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허한 십자가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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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나카하라는 20여 년 전 가택에 침입한 강도에게 딸을 잃었다. 아이를 잃은 부부의 이혼율은 급격히 높아진다고 했다. 서로의 잘못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아이를 잃은 원망이, 죄의식이 부부 사이를 금가게 한다고 했다. 수긍이 가는 지적이다. 나카하라도 그렇게 아내와 헤어졌다. 그리고 수년이 흘렀는데 이번엔 전처의 살해사망 소식을 듣게 된다. 자신의 알리바이를 확인하러 온 형사에게서 들은 소식이다. 세상에나...


뜻밖에도 전처를 살해한 사람은 너무나 쉽게 자수했다. 범인은 바로 수감되었지만 나카하라의 고통은 끝나지 않는다. 두번씩이나 유족이 되어버린 이 상황. 가해자를 잡지 못한 것보다는 잡힌 것이 훨씬 낫지만 그렇다고 고통이 줄어들지는 않는다. 경우에 따라서는 인면수심의 가해자와 맞부딪치는 과정에서 더 큰 상처를 입기도 한다.



딸 아이를 죽인 자는 사형에 처해졌다. 부부가 그토록 매달리면서 간절히 바래왔던 일이지만, 그 일이 성사되었다고 해서 죽은 딸아이가 살아돌아오지도 못하고, 부부 사이에 흐르던 불편함 감정이 사라지지도 않는다. 나카하라는 부인과 헤어지고 난 뒤 직업도 바꾸고 이 사건을 잊기 위해서 애를 썼다. 하지만 부인은 달랐다. 사형이 감형으로 바뀌곤 하는 형벌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유가족이 겪는 고통을 전달하고 제도의 부족함을 메꿀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애썼다. 그러나 그녀 역시 한계점을 알고 있었다.



사형은 무력하다는 변호사의 단언이 그녀를 뒤흔들었다. 온전히 부정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포기해야 하는가? 저런 인간들을 위해서도 사형제는 폐지되어야 하는가? 그건 인정할 수 없었다. 사람을 죽인 사람의 반성이 '공허한 십자가'에 불과할지라도, 그 빈 십자가라도 지고 있어야 한다는 게 그녀의 결론이었다. 


그러나, 가해자는 진정 감옥 안에서라도 공허한 십자가를 지고 있는 것인지 재차 묻게 된다.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가 그 무겁고 무거운 십자가를 잔뜩 지고 고통에 짓눌려 살고 있는 모습을, 우리는 얼마나 많이 목격했던가. 지금 이 순간까지도...


사형제는 폐지되는 게 이성적으로는 맞다고 생각해왔다. 혹여라도 있을 억울한 죽음이 있을까 봐 신중에 신중을 가해야 하는 게 사형 판결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렇다면, 100번을 더 살펴보아도 죄가 확실하다면, 그때는 사형을 시켜도 되는 것일까, 다시 묻게 된다. 범죄는 더 잔인해지고 악랄해지고 끔찍해지는데, 교정효과가 확실하지 않으므로 폐지해야 마땅한가? 잘 모르겠다. 사형보다 더 큰 벌을 내릴 수 있다면, 그런 게 있다면 제발 그들의 어깨에 지워주고 싶다. 


1989년도에 이모는 강도를 만나 살해당했다. 범인은 연쇄살인범이었고, 잡혔을 때 첫 심경 고백이 화성연쇄살인사건의 기록을 갈아치우지 못한 게 아깝다고 했다. 충격을 받으신 외할아버지가 몇 달 뒤 돌아가셨다. 이모부는 몇 해 뒤 췌장암에 걸려 돌아가셨고 아이들은 고아가 되었다가 큰아버지 댁으로 동시에 입양되었다. 파란만장한 가족사다. 그때 잡혔던 범인은 몇 해 뒤 사형당했다. 놈이 목표로 삼았던 화성의 기록은 이미 갈아치워진지 또 몇 년이 지났다. 엽기적인 살인사건은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범죄로 인한 그늘 그 이상의 그늘을 종종 지적하곤 한다. 미성년자라는 무기를 내세워 잔인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죄책감 따위 갖지 않는 청소년들을 그려낸 '방황하는 칼날'도 겹쳐 보였다. 나아가 영화 '밀양'도 떠오른다. 아이를 유괴해서 살해한 남자를 용서하려고 했던 어미가 신께 이미 용서받았다고 고백하는 가해자로 인해 영혼까지 바스라지던 모습이......


살인자를 변호하던 변호사의 지적처럼 사형은 무력할 수 있다. 가해자들은 감옥 안에서 공허한 십자가만 지고 있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빈 껍데기에 불과한 십자가라 할지라도 그들에게 지워야 한다. 그것이 정의를 바로 세우는 0.0001%라고 할지라도 놓을 수가 없는 것이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죽은 자만 가여울 때가 많다. 고 성완종 씨는 자신의 죽음으로 일련의 억울함을 풀어내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바뀌지 않았다. 고 장자연 씨는 어떠했던가. 대한민국의 권력을 가진 자들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그러니,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을 게 뻔하므로 포기해야 하는가? 같이 망가져야 하는가? 아니라고, 대답해야 한다. 그래야 한발자국을 앞으로 내딛을 수가 있다. 이 공허한 십자가가 제 무게를 가질 수 있도록, 마땅히 짊어져야 할 사람이 짊어지도록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지켜봐야 한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필력이야 익히 아는 바지만, 읽을 때마다 감탄하게 된다. 이 정도의 완성도로 이 정도의 속도로 책을 낸다는 건 더 충격적이지만! 두 건의 죽음은 소설의 도입부에서 먼저 밝히고 시작했다. 그리고 남은 이야기에는 그 죽음 속에 도사리고 있는 진짜 죽음의 이유, 진짜 사연들이 담겨 있다. 믿고 읽는 히가시노 게이고이니 추천도 주저하지 않겠다.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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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5-05-01 0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긴 리뷰...정성 잘 읽었어요...

마노아 2015-05-01 08:45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유레카님 ^^

에이바 2015-05-01 1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가시노 게이고의 글은 한 번도 읽어보지 않았는데요. 꼭 읽어 보겠습니다. 생각할 여지가 많네요. 좋은 리뷰 감사해요.

마노아 2015-05-06 08:26   좋아요 0 | URL
어이쿠, 댓글 빼먹은 걸 방금 알았네요. 히가시노 게이고는 다작을 함에도 함량이 떨어지지 않는 작가 같아요. 적극 추천드립니다.^^
 
뺑덕 창비청소년문학 61
배유안 지음 / 창비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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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읽었던 고전 소설에 심청전이 있었다. 연꽃에 싸여 궁으로 들어오던 그림도 기억나고 심봉사가 눈뜨던 장면도 생생히 기억난다. 그런데, 뺑덕 어멈은 기억나지 않는다. 미안하다. 일등만 기억하는 더러븐 세상~을 외치면서 늘 주인공만 기억하고 살았다. 뺑덕어멈도 기억이 나지 않는데 당연히 뺑덕을 알 리 없다. 그런데 그 잊혀진 존재 뺑덕에게 관심을 갖는 작가 분이 계셨다. 고맙게도 이렇게...


어미는 아들 없는 집에 후실로 들어왔으나 아들만 낳고 쫓겨났다. 본처는 처음에 아이를 귀히 대했다. 그러나 제 배로 아들을 낳자 돌변했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뺑덕이의 서러운 신세. 아비는 병으로 죽었고 뺑덕이는 집안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그에겐 가시같이 박힌 어미란 존재. 어떻게 후벼 파면 비명을 지를 줄 아는 동네 친구 녀석 때문에 부아가 치밀면 흠씬 두들겨 패주었지만, 그렇게 세상을 향해 바락바락 악을 쓴다고 비어진 가슴이 채워지지 않는다. 결국 집을 떠나야만 했다.


한 번은 보고 떠나려던 어미를 마침내 보았지만 그 어미의 사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았다. 기대했던, 혹은 바라왔던 모습이 아니어서 실망했다. 실망하는 자신이 또 실망스러웠다. 자식을 알아보지 못하는 어미가 야속하기도 했다. 두고 온 자식과 비슷한 또래의 아이를 보았으면 한번쯤 자식을 떠올릴 법도 한데, 그러지 않는 어미가 속상했다. 


다시 찾은 바다. 뱃사람이 되고자 했지만 바다가 얼마나 무서운지 알아채버린 뺑덕은 바다를 등지고 뭍으로 올랐다. 잠시간 어미 곁에 있어 볼 요량이었다. 그곳에서, 청이를 만났다. 젖동냥으로 자신을 키운 눈먼 아비에게 지극 정성으로 효성을 다 하는 그 아이 청이...


자, 이제부터는 우리가 아는 바로 그 심청전 이야기이다. 공양미 삼백 석에 인당수로 제 몸을 던진, 그렇게 해서라도 아비의 눈을 뜨게 하고자 했던 그 소녀의 이야기 말이다. 하지만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뺑덕이 주인공인 채로 흘러간다. 뺑덕이 바라보는 뺑덕 어미, 뺑덕이 느끼는 심청이 말이다.


나는 이런 이야기들이 참 좋다. 권교정 작가가 처음에 내 마음에 들어왔던 것도 동화를 패러디한 그 빼어난 솜씨에 반했기 때문이었다. 파울로 코엘료의 '다섯번째 산'을 가장 좋아하는 것도 성서에 나오는 엘리야의 이야기를 아주 그럴싸하게, 또 설득력 있게 풀어냈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밀고 올라가는 추진력이 좋았는데, 그래도 딱 꽂히는 문장은 적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속단이었다. 뒷심이 좋은 작품이었다.


어미 말대로 돈에 팔려 가는 건 왜 항상 여자일까? 용왕은 왜 살아 있는 제물만, 그것도 왜 여자애만 원하나? -172쪽


내말이 그거다. 왜 꼭 여자만... 여자만 재물이 되었냔 말이다. 강의 신 하백은 대답하라 오버!


나는 소리 죽여 울었다. 바락바락, 그거 애쓰며 산 거 맞아요. 나는 어미가 산 세월을, 어떻게 해 볼 힘이 없어 혼자 버둥댄 흔적을 보듬어 안았다. 그러자 내가 어미에게 안기는 것 같았다. 아가야, 귓전에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어머니, 어머니. 내 안의 응어리가 조금씩 녹아내렸다.

(...) 어미가 어미의 삶을 찾도록 시간을 주어야 한다. 나에게도 시간이 필요했다. 머잖아 정말로 아들이 되어 다시 올 것이다. 그때 어미가 심 봉사와 함께 있든 아니든, 심술 맞고 우악스럽든 아니든 나는 어미의 아들이 될 것이다. 그래서 어미 있는 아이가 될 것이다. 나는 담담해졌다. 아니, 든든해졌다. -196쪽

어미 있는 아이가 되겠다는 뺑덕, 아니 병덕의 다짐이 참으로 아팠다. 어미 없이 살아야 했던 너의 세월과, 아이를 잃고... 혹은 잊고 살아야만 했던 뺑덕 어미의 신산한 삶이 교차해서 지나갔다. 얼마나 무수한 뺑덕이와 뺑덕 어미가 이 땅에 있을 것인가......


“하하, 이제 정말로 배를 타는 것같이 타서 하는 말이다. 누군가의 아들이 되어 보니 세상이 다르지?”

그래, 나는 그냥 뺑덕이 아니고 누군가의 아들 뺑덕이었다. 배 바닥을 딛고 선 허벅다리에 힘이 실렸다. 문득 땡중의 말이 떠올랐다. 기적. 누군가의 아들이 된 것, 독기가 빠지고 이렇게 허벅다리에 뻐근하게 힘이 실리는 것이 기적이 아닐까? -203쪽?


결과가 좋으니 뾰족하게 나온 입을 다물게 되지만, 그래도 그 땡중 너무하셨소. 자식 팔아 눈을 뜬들, 그 아비가 행복할 수 있겠냔 말이다. 이야기는 감동적이지만, 부디 심청이같은 결단은 내리지 맙시다. 그래서 불치병에 걸린 엄마가 뱃속의 아이를 포기하면 제가 살 수 있음에도 아이를 살리기 위해 제 생명을 포기하는 그런 설정을, 나는 아주 싫어합니다. 어미 생명과 맞바꿔 태어난 그 아이와, 그걸 지켜보아야 하는 아이 아빠는 어떻게 살라는 겁니까? 네? 난 그게 이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부모의 삶을 부정하는 것이 자신을 얼마나 불행하게 하는지, 또 얼마나 오래도록 긴 상처를 남기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부모라고 다 훌륭하고 자랑스러운 사람들은 아니다. 상처받고, 주눅 들고, 후회에 찬 시간을 보내는 부모도 많다. 평범하고 더러는 미숙하기 짝이 없는, 그래서 자식에게 당당하지 못한 부모들의 신산한 삶 또한 받아들이고 보듬어 주는 것이 청소년들이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길 아닐까? 그럼으로써 자신의 삶을 더 튼튼히 세울 수 있지 않을까? -210쪽


작가의 말이다. 부모의 삶을 부정하는 것이 자신을 얼마나 불행하게 하는지...에 콱 박혀 버렸다. 누구도 부모를 선택해서 태어날 수 없는데, 그렇게 복불복으로 맺어진 인연이 아플 때가 얼마나 많던가.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에게 조금씩만 연민을 가지자고 말해 보겠다. 아주 조금만... 당신도, 나도 가엾을 때가 많으니... 그저 서로를 향해 조금씩만 안쓰러워 하자고...... 


엄마의 일흔번째 생신... 1월에 여행을 다녀오고, 지난 주에 이모들 모시고 식사를 하고, 다시 오늘에 이르기까지... 참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다. 거하게 잔칫상을 차린 것도 아니건만 온몸의 진이 다 빠져버렸다. 그 안에서 삭여야만 했던 온갖 감정들 때문이다. 그건 살아온 시간과 앞으로 살아갈 시간을 반영한 결과였다. 많은 이야기들이 있지만, 그 이야기들이 꼭 해피엔딩은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의 소중한 인연을 함께 보듬어 보려고 한다. 모두모두 수고했어요. 이렇게 한 가족으로 만나 살아온 지난 삶 말이에요. 앞으로도, 우리 열심히 살아봅시다. 이 울타리 안에서. 


배유안 작가의 초정리 편지를 참 좋아한다. 그렇지만 서라벌의 꿈과 창경궁 동무는 다소 아쉬웠다. 그 아쉬움의 끝에 다시금 애정의 불꽃을 확 질러준 뺑덕이었다. 그래서 도서관에 쿠쉬나메 신청해 두었다. 몹시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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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
파울로 코엘료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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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가 예뻤다. 하얀 바탕 위에 새겨진 저 싱그러운 붉은 열매와 '불륜'이라는 단어는 얼마나 자극적으로 어울렸던가!

게다가 상당히 오랫동안 애정했던 파울로 코엘료의 작품이었다. 크게 고민하지 않고 바로 질렀다. 

사은품으로 받은 지퍼백은 너무 뻣뻣해서 불편했지만 투명한 것이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책은, 소설은, 하아... 한숨부터 먼저 쉬자.


코엘료 아저씨, 대체 이 소설은 왜 쓴 거예요? ㅜ.ㅜ


나는 11분을 아주 재밌게 읽었다. 정말 심장 떨려서 얼굴이 붉어지는 경험을 했더랬다.

피에트라 강가에서 나는 울었네-도 아주 좋았다. 

파울로 코엘료는 사랑을 다룸에 있어서도 아주 능숙한 작가라고 여겼다.


그렇지만 이 작품은, 뭐랄까... 무의미한 섹스를 관음증처럼 관찰하고 있다는 느낌?

이유 없는 일탈, 납득이 가지 않는 돌출행동, 그렇다고 최대한 야하고 섹시하게 보여주겠어-같은 각오도 아닌...

정말 이도 저도 아닌 그런 어정쩡한 작품이 되고 말았다.

하고자 하는 말이 뭐였어요? 

호불호는 갈려도 기본 시청률은 나와주는 미니시리즈 작가가 어느 날 갑자기 돈독이 올랐는지 막장 아침 드라마를 쓰고 있는 그런 기분? 


우리가 작품으로 만난지 십여 년이 흘렀는데, 너무 오래 만난 것 같아... 당분간 떨어져 지냅시다. 서로 거리가 필요해요. 

이번 작품은 잘못된 만남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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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5-03-27 0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저 책은 저 표지가 구매에 영향을 상당히 주었어요^^; 마노아님 리뷰 읽으니 저 책 다시 읽어 봐야하나 싶습니다, 마노아님, 편안한 하루 되세요

마노아 2015-03-28 09:52   좋아요 0 | URL
표지가 예뻐서 냄비받침도 사고 싶었지만 제목 때문에 그건 포기했어요.
저는 읽고 바로 팔았습니다. 두번 읽을 수 없었어요. 트허...(>_<)

다락방 2015-03-27 0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파울로 코엘료를 안좋아하면서도 이 책을 샀다능....집에 있다능.....orz

마노아 2015-03-28 09:52   좋아요 0 | URL
파울로 코엘료 굉장히 애정했는데 애정 바닥났어요. 탈탈탈...;;;;;

비로그인 2015-03-27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파울로 코엘료가 하두 유명해서 읽어봤는데 저하고는 안 맞더라구요.

마노아 2015-03-28 09:53   좋아요 0 | URL
십여 년 전에 읽었던 책들은 좋았는데 근간에는 계속 안 맞네요.ㅜ.ㅜ

아비가일 2015-03-27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좋아하던 파울로코엘료가 시간이 지나면서 세월과 타협한 느낌이랄까. 암튼 좀 실망스러웠어요

마노아 2015-03-28 09:53   좋아요 0 | URL
뭐든 써내면 팔리니까 마구 펴내는 느낌이에요. 이 작품은 줄거리를 나열하는 것도 아까웠어요...;;;;

블라썸 2015-03-27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타령으로 끝나버리는 주인공 ㅠㅠ 솔직히 파울로 코엘료의 이 책은 그닥 와닿지 않더균요.

마노아 2015-03-28 09:54   좋아요 0 | URL
사랑도 불륜도 그 어느 것도 공감이 안 가더라구요. 종이 낭비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렇게혜윰 2015-03-29 2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으려다 제목이 남편보기에 영 거슥해서 자꾸 숨기다보니 겨우 두쪽 읽었는데 이런 평이라니....ㅠㅠ

마노아 2015-03-29 23:36   좋아요 0 | URL
후루루룩 읽고 중고샵에 넘기셔요. 저는 그리 했어요.^^ㅎㅎㅎ
 
고교 입시
미나토 가나에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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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미나토 가나에의 전작들이 워낙 강렬했다. 군더더기 없이 짧고 굵직하게, 사건의 핵심을 향해 곁눈질하지 않고 바로 들이받는 쾌감이 있었다. 꽃잎이 상하지 않은 채 꽃봉오리 째 그대로 떨어져 나간 어떤 처연함이 느껴지는 문장들이었다. 그래서 평점이 안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최소한의 기본은 하겠지 싶었는데, 아주 실망스럽게 읽고 말았다. 별점 두개 줘본 것이 언제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 꽤 이례적일 것이다. 


우리보다 더 심하면 심했지 덜하지 않을 일본의 입시제도. 게다가 고등학교도 시험 쳐서 들어가니 그 피곤의 적립량은 어마어마할 것이다.(어쩌면 지금은 대한민국이 더 앞질렀을까?)


인생의 초반부에 불과하건만, 그 한번의 입시경쟁으로 모든 것이 결정난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세상에 경종을 울리는 것까지는 좋다만, 그러기 위해서 가져온, 혹은 만들어낸 이야기가 많이 지나쳤다. 사건을 꾸민 사람들의 사연이나 사정에 수긍이 전혀 안 가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도 많이 지나치다는 느낌이었다. 한마디로 '설득력'이 떨어졌다. 일으킨 사건에 비해 그 속사정은 다소 작게 느껴졌던 것. 


드라마 대본용으로 만든 소설이었다. 아무래도 시나리오와 소설은 다른 법이니까 매력의 포인트가 같지 않겠지만, 어쩐지 그것도 변명이라고 느껴질 만큼 완성도가 부족했다. 극본 말고 그냥 소설을 쓰세요..ㅜ.ㅜ


이 작품 하나는 몹시 실망했지만, 그렇다고 미나토 가나에를 버릴 정도는 아니었다. 그의 다른 작품들은 여전히 관심이 간다. 게다가 최근작 '꽃 사슬'은 제목도 예뻐! 헌데 평점은 평범하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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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면조와 달리는 육체노동자
천명관 지음 / 창비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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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된다는 건, 지우고 싶은 기억을 새기는 것이라고 대학 때 한 교수님이 말씀해 주셨다.

어리다고 꼭 순수하고 깨끗한 것은 아니지만, 그냥 일반론으로 볼 때 대체로 어른이 되어갈수록 우리는 더 때묻고, 감추고 싶거나 지우고 싶은 기억들을 많이 갖게 된다. 나 역시도 그렇다.


하지만 어른들은 그런 속내를 감추거나 덮고, 또 아닌 척 위장을 하는 데에도 익숙하게 된다. 과연 성공했느냐의 여부와 상관 없이. 여기 이곳에 그런 어른들이 가득 담겨 있다. 삶이라는 무대에서 한껏 열연을 펼쳤지만, 이제는 무대에서 쫓겨나거나 떨어지거나, 혹은 무대가 홀랑 타버린... 그렇게 벼랑 끝으로 몰린 사람들이 가득하다.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어떻게 해야 하나 막막하기만 하지만, 그 와중에 쓰디쓴 유머 한자락도 뱉어낼 수 있는 그런 소박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들이다. 지질하고 갑갑하지만 연민 한줌 쥘 수밖에 없는 나와, 우리와 몹시 닮은 사람들의 이야기...


핑크 편이 유난히 마음이 쓰였다. 대리기사가 가장 만나고 싶지 않은 손님이 외제차를 몰고 있는 동창이라는 것. 크게 공감했다. 나도 그렇게 내 직업군에서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 꼭 걸맞지는 않지만, 어제 꼭 그런 기분을 느끼게 하는 상대를 만났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런 식의 만남이 꽤 있을 것 같다는 불편한 진실을 마주해야 했다. 가슴에 서늘한 바람이 불어왔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며 나이만 먹는 기분이다.


이럴 때 쓴 소주 한 병 정도 마셔줘야 뭔가 그림이 될 것 같았지만, 그저 진한 커피 한잔으로 대신했다. 수다를 조금 떨고 싶었지만 마침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말로 풀어낸다고 뭐 달라질 것도 없지만, 그냥 그 순간에는 혼자 있는 게 서러웠다. 그래서 책을 읽었다. 책 속 남자가, 여자가, 그들의 못난 행동들이, 지질한 변명들이 모두 나같고 나였고, 나일 것 같아서 눈물이 났다. 


마치 그 각각의 인물들을 모두 경험해본 것처럼, 마치 살아본 것처럼 자연스럽고 천연덕스럽게 서술해 가는 천명관의 거침없는 문장들. 페리 박의 사투리가 어색하지 않아서 의외였는데 원래 여수 출신이었다는 지성처럼, 천명관이 창조해내는 캐릭터들은 제각각 걸맞는 옷을 입고 마땅한 연기를 해내고 있다. 천생 이야기꾼이다.


개인적으로는 단편집을 좋아하지 않아서 아마도 그의 장편이 더 나에게는 맞을 것 같지만, 이 짧은 이야기들로도 천명관을 맛보는 데에는 손색이 없다. 이야기가 가득 필요한 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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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5-02-28 1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대화가 필요한 날이었군요.ㅠ
천명관 명성은 들었는데도 작품은 못읽었어요.

마노아 2015-03-01 21:08   좋아요 0 | URL
고래에 대한 명성이 자자한데 그 작품은 아직 못 보았어요.
한권만 읽었는데도 입담이 대단한 걸 바로 알겠더라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