는 말을 마치고 백두거인은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그의 잠이 깊을수록, 그가 깨지 않을수록 이 땅엔 좋을 것이다. 그만큼 평화롭게 지낸다는 의미일 테니까.

세월이 흐르면서 백두거인은 거대한 산으로 변해갔다.
자, 이제 눈치 채셨는가? 바로 백두산의 등장이다.
이 산을 중심으로 나라는 사방으로 넓어지고 세력은 날로 커졌다.
그리고 조선에는 백두산 노래가 전해 내려왔다.

"나는 일어나리라.
그대가 북을 치고 노래하면
그때 우리는
조선의 먼동을 다시 보리라.
나는 깨어나리라.
그대가 억눌려 신음하면
그때 우리는
조선의 먼동을 다시 보리라."

그런데 평화롭던 나라에 재앙이 닥쳐왔다. 몇 년째 비가 오지 않아 큰 흉년이 든 것이다.
땅이 갈라지고 사람들은 굶어 쓰러졌고, 새와 짐승들도 죽어갔다.
사람들은 아주 오랜만에 백두거인의 약속을 떠올렸다.
백성들은 백두산을 향해 기우제를 지냈다.
경건할 줄 알았건만, 기우제는 신나는 축제의 무대가 되었다.
사람들은 굶주리고 지친 것도 잊고 며칠이나 북을 치고 노래를 하며 흥을 돋우었다.
그리고 마침내 잠에서 깨어난 백두산, 백두거인!
세상을 뒤흔들 듯한 천둥소리와 함께 번개가 백두산 꼭대기를 내리쳤다.
산 꼭대기에서 시뻘건 불길이 솟아 오르고 검은 연기가 하늘을 뒤덮었다.(화산 폭발했나보다!)
이내 먹구름이 세찬 비를 퍼붓기 시작했다.
역시 조선 백성들을 저버리지 않는, 약속 잘 지키는 백두산! 백두거인이다.
며칠을 두고 쏟아지던 비가 그치자 산 꼭대기에는 거대한 물웅덩이가 생겼다.
백두산을 맞춘 그대라면 이 물웅덩이의 정체도 알아맞힐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천지! 백두산 천지 되겠다.
이렇게 커다란 물이 곁에 있으니 농사 걱정은 덜었다.
(이 지역의 지형과 날씨는 염두에 두지 말자. 일단은!)

조선 사람들은 이후 언제나 백두산을 생각했다. 민족의 영산으로 자리잡는 순간이다.
다시 재앙이 닥쳐오면 저 백두산이 다시 깨어나리라는 믿음과 함께!

무려 도올 김용옥이 가사를 쓴 동요가 실려 있다. 게다가 작품 말미에는 동화 이해를 위한 성인강좌로 도올 선생의 '신화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의 글이 실렸다. 사진에 보이는 저런 글이 열장에 걸쳐 나온다. 하하핫....;;;; 거기에 프로이드도 나오고 융도 나오고 무의식이 어떻고 저떻고.... 나온다. 하하핫... 끝까지 못 읽겠다.ㅜ.ㅜ

책은 재밌게 읽었다(김용옥 글 빼고~). 개천절을 앞두고 뭔가 개천절에 어울리는 책을 읽고 싶었다. 이 책이 딱이지 싶었고, 잘 골랐다고 생각한다.

어려서부터 '신화'를 좋아하긴 했는데 그리스 로마 신화에 더 익숙한 것이 늘 민망했다. 그랬기에 주호민의 '신과 함께' 시리즈도 아주 좋아하고 재밌게 읽었다. 이 책의 이야기는 조금 더 어린 친구에게 적합하겠지만, 초등 고학년 정도 되었다면 이젠 '신과 함께'를 읽혀도 좋겠다. 당장 울 세현군부터 읽으라고 책을 내밀어야겠다. 개천절 기념이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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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바로 디자이너 : 발레리나 내가 바로 디자이너
달리출판사 편집부 지음, 최미경 그림 / 달리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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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이 훌륭한 책이다. 누군가에게 선물하기 좋은 책이기도 하다.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디자이너 북을 갖는다는 것, 그야말로 로망이 아니던가!
어린 아이라면 또 발레 옷이 환상적으로 어울리기도 할 터!
사진이 있다면 붙여주면 더 좋겠다.
내 고등학교 때 절친은 초딩 저학년 때 발레를 잠시 배웠는데, 그 덕에 평생을 유연한 몸을 갖고 살고 있다.
이 친구는 고전 발레를 더 좋아했는데, 이 책을 보니 당시 발레 좋아하던 그 친구가 떠오른다. 발레 만화들도 떠오르고~

발레 의상에 대한 아주 간략한 설명들이 나온다.
모두 이 책에서 내가 입혀보고 오려볼 수 있는 옷들이다.
내 눈에 유독 들어오는 것은 팬케이크 모양의 클래식 튀튀다. 특히 백조의 호수에서 흑조가 입는 의상이 좋다. 강렬하잖아~
그리고 바디스로는 지젤이 입는 코르셋 모양의 옷이 좋아 보인다.

참, 이 페이지에는 오타가 있다. 왼쪽 '랩스커트' 부분에서 유니타드를 '유니타이즈'로 고쳐야겠다.

발레의 기본 동작에 대한 설명이다.
사실 이 책은 발레 관련 의상을 꾸미는 게 주목적이기 때문에 발레 기본 동작은 일종의 구색 맞추기다.
그래도 이 동작에 익숙해진다면, 주인공들이 왜 저런 포즈를 잡고 있는지 이해하기 쉬울 테지.
기본 동작 1번부터 5번까지 따라해 보았다. 두번 다시 못하겠다. 무릎이 휠 것 같았다...;;;;

이 책은 모두 다섯 개의 발레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지젤', '백조의 호수', '잠자는 숲속의 공주', '호두까기 인형', '로미오와 줄리엣'
호두까기 인형의 왕자님은 그야말로 임태경을 떠올리게 한다. 의상 때문이야... 귀공자 타입...^^

참, 여기도 오타가 있다.
'지젤' 편에서 힐라리온을 유혹하라는 말이 나오는데 이 부분은 알브레히트로 바꿔야 말이 맞는 것 같다. 뒷부분에선 유혹된 알브레히트가 함께 춤을 춘다고 나온다.

'잠자는 숲속의 공주'의 주인공 오로라 공주다. 나에게 오로라 공주는 별나라 손오공의 오로라 공주만 떠오른다. 그래서인지 이 작품속 주인공 이름이 오로라라는 것은 무척 안 어울리게 느껴진다.
공주가 장신구로 '발레번'을 했다고 나와 있는데 그게 뭔지 모르겠다. 머리카락의 망사인가???
그림 속 인물들은 사실 모두 똑같이 생겼는데 머리 스타일과 옷차림에 따라서 분위기가 확 바뀐다. 호두까기 인형의 주인공은 무척 새침하게 보인다.
백조의 호수의 오데뜨 공주! 아, 그러고 보니 매튜 본의 댄스컬 DVD를 여태 보지 않았다는 게 생각나버렸다. 몇 년이나 지났더라...;;;;

이 책에는 이렇게 채색이 되어 있는 조금은 헐벗은 친구들이 아주 많이 들어 있다. (총 45장)
저 친구들에게 어울리는 옷을 입히는 게 바로 우리의 미션이다!

그리고 이쪽은 배경까지 들어가 있지만 채색이 되어 있지 않아서 더 많은 손길을 필요로 하는 그림들이다.
스티커를 붙이거나, 아니면 패턴을 오려서 붙이고 색칠까지 할 수 있다.
이 사진을 찍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나는 무척 흥분이 되어서 아주 기쁘게 색칠을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단언컨대, 오산이었다!!!!

스티커북은 네장이다.
의상과 장신구, 그밖에 소소한 소품들이 있다.
적당한 곳에 붙이면 된다.
그런데 단점이 있다. 그림에 하얀 테두리가 쳐져 있어서, 얼굴처럼 작은 범위에 붙이면 하얀 테두리가 그림을 침범한다. 가발 같은 경우는 얼굴을 가려서 눈썹도 안 보이게 만든다. 그럴 경우 하얀 테두리 안쪽을 도려내야 했다. 손이 무척 많이 가는 작업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화려한 패턴들!
모조리 스티커였다면 붙이는 게 아주 쉬웠겠지만, 그렇게 한다면 내가 디자이너라고 할 수 없지 않은가!
이 패턴은 무척 무늬가 큰 편인데, 재주껏, 적당히, 알아서 사용하면 되겠다.
꼭 책에 나와 있는 무늬가 아니더라도, 본인의 재량으로 적절한 조화를 이룬다면 그야말로 '디자이너 감'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다만 가위질은 꽤 고된 노동이다.
하아, 일단 한숨부터 쉬고....;;;;;

맨 뒤에는 일종의 '자' 노릇을 할 수 있는 도안이 두 개 들어 있다. 스텐실이라고 부르는구나!
스프링에서 떼어낼 수 있게 되어 있으니 떼어서 도안 위에 대고 그림을 그리면 된다.
광택이 있는 종이이기 때문에 잘 안 그려져서 꾹꾹 눌러서 자국을 보고 오려냈다.
다현양은 이런 섬세한 도안을 오리기엔 아직 어리므로, 이건 모두, 전부, 모조리 내 차지였다. 부르르르르!!!!

책의 앞뒤 표지다. 이 시리즈는 6개가 더 있는데, 심지어 할인 행사 중이다.
어젯밤 이 책을 보았을 때는 너무 흥분한 나머지 모조리 사 주겠어!를 외쳤다.
그러나 만 24시간이 훌쩍 지난 지금, 나는 지축을 흔드는 내 관절들의 비명을 들으며 이걸 과연 사도 될 것인가 고민하고 있다. 까닭은 아래 이어서 쓰겠다. ;;;

다현양은 이 책을 어여 만들어 보고 싶어서 일주일이나 졸라댔다.
오늘 언니가 외출해 버렸고, 형부도 이어서 나가버렸고, 세현군은 숙제하기 바빴고, 심심한 다현양은 나와 이 책에 도전하기로 했다.
간밤에 아주 재밌게 읽었던 터라 나도 기대가 컸다.
그리고 분명 아주 즐겁게 시작했다.
그런데 한시간, 두시간, 그렇게 다섯 시간이 지나가자 내 어깨와 무릎에서 비명소리가 나는 게 아닌가.
책상 앞에 앉아서 나 혼자 했으면 나았겠지만, 바닥에서 다현양 데리고 하기엔 보통의 에너지가지곤 택도 없었다.
그렇게 열심히 했는데도 절반 밖에 못했다. 빈종이가 절반 남았다...;;;;;
처음엔 배경이 꽉 차도록 색칠을 했는데, 뒤로 갈수록 여백이 커진다.
색연필이 싸인펜으로 바뀌고, 속을 채우지 않고 테두리만 그리는 일이 자주 발생했다. 하하핫... 체력이 안 받쳐줘서....;;;;

하여간, 그렇게 해서 완성된 아이들이다. 그래도 다현이가 초등학교 입학하고서는 색칠공부 솜씨가 꽤 늘었다. 유치원 시절에는 이런 것 택도 없었는데, 지금은 가느다란 면적도 제법 깔끔하게 칠한다.

개인적으로는 한복 디자인이 꽤 끌린다. 웨딩 드레스와 파티복도 꽤 흥미로울 듯!
그러나, 또 다시 이렇게 만들라고 하면 이런 중노동은 못하겠다.
다음 번 책은 언니가 만들고, 나는 사진 찍고 리뷰만 쓸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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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3-09-16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지...만....무대 위 발레리나들........은....평상 시...팔자 걸음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죠...그것도 꽤 심한 팔자걸음..ㅋㅋ

마노아 2013-09-16 11:06   좋아요 0 | URL
제가 저 자세 해보니까 팔자걸음이 이해가 되더라구요. 다리를 완전히 젖혀야 하는데 못하겠어요...;;;
김연아 발목이 휜 것과 똑같은 이치겠죠. 나름 아름다운 직업병이네요.^^

transient-guest 2013-09-17 0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예쁜 그림들을 보면서 저는 왜 문득 이토 준지를 떠올린 것일까요???ㅗㅗ

마노아 2013-09-17 08:34   좋아요 0 | URL
아아아??? 어쩌다가요! 이토 준지는 유명세만 알고 작품은 직접 보지 못해서 뭐가 떠올랐을까 궁금해지네요.
이토 준지 그림체랑은 아주 차이가 많은데 말이지요.^^

transient-guest 2013-09-18 01:46   좋아요 0 | URL
그림체보다는 발레하는 사람의 표정과 동작에서 이토 준지 만화의 에피소드가 떠오른 것 같아요. 제가 그런 포비아가 좀 있기도 하구요. 뭐랄때, clown이나 카드에서 joker의 얼굴을 보면 막 무서워지거든요..ㅎ

마노아 2013-09-18 09:27   좋아요 0 | URL
아핫, 어떤 의미인지 알 것 같아요. 저도 삐에로의 분장을 보면 어릴 때 들었던 무서운 이야기가 생각이 나서 오싹해지곤 하거든요.
어제 조카가 다크나이트를 보다가 조커가 나오자 무섭다고 제 방으로 도망 왔어요. 하핫, 묘하게 겹치네요.^^

하늘바람 2013-09-18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명절 잘 보내세요
날씨가 좋아서 참 좋네요
건강하고 힐링되시는 시간이길 바랍니다

마노아 2013-09-18 11:56   좋아요 0 | URL
하늘바람님, 오랜만이에요. 잘 지내시죠?
청명한 가을 하늘이 반가운 계절이에요.
하늘바람님도 명절 즐거이 보내시고, 이쁜이들과 좋은 추억들 많이 만드셔요.^^
 
아빠 만날 준비됐니? - 알을 품은 아빠 황제펭귄 이야기 네버랜드 자연 그림책 6
김영미 지음, 황정하 그림 / 시공주니어 / 2012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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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펭귄이 알속의 아기에게 말을 겁니다. 

"아가, 준비됐니?"

아기는 아니라고 말합니다. 아기도 바깥 환경이 얼마나 춥고 매서운지 느끼고 있거든요.

아빠가 품고 계신 알 속은 아주 따뜻하고 안전하지요. 

아기는 아직 알을 깨고 나올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요.

아빠는 아기를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사실, 아기가 태어난다는 것은 아빠 펭귄이 견뎌온 춥고 긴 겨울의 끝이 온다는 얘기일 테니까요.



하지만 아기는 겁이 나요. 

눈밭 위를 기어가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알 도리가 없지요.

아빠 펭귄이 설명합니다. 

그건 미끄럼 타기 놀이와 같다고. 펭귄만이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이라고요. 

그래도 아기는 망설입니다. 

알 수 없어 위험하게 느껴지는 미지의 세계보다는 따뜻하고 안전한 알 속이 더 나아 보이거든요.

아빠는 더 많은 정보를 알려주어야 해요. 아기 펭귄이 겁을 내지 않도록. 

아빠를 믿고 세상 밖으로 나올 준비를 할 수 있도록 말이에요. 


아빠가 말해줍니다. 

차디찬 얼음벽에는 보석이 숨어 있다고...

세상에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아름답고 소중한 것이 많이 있다고요.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기 펭귄도 바로 그 눈에 보이지 않지만 소중한 존재 중의 하나이지요. 

허나 아기 펭귄이 이런 걸 어찌 알겠어요.

안 보이는데 어찌 아냐고 질문을 합니다. 

아빠 펭귄은 오로라 여왕에 대해서 말해 줍니다. 

밤하늘을 수놓은 색색의 옷자락.

보지 못했어도 그 신비로운 풍경을 상상해 본다면 충분히 호기심이 일 테지요. 

아마 직접 본다면 숨이 멎도록 아름다울 겁니다. 



사람들이 이들을 '황제펭귄'이라고 부르는 건 목둘레의 금빛 테두리 때문이지요.

그러나 이들이 '황제'로 불려 마땅한 건 위대한 사랑 때문 아닐까요. 

한 생명을 탄생시키기 위해 한겨울 눈보라를 선택한 사랑,

묵묵히 어린 생명을 지키는 끝없는 사랑, 이 얼마나 숭고한 이름인가요.

황제 펭귄들은 남극의 처절한 추위 안에서 알을 품은 채 그 고통을 견디어냅니다. 

서로의 체온을 보태며 원을 돌면서 바깥에 있떤 펭귄이 점차 안으로 들어가고, 잠시 바람을 피한 펭귄이 다시 바깥줄에 서는, '공생'과 '공존'을 아는 생명체이지요. 그게 함께 사는 길이고, 가장 안전한 길이라는 것을요. 

아기가 태어났을 때는 또 어떻던가요. 본인도 굶었으면서 태어난 아기에게 줄 물고기를 자신이 먹지 않고 보관을 하지요.

황제펭귄은 외모만 멋있는 게 아니라 마음씀은 더 근사한 남극의 신사랍니다.


자, 이렇게 지극한 사랑을 받았으니, 이렇게 멋진 세상에 대한 소개를 들었으니, 아기 펭귄도 이제는 마음이 달라졌겠지요. 

알을 깨고 나오는 아기 펭귄. 처음 만나는 세상은 무척이나 춥고 엄혹할 겁니다. 

그렇지만 그곳에는 아빠와 엄마가 있고, 또 자신처럼 세상을 처음 만난 친구들이 있을 테지요.

그리고 얼마 간의 시간이 흐른 후, 아기 펭귄은 자신이 받은 그 사랑을 자신의 아이에게 되돌려 줄 겁니다.

그 아이가 만날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설명해 주면서 말이지요.



친구 둘이 비슷한 시기에 아기를 낳게 되었습니다. 엄마가 될 준비를 하는 친구들에게 선물하면 좋겠습니다. 아빠와 함께 읽어주면 더 좋겠지요. 


몇 해 전에 남극의 눈물을 재밌게 보았어요. 그 전에는 BBC에서 만든 황제펭귄 다큐도 인상 깊었고요. 

서로 어깨동무 하듯이 몸을 맞대고 원을 돌면서 추위를 견뎌내는 장면이 무척 뜨거웠답니다. 

가장 지혜로운 방법은, '함께' 사는 것이지요. 나만 살아내는 것이 아니라요. 

우리 아이들이 자라는 세상은, 그렇게 더불어 살아가는 게 최고라는 것을 모두가 현명하게 알아차리는 세상이었으면 합니다.

그런 세상을 위해 우리가 같이 노력해야지요. 우리 모두를 위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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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09 08:5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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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09 13: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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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10 13:4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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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10 14:4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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