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밤의 산책자들 현대문학 테마 소설집 2
전경린 외 지음 / 강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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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을 테마로 한 소설집이다. 참여한 작가는 전경린, 김미월, 황정은, 윤이형, 이홍, 기준영으로 작가 소개는 등단순이다. 전경린을 빼면 모두 처음 만난 작가들이었다. 반가웠다. 다양한 색채의 작가들이 모였으니 똑같은 주제 '서울'을 표현했다고 하더라도 그 내용과 분위기는 아주 많이 달랐다. 문장이 가장 아름다웠던 작가느나 전경린이었다. '편지' 형식으로 이야기를 진행시켰기 때문에 더 순화되는 분위기도 있었을 것이다. 불륜의 사랑을 끝내면서 상대방에게 편지를 보내는 형식으로, 그렇지만 부치지 못하는 편지라는 점에서 신경숙의 '풍금이 있던 자리'를 많이 닮았다. 그 애잔함까지 말이다.  

존재가 인내하던 불안의 끈을 놓쳐버리고 안도감 같은 공허의 검은 안개 속으로 실려 가는 거예요.-라는 문장은 지극히 문학스러운 문장이지만, 그 자체의 아름다움을 인정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밤은 검정색 헝겊으로 귀를 틀어막은 짐승 같았지요.-도 마찬가지. (21쪽) 

나를 가만히 놔둬요. 나도 당신들을 가만히 놔둘 게요...... 나는 그녀들의 꽃말을 생각했어요. 그녀들과 나의 닮은 점을 그때서야 깨달았어요. 이웃들과 달리,우리는 서로 심판하지 않아요. 그 여자들에게 우리는 자기들의 카페와 주방 바깥의 사람, 인생 바깥의 사람,스쳐갈 뿐 알고 싶진 않은 외국인, 아무리 보고 또 보아도 서로의 증인이 되지는 못하는 사람들, 그녀들과 우리, 서로가 무채색 배경에 지나지 않는 타인들이었지요. 서로 심판하지 않기 위해 더욱더 무관심해진 타인들,그것이 이웃이었어요.-25쪽 

위 글에서의 '이웃'이 '서울'을 대변하는 대표적인 말이 아닐까 싶었다. 내가 당신들을 가만히 놔두는 것처럼 당신도 나를 가만히 놔두라는 무언의 항변이, 익명석을 강조하고 그것에 파묻혀 하루하루를 보내는 서울, 현대인들의 모습이 잘 포착되었다. 그리하여 아무리 보아도 서로의 증인이 되지 못하는 사람들.... 아프게 인정하는 단어다. 서로 심판하지 않기 위해 더욱더 무관심해지는 우리네들. 그것이 편하다고 느끼면서 동시에 외롭다고 여기는 모순성까지 아득하다. 

어느 날, 세월이 흐른뒤, 어느 날 말이에요, 당신이나 내가 세상과 작별했다면,우리, 홀러다니는 소문으로 그 소식을 알리지 말아요. 예의를 갖춘 정식 부고를 주고받고 싶어요. 별세의 날이 다가올 즈음 비밀스러운 주소 하나를 누군가에게 맡기는,그 정도 부탁은 가족에게 할수 있지 않을까요...... 또다시 오랜 시간이 흘러간 뒤에 말이에요. 우리가 낙엽처럼 가벼워져서 한걸음으로 훌쩍 공기 속으로 넘어가게 될 때요. -35쪽 

그리고 위 글은 참으로 당부하고 싶은 말들이다. 온라인에서 마주치는 무수한 인연들은 쉽게 만나지는 만큼 쉽게 헤어지고 부서진다. 부득이 당신이 이 자리를 떠나야겠다면 굳이 말리지 않겠지만, 그래도 작별인사는 해주었으면 한다. 어느날 문득 당신의 빈자리를 알아차리고 허탈해지는 일이 없게 말이다. 온라인 아니라 오프에서의 만남 역시 마찬가지다. 

김미월의 '프라자 호텔'은 시골에서 상경한 티를 팍팍내는 신입생 이야기에 꽤 웃음을 자아냈다. 휴가를 호텔에서 보내는 것으로 일종의 의식을 치르는 부부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추억 속 이야기가 겹쳐지면서 뭔가 애틋한 분위기도 내보았지만, 그래도 이 작품에 실린 이야기들 중에서는 가장 평범하고 무난한 가족의 이야기가 아니었나 싶다. 작품이 무난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작품은 충분히 좋았다. 

황정은의 '양산 펴기'는 짧은 글 안에서 작가의 매력을 십분 발휘해 놓았다. 건조하고 딱딱하게 이야기하지만 등장인물의 애정과 성격과 상황이 잘 드러나 있었다. 유머와 풍자도 잘 녹아 있다. 더 만나고 싶은 작가다.  

윤이형의 결투는 무척 SF스러웠는데, 있을 법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단막 극장에서 한 시간짜리 영상으로 만들어도 좋을 작품이었다. 자신과 동일한 DNA를 가진 분리체와 결투를 통해 살아남은 자가 오리지널 인간이라고 증명되는 세상의 이야기, 그리고 그 결투장의 진행요원이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이런 이야기에서 '서울'을 어떻게 끌어낼까 궁금했는데 두 달 동안 세 번이나 분리를 겪은 최은효라는 인물을 통해 단서가 잡힌다. 자신과 동일한 인물과의 동거가 그럭저럭 가능했던 것은 서울 바깥에서의 생활이었기 때문이었다. 서울로 들어서는 순간 자신의 분리체는 제거할 수밖에 없는 불편하고 껄끄러운 존재가 되고 만다. 고비용도 문제지만 몰인간적 성향으로 몰아가곤 하는 이 도시의 성향이 확 느껴져서 아찔함이 느껴졌다. 

이홍의 '삼인구성의 가정식 레시피'는 이 작품집 안에서 가장 섬뜩한 내용을 담았다. 자신의 목표와 이득을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3인 구성의 가정식 레시피를 고집하는 한 여인이 등장한다. 그 여인은 제 가족의 건강과 아이의 교육적 성취가 지상 최고의 목표다. 그러기 위해서 타인의 삶과 안녕 따위는 한줌 재보다 못한 존재로 전락한다. 추리적 재미까지 더해져서 더 긴장감을 주었는데 이 작품도 역시 단막극장으로 옮겨져도 좋을 것 같다. 

마지막 작품 기준영의 '시네마'는 가장 읽기 힘든 환경에서 읽기도 했지만 몰입이 잘 되지 않았다. 소설을 풀어가는 방법도 무척 난해해서 나로서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아서 달리 남길 말도 많지 않다.  

두번째 테마 소설집인데 첫번째도 찾아보니 역시 '서울'을 주제로 하고 있다. 이 작품과 달리 평점이 생각보다 박해서 당장 읽고 싶지는 않지만 조금의 흥미는 생겼다.  

태어나서 줄곧 살아온 서울이라는 도시. 전원 생활의 낭만과 로맨틱함에 대해서는 그야말로 '이상'이라고 생각할 뿐인 사람인지라, 잠시 잠깐 휴가로는 가고 싶어도 가서 살고 싶지는 않아하는 전형적인 도시 여자인 나. 이 삭막하고 차가운 도시의 날선 느낌을 섬뜩해 하지만, 이 도시를 떠나서 살고 싶은 마음은 좀처럼 먹지 않는 그런 사람인 나. 그런 입장에서 만나는 서울의 이야기들은 깊이 공감하게 하면서도 안타까운 연민도 느끼고 말았다. 그 외로운 고단함이 비단 서울 사는 사람만이 느끼는 감정이라고는 여기지 않는다. 도시 생활을 한다면 공감할 것이고, 아니어도 대한민국의 현대를 사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을 감정들이다. 어쩌면 자기 연민이고 자기 위안일 것이다. 그냥 센치해지기 참 좋은 가을밤이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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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11-11-07 2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경린의 단편이 실려서, 구매하려고 보니, 다른 작가들이 죄다 모르는 작가들이라 패쓰해야 겠어요. 전경린 단편은 서점에서 걍 읽어 보렵니다~

마노아 2011-11-07 22:19   좋아요 0 | URL
저도 전경린 외에는 모두 처음 만나는 작가였는데 기대 이상으로 좋았어요. 낯선 만남도 때론 반가워요.^^
 
헬프 2
캐서린 스토켓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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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이야기는 1962년 8월부터 시작한다. 흑백 인종 간의 갈등이 최고점으로 치달을 시점, 그리하여 백인 집에 고용된 흑인 가정부가 몹쓸 대접을 받고 있던 시점의 이야기이다. 화자는 모두 세 명 등장한다. 장성한 아들을 잃고 실의에 빠졌더랬지만, 지금은 우정과 신앙의 힘으로 털고 일어나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아이빌린과, 술주정뱅이 남편과 다섯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미니, 그리고 볼품없이 깡마르고 지나치게 큰 키에 곱슬머리까지 신경질 나게 하는, 대학을 갓 졸업하고 집으로 돌아온 스키터다. 

아이빌린은 미스 리폴트 집에서 일을 한다. 이제 두살이 된 메이 모블리 리폴트를 돌보는 것이 주된 일이다. 미스 리폴트는 제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귀찮은 물건 취급하는 허영에 들뜬 여자였다. 그런 미스 리폴트의 비위도 맞추면서 아이빌린은 어린 메이 모블리가 편견에 싸이지 않은 채 자랄 수 있도록 동원할 수 있는 최대의 지혜를 끌어모은다. 아이빌린이 이 이야기 속에서 메이 모블리에게 제공하는 사랑은 그녀가 평생에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은총이었고 축복이었다. 비록 그 시간이 길지는 못했지만. 

미니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입바른 소리 잘하는 것으로 잦은 해고를 당했던 미니는 가는 귀가 먹은 미스 월터의 집에서 일을 했다. 그런데 잭슨 마을의 최고 요리사이기도 한 그녀의 솜씨를 월터의 딸인 미스 힐리가 탐을 낸다. 그녀는 교활한 방법으로 미니를 자신의 가정부로 만들고 싶어했다. 그녀가 도둑질을 했다고 헛소문을 퍼뜨린 것이다. 미니는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었고, 어디서도 받아주지 않아 전전긍긍했다. 그렇게 사면초가로 만들면 제 앞에 백기를 들 거라고 미스 힐리는 여겼겠지만, 미니는 그녀만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아주 통쾌한 복수를 해버리고 자리를 떠난다. 비록 충격적인 복수의 전말 때문에 소문은 나지 않겠지만, 여전히 그녀는 실직 중이고, 그게 좀 더 이어진다면 남편의 매를 피할 길이 없어진다. 그러한 때에 미스 셀리아의 등장은 미니에게 구원 투수나 다름 없었다. 

미스 셀리아. 그녀는 독특한 존재였다. 미니가 그녀의 집을 방문했을 때 차를 내오겠다며 앉아있으라고 말을 해준 사람이었다. 흑인 가정부를 위해서 백인 주인이 차를 내온다? 당시엔 듣도 보도 못한 일이었다. 미니가 당황한 것은 당연하다. 남편 몰래 가정부 일을 해주고 자신에게 요리를 가르쳐달라며 미스 셀리아는 미니가 받던 임금의 두 배를 제시했다. 엉뚱하기도 하고 마을의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 패션 감각을 자랑하고 있지만, 미스 셀리아는 그 마을의 백인 여자들 중에서 가장 착한 사람 중에 하나였다. 그게 진심이라는 것을 미니가 온 몸과 마음으로 체득하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렸지만. 

미스 스키터. 그녀는 미스 힐리와 미스 리폴트와 브릿지 친구다. 학교 동창이기도 했고, 마을에서 함께 자란 어린 시절부터의 친구였다. 다만 그녀들처럼 유색인들을 대놓고 차별하거나, 속으로 차별하는 사람이 아니었을 뿐이다. 그런 배경에는 콘스탄틴이 존재한다. 그녀의 집에서 무려 29년을 일한, 23년 간 미스 스키터를 돌봐준 엄마보다 더 엄마같은 존재였다.  

"진짜 못난이는 가슴속에 살지요. 못난이는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야비한 사람이거든요. 아가씨도 그런 사람일까요?"
"모르겠어요. 안 그런 것 같아요."

"아침마다, 죽어서 땅에 묻힐 때까지 이렇게 다짐해야 해요. 자기 자신에게 물어봐야 해요. 저 바보들이 오늘 내게 지껄인 말을 믿을 것인가?" -1권 110쪽 

외모에 대해 놀림을 받고 돌아온 어린 스키터에게 콘스탄틴이 해준 말이었다. 그녀의 외모에 대해 그녀 자신보다 더 신경을 많이 쓰고, 그리하여 아이로 하여금 콤플렉스를 갖게 하는 엄마보다 콘스탄틴의 처방이 더 현명하다. 그렇지만 늘 따뜻하게 토닥여주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때로 강해질 것을 요구할 때도 있다. 

내가 열다섯 살이 됐을 때 새로 전학 온 여자애가 나를 가리키며 "얘는 황새야?"라고 했다. 그러자 힐리마저 쿡 터지려는 웃음을 참으며 그애가 한 말을 못 들은 것처럼 나를 잡아당겼다.
"콘스탄틴은 키가 얼마나 커요?" 내가 흐르는 눈물을 감추지 못하며 물었다.
콘스탄틴이 눈을 가느다랗게 뜨며 나를 보았다. "아가씨는요?"
"180." 나는 울먹였다. "벌써 남학생 농구부 코치보다 커요."
"나는 185니까, 스스로를 동정하는 건 그만두세요."  -1권 114쪽 

이렇게 각별했던 콘스탄틴이었다. 집을 떠나서 멀리 대학교에 다닐 때에도 편지를 주고 받으며 애정을 과시했던 그 콘스탄틴이, 졸업해서 돌아와 보니 집에서 사라졌다. 엄마는 그녀가 시카고로 갔다고만 얘기할 뿐, 숨은 사연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있었다고만 짐작할 뿐, 스키터는 알아낼 수 있는 것이 없어서 답답하기만 하다. 그러다가 미스 리폴트의 집에서 화장실 사용 건으로 모욕을 당하는 아이빌린을 목격한다. 미스 힐리는 유색인들이 백인들이 쓰는 화장실을 쓰면 안 된다며, 미스 리폴트에게 실외에 따로 화장실을 만들 것을 요구한다. 유색인들을 병균 보균자로 취급하는 미스 힐리가 불편했지만 미스 스키터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알지 못한다. 현실을 바꾸고 싶지 않냐고 아이빌린에게 묻지만, 그 질문은 아이빌린에게도 당황스러울 뿐이다. 

미스 스키터는 나더러 현실을 바꾸고 싶지 않은지 묻는다. 미시시피 주 잭슨을 바꾸는 것이 전구를 갈아 끼우는 거나 마찬가지라는 듯이.  -1권 48쪽 

편집 일을 해오면서 글을 쓰고 싶었던 미스 스키터는 뉴욕의 유명한 출판사에 이력서를 보낸다. 그리고 그곳 편집장으로부터 진정한 조언을 듣는다. 일단 어느 쪽이든 경력을 쌓아야 했던 스키터는 <잭슨 저널>이라는 지역 신문사에서 칼럼 일을 맡는다. 미스 머나가 쓰던 살림에 대한 지식인 답변스런 글을 쓰는 일이었는데, 살림이라곤 쥐뿔도 모르는 스키터에겐 도움이 필요했다. 그래서 아이빌린을 찾았다. 처음엔 아이빌린의 지혜와 지식을 구했지만, 스키터는 자신이 진정으로 쓰고 싶은 글의 인터뷰어로 그녀를 원했다. 백인의 집에 고용된 흑인 가정부로서의 경험담을 구했던 것이다. 당연히 딱지를 맞았다. 때는 1960년대 초반이었다. 어느 반듯한 흑인 청년은 백인 화장실을 썼다는 이유만으로 구타를 당해 실명하고 말았다. 그들의 이웃의 이야기이다. 목숨을 걸기에는 스키터의 서툰 열정은 아직 지나치게 덜 익었다. 아이빌린을 비롯해서 미니, 그리고 그밖의 많은 가정부들의 입을 열기에는 좀 더 극적인 사건들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을 작가는 차분하게 절정으로 끌어당기며 하나씩 풀어놓는다. 그리하여 2권 율 메이의 편지에 다다르면 최고 정점을 한 번 찍는다. 그녀가 고백했던 것이다. 

제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간 건 아마 모르실 거예요. 결혼만 하지 않았다면 졸업했을 거예요. 대학 졸업장을 못 받은 것이 평생 한이 되었지요. 하지만 그것을 보상해주는 소중한 쌍둥이 아이들이 있어요. 아이들을 투갈루 대학에 보내려고 십 년 동안 날마다 돈을 모았지만 등골이 휘게 일했는데도 둘을 모두 보낼 돈은 마련하지 못했어요. 아이들은 똑같이 똑똑하고 똑같이 배움에 대한 열의가 높아요. 하지만 돈은 한 명을 보낼 만큼이라,그래서 여쭙겠는데, 만약 제 입장이라면 누구를 대학에 보내고 누구를 타르 칠 하는 일을 시키겠어요? 한 명에게 인생의 기회를 주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그 아이에게 다른 한 명만큼 너도 사랑한다는 말을 어떻게 할 수 있겠어요? 그럴 수는 없지요. 어떻게든 그것을 가능하게 할 방법을 찾을 거예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말이지요. -2권 26쪽 

열 수 없을 것 같던 입을 열고, 쓸 수 없을 것 같던 글을 쓰고, 그리고 낼 수 없을 것 같던 책을 만들게 된다. 그녀들이 말이다. 도저히 섞일 수 없을 것 같던 그들 사이에 신뢰가 싹트고, 우정이 무르익고, 인간적 유대감이 켜켜이 쌓인다. 무수한 위험에 직면했고, 생존의 존폐가 내내 흔들렸지만 그들은 극복해 내었다. 그리고 마침내 커다란 웃음을 지을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세상은 금방 장밋빛으로 물들지 않는 법! 여전히 미스 힐리는 저들 유색인들을 벌레만도 못한 존재로 여기며 짓밟고, 그것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느끼며 살아갈 것이다. 미스 리폴트는 위선으로 가득 찬 제 모습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면서 일말의 양심의 가책은 느낄 것이다. 그리고 비록 어깨는 폈지만 아이빌린은 당장에 생활고를 겪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가 느낀 진정한 의미의 자유는 그녀가 잃은 것보다 훨씬 크고 값진 것이었다. 그녀가 위대했던 것은 메이 모블리와의 이별 과정에서 보여준 사랑이었다. 

나는 아이의 갈색 눈동자를 들여다보고 아이도 내 눈을 본다. 오, 이 아이의 눈빛은 천 년을 산 사람처럼 원숙한 영혼의 눈빛이다. 그리고 맹세하건대, 저 아래 깊숙한 곳에서 아이가 자라면 어떤 여자가 될지 보인다. 미래가 반짝 불을 켠다. 키가 크고 자세가 꼿꼿하다. 당당하다. 머리 모양은 훨씬 예쁘다. 그리고 내가 머릿속에 심어준 말들을 기억한다. 다 자란 숙녀가 되어서도 기억한다.
그 순간 아이는 내가 원하는 것을 말한다. "나는 착해요." 아이가 계속 말한다. "나는 똑똑해요. 나는 소중해요."  -2권 340쪽 

아이가 제 엄마를 미워하지 않게 말을 고르고, 이제 네살 밖에 되지 않은 이 아이의 가슴 속에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가장 중요한 메시지를 심어주는 위대한 아이빌린. 아이는 그녀의 바람대로 친절하고 똑똑한, 그리고 소중한 아가씨로 성장할 것이다. 결코 제 엄마를 닮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의 시작과 끝은 모두 아이빌린이 열고 닫았다. 세 명의 주인공이 나오지만 진정한 주인공은 그녀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영화 '헬프'에서 자막이 올라갈 때 스키터의 이름이 먼저 나온 것은 무척 실망스러웠다. 이런 영화에서조차 차별하십니까? 소리가 나올 만큼. 

무한한 신뢰와 따스한 인간미를 아이빌린이 담당했다면, 진정한 유머와 통쾌한 복수는 미니의 몫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영화에서도 아주 적절한 캐스팅으로 잘 표현해 주었다. 뉴욕으로 가지 않겠다고 말하는 스키터에게 전하는 미니의 맵고 따끔한, 그러나 진정한 우정이 깃든 충고를 들어보시라. 

"내 말 잘 들어요,미스 스키터. 나는 아이빌린을 보살필 거고 아이빌린은 나를 보살필 거예요. 여기에서 당신에게 남은 건 주니어 연맹에 속한 당신의 적들에게 시달리고 당신 어머니 때문에 술잔을 기울이는 일뿐이에요. 당신은 이곳에서 다리란 다리는 깡그리 태웠어요. 이 타운에서는 새 남자친구도 절대 사귀지 못할 거고,그건 모두가 알지요. 그러니 뉴욕까지 그 하얀 궁둥이를 흔들면서 걷지 말고 뛰어가란 말이에요!”  -2권 310쪽 

그리고 이들 진한 피부를 가진 여자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하얀 얼굴을 가진 스키터. 그녀는 이 작품에서 발군의 성장을 기록한다. 키로도 다른 사람들을 압도할 만큼의 길이를 자랑하지만, 그녀가 보인 영혼의 성장도 참으로 눈부시다. 콘스탄틴에 대한 추억으로 그녀가 다른 백인 여성들보다 유색인들의 인권에 대해서 보다 관심을 보인 것은 사실이었지만, 아직 설익은 감정에 불과했다. 책을 쓰기 시작할 때도 그랬다. 책의 대부분은 아이빌린과 미니가 만들어준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책이 완성되어 가고, 그 다음에 책이 나오고 난 뒤에 그녀가 보여준 행보는 그녀 영혼의 키도 한 뼘 이상 컸음을 제대로 시사했다. 이제 보다 높이, 보다 멀리 바라볼 줄 알게 된 그녀는 스튜어트에게도 '노'라고 말할 수 있게 되었고, 엄마의 편견을 바로잡아주고 아버지를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는 사람이 된다. 그리고 그러한 스키터의 성장은 잭슨 마을의 핍박받던 무수한 유색인들에게도 우정의 이름으로 다가온다. 진정 훈훈한 결말이라 할 수 있다.  

영화 이야기도 잠시 해보자. 지난 수요일에 시사회에 당첨되어서 영화를 볼 수 있었다. 기네스에 올랐다는 커다란 스크린은 정말 무식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컸다. 너무 커서 앞자리가 아닌데도 머리가 아팠다. 그리고 영화는, 애석하지만 몹시 졸작이었다. 이렇게 좋은 원작을 가지고 그렇게밖에 표현을 하지 못했다는 것에 대해 감독은 깊이 반성하시라. 혹시 원작을 먼저 읽은 탓에 나만 그렇게 여겼나 싶어, 원작을 읽지 못한 동행에게 물었더니 나의 야곱 역시 영화가 많이 부족하다고 말을 한다. 누군가는 감동 깊게 보았을 테지만, 그것은 이 작품의 소재와 결말이 주는 훈훈함 때문일 것이다. 영화나 소설 둘 중 하나만 고르겠다고 한다면 기필코 소설 쪽을 고르라고 권하고 싶다. 지금 당신이 살고 있는 이 세상이 어떠한 피눈물 속에서 이만큼 자라 있는지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가야 할 길이 아직도 멀고 멀었다는 것도 한숨 대신 기운을 차리며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마음을 먹게 하는 소설이라니, 참으로 고마운 일이 아닌가. 옮긴이의 말을 마지막으로 덧붙여 본다. 우리 안의 선에 대해서 한 번 더 곱씹어 보면서......

흑인과 백인을, 더 크게는 인종과 인종을 갈라놓는 선이 점차 사라지는 것도 사실이겠지만 한편으로 확산되고 변형되는 것도 사실이다.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이 책의 핵심은 우리는 그저 두 사람이야, 우리를 가르는 건 그렇게 많지 않아,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적어, 하고 깨닫는 것이라고. 우리는 이 말에 진심으로, 얼마나 동의하는가.  -2권 35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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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메이 아줌마 (반양장) 사계절 1318 문고 13
신시아 라일런트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사계절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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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그리움을 한껏 담은 책이다. 작품은 첫 소절부터 제목의 메이 아줌마의 죽음을 고했다. 남겨진 사람이 그리움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서머에게 메이 아줌마는 각별한 사람이었다.  

오하이오에서는,항상 누군가가 해야만 하는 숙제 같은 신세였던 그 곳에서는 먹는 일이 조금도 즐겁지 않았다. 내가 잠깐씩 지냈던 집들은 하나같이 음식에 대해 몹시 까다로웠고,내가 먹을 음식에 대해서는 특히 더 그랬다. 그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어쨌든 나는 어느 단추를 눌러야 컵 속에 먹을 것이 떨어질지 몰라 허둥대는 실험실 속의 생쥐가 된 심정이었다. 우리에 갇힌 채 먹이를 구걸하는 생쥐. 바로 그런 심정이었다. -14쪽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고 이곳저곳을 전전긍긍했던 서머를, 메이 아줌마와 오브 아저씨가 데려오기로 결심했다. 두 분은 친척집을 방문했다가 서머를 보았는데 우유 한 잔 더 달라는 말도 하지 못하는 이 가엾은 아이를 보는 순간 아이들 데려가기로 바로 결정했다. 두사람은 이미 나이도 많았고 건강하지도 않았지만, 누구보다 간절하게 아이를 원했다. 그리고 이 아이에게도 자신들에게도 그때가 베스트 타이밍이라는 것을 알아차린다. 

한때는 왜 하느님이 너를 이제야 주셨을까 의아해하기도 했지. 왜 이렇게 다 늙어서야 너를 만났을까? 나는 집 안이 좁을 만큼 뚱뚱한데다 당뇨병으로 고생하고 있고,아저씨는 해골처럼 삐쩍 마르고 관절염까지 앓고 있으니 말이야. 3,40년 전에 너를 만났다면 쉽게 해줄 수 있었던 일들을 이제는 해주지 못하잖니.
하지만 그 문제를 생각하고 또 생각해 보니, 어느 날 답이 떠오르더구나.
하느님은 우리 마음이 더욱 간절해지길 기다리신 거야. 아저씨와 내가 젊고 튼튼했으면 넌 아마도 네가 우리한테 얼마나 필요한 아이인지 깨닫지 못했을 테지. 넌 우리가 너 없이도 잘살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겠지.
그래서 하느님은 우리가 늙어서 너한테 많이 의지하고, 그런 우리를 보면서 너도 마음 편하게 우리한테 의지할 수 있게 해주신 거야. 우리는 모두 가족이 절실하게 필요한 사람들이었어. 그래서 우리는 서로를 꼭 붙잡고 하나가 되었지. 그렇게 단순한 거였단다. -124쪽 

'간절함'과 '절실함'이란 단어가 눈으로 파고든다. 만나야 할 사람들이 만났다. 고마운 일이다. 서로 애틋하게 사랑하는 메이 아줌마와 오브 아저씨를 건강하게 받아들인 것은 서머가 어려서 받은 사랑에 기인한다. 아주 어린 나이에 엄마를 잃었음에도 서머는 엄마가 자신에게 주고 간 사랑의 크기를 알고 있다. 

기억은 나지 않지만 나도 그렇게 사랑받았을 것이다. 틀림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날 밤 오브 아저씨와 메이 아줌마를 보면서 둘 사이에 흐르던 것이 사랑이라는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 우리 엄마는 살아 계셨을 때 윤기나는 내 머리카락을 빗겨 주고,존슨즈 베이비 로션을 내 팔에 골고루 발라 주고,나를 포근하게 감싼 채 밤새도록 안고 또 안아 주었던 게 틀림없다. 엄마는 자신이 오래 살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그래서 다른 엄마들보다 훨씬 더 오랫동안 나를 안아 주었던 게 틀림없다. 그리고 그 때 받은 넉넉한사랑 덕분에 나는 다시 그러한사탕을 보거나 느낄 때 바로 사랑인 줄 알 수 있었던 것이다. -9쪽 

증명할 수 없는 이야기지만, 서머의 짐작이 맞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는 이렇게 사랑을 주는 아이로 자라지 못했을 것이다. 빨강머리 앤이 떠오르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렇게 애틋하고 절절한, 고마운 메이 아줌마가 밭일을 하다가 돌아가셨다. 반려를 잃은 오브 아저씨도, 그리고 소중한 보호자를 잃은 서머도 어찌할 바를 모르고 혼란스러워했다. 북받치는 설움과 아픔이 있음에도 서머는 울지 못했다. 지금 무너져 내리면 걷잡을 수 없다는 것을, 이제 열두 살이 된 아이가 본능적으로 알아차린 것이다. 오브 아저씨의 슬픔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더 불안해할 서머를 위해서 좀 더 일찍 털고 일어났으면 좋았을 것을...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만큼 메이 아줌마의 자리가 컸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이야기의 전환은 친구 클리터스의 등장으로 이뤄진다. 꽤나 괴짜인 이 녀석이 오브 아저씨와 제법 통했던 것이다. 새침한 서머는 클리터스를 경계했다. 더구나 죽은 메이 아줌마가 곁에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는 오브 아저씨에게 심령교회 얘기까지 꺼낸 것은 서머에게 있어서 화가 날 일이다. 흔히 우리가 하는 얘기로, 죽은 사람이 우리 곁에서 지켜줄 거란 말을 정신적인 의미가 아닌 물리적인 의미로 받아들인다면 누구라도 난감할 것이다. 게다가 그것을 확인까지 하려고 한다면 말이다. 이때부터 이들의 이야기는 로드무비처럼 흘러간다. 그 과정에서 벌어진 예기치 못한 반전과, 다시 재반전 등이 찡하면서 짠하게 진행된다. 그래도 오브 아저씨가 어른의 입장으로서 제 몫을 다해서 고마웠고, 거기엔 필시 메이 아줌마가 힘을 준 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작품의 말미에 옮긴이의 말도 인상적이었다. 

일상 속에서 함께 살아가던 사람이 사라진다는 것,부재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부재인 동시에 한 공간 속에서 그와 함께 있었던 '나'의 부재를 뜻한다. 곧 그 존재의 상실과 더불어 '나'의 상실이 초래되는 셈이다. 그 상실과 부재의 공간을 메우고, 살아남고, 살아가는 것은 이제 살아 있는 자들의 몫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그들 마음속에 응어리져 있는 부재와 상실의 아픔과 화해해야 한다. 작가는 그 화해의 열쇠를 '사랑'에서 찾는다. -131쪽 

부재와 상실, 그리고 그것을 채우기 위해 다시 일어서는 사람들의 사랑이 참으로 아름답게 묘사된 책이었다. 어려운 주제를 이해하기 쉽게 풀어주었고, 성장하고 자라는 아이와 어른의 모습이 모두 조화롭게 어울렸다. 뉴베리 상에 빛나는 아름다운 작품이다. 언뜻 '홀리스 우즈의 그림들'과도 무척 통하는 소재였는데, 그 작품도 '뉴베리상'을 탔다는 것은 역시 흥미로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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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벌루션 No.0 더 좀비스 시리즈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폴리오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더 좀비스 시리즈의 완결판이지만, 이들 이야기의 최초 지점에 해당하는 책이 나왔다. 레벌루션 No. 0다.

이야기의 첫 부분에 해당하기 때문에 '더 좀비스'란 별칭도 아직 생기기 전이고, 좀비스다운 맹활약도 무척 약하다. 아이들은 일류고등학교에 둘러싸인 삼류고등학교에 막 진학한 상태이고, 사회와 가족, 그리고 스스로 둘러친 울타리 안에서 무기력하게 주저앉아 있는 상태였다.

사건의 시작은 학교의 1학년 전체 합숙 훈련이었다. 난데 없이 학생들을 3박4일 동원 훈련을 시키는데 그 강도가 거의 짐승 부리듯 하는 게 아닌가. 기합을 위한 기합, 때리기 위한 규칙, 낙오자를 만들어내서 퇴출하기 위한 프로그램이 폭력적으로 진행되었다. 그리고 아버지를 학교 선생님으로 두고 있는 노구치 덕분에 학교 쪽의 음모를 알아차리게 된다.

학교에서는 낡은 체육관을 철거하고 새 건물을 짓기로 했는데, 그 돈을 마련하기 위해서 입학생을 정원보다 무려 200명이나 더 받았다. 그 학생들은 수업료와 운영비의 공급자일뿐, 학교가 소화시킬 마음을 먹지 않은 학생들이었다. 일부러 성적이 낮은 학생들을 받은 것도 그때문이었다. 그리고 그후 지금까지 학생들을 퇴학시킬 명분을 두루 찾던 중, 확실하게 스스로 나가게 만들 건수로 합숙 훈련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가슴 아픈 건, 사회의 코너에 몰려있는 이 아이들은, 학교를 떠날 때에도 그 원인이 자신에게 있다고 여기지 자신이 음모에 의해 쫓겨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없다는 것에 있었다.   

"우리 아버지가 그랬어. 일부러 성적이 나쁜 학생 200명을 골라서 입학시켰다고. 그런 학생들은 정학을 당하든 퇴학을 당하든, 본인이나 학부모나 자기들을 탓하지 학교 탓을 하지 않기 때문에 클레임도 걸지 않는다고. 그래서 안심이라고."
어렸을 때부터 오랜 시간을 두고 세뇌된 '너는 공부를 못한다.'는 열등감과 죄의식이 더러운 술수에 이용되어 보다 깊게 뿌리를 내린다. 우리의 말이 그들을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목소리를 내는 것조차 가능하지 않다.– 71쪽 

아이들은 학교 쪽의 시커먼 속을 알아차렸지만, 여기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알지 못했다. 폭력 체육 교사 사루지마를 돌려서 비아냥거리기도 하지만 여전히 그들은 약자에 불과했다. 하지만 소소한 곳에서 시작된 용기가 하나의 횃불이 될 때가 있다. 아이들은 합숙소를 도망치기로 결정했고, 실행에 옮기기 위해 머리를 모으고 용기를 끌어안았다. 그 과정에서 이미 더 좀비스의 애독자라면 익히 알고 있을 멤버들의 특징과 실력이 제대로 발휘되었다.

사실 기존에 나왔던 레벌루션 넘버3나 플라이 대디 플라이, 스피드만큼 이 책이 유쾌하고 재밌지는 않았다. 분량도 훨씬 적었고 이미 앞서의 작품으로 높아진 기대치를 채우기에는 많이 부족해 보였다. 그래도 애정은 무시할 수 없는지, 순간적으로 안기고 싶어졌다는 아기에 대한 묘사나, 여전히 머피의 법칙을 몰고 다니는 야마시타, 그리고 한 카리스마 하는 순신의 존재는 반갑기 그지 없다. 그리고 아들 앞에서 센 척해 보지만, 폭력 교사에게 1대1로 대항할 마음은 감히 먹지 못하는 미나가타 아버지의 이중성에서 어른의 비겁함에 대한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그것이 비단 그 사람 하나의 모습은 아닐 거라고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는 것이다. 또 삼류 고등학교에 다닌다는 이유로 사회에서 이미 루저로 낙인 찍혀버린 모습은 비단 그 아이들만의 이야기가 아니기에 또 다시 쓸쓸함을 느끼게 된다. 
 
비록 이 아이들이 당찬 구석이 있고, 앞으로 꽤나 시원스런 모험을 즐길 거라는 것을 알지만, 그것만으로 아이들의 미래가 밝아지지는 않는다. 오늘날의 사회란 소수를 제외하고는 10대와 20대, 사실은 그 이상의 나이에게 모두 가혹하기만 하니까.

하지만 경계를 뛰어넘기 위해서 도전하고 깨지고 다시 일어선 그 용기에 대해선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 당당함만은 언제든 빛이 나는 법이니까.

덧글) 48쪽에 이렇게 길들어 간다.>>>길들여 간다가 맞지 않나?
        54쪽 5줄. 우리는 코와 입에서 흐르는 피를 흙 묻는 체육복 소매로>>>흙 묻은     

표지 이야기 잠깐! 새로 바뀐 이 시리즈들의 표지가 참 마음에 안 들었는데, 이번 편을 읽으면서는 '더 좀비스'의 장난스럽고 치기어리지만, 그래도 꽤 지지해주고 싶은 깜냥에 어울려 보이기도 했다. 이젠 옛날 디자인을 더 이상 그리워하지 않겠다. 뭐, 그때 디자인이 아주 마음에 들어서 불만이었던 것도 아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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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1-09-09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락 이동하는 현상 때문에 고치기를 십여 차례. 새로 써도 여전히 이동하는 단락들. 리뷰 쓸 때마다 아주 환장하겠다ㅠ.ㅠ

순오기 2011-09-11 0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추석날 보름달 못본다는데~~ 둥그런 내얼굴이라도 떠올려봐요.^^
즐겁고 화목한 명절 지내시기를...

마노아 2011-09-11 09:06   좋아요 0 | URL
하핫, 보름달 대신 본인 얼굴 보라는 분이 지금까지 두 분이에요.
제 얼굴도 거기다가 하나 추가해야겠어요.^^
순오기님도 화목하고 즐거운 명절 보내셔요~

2011-09-11 06: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11 09: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귀가도
윤영수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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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사람 문성현'으로 처음 만났던 윤영수 작가의 단편 모음집이다. 착한 사람 문성현 때도 앞의 세 작품은 연작소설이었는데, 이번에도 앞의 세 작품은 '귀가도'라는 제목으로 묶이어 1,2,3의 소제목이 따라붙었다. 여전히 소시민들의 오밀조밀한 삶의 모습을 아주 자세히 묘사하고 있고 전작보다 유머러스함은 더 보태었다.  

첫번째 귀가도가 제법 무겁게 진행되었는데 두번째 귀가도에서 해학을 만났다. 지하철 2호선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정거장이 바뀔 때마다 서로 다른 사람을 시점으로 해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시작은 230 번호를 붙인 신림역에서 시작됐다. 노약자석의 ㄱ 노인이 선 채로 졸고 있는 청년 ㅈ에게 빈 자리를 권했던 것이다. 아직 두 자리가 비어 있었기 때문에 한 자리쯤 차지해도 무방하겠거니 여긴 ㅈ은 한 번 사양하고 두 번째에 자리에 앉았다. ㄱ 노인은 자리값이라도 되는 양 자기 이야기를 주욱 풀어냈지만 어느새 잠이 든 ㅈ 때문에 무안하기만 하다.  

그리고 226사당 역에서 사단이 났다. 두 노인이 노약자 석 앞에 섰고, 좀 더 몸이 빨랐던 ㄴ 노인이 자리에 앉았고 가장 나이가 많았던 ㄷ 노인은 선 채로 난감하다. 그러자 보다 젊지만 앉아서 무안했던 ㄴ노인이 ㅈ에게 버럭 고함을 쳤다. 잠에서 깬 ㅈ은 반사적으로 일어나 일반석으로 갔는데 때마침 누군가 자리에서 일어나 앉아 갈 수 있었다.  

이제 225방배역이다. 노약자석의 ㄱ,ㄴ,ㄷ 노인은 요즘 젊은이들의 뻔뻔함을 성토하느라 바쁘다. ㄱ노인은 자신이 권해서 앉았다는 얘기는 절대 하지 않는다. 혼자 떠들었던 무안함에 대한 복수라도 하려는 듯 보인다. ㄴ노인이 가장 목소리를 높이니, ㄷ노인은 그 덕분에 자신이 자리에 앉은 것처럼 느껴져서 불편하다. ㄴ의 기세를 보니 가장 나이 많은 자신이 쫓아가서 ㅈ을 혼내줘야만 할 것 같다.  

222강남역에서 아기 엄마가 탔다. ㅈ이 일어나 자리를 권한다. 아까는 밤을 새워 정신없는 와중에 ㄱ 노인의 권유로 앉았지만 아기 엄마를 외면할만큼 뻔뻔한 인사는 아니었다. 노약자 칸의 분노 게이지 상승과 달리 일반석의 아기 엄마 주변에선 아기가 예쁘다며 호호하하 웃음소리 가득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다. 그런 분위기를 알지 못하고 ㄴ노인의 눈치를 보던 ㄷ노인이 달려와 ㅈ에게 성을 버럭 내니, 놀란 아기는 자지러지게 울고 아주머니들은 노인네가 노망났다고 또 성토하는 분위기다. 자신에게 처음 성질을 부렸던 건 ㄴ노인이었는데 ㄷ 노인이 다가와 뭐라뭐라 하니 ㅈ은 또 난감하고 무슨 영문인지를 몰라 좌불안석이다. 그런 ㅈ이 측은하게 여겨졌던 깍두기 행색의 청년 ㅊ이 ㅈ에게 자리를 양보한다. 위압적인 얼굴의 ㅊ때문에 자리에 앉기는 했지만 ㅈ은 이러다 자신이 어디로 끌려갈까봐 불안하고 무서워주겠다. 그렇지만 ㅊ은 약자를 보호해준 자신의 선행에 스스로 만족스럽기 이를 데 없다.  

그리고 220선릉역. ㄷ노인의 뜨뜻미지근한 행태에 부아가 치민 ㄴ노인이 다시 총대를 메고 ㅈ앞에 와서 한 소리 하다가 ㅊ에게 제지당한다. 그 바람에 아기는 잠에서 깨어 또 자지러지게 울고, 노해버린 아기 엄마는 지하철에서 내려버린다.  

장면을 잠시 바꿔보자. 218종합운동장 역에서 한 학생이 가방을 두고 내리고, 그 가방을 챙겨주려던 중년 사내는 분실물센터를 믿을 수 없다며 지하철 역사에 전화를 해서 역무원을 보내라고 호통을 친다. 그 와중에 참견하기 좋아하는 아줌마, 아저씨들이 모두 한 마디씩 보태어 지하철 안은 어느새 아줌마 곗날 분위기 마냥 왁자지껄해진다.  

215성내역에서 한 번 더 쐐기를 박으려던 ㅊ은 노인들이 모여서 아직도 ㅈ 욕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ㄴ노인은 노약자석이 자신들의 홈그라운드라 생각하고 일부러 목청을 키워본다. 마침 내리려고 문앞에 섰으니 금세 내릴 게 아닌가. 그러나 이런 젠장! 하필 지하철이 연착을 하네. 이런 식으로 윤영수의 입담은 잠시도 멈추지를 못하게 독자를 끌어당긴다. 이건 5분만 더 버티면 연속극 끝나니 아무리 급해도 화장실을 결사적으로 참는 그런 모양새라고 할까. 

이야기는 강변역을 지나 구의역에서 마무리된다. 입이 근질거리지만 더 이상은 얘기하면 안 되겠지. 지하철을 소재로 이런 이야기를 꺼낸 것이 적절했다. 게다가 그 이야기는 순환선인 2호선일 때에야 더 실감 난다. 그 사람 많아 북적거리는 2호선이니만큼, 더 다양한 군상의 인간들이 모일 것이고, 그만큼 이야기는 극적이다. 사실, 드라마나 영화보다 더 다이나믹한 것이 뉴스고, 우리의 실제 현실이 아니던가. 

두번째 귀가도는 나름 착한 일을 해보려고 했던 사람들의 낭패담을 담았다면 세번째 귀가도는 보다 심각해진다. 개척교회 목사와 사모로 긴 시간을 섬겼지만 남편이 낸 사고로 딸 아이가 한쪽 눈을 실명하고, 이어 자살까지 이어지자 별거 생활에 들어간 부부 이야기가 나온다. 부부 사이를 붙여주는 아이도 있지만, 그 아이의 부재로 인해 부부 사이가 멀어지는 경우도 분명 많다. 더구나 둘 중 한 사람의 과오가 아이와의 이별을 부채질 했다면 그 가정이 온전하기는 힘들 것이다. 오랜만에 남편을 만나 하룻밤 자고 올 생각이었지만, 만난지 한 시간만에 짐을 들고 다시 서울로 돌아가는 아내의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아들의 혼사와 자신의 건강 진단 문제로 의논할 것이 있었지만, 남편의 살림을 돌봐주는 이웃 과수댁의 존재와 자신을 잡지 않는 남편에 대한 서운함까지 겹쳐 빗속에서 그녀는 더 떨어야 했다. 하지만 기막히게도 옆자리에 앉은 더 고단한 삶을 살고 있는 젊은 아가씨의 따스한 수다가 그녀의 마음을 녹여버린다.  

딸 아이의 사고가 하나님의 뜻이었다고 밀어붙이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던, 자신의 잘못을 마주볼 용기가 없던 남편의 괴로움을  뒤늦게 인식하는 그녀의 마음이 아파온다. 딸을 다치게 한 장본인으로서 남편은 분명 더 힘들었을 텐데, 무너져가는 가정을 붙잡지 않은 책임은 자신에게도 있음을 기어이 인정하게 된 것이다. 옆자리의 아가씨는 아프리카에 가서 미용실을 차리겠다며 한껏 환상의 나래를 폈지만, 그 모든 것이 그저 소망이고 이상일 뿐이라고 스스로의 입으로 고백한다. 서러운 일을 경험하고 그 마음을 잊고자 부러 밝은 이야기만 했던 그 마음결에 전직 사모가 더 울컥해버린다. 서로의 체온을 나눠줄 수 있는 사람들, 그러니 아직 살아 있어 고마운 사람들이기에 그들은 집으로 돌아가는 풍경이 전만큼 서럽지는 않을 것이다. 오해의 다른 면이 이해라는 것을, 이제는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6편의 단편 중 가장 문제적 소설은 바로 '문단속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이 되겠다. 읽다가 가슴이 답답해서 죽을 것 같았다. 너무너무 착한 유순봉씨. 가진 것 없고 배운 것 없고 그저 성실함과 착한 마음씨로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그는 '어머니 고맙습니다!'를 늘 달고 산다. 그런 그의 집에 어느 날 낯 모르는 남자가 들어섰다. 처음엔 아내의 친척인줄 알았고, 아내는 남편의 친척이거니 했다. 알고 보니 생전 모르는 사람이었다. 저녁밥을 먹은 뒤엔 갈 줄 알았는데 윗목에서 잠을 청한다. 단칸 방에서 아이둘과 네식구 자기도 빠듯한 살림이었다. 추운 겨울이니 차마 내칠 수 없어 다음 날은 나갈 줄 알았는데 그렇게 들어선 기천웅은 벌써 3년 이상 유순봉의 집에서 기생하며 오히려 이들 식구들을 호령하고 있다. 이런 사정이 방송국 귀에까지 들어가 취재를 나왔다. 기천웅이 전과자라며, 그를 내쫓고 싶냐고 다그쳐 묻는 피디에게 유순봉은 전과자라고 다 나쁜 사람은 아니라고 오히려 두둔하고 나선다. 이후 진행되는 이야기는 설상가상, 일파만파다. 유순봉이 착한 것도 알겠고, 늘 감사하며 사는 그보다 그런 그를 이용해 먹는 이 사회의 영악한 인사들이 더 나쁜 거라고 분명히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유순봉에게 답답함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다. 당신이 착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똑똑하기도 하고 현명하기도 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래서 착한 사람을 봉으로 여기는 풍토가 생기는 것 아니냐며, 오히려 피해자인 그를 닥달하고 있으니, 나 역시 착한 사람을 답답하게 여기는 똑같은 속물이 되고 만다.  

제일 나쁜 것은 기천웅이었지만, 유순봉을 이용해 먹는 피디의 행태도 그 못지 않았다. 이 와중에 일요일이라 영장이 안 나온다는 한 마디는 심각한 와중에 한숨 섞인 웃음을 짓게 하면서 잠시 쉬어갈 짬을 내준다. 착하게 사는 것 외에 그 어떤 세상살이에 대한 답이 없는 유순봉 씨에게 세상은 너무도 잔인하고 두려운 대상이다. 그러니 그의 '어머니 감사합니다!'라는 혼잣말은 그를 버티게 해주는 유일한 주문 같이 들린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곧 무너질 것 같은 초라하고 버거운 가장의 심사 말이다.  

너무 착해서 답답한 유순봉 씨 얘기 다음에는 너무 못됐지만 어이 없어서 웃게 만드는 명구 씨가 등장한다. 바로 다섯 번째 단편 '떠나지 말아요, 오동나무' 편이다.  

아내 혜순 씨의 표현에 의하면 '개도 안 물어갈' 명구 씨는 아내를 그저 밥해주는 식모정도로만 여기고 있을 뿐이고, 결혼하고 수십년 동안 오입질로 날이 새는 인물이다. 게다가 똥오줌 다 받아내야 하는 시어머니까지 건사해야 하니 혜순씨의 일상이 얼마나 고단했겠는가. 그런 혜순 씨의 유일한 낙은 어릴 적에 잠시 스쳤던 친구 성희의 오빠에게 환상을 갖고 편지를 쓰는 일이다. 편지 속에서 혜순 씨는 성호 오빠를 여보라고 부르며, 당장이라도 그가 있는 미국으로 갈 것처럼 덤빈다. 나중에 아내의 여권과 편지를 발견한 명구 씨는 온갖 구타와 패악질을 쏟아내고는 집을 뛰쳐나온다. 나오면서 아내의 공책들을 다 들고 나온 명구 씨는 뒤늦게 아내의 오랜 기록들을 보면서 처음으로 혜순 씨의 지난 삶을 되돌아 보며 연민을 느낀다. 그리하여 대인배의 마음으로 미국의 성호에게 아내를 보내기로 결심한다. 그 마음을 편지로 적으며 스스로를 시인 혹은 문필가로 느끼는 명구씨. 집으로 돌아와서는 병든 어머니께 올리는 편지에서 스스로를 기구한 인생역경을 거친 불우한 사내로 표현하며 또 망상에 빠져든다. 너무 착해서 문제였던 유순봉과 비교되는, 스스로를 착하다고 믿고 있는 어이 없는 사내의 원맨쇼를 보는 인상이었다. 혜순 씨를 생각하면 세상에서 가장 나쁜 인사이건만, 이 남자의 행태가 너무 우스워서 독자는 미워하는 마음을 먹기도 힘이 든다. 이렇듯 개도 안 물어갈 인간에게조차 유머와 해학을 함께 불어넣는 것이 윤영수 작가의 미학이기도 하다. 

그녀의 글은 늘 따뜻했다. 여섯 번째 단편에서도 세상사에 찌든 외롭고 고단한 삶을 이야기하지만, 돈밖에 모르며 인간의 도리를 저버린 몹쓸 아버지가 등장하지만, 그렇게 발 디딜 틈 없이 위태위태한 인생 가운데 서로 기대어 살며 위로를 얻을 수 있는 은주 씨를 등장시키지 않던가. 세상살이의 척박함과 살벌함을 포장해서 가리지 않지만, 그것들을 그저 냉소적인 시선으로 차갑게 바라보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녀의 글은 힘이 있다.  

착한 사람 문성현을 읽을 때는 순수 우리말을 많이 써서 부끄럽게도 문장이 어렵게 느껴졌는데, 이번 책에서는 부러 많이 쓰는 그런 느낌은 들지 않았다. 전작과 닮아 있지만 전작보다 한 발 앞서 나간 문장과 이야기가 반갑기만 하다. 그렇지만 표지 디자인은 대략 난감하다. 표지 때문에 책을 살 것인가 몹시 고민했다는 고백을 해둔다. 

덧글) 269첫줄 위선을 가면을 >>>위선의 가면을 

오타를 하나 더 발견했는데 북클립을 한꺼번에 떼내는 바람에 어디에 표시를 했는지 찾을 수가 없다. 아무튼 책이 많이 찍혀서 다음 번에는 고쳐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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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01 09: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01 12:0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