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약이 엄마
백희나 글.그림 / Storybowl(스토리보울)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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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명 높은 고양이 '니양이'는 뚱보에 먹보에 작고 약한 동물들을 괴롭히는 걸 좋아한다. 악명높다는 말이 잘 어울림!

특히 갓 낳은 따스한 달걀은 니양이가 가장 좋아하는 간식이다.

느 봄날 아침, 닭장 앞을 지나던 니양이는 암탉들이 모두 자리를  비운 것을 발견했다. 아니, 이렇게 위험한 이웃이 있는데 다들 어딜 간겨!!!


기회는 이때다 싶어 탐스럽고 예쁜 달걀을 꿀꺽 해버린 니양이!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시간이 흐를수록 니양이의 배가 점점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음, 아무리 배속에서 알이 부화를 해도 그렇지 이렇게 배가 불러오는 건 솔직히 '오버'지만!

이야기의 재미를 위해서 굳이 따지지 말자!



어느 날 배가 너무 아팠던 니양이는 다급히 화장실로 달려갔다. 그리고 힘을 주었는데 이럴 수가!!!

똥이 나와야 했는데 작고 노랗고 귀여운 병아리가 나온 것이다!!!

졸지에 병아리를 낳아버린 니양이!

갓 태어난 병아리는 니양이의 품속으로 파고 들었다.

태어나자마자 제일 먼저 발견한 게 니양이였으니 니양이가 엄마로 보이는 건 당연한 일!!



달걀은 먹어도 병아리는 안 먹는 것일까, 아니면 자기 배에서 나와서 못 먹는 것일까? 

아무튼 이때부터 니양이는 삐약이의 엄마가 되었다. 어딜 가든 데리고 다녔고, 맛있고 깨끗한 음식을 먹이기 위해서 애썼다.

혹여 자동차가 다니는 위험한 길로 갈까 봐 단단히 주의를 주었고, 성질 나쁜 개 집 앞을 지날 때면 등의 털을 꼿꼿이 세워 삐약이를 보호했다. 소싯적 자기 모습이 겹쳐 보이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악명 높던 니양이가 '삐약이 엄마'로 다시 태어났다. 누구라도 이렇게 예쁜 아가가 엄마하고~ 품으로 파고들면 이리 될 테지.

다시 태어난 삐약이 엄마가 정겹다. 삐약이를 보호해주면서 예쁘게 키워줬으면 한다.


훈훈한 이야기인데, '고녀석 맛있게 생겼다'와 이야기가 많이 흡사해서 감흥은 크지 않다. 백희나 작가 특유의 상상력과 기발함은 이 작품에선 그리 돋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니양이가 악명 높은 고양이에서 삐약이 엄마로 변신해 가는 표정 변화가 재밌어서 기분 좋게 읽었다. 그런데 삐약이가 자라서 미운 오리 새끼처럼 제 엄마 찾아가는 것 아닐까? 진짜 삐약이 엄마는 어디서 뭐하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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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4-04-07 0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길고양이가 이렇게까지 뚱뚱해지긴 쉽지 않은데 말입니다.

냥이들 마다 차이가 좀 있더라구요.
모성이 정말 지극한 녀석들도 있고,
냥이는 자궁이 두개라서 출산하고 바로 또 임신이 가능해요.
그래서 두달만에 그 전에 낳은 새끼들이 버려지기도 하지요 킁..

얼굴이 빵빵하게 부어 있는 녀석들은 대부분 수분공급이 안되서 부은거고
냥이들은 진짜 털빨이라 길에서 자란 애들 대부분 성묘가 되어도 3kg정도 더군요.
물론 저희집 똥냥이들은 모두 4키로가 넘었지만 ㅜ..ㅜ

이제 며칠 안남았네요 룰루랄라~~ ^0^

마노아 2014-04-07 21:32   좋아요 0 | URL
니양이 같은 길고양이를 발견하긴 쉽지 않겠어요.^^;;
우와, 그런데 자궁이 두 개군요. 놀라운 사실이에요.
그래서 금세 임신이 가능한 거였군요. 신기신기!!!
냥이들 털빨이란 말은 크게 공감이 가네요.
인간도 머릿발이 중요한데 말이지요.^^
정말 며칠 안 남았어요. 듀근듀근~~~
 
내 꿈은 기적 알맹이 그림책 17
수지 모건스턴 지음, 최윤정 옮김, 첸 지앙 홍 그림 / 바람의아이들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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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담에 커서 뭐가 되고 싶니?

이런 질문을 아이들은 자라면서 아주 많이 듣게 된다. 

어른이 된 나도 자주 묻게 된다. 그렇게 물어봐줘야 될 것 같기도 하고, 정말 뭐가 되고 싶은지 궁금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옛날 어른들은 대통령이나 장군 뭐 이런 것 되고 싶다고 많이 말했던 것 같다. 

요새는 연예인 되고 싶은 애들이 많아졌지.

내 최초의 꿈은 선생님이었고, 그 다음에 천문학자였고, 그 다음엔 꽤 오랫동안 만화가가 되고 싶었지.

꿈은, 언제나 현재진행형!


이 작품 속의 아이는 검사, 판사, 의사, 변호다... 아무렇게나 대답하곤 했다. 

본인도 뭐가 되고 싶은지 잘 몰랐기 때문이다.


그런데 햇볕 따뜻한 어느 아침에 본인이 뭘 하고 싶은지 알아차리고 말았다. 


아침마다 내가 일어나는 시간에 해가 뜨게 하고 싶다!


오, 신선한 걸! 마음껏 늦잠을 잘 수 있다는 의미인가? 트루먼 쇼에선 인공 태양이 진짜 태양만큼이나 강렬하게 뜨던데, 내가 원하는 시간에 태양을 뜨게 하다니, 이 아이 스케일이 장난 아닌 걸!!


바다를 뒤흔들어 파도들의 멋진 합창을 듣고 싶다!

레모네이드 한 잔으로 아픈 사람들을 다 낫게 해 주고 싶다!


아아, 이 어여쁜 아이를 보라. 파도의 멋진 합창은 개인적 소망이라 할지라도 아픈 사람을 낫게 해주고 싶다는 욕망은 얼마나 공의로운가!



죽은 사람들이 살아나서 다시 운동을 할 수 있게 해 주고 싶다.


죽은 자를 되살린 후 무엇을 해주고 싶은 지에서 아이다운 소박함이 보인다. 


나한테 잘못한 나쁜 사람들을 다 용서하려고 노력할 거다.


나한테 못되게 군 사람들을 혼내주려는 게 아니라 용서하려고 '노력'하겠단다. 용서하겠다!라는 굳은 결심보다 더 믿음직스럽다.


경찰이 일을 열심히 해서 옳지 않은 일이 없어지게 할 거다.


모두가 제 자리에서 맡은 바 일을 잘 해내면 이 세상은 훨씬 아름답고 안전하고 건강해질 테지.

일단 경찰부터 솔선수범 했으면!!!


빗발치는 돌멩이를 멈추어 전쟁이 끝나고 평화가 찾아오게 할 거다.

반대하는 사람은 구석에 가서 벌서라고 할 거다.


전쟁이 아닌 전쟁을 그치는 걸 반대하는 사람이 분명히 있다. 그런 사람 찾아내서 지구에서 강제로 추방하고 싶다.

넌 이 세상에서 더불어 살 자격이 없어!!!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마술쇼에 나가서 멋진 묘기를 보여 줄 거다.


우왕, 그 마술쇼 나도 보고 싶네!


비밀이란 비밀은 다 알아내서 억울한 일이 없어지게 하고 싶다.


사람을 가장 힘들게 하는 감정은 슬픔이 아니라 억울함이라고 했다. 그러게, 호기심 때문이 아니라 억울함을 풀기 위해서 비밀이 드러났으면 한다. 마땅히 드러나야 하는 비밀들 말이다. 개인의 은밀하고 조심스러운 비밀이 아니라...


엄청 커다란 빵을 구워서 배고픈 사람들은 모두 와서 나눠 먹을 수 있게 할 거다.


이 세상에는 이미 모두가 굶주리지 않고 살 수 있을만큼의 식량이 있을 테지. 문제는 생산보다 분배일 테지!


전설적인 옷을 만들어서 헐벗은 아이들에게 나눠 줄 거다.


전설적인 디자이너란 바로 헐벗은 아이들을 입힐 수 있는 사람. 그보다 따뜻하고 아름다운 옷은 또 없을 테지.


분노의 불길을 꺼 버리고 홍수의 물길을 멈출 거다.


꺼야 할 불길과 잡아야 할 물길을 꼭 기억하고 구분하자!



해가 길어지고 인생도 길어지게 할 거다.

근심과 불행은 다 없어지게 할 거다.


해가 길어지면 정말 인생도 길어질 테지. 

어차피 인간의 물리적 시간은 많이 늘어났다. 그게 끔찍하다 여겨질 사람이 등장할 만큼.


근심과 불행의 키가 함께 줄어든다면, 늘어난 인간의 수명은 진정 축복일 테지.

우리의 몸과 우리의 사회가, 그래서 우리 사는 세상이 모두 함께 건강하다면 말이다.


세상을 지혜로 채울 거다.

내가 약속한 건 다 지킬 거다.


아아, 세상을 지혜로 채운다는 건 얼마나 지혜로운 바람이고 소망이고 욕심인가!

아이야, 네 꿈을 이룬다면 이 약속 꼭 지켜야 한단다! 꼭이야!!!


이렇게 어마어마한 꿈을 이루려면 아이는 무엇이 되어야 할까?


바로, 신이 되어야 한다!

이 아이가 그런 신이 된다면 세상은 지금보다 더 나은, 아니 훨씬 좋은 세상이 되어 있을 테지.


그러니까 이 아이가 이런 존재가 되려면... 일단 책 읽는 것부터 배워야겠다고...

아이는 벌써부터 똑똑한 선택을 해버렸다.

아이고 야무지고 사랑스러운 것!


작년에 읽은 가장 좋았던 그림책이다. 리뷰를 쓰지 않은 게 생각나서 뒤늦게 다시 읽고 리뷰도 써본다.

내 꿈은, 너의 꿈이 이뤄지는 것! 그야말로 '기적' 그 자체구나!


덧) 역시 수지 모건스턴이다! 쵝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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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4-03-03 1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지 모건스턴~ 짱!!^^

마노아 2014-03-04 13:23   좋아요 0 | URL
다른 수식어가 필요없는 수지 모건스턴이에요.^^
 
에이프릴의 고양이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03
클레어 터레이 뉴베리 지음, 김준섭 옮김 / 시공주니어 / 199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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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 사는 에이프릴의 집은 아주 작았다. 에이프릴은 여섯 살이나 되었지만 여전히 아기 침대에서 잠을 자야 할만큼 집은 비좁았다. 이 좁은 집에 시바라는 이름의 고양이가 함께 살았다. 에이프릴의 아빠는 시바에게 늘 우리 집이 고양이 한 마리용 아파트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시바가 그걸 어떻게 알아듣겠어...;;;; 결국 시바는 새끼 고양이를 세 마리 낳았다. 까만 고양이 하나와 줄무늬 고양이 둘이었다.


어린 에이프릴은 새끼 고양이들이 사랑스러웠다. 이 아이들을 돌보느라 곁을 떠날 줄을 몰랐다. 하지만 아빠는 에이프릴이 고양이에게 정붙이는 게 싫었다. 이 집에서는 키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끼 고양이들에게 이름을 지어준 것은 아빠였다. 아빠는 작명 센스가 있는 사람이었다. 버치와 브렌다 그리고 차콜까지! 모두 제 생김새와 어울리는 이름이었다.


새끼 고양이들은 너무 어려서 우유를 먹는 법도 몰랐다. 얼굴과 발에 우유를 다 적셔버리면 시바가 다가와서 정성껏 핥아 주었다. 며칠이 지나자 새끼 고양이들도 우유를 잘 먹게 되었다. 그리고 그건 이제 이 아이들과 떨어져야 할 때라는 의미였다. 


새끼 고양이 셋 중 버치와 차콜이 먼저 다른 집으로 가게 되었다. 가장 아끼는 브렌다가 남은 것은 좋았지만, 브렌다를 키우기 위해선 시바를 다른 집에 보내야 했다. 새끼 고양이는 귀엽기라도 하지만 다 자란 어미 고양이가 다른 집에서 사랑받으며 살 수 있을지 에이프릴은 걱정스러웠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시바를 직접 키우고 새끼 고양이를 보내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에이프릴은 슬픔에 잠겼다.


하지만 어쩌랴. 이 집은 고양이 한마리용 크기 밖에 되지 않는 것을! 


그러나, 그렇게 좁은 집은 에이프릴의 가족에게도 좋은 삶의 질을 제공해주기 힘들 것이다. 아직도 아기용 침대에서 자는 에이프릴이 바로 그런 경우 아닌가! 에이프릴에게 큰 침대를 사주려면, 큰 침대가 들어갈 수 있는 더 큰 집이 필요하다. 더 큰 집이라면, 시바와 브렌다를 함께 키울 만한 공간도 있을 게 아닌가!


이럴 수가! 버치와 차콜을 괜히 다른 집에 보낸 게 아닌가 모르겠다. 


검은색과 붉은 색만 사용했기 때문에 그림이 아주 단순하다. 그런데 먹물 번지는 느낌으로 고양이의 윤곽선을 그려서 아주 부드럽게 보인다. 고양이를 아끼는 에이프릴의 마음이 잘 드러나 있고, 그 에이프릴을 아끼는 부모님의 마음도 잘 그려졌다. 1940년에 칼데콧 아너 상을 받은 작품이다. 정말 오래된 작품이다. 사람보다 고양이가 더 예쁘게 그려진, 고양이에 대한 애정이 팍팍 느껴지는 그림책이다. '에이프릴'이라는 이름도 고양이에게 붙여도 좋을 것 같다. 이름부터 따사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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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4-02-27 0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앙. 고양이 그림 이쁘네요. 조카 사줘야 겠어요. 헤헷

마노아 2014-02-27 19:37   좋아요 0 | URL
타미에게 어울릴 그림이에요. 색을 이렇게 안 쓰고도 풍성한 느낌을 주는 게 신기해요.^^
 
똑똑한 고양이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57
피터 콜링턴 글.그림, 김기택 옮김 / 마루벌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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냐용이는 매일 아침 현관문 앞에서 기다렸다. 기다리고, 기다리고,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누군가 자기를 봐 줄 때까지 기다렸다.



주인 아저씨는 회사 늦는다며 비키라고 했고, 주인집 딸과 아들도 모두 바쁘다며 냐옹이를 귀찮아 했다. 

냐용이는 여전히 기다리고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아주머니는 마침내 밥을 챙겨 주었지만 너 때문에 지각한다며 짜증을 냈다.


그렇게 날마다 기다리기만 하던 냐옹이는 어느 날 더 이상 기다리기가 싫어졌다.

그래서 선반으로 올라가 통조림을 꺼내서 직접 밥을 챙겨 먹었다. 

식구들이 깜짝 놀란 것은 당연했다.

순식간에 귀찮은 골칫거리 고양이에서 '똑똑한 고양이'가 되는 순간이었다.




다음 날 아주머니는 냐옹이에게 열쇠를 맡겼다. 똑똑한 냐옹이는 현관문을 직접 열었다.

이튿날 아주머니는 아예 현금카드를 내주었다. 고양이밥 사둔 게 없으니 돈을 찾아서 통조림을 사먹으라는 것이다. 

냐옹이에겐 문제 없었다. 돈을 직접 찾았고 장을 보았다. 산책을 나갔고, 돈을 찾아서 근사한 식사를 주문했다. 

통조림과는 비교할 수 없는 충격적인 맛이었다!

내친 김에 쇼핑도 했다. 세상에 이런 일이! 별세상이 열린 것이다.



그뿐이 아니었다. 영화도 보러 갔고, 카지노도 가면서 새로운 경험과 새로운 친구들을 만났다.

퍼펙트한 세상이었다. 그.러.나.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던가! 냐옹이는 현금카드를 아무 생각 없이 써버렸고, 그 바람에 주인집 가계에 구멍을 내고 말았다.

두 사람이 말했던 것이다. 너도 돈을 벌라고! 똑똑한 고양이였으니 돈을 버는 게 불가능하지 않았다.



단골 식당의 지배인을 찾아가서 일자리를 부탁했고 이내 서빙직을 얻었다. 

냐옹이는 하루종일 일했다. 나르고, 나르고, 나르고... 그렇게 쉴 새 없이 일만 했다.

집에 돌아와서도 제 손으로 밥을 해 먹고 설거지를 해야 했다.

그렇게 일주일 동안 일해서 받은 급여는 모두 카드 대금과 집세로 나갔다.

남은 돈은 통조림 한 통 살 수 있는 금액이 전부였다. 

제 스스로 일을 해서 돈을 버는 노동자가 된 순간, 냐옹이는 노동력을 착취 당하는 일꾼이 되고 만 것이다.



피곤에 지쳐 늦잠을 잔 게 사단이었다. 재고의 여지 없이 일자리를 빼앗긴 냐옹이. 아저씨와 아주머니는 해고된 냐옹이를 그다지 딱하게 여기지 않았다. 다른 일을 어서 찾아보라는 것이다.



밖으로 나온 냐옹이는 계단 위에서 늘어지게 낮잠 자는 다른 고양이들을 쳐다보았다. 

지금껏 지나다닐 때마다 일도 하지 않는 한심한 녀석들이라고 혀를 찼던 그 친구들이었다.

똑똑한 냐옹이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이후 냐옹이의 기다림의 시간이 다시 찾아왔다. 스스로 현관문을 열지도 않고, 아침밥을 챙기지도 않고, 일자리를 구하지도 않았다.

그저 기다리고, 기다리고, 또 기다리기만 했다. 

주인집 아저씨와 아주머니는 답답해 하며 혀를 차고, 또 한심스러워도 했지만 개의치 않았다,

결국, 아주머니는 다시 냐옹이에게 밥을 챙겨주기 시작했다. 

챙겨준 밥을 맛있게 먹고 냐옹이는 다른 친구들처럼 늘어지게 낮잠을 자기 시작했다.



이제껏 냐옹이에게 한심스럽다는 시선을 받았던 고양이들은 그제야 냐옹이가 똑똑한 고양이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풍자가 기막힌 작품이다. 이 짧은 그림책에서 자본주의와 노동자가 모두 보이고, 배고픈 소크라테스와 배부른 돼지도 떠오르고, 진짜 똑똑이와 헛똑똑이가 누구인지도 생각해 보게 된다. 


고양이가 사람처럼 행동하고 일을 하고... 그러지는 못하지만, 이 책을 보고 있노라면 고양이는 영물이어서 할 수 있는데 일부러 '안' 하는 건 아닐까... 싶은 생각마저도 든다. 내가 똑똑한 척 해봤는데 그거 피곤하더라고. 진짜 똑똑하게 사는 건 따로 있다니까... 이러면서 사람을 우습게 보고 있지는 않은지... 그런 상상도 해본다. 


내가 좋아하는 '작은 기적'의 작가 피터 콜링턴 작품이다. 절판되어서 검색해도 잘 나오지도 않는다. 그게 제일 애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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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4-02-27 08: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물론 풍자적인 내용이겠지만
어찌됏건 어째 나보다 더 고양이 그림책을 많이 보네요^^

마노아 2014-02-27 19:37   좋아요 1 | URL
고양이의 생태가 실제 고양이와 닮게 그렸는지 나중에 알려줘요.^^ㅎㅎㅎ
 
첼로, 노래하는 나무 - 2015 오픈키드 좋은어린이책 목록 추천도서, 2014 아침독서신문 선정, 어린이도서연구회 추천, 2013 SK 사랑의책나눔 바람그림책 15
이세 히데코 글.그림, 김소연 옮김 / 천개의바람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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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감동을 주는 이세 히데코의 책이다.
악기 상자 안에 아기가 새근새근 잠들어 있다.
제목은 첼로가 들어가 있지만, 아기 크기를 고려할 때 바이올린 상자가 맞을까?
첼로 상자로는 보이지 않는데...
아무튼, 나무 냄새 느끼면서 아기가 곤히 잠들었을 것만 같다.
잠도 달콤하고 따뜻할 테지.
아기 산비둘기 지저귀는 소리까지 들린다면 그야말로 천상의 소리일 터!

새옹알이를 알려주신 할아버지는 숲에서 나무 키우는 일을 하셨다.
할아버지를 따라 숲을 걷는 걸 좋아하던 아이...
어려서부터 자연과 교감하며 살았구나. 아름답다!
할아버지는 아이가 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돌아가셨다.
그리고 아버지는 바이올린과 첼로 만드는 일을 하신다.
10년, 20년 공을 들여 말린 판자가 악기의 재료가 되었다.
그야말로 장인이자 예술가!
그 나무들 중에는 할아버지가 키운 나무도 있을 것이다.

어느 날은 완성된 첼로를 배달하러 아버지를 따라갔다.
첼리스트 파블로 씨의 집은 넓은 숲 속에 있었다.
도심 속 집이 아니라 숲속 집으로 배달을 갔다고 상상해 보니 더 운치가 있다.
첼로를 켤 때마다 새들도 와서 같이 감상을 했을 테지.
미야자와 겐지의 첼로 켜는 고슈가 떠오른다.
파블로 씨는 첼로를 연주해 보더니 숲이 말을 걸어오는 것 같은 소리라고 말을 했다.
아, 이보다 근사한 평이, 칭찬이 어디 있을까.
만든 사람도, 연주하는 사람도, 그리고 구경하는 아이까지 모두 행복해지는 순간이다.

아이는 숲에서 자랐다. 여름 숲과 겨울 숲을 누릴 줄 알았고, 그 빛깔의 차이를 알았고, 숲을 거닐 때면 할아버지를 느낄 수 있었다. 이세 히데코 특유의 수채화가 독자를 숲의 향연으로, 연주 속으로 끌어당긴다.

파블로 씨를 두번째로 만난 것은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이었다.
그리고 일요일에 있을 연주회에 초대 받았다.
아이는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 교회에 갔다.
반주 없이 첼로가 울렸고, 바흐의 곡이 교회 안에 가득 퍼졌다.
경계선이 없이 이세 히데코의 그림이 빛을 더 번지게 만들었고, 그래서 그 안의 소리도 어우러져 퍼지는 것처럼 느끼게 했다. 아름다운 그림의 아름다운 연주다.

가을 숲의 나무 위에서 아이는 자유로워 보였다.
나무 냄새를 맡고, 새의 노래 소리를 듣고, 바람을 온몸으로 마주하는 이 아이가 자라면 또 어떤 울림을 만들어낼지 기대가 된다.
아이가 악기를 만들어도, 연주를 해도 모두 좋을 것 같다.
그저 숲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자라기만 해도 충분히 좋을 듯하다.
무엇이든, 누구이든 말이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 계절, 산에도 몇 번이나 눈이 내렸다.
크리스마스 트리에 장식할 나무 열매를 줍는 아이의 작은 몸이 정겹기만 하다.
나무 그루터기 끝에 걸터앉아 나이테를 세어 보는 아이.
백 개까지 세고는 다 세지 못했다고 한다.
백 년 이상 살다가 베어진 나무였다.
나이테를 가진 나무의 존재를 알지만, 나이테를 직접 세어본 적이 없다.
세어볼 만큼 오랜 시간 들여다본 적도 없다.
문득 그게 미안해지고 또 쓸쓸해졌다.
오래오래 숲을 바라보고 나무를 느끼는 삶을, 이제는 좀 살아보고 싶다.

아버지는 아이를 위해서 어린이용 첼로를 만드셨다.
크리스마스 선물이었지만 주문 받은 일이 밀려서 기간 내에 만들지느 못했다.
그래도 바쁜 와중에 짬을 내어 아이의 첼로를 만드는 아버지의 정성은 충분히 느껴졌다.
얼마나 마음을 가득 담았을가. 이 악기가 울려낼 소리를 그려보면서...
참으로 따스하고 아름다운 풍경이다.

첼로는 5월 생일선물로 완성되었다.
작은 첼로가 바이올린들과 함께 옥상에 빨래처럼 널렸다.
홍차처럼 투명하고 따뜻한 색깔을 가진 첼로.
그림처럼 아름답고 고운, 전설같은 풍경이다.

아버지는 활을 든 아이의 오른손에 자신의 손을 겹쳐서 직접 연주를 해주셨다.
손가락에, 팔꿈치에, 어깨에, 무릎에 소리가 전해졌다.
아버지의 품 안에서 아이는 첼로가 된 것 같았다.
결코 잊을 수 없는 소중한, 감동적인 순간이다.

아이는 계속해서 첼로를 켰다.
아이는 자라서 어른이 되었고, 첼로를 만들어 주시던 아버지도, 첼로를 연주하던 파블로 씨도 지금은 없다.
하지만 첼로를 켜면 그 두 사람이 연주 속에 이미 들어와 있다.
숲 속에서 듣던 새들의 옹알이와 강물이 흐르는 소리와 함께.

첼로 켜던 아이는 자라서 첼로 선생님이 되었다.
아버지가 만들어 주셨던 작은 첼로는 여전히 색깔도 광택도 잃지 않고 학생들의 품에서 따뜻한 소리를 내고 있다.

할아버지가 키우던 나무가 아버지의 손길을 거쳐서 첼로가 되었고, 그 첼로 연주를 통해서 또 다른 사람들이 음악을 배우고 악기를 연주하고 있다.
그렇게 아름답게 가업이 이어지고 있다.
자연과 사람이 어우러져 사는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 아닐까.

나무와 사람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이세 히데코 작가다.
작가 자신이 첼로를 직접 연주하기도 한다.
'천 개의 바람, 천 개의 첼로'도 그렇게 탄생한 전작이다.

큰조카는 피아노를 꼬박 6년 동안 배우고 일년을 쉬었다.
그리고 이제 다시 피아노를 배우러 다닌다고 한다.
오래 쳤는데 중간에 쉬면 금세 까먹고 마는 것 같아서 아쉬웠는데 잘됐다.
작은 조카도 열심히 피아노를 배우고 있다. 9개월을 배웠는데 요새 '사과 같은 내 얼굴'을 열심히 치고 있다.
음악을 가까이 하는 삶이 우리 것이었으면 한다.
모두에게 충만한 음악의 세례가 있었으면 한다.
기왕이면 이 책의 주인공처럼 자연 속의 소리를 낼 수 있다면 더 좋겠다.
나는 오늘 좋은 음악을 들으러 갈 것이다.
사흘 연속 음악이 있는 드라마를 보고 있다.
음악은 가장 아름다운 유혹이자 위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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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4-01-31 2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손을 타면서 사랑스레 자라는 나무처럼
손을 타면서 사랑스레 노래를 들려주는 첼로가 되겠지요

마노아 2014-02-01 23:04   좋아요 0 | URL
사랑받은 그 나무에서 나는 소리라면 더 없이 사랑스러울 것 같아요.

프레이야 2014-02-01 15: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이야기와 일러스트네요. 마노아님 음악과 함께 행복한 시간 보내세요^^

마노아 2014-02-01 23:05   좋아요 0 | URL
좋은 책을 보고 나서인지 어제 좋은 음악 듣고 왔어요.
오래오래 곁에 두고 가까이 할 좋은 책이에요.^^

수퍼남매맘 2014-02-01 1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 님! 새해 복 많이 지으세요. *^^*
나도 이세 히데코 팬이에요. 이렇게 수채화를 잘 그리는 그림 작가가 있을까 싶어요.
마지막 사진 진짜 멋지네요. 현 위에 있는 아가가 진짜 앙증맞아요.

마노아 2014-02-01 23:06   좋아요 0 | URL
우와, 복을 짓는다는 표현 아주 마음에 들어요.
수퍼남매맘님도 새해 복 많이 지으셔요~
이세 히데코의 그림은 탄성을 자아내게 해요.
그림이 나에게 말을 거는 느낌이에요.
현 위의 아기가 꼭 그네 타는 것처럼 보이네요. 고운 그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