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현대문학 가가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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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미유키의 '이유'를 읽고 곧장 읽게 된 히가시노 게이고의 '악의'다. 둘 모두 미스테리 분야의 거장이어서 우열을 가리기 힘들지만, 일단 이 두 작품만 놓고 본다면 '악의'의 판정승이다. 먼저 속도감이 다르다. 이유는 작품의 가치는 둘째치더라도 전개 과정이 지나치게 느리고 등장인물도 과하게 많아서 지치게 만드는 감이 있었다. 반면 악의는 매우 짧고 빠르게 치고 나가면서 속도를 확확 올리는 감이 있다. 반전이라는 기법으로 치더라도 역시 악의가 더 극적으로 독자를 놀라게 만들었다. 반전을 위한 반전은 좋아하지 않지만, 거듭된 반전이라도 작품에 꼭 필요한 것이라면 그건 훌륭한 기술이 될 것이다.

 

베스트셀러 작가 히다카 구니히코가 자신의 작업실에서 사체로 발견되었다. 캐나다로 이민을 가기 위해서 짐도 모두 부쳐두었고, 이제 연재 중이던 마지막 원고만 탈고하면 모든 게 다 마무리될 시점이었다. 사체를 처음 발견한 것은 재혼 한달이 된 그의 아내와 친구이자 아동문학가인 노노구치 오사무다. 사건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사랑을 듬뿍 받는 가가 형사가 맡았다. 가가 형사는 노노구치와 같은 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했던 전력도 있었다.

 

당연하게도 맨 처음 발견했고, 또 그날 몇 시간 전에 고인을 만났던 노노구치가 먼저 용의자로 의심을 받는다. 그러나 그는 명백한 알리바이가 있다. 더 나아가서 이날 목격했던 일련의 사건들을 작가적 재능을 이용해서 수기로 남기기도 했다. 이 수기는 가가형사의 수사에 치명적인 힘을 실어준다. 몰랐던 사건들을 알게 했고, 그리하여 사건의 진상을 낱낱이 파헤치는 역할도 했다.

 

그러나 글이라는 것은 참으로 큰 힘을 갖고 있어서,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진실을 바라보는 방향을 돌릴 수 있게 한다. 그걸 알아차린 가가 형사의 날카로운 감각이 대단해 보였다. 초반에 사건은 무척 간단하게 해결이 나서 이 작품이 단편인가 했다. 그런데 남은 분량이 아직 한참 있어서 뭔가 더 큰 전환이 있을 거라고 예상했다. 그리고 그 예상은 내가 짐작한 것보다 더 큰 반향을 일으켰다.

 

제목의 '악의'를 생각해 본다. 누군가를 향한 근거 없는 악의. 사실 우리가 지금도 많이 목격하곤 하는 사이버 상의 댓글 테러 같은 것도 그런 악의를 담은 것이 아니던가. 본인은 이유가 있다고 근거를 대지만, 사실은 그 자신의 비겁한 화풀이에 불과할 때가 많다. 제3자를 향한 악의도 이렇게 무서운데, 자신과 직접적인 인연이 있는 사람을 향한 악의라면 어떨까. 게다가 상대방은 자신에게 선의를 갖고 있고 우정을 담고 있는 자라면......

 

그래서 인간이 참으로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름답고 대단할 때도 많은 인간이지만, 이렇게 추하고 모자랄 때도 많은 이 인간들, 우리 사는 세상 말이다. 그리고 이 작품 속에서 그 악의의 씨앗을 뿌려 놓은 학교 폭력 문제가 마음을 묵직하게 한다. 그건 일본 만의 이야기가 아니고, 옛날만의 일도 아니고 늘 현재 진행형으로 움직이고 퍼져나가고 있으니까. 이 사회와, 이 사회의 구성원이 모두 함께 끌어안고 풀어나가야 할 오랜 숙제다.

 

가가 형사 시리즈가 더 있는 것으로 아는데 또 뭐가 있는지 찾아보고 싶다. 이 작품엠서 가가 형사의 활약이 컸지만 아직 그 매력을 다 드러낸 것 같지 않다. 좀 더 만나보고 싶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은 영화로 많이 만들어졌는데 이 작품도 그렇게 만들어진다면 몹시 재밌을 것 같다. 각 배우들이 서로 다른 성향의 두 가지 얼굴을 모두 연기해야 할 테니, 연기력이 받쳐주는 출중한 배우가 역할을 맡아야 할 것이다. 그런 배우가 누가 있나 상상해 보는 것도 무척 재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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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 제120회 나오키상 수상작
미야베 미유키 지음 / 청어람미디어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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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황기에 착공되고 불황의 시작과 함께 입주가 시작된 도쿄의 고급 아파트. 출세의 상징과도 같은 그 아파트에서 어느 날 일가족 4명이 살해된다. 그런데 사체를 확인해 보니 이들은 살해된 아파트의 주민이 아니었고, 원 주인은 처가댁에서 있다가 이 사실을 알고는 도망친다. 도망친 원 주인이 다시 출두해서 사건을 알아보니, 이들은 대출금을 갚지 못해서 아파트가 경매에 넘어가게 되었고, 넘어간 집을 다시 되찾기 위해 소위 '버티기꾼'을 고용해서 임시로 살게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또 조사를 해보니 버티기꾼으로 고용된 사람들은 가족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그들이 사용한 이름도 진짜 이름이 아니었다. 대체 이들은 누구이며, 왜 여기서 이렇게 죽임을 당한 것일까.

 

이 작품은 이렇게 일가족으로 보였던 네 명의 살해 사건을 시작으로 관련된 사람들을 하나하나 인터뷰하는 형식으로 진행해 나간다. 전지적 작가의 역할을 해내는 이는 바로 인터뷰를 담당하고 있는 르포 작가가 되겠다. 이 사람 역시 인터뷰가 진행되는 중간에는 사건의 전말을 다 알 수가 없었지만, 하나하나 추적해가고 진짜 진실에 다가가면서 독자 역시 그 진실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되었다. 680여 쪽에 이르는 긴 소설인데, 누가 진짜 범인인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이들이 왜 죽었는지, 왜 이렇게 모여 있었는지 그 '이유'가 중요했다.

 

작품은 끊임 없이 '가족'에 대해서 얘기했다. 이 작품에는 정말 무수하게 많은 가족들이 등장한다. 게 중에는 화목한 가정도 있고, 화목한 척하는 가정도 있고, 서로 위해 주지만 사실은 가족이 아닌 유사 가족도 있고... 정말 무수한 사례의 가족들이 나온다. 그리고 살인을 저지르는 사람과, 살인 용의자로 추적되는 사람과, 이름을 도용한 사람과, 이름을 도용당한 사람까지 다양한 유형의 가족이 등장하는데, 그들 가족 테두리 안에서 이야기들이 생성되고, 그것이 밖으로 확장되어서 이 어마어마한 살인 사건과 맞닿게 된다.

 

감정 표현이 서투르고 때로 오해와 불신이 씨앗이 되어서 비극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어떤 가정은 처음부터 '가족'이라는 이름이 불쾌할 만큼 서로에 대한 증오만 남은 경우도 있었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이야기이지만, 또 드라마에서도 마주칠 수 있는 그런 이야기들이지만, 그것들이 그냥 지나쳐지지 않는 것은 우리도 살면서 그런 가족과 맞닥뜨리기 때문이다. 크든 작든 집집마다 작은 문제점들을 갖고 있고, 가족이기 때문에 더 힘든 경우가 있지 않던가. 적어도 나는, 많이... 아주 많이 그랬으니까.

 

이승환 5집 타이틀 곡은 '가족'이다. 이 노래의 가사 일부분은 이렇다.

 

힘이 들어 쉬어가고 싶을 때면
나의 위로가 될
그때의 짐 이제의 힘이 된 고마운 사람들


5월이면 많이 울려 퍼지는 이 아름다운 가사처럼, 한때 짐이 되었을지언정 지금은 '힘'이 되는 가족을 우리는 모두 바라고 소망하고 추구한다. 그렇지만 어떤 집에서는 여전히 '짐'이 되는, 그래서 내려놓고 싶지만 버릴 수 없어서 더 고통스런 가족도 존재한다. 그 생각 때문에, 이 작품이 더더더 무겁게 다가왔다. 살해된 사람도, 그리고 살인자가 된 사람도 정상스런 가족 울타리 속에서 정상적인 삶을 살지 못했다. 그들은 공통적으로 살의를 느끼게 할 만한 부모를 갖고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조건 없이 사랑하고 사랑받아야 할 대상으로부터 태어남과 동시에 저주를 받고 자란 존재가 멀쩡하게 자라서 보통 사람들의 보통의 삶을 살아가는 것은, 기적같은 일이 아닌가. 강력 범죄가 발생하면 그 사람의 가정 환경부터 의심하고 파고들어가는 것도,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의 집안 사정부터 돌아보게 되는 것도 그런 까닭 아닌가. 본질, 근원, 시작이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시작점을 잘못 시작하면 돌이키는 일이 참으로 힘들다. 피를 나눈 가족과의 관계가 이리 힘든데, 타인과 관계를 맺고, 다시 가정을 이루고 부모가 되는 일은 얼마나 어마어마한 일일까.

 

그렇기에 이 작품은 몹시 무겁게 읽히지만, 그래도 그 행간 안에는 따뜻한 부모의 정도 느끼게 하는 부분이 있다. 이를테면 살인 용의자로 쫓겨다니는 인물을 발견한 것은 자신의 딸이었지만, 행여나 아이에게 해가 미칠까 봐 자신이 먼저 알아봤다고 서둘러 말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그랬다. 어린 딸은 철없이 자신의 공을 아빠가 가로챘다고 섭섭해 했지만.

 

사회파 소설가로도 유명한 미야베 미유키답게 이 작품에서도 여러 사회 문제를 지적했다. 호황 경기에 힘입어 호화스런 고급 아파트를 지었지만 거품 경제가 꺼지면서 아파트값은 떨어졌고, 그 바람에 나도 조금만 더 보태면 저런 집에 살 수 있을 거란 허파에 바람 든 사람이 등장한다. 제 능력을 상회하는 빚을 지고, 그 위험성을 지적하는 누이에게 몹쓸 소리를 하며 연을 끊어버리는 남동생과, 그런 남편을 부추기며 허영을 채우는 아내가 있다. 그리고 이런 부모가 부담스러워 차라리 생판 모르는 남과 살고 싶어하는 아들이 있다. 대체 누구를 위한 고급 아파트일까. 거기서 살면 자신의 위치가 높아질 거라고 착각하는 이 우매한 인간들이 어디 여기에만 있겠는가.

 

아들의 진로 문제로 크게 싸운 아버지는 아들이 자신을 우습게 여긴다고 생각했고, 이런 고급 아파트에 들어가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 아버지로서의 체면을 차릴 수 있다고 여겼다. 잘못된 진단과 잘못된 해결방법. 악순환은 삶에 깊은 골을 만들어버렸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 본인도 힘들어 했던지...

 

작품 말미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돌아갈 곳도 갈 곳도 없다는 것과 자유라는 것은 전혀 다른 걸 거야."

 

정말, 많이 다르다. 어디든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은 구속이 아니라 최소한의 안전망이다. 독립해서 살겠다고 몇 번이나 집을 나갔지만 결국 이번 주에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나의 큰 언니를 떠올리면서 생각해 본다. 그런데 나의 자유는 어쩌지? 후우......

 

우리가 서 있는 이 자리를 생각해 본다. 우리의 가족과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씨를 뿌리고 물을 주고 양분을 주어 가꾸어 온 그 자리를. 당신의 자리에선 꽃이 피고 열매가 맺었는지, 아니면 가물어 시들시들 죽어가는지, 혹은 악취를 풍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작품이 몹시 길고 진실이 한꺼풀씩 드러나는 과정이 몹시 오래 걸린다. 지나치게 많은 등장인물과 그들 각자의 구구절절한 가족사도 작품을 좀 늘어뜨리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과정이었음은 분명히 인정한다. 헌데 작품 말미에 붙은 '해설'은 솔직히 좀 사족 같다. 크게 공감이 가지도 않았고... 여하튼 미미 여사는 솜씨가 훌륭하다.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지만.

 

덧글)

164쪽 관자놀이에서 옆으로 한 줄기 선명하게 나 있는 메시만 남게 되었다. >>> 메시만????

514쪽 얘기 없는 얘기 >>> 있는 얘기 없는 얘기

514쪽 꼬득였는지 >>> 꼬드겼는지

556쪽 떠들고 다닌데. >>> 떠들고 다닌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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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노사이드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김수영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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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 겐토는 급작스럽게 돌아가신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고 돌아왔다. 평생 연구에 전념한 대학교수였던 아버지는 겐토에게 좋은 이미지로 남아 있지 않았다. 모든 일에 부정적이었고 어른으로서 실패한 인생을 산 것처럼 보였다. 대학원에서 약학부에 있는 겐토는 자신의 진로에 대해 아직도 확신이 없다. 잘 한 선택인지 알 수가 없고, 자신도 없다. 어느덧 겐토는 자신이 아버지에게서 보았던 무기력한 패자의 모습을 닮아가고 있었다. 그런 겐토가, 이메일을 한통 받았다. 죽은 아버지가 보낸 이메일이었다. 자동발신된 이메일의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아버지는 겐토에게 특수한 임무를 맡겼고, 이제부터 그가 사용하는 모든 통신이 감시될 거라고 경고했다. 믿어지지 않는 일들이 현실로 벌어졌고, 어느새 겐토는 아버지가 하려고 했지만 채 하지 못했던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목숨을 걸어야 하는 상황에 빠지고 말았다. 순식간에 말이다.

 

이야기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된다. 백악관에 있는 미 대통령이 조간 브리핑을 받고 있고, 이라크에 파견 가 있는 용병 예거가 불치병을 앓고 있는 아들의 치료비를 위해 뭔가 껄끄럽지만 보수가 어마어마한 임무를 수락한다. 예거가 리더로 움직이게 된 특수부대는 네명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뭔가 비뚤어진 것처럼 보이는 일본인 믹과 통신 담당 개럿, 의료 담당 마이어스가 합류했다. 이들은 아프리카에서 내전이 한참 진행 중인 콩고에서 누군가를 사살하는 임무를 맡았다. 치명적 바이러스가 퍼지고 있고, 그것을 막기 위한 명목으로 그곳 피그미 부족원들과 거기 살고 있는 인류학자를 없애는 게 이들의 임무다. 그러나 알려진 바와 달리 이들에게 떨어진 임무는 바이러스 퇴치가 아니고 인류의 멸망을 가져올지도 모를 어떤 존재를 제거하는 것이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작가는 끊임없이 전쟁에 대해서 얘기했다. 인류의 역사 속에 포함된 무수한 전쟁과, 그 속에서 인간이 보인 광기, 그리하여 자행된 대학살에 대해서. 특히 아프리카 콩고에서 벌어진 전쟁을 가리켜 '스폰서가 붙은 전쟁'이라고 표현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군사 강국은 반군과 정부군에게 무기를 제공하고, 그 땅의 주인들은 서로가 서로를 죽이며 스스로를 지옥에 빠뜨린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대규모의 지하자원들이 대기업의 안주머니로 흘러들어간다. 영화 '블러드 다이아몬드'가 바로 떠오른다. 이 작품에서도 그 영화에서처럼 비참한 소년병들이 등장한다. 가진 것이 많아 더 가난할 수밖에 없는 땅 아프리카가 주요 무대니까.

 

첫 씬이 백악관이었던 것처럼 미 대통령 번즈는 중요 인물이다. 초 거대국의 수뇌부이고, 이 국가의 인격을 몸으로 나타낼 수 있는 최고 의사 결정권자였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그 중요한 인물은 다분히 폭력적이었다. 제 나라의 안전과 이득을 위해서는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또 자신의 권력과 만족을 위해서라면 누구든 내칠 수 있고 버릴 수 있고, 죽일 수도 있는 인물이었다. 지난 날, 돈 잘 벌 수만 있다면 뭐든 괜찮다며 가장 탐욕스러운 인물을 대통령으로 뽑은 우리의 천박한 선택이 떠오른다. 그후로도 우리는 얼마나 신중한 선택을 하고 있는 것인지......

 

무서운 것은 지력이 아니고, 하물며 무력도 아닙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그것을 사용하는 이의 인격입니다. -415쪽

 

고대로 올라갈수록 전쟁은 근접 거리에서 이뤄졌다. 2차 세계 대전 중에 근거리에서 적 병사와 마주친 미군 병사가 총의 방아쇠를 당긴 비율은 20%라고 했다. 무척 적은 비율로 보인다. 남은 80%는 탄약 보급 등의 구실을 삼아 살인을 기피했다고 한다. 최전선의 병사들은 자신이 죽으리라는 공포보다 적을 죽이는 스트레스를 더 강하게 느끼고 있다고. 그런데 베트남 전에서 발포율은 무려 95%까지 상승했다. 사격 훈련 시 표적을 원형 표적에서 인간형 표적으로 바꾸고 사격 성적에 따라 가벼운 징계를 내리거나 보수를 주었다는 것이다. 반사적으로 발포할 수 있는 훈련을 갖춘 그 병사들은 그러나 살아남고서 더 큰 지옥을 만나야 했다. 반면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을 투하한 군인은 그 아래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비참하게 죽었는지 목격하지 못했다. 그의 심리 상태는 베트남전에서 사람을 죽인 군인보다 훨씬 편안했을 것이다. 그런 식으로 따지면 가장 먼 거리, 그리고 가장 안전한 백악관 안에서 공격 명령을 내리는 미 대통령이야말로 가장 살인에 따른 정신적 부담을 갖지 않는 위치에 있었다. 그러니 그 자리에 누가 앉느냐에 따라서 이 지구의 평화는 상당 부분 좌우된다. 이 책에서는 노골적으로 부시 전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을 대입시켜 놓았다. 매스컴을 이용한 민심 조작에, 배불리기 바쁜 군산복합체까지.

 

작가는 공정하게도 미국에 대한 비판만 일삼지 않는다. 관동 대지진과 난징대학살 때 일본인이 보인 만행과 끔찍한 학살도 과감없이 전했다. 자국의 역사를 반성할 줄 알고 사죄할 줄 아는 지식인이 있다는 사실에, 피해 당사자국의 국민으로서 조금은 위안이 된다. 작품에는 겐토의 동료로서 중요한 몫을 해내는 한국인 청년도 등장한다. 그의 입을 통해 한국적 '정'에 대해서 소개를 하는데, 이게 그렇게 특별한 것인가 새삼 생각하게 되었다. 한국에 대해서 관심이 많은 작가가 직접 언급하고 싶을 만큼 각별하게 다가왔던 것이 분명하리라.

 

많은 등장인물들이 나오는데 가장 마음에 드는 캐릭터는 용병 대장 '예거'다. 병든 아들을 살리기 위해서 위험한 선택을 내린 그였지만, 자신의 선택에 따른 대가를 변명하지 않고 지불하려고 하는 모습이 좋았다. 자신의 손에 묻힌 피와 그로 인한 심적 부담을 외면하지 않았다. 고통을 있는 그대로 감수했고, 사죄와 반성도 잊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그는 '아버지'로서, 또 '어른'으로서, 그리고 '군인'으로서 모두 충실함을 보였다. 목숨을 걸고 아들을 살리려고 했고, 누스가 세상에 대해서 과장된 증오를 품지 않게, 또 세상의 소중한 대의를 우습게 여기지 않게 정리해주는 모습이 믿음직했다.

 

많은 등장인물들이 얽히고 설키는 진짜 이유가 등장한 것은 작품의 1/3이 지나고 나서였다. 마침내 등장한 하이즈먼 리포트의 내용에 독자는 휘파람을 불고 싶었다. 오호라, 이 대단한 상상력이라니!!! 그리고 엄청난 사건의 동요 속에서 더 큰 반전이 나온 것은 587쪽이었다. 이 작품이 686쪽에서 끝나니 슬슬 마무리지어야 할 때에 커다란 한 방을 먹인 것이다. 그제서야 궁금했던 많은 부분들의 조각이 맞아 떨어지면서 퍼즐이 완성되었다. 작품 속 중 소재처럼 그야말로 독자에게는 큰 '선물'이었다.

 

기술이 발달하고 과학이 진화할수록, 인류는 더 큰 위험에 직면하게 되었다. 더 많이 가질수록 더 가난해진 마음처럼. 진정 인류는 공멸하지 않기 위해서 스스로 핵무기를 포기할 수 있을까? 자신들이 가진 핵무기는 포기하지 않으면서 다른 나라들이 추가로 만드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하는 초강대국들의 행태를 보면 너무나 소원한 일이다. 존 레논이 노래했듯 나라도 없고 종교도 없이 평화를 노래할 그 날이 오려면, 이 책의 누스 같은 존재가 있어야만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하이즈먼 박사님이 얘기한 것처럼, 가끔은 나도 그런 생각을 해본다. 이렇게 사악하고 이렇게 탐욕스럽고, 이렇게 지저분한 인간들이 점령을 했는데, 이 지구가 살아남는 것은 타당한 일인가 하고... 물론, 그러니까 다 같이 망하고 싶은 건 절대 아니지만...

 

현생인류는 탄생한 지 20만 년이나 지나도 서로 죽이는 걸 멈출 수 없는 딱하디 딱한 지적 생명체네. 살육 병기를 모아서 서로를 위협하지 않으면 공존할 수 없는 이 현재 상황이야말로 인류가 가진 윤리의 한계였던 거지. 슬슬 다음 존재에게 이 행성을 넘겨줘도 좋을 때라고 생각하네. -475쪽

 

작품이 무척 방대하다. 메시지도 분명하고, 재미도 크다. 잠시 지나친 이야기를 조금도 흘리지 않고 마지막까지 모두 챙겨서 알뜰하게 사용해버렸다.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불신했던 과거들을 정리하고 새출발하기에 700쪽에 달하는 장편 소설은 충분히 여유가 있었다. 여러 인물들을 통해 다양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줬고, 그들의 악과 선을 모두 제시했다. 끔찍한 절망도 보였지만, 벅찬 희망도 같이 노래했다.  메시지가 대놓고 적나라해서 때로 불편하기도 하지만 원래 진실은 가혹하고 불편한 법.

 

쓴소리도 해야겠다. 번역이 한숨 나올 지경이다. 문장이 너무 어색하다. 주어가 안 맞는 게 많았고, 사용하는 단어도 부드럽게 읽히지 않는다. 편집은 또 어떻던가. 오타와 비문이 아주아주, 정말 환장할 정도로 많았다. 재밌게 읽다가 툭툭 끊겨서 어찌나 화가 나던지, 때로 책을 던지고 싶을 정도였다. 부자연스러운 부분은 더 많았지만, 요만큼만 옮겨보았다. 이것도 시간 오래 걸렸다..;;;

 

특수부대가 사용하는 모든 시간이 네자리로 표시되어 있다. 1800시는 정각이라 좀 나아 보이는데 2205시는 너무 우습지 않은가.

51

모두가 공수 부대 기장은 모두 갖고 있다. >>>모두의 중복

149

내용이었데 >>>내용이었는데

154

최저한의 화력은 >>> 최소한의 화력은(문장이 매끄럽지 않음)

160

예거가 물음에 마이어스의 목소리가 답했다. >>> 예거의 물음에 마이어스가 답했다.

170

가지고 놀다다가 살해하는 것으로 >>> 놀다가 살해하는 것으로

204

용병 일행에서 기묘한 동요가 퍼졌다. >>> 용병 일행에게서

213

눈에 보이지 않은 커다란 힘이 >>> 눈에 보이지 않는 커다란 힘이

236

일류 멸망의 연구가 >>> 인류

269

결과가 인류는 고도의 언어 능력을 얻었다. >>> 그 결과 인류는

305

멸망한 인류종에게는 마지막이 하나 남은 개체가 있었을 터였다. >>> 마지막에

417

남은 20메가의 정보 >>> 앞에서 15메가 중 3메가를 쓰고 남은 거라고 했으니 12메가가 맞다.

422

모든 대응책은 네메시스 작전의 발동되기 전에 >> 작전이 발동되기 전에

436

대답을 듣던 에시모의 표정이 절망적인 슬픔이 스쳐 지나갔다. >>> 표정에

바로 이어지는 문장이다.

시선을 떨어뜨리고 한참을 망설이다가 이윽고 결심했다는 그러면 자기 혼자 돌아가도 괜찮으냐고 물었다. >>> 아 욕 나와..;;;;

443

현지 조사를 위해 머물하고 있었다. >>> 머무르고

491

피어스가 손가락으로 손가락으로 >>> 손가락 중복

494

손전등를 >>> 손전등을

500

첫줄 끄트머리 문장이 아주 희미하게 인쇄되어 있다.

501

수갑에 다른 한쪽은 >>> 수갑의

502

중국의 사이버전 부대라면 그 정도의 기술을 가지고 있지 않을 겁니다. >>> 문맥상 가지고 있다고 해야 맞아 보인다.

503

붉은색을 띄었다. >>> 띠었다.

511

루벤스는 자세를 바로하고 대답하자>>>루벤스가

515

같은 건물을 두고 뒷장까지 계속해서 ‘성당’과 ‘교회’가 교차되어 나온다. 통일을 해줘야겠다.

그 자체가 거대한 빨간 벽돌 같은 모양의 건물이 평평한 옥상이어도 >>> 건물은

예거가 벽에 붙여서 창으로 내부를 들여다보았지만 >>> 붙어서

517

예거를 죽이러 돌진했다. >>> 죽이려

522

빨간 벽돌 건물로 향해 돌격 대형을 섰다. >>> 건물을

529

평화 유지군이 기지로 돌아가기 시작하니 이쪽으로 오고 있네. >>> 뭐라는 건지...;;;;

532

예거가 물음에 마이어스가 대답했다. >>> 예거의 물음에

558

수수께끼를 풀려 지금이 마지막 기회일지도 몰랐다. >>> 풀려면

561

겐토는 차에 내려서 >>> 차에서 내려서

564

마지막 한 주 동안이었나. >>> 동안이었네.

577

누스는 어째서 북적도해류의 데이터를 필요했을까? >>> 데이터가

600

손전등를 >>> 손전등을

601

빛의 다말이 전자화된 기기들을 비췄다. >>> 다발의 오타인 듯

603

예거는 외침과 동시에 마이어스가 조종간을 앞으로 당겼다. >>> 예거의 외침과

610

첫 줄 끄트머리가 또 다시 희미하게 인쇄되어 있다.

621

공학 도착에서 >>> 공항

629

겐토는 고바야시 마이카의 생존을 빌며 뒷문을 접수 창구에 말을 걸었다. >>> 아, 욕나온다.

633

전화가 서둘러 전화 전원을 켰다. >>> 인공지능이야?

644

입에서 흘러나온 소리는 혼란 외침이었다. >>> 혼란스런

647

공중에 비산한 파편을 >>> 비상한

650

신호로 예거가 훤히 열린 문간으로 두 팔을 뻗었다. >>> 누구의 신호라는 거야?

650

일순 자취를 남기고 수평 꼬리 날개에 머리 위를 스치고 날아갔다. >>> 주어는 누구? 여긴 어디?

656

눈을 빛내는 리디아가 흘러넘칠 것 같은 눈물을 손가락으로 훔쳤다. >>> 눈을 빛내는.... 이 문장으로 감격에 겨운 인물의 심사가 느껴지는지...

657

중환자실를 >>> 중환자실을

664

물 분자에 갇힌 상태에 있는 상태입니다. >>> 상태 중복. 상태 심각!!!!

666

이 시선에서 도망칠 수 없었을 거리라고 생각했다. >>> 거라고

667

창밖에 햇살을 바라보며 >>> 창밖의

671

‘서로 돕는 사람’으로서의 면복을 지키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 명목을

671

먹구름이 잔뜩 사이로 >>> 낀

 

내 책은 1쇄인데, 작년에 가장 많이 팔린 소설 중 하나이니 지금은 물론 많이 수정되어 있겠지? 그럴 거야. 그래야만 해...

작가 소개에서 보고 '6시간 후 너는 죽는다'가 무척 궁금해졌는데, 같은 번역가여서 망설여진다. 읽으신 분들 계시면 번역 어떤지 정보 좀 주세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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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3-02-06 0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984에 전쟁을 결정하는 사람들은 전쟁터 주변에 사는 사람들-직접적으로 전쟁을 겪어내야 하는 사람들-이 아니라는 식의 글귀가 기억납니다. 여러곳의 리뷰가 좋아서 보관함에 넣어 두었는데 번역이 이렇게 성의 없나요 허허..

마노아 2013-02-06 16:24   좋아요 0 | URL
분단 국가에 사는 국민으로서 더더더 입맛이 써요. 이 책 많이 팔린 것 같은데 지금쯤은 좀 수정이 되지 않았을까요? 아직도 그대로라면 정말 실망이구요. ^^

다락방 2013-02-06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읽은 책도 이랬어요, 마노아님. 1쇄인지는 확인해보지 못했지만요. 희미하게 인쇄된것 까지 똑같네요. 흐음.

마노아 2013-02-06 16:24   좋아요 0 | URL
별 하나 깎아먹을 만큼 분노했지만, 그래도 '대의'를 생각하며 참았어요. ㅎㅎㅎ

icaru 2013-02-06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보기엔, 번역가 보다는 편집의 흠인거 같아요. 편집자들이 이 책 작업할 때 과로에 시달렸거나,,, 책임의식이 덜했거나요. 보니까 이 번역가의 도쿄섬을 읽었더라고요. 그땐 번역 무람없었어요!

마노아 2013-02-06 16:25   좋아요 0 | URL
다른 책은 달랐다니 다행이에요. 근데 이 책은 번역도 좀 자연스럽지 않다 느꼈는데, 대체로 번역서는 그렇게 나오고 그걸 편집해서 다듬는 걸까요? 하여간 이 책은 묶어서 욕 좀 먹어도 할 말이 없을 지경이에요.;;;;;

Mephistopheles 2013-02-06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BS에서 영화로 만들었으면 하는 소설에 이 책이 거론되더군요.
단 일본제작이 아니라 미국 헐리우드 블럭버스터로 제작. 이란 단서를 붙였지만요.

마노아 2013-02-06 16:39   좋아요 0 | URL
스케일이 어마어마해요. 헐리우드 블럭버스터급으로 만들어야 그림이 좀 나올 것 같긴 해요.
미국에서 만드는 미국 제대로 '까는' 영화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

마태우스 2013-02-06 2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저는 이거 무지 재미나게 읽었는데, 번역 이상한 건 전혀 몰랐어요. 책에 매몰되면 오타가 안보이는 건가요...

마노아 2013-02-07 01:00   좋아요 0 | URL
혹시 줄거리 위주로 읽으세요? 직장 동료가 수학 전공인데 줄거리만 읽어서 아주 빨리 읽는다고 하더라구요. 이과의 특성인가 궁금했어요. 저는 무척 느리게 정독하는 편이어서 저런 게 잘 보이나봐요.^^;;;

마태우스 2013-02-07 13:18   좋아요 0 | URL
어 정말 이과의 특성일 수도 있겠네요. 근데 책이 재미없으면 오타가 눈에 들어오고 빨간 줄을 치게 되는 걸 보면, 재미있는 책에 한정된 이과의 특성이라 할 수도 있겠어요

마노아 2013-02-07 16:17   좋아요 0 | URL
저는 이렇게 편집이 엉망인데 다른 분들이 별말 없이 칭찬만 해서 그게 좀 놀라웠어요. 책의 내용은 훌륭하지만 편집이 너무 불성실해서 읽으면서 많이 화났거든요.^^

스노우볼 2014-03-11 0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노사이드를 구입할려다가 어느 게시글에서 제노사이드 번역구리다고 이걸 고대로 퍼온걸 봤는데
전자책으로 보니 오류 다 수정되어있네요 ㅎㅎ
감사합니다

마노아 2014-03-11 05:57   좋아요 0 | URL
오류 수정 다 되었다니 다행이에요. 책이 여러 쇄 찍혔으니 금세 수정될 것 같았어요. 재밌는 책에 이런 오점을 남기면 안 되죠.^^
 
탄환의 심판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26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
마이클 코넬리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를 무척 재밌게 읽었다. 이 책은 그 후속편이다. 전편에서 총상을 입은 마이클 할러 변호사는 약물 중독으로 재활원까지 다녀왔고 1년 만에 현장으로 복귀하게 되었다. 인연은 현재 사건이 진행되는 2007년으로부터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검사였던 제리 빈센트는 미키에게 보기 좋게 당한 뒤 법복을 벗고 변호사로 새출발을 해야 했다. 그러나 그것이 전화위복이 되어서 검사 시절보다 더 잘 나가게 되었다. 둘은 앙숙으로 남지 않고 윈윈 전략을 구사해서 서로에게 일이 생기면 상대의 일을 다 넘겨받는 계약을 맺었다. 그리고 15년의 점프. 미키는 슬슬 일로 돌아가고 싶지만 몸과 마음이 아직 덜 깨어서 초조해 하던 참이었다. 뜻밖에도 빈센트의 살해 소식이 들려오고, 그 바람에 그가 맡고 있던 의뢰가 전부 미키에게 넘어온다. 서른 건이 넘는 사건들이었고, 그 중에는 초유명 인사인 월터 엘리엇의 사건도 포함되어 있었다. 엄청난 수임료가 걸려 있는 이 사건은 미키가 돌아왔다는 것을 화려하게 장식해줄 이슈임이 분명했다. 그러나 큰 돈이 걸려 있는 재판이란 그만큼 위험 부담도 큰 법이다. 제리 빈센트가 그 사건을 맡고 있다가 살해를 당한 것이 그 증거였다.

 

여기까지도 충분히 흥미로웠지만 사건을 더 재미있게 만들었던 것은 또 다른 등장인물 때문이었다. 해리 보슈. 최고의 강력계 베테랑 형사 해리 보슈는 작가 마이클 코넬리의 또 다른 유명한 주인공이었다. 마이클 코넬리 시리즈를 보면 해리 보슈 시리즈가 무척 많다. 이 책의 뒷날개에 소개된 책만 해도 열권이다. 그 해리 보슈가 빈센트 살해 사건을 파헤치느라 마이클 할러와 마주쳤다. 첫 만남은 그리 유쾌하지 않았다. 서로의 영역을 넘봤다는 신경전마저도 보인다. 미키는 해리 보슈의 움직임이 어쩐지 낯익었다. 혹시 우리가 전에 본 적 있냐는 질문에 보슈는 그럴듯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우리가 같은 사건을 다뤘다면, 당신이 날 잊었을 리가 없겠지."

 

아, 이 짧은 대답이 왜 이렇게 섹시해 보이는지. 해리 보슈 시리즈를 전에 본 적이 없는데, 이 문장 때문에 그가 주인공으로 활약하는 다른 이야기들이 궁금해졌다. 혹시 꼭 시리즈 순서대로 봐야 하는 게 아니라면 가장 재미있는 해리 보슈 시리즈 추천 바란다.

 

마이클 할러는 다시 힘차게 시동을 걸었다.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라는 명성 답게 일단 운전사를 확보했고, 차 안을 사무실처럼 활용하는 기존 습관도 유지했다. 쉬고 있던 일년 동안에 감각은 조금 무뎌졌지만 본능은 여전히 살아 있었다. 재판이 진행되고 배심원을 확보하고, 의뢰인을 설득하고 적절히 협박도 하고, 또 이러저러한 위기를 헤쳐나가면서 작품은 천천히 달아오른다. 548쪽에 달하는 꽤 긴 이야기인데 전작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보다는 상승세가 가파르지 않았지만 충분히 다음, 그리고 또 다음이 궁금해져서 애를 타게 만드는 이야기였다.

 

누구나 거짓말을 한다.

경찰도 거짓말을 하고, 변호사도 거짓말을 하고, 증인도 거짓말을 하고, 피해자도 거짓말을 한다.

재판은 거짓말 경연장이다. 법정 안의 모든 사람들도 그 사실을 알고 있다. 판사도 알고, 심지어 배심원도 안다. 그들은 법원 건물 안에 들어설 때부터 앞으로 거짓말을 듣게 될 것임을 알고 있다. 그들이 정해진 자리에 앉는 것은 거짓말을 듣겠다는 동의와 같다.

피고 측에 앉아 있는 사람이라면 인내심을 갖는 것이 요령이다.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는 것. 그냥 아무 거짓말이나 기다리는 것이 아니다. 이쪽에서 꽉 움켜쥐고 뜨거운 쇠처럼 잘 벼려서 날카로운 칼로 만들 수 있는 거짓말을 기다려야 한다. 그렇게 만든 칼로 사건을 찢어발겨 내장을 바닥에 쏟아내야 한다.

그것이 내가 하는 일이다. 칼을 벼리는 것. 날카롭게 다듬는 것. 자비심도 양심도 없이 그 칼을 휘두르는 것. 모두 거짓말을 하는 곳에서 진실이 되는 것. -11쪽

 

작품의 첫 장을 옮겨보았다. 매력적인 시작이다. 그리고 저 거짓말들이 작품 전체에 걸쳐서 퍼져 있다.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누가 누구를 속이는지는 끝까지 읽어봐야만 다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재판이 끝나고 누군가가 또 죽고 나서도 진실은 끝나지 않는다. 마지막의 마지막 장까지 다 봐야만 모두 파악할 수 있다. 끈기 있고 인내심도 큰, 그리고 저력 있는 작가 마이클 할러의 솜씨다.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에서 미키는 그야말로 탐욕적인 변호사였다. 그는 돈이 되는 사건이라면 가차 없이 달려들었고, 양심의 가책 따위는 자동차에 끼워져 있는 광고 문구보다도 하찮게 여겼다. 그러나 큰 사건을 겪고, 가족의 위협을 몸소 체험하고, 또 전처와의 재결합까지도 꿈꿀 만큼 인생이 잘 풀려갈 무렵, 한순간에 모든 것을 다 잃었다. 그리고 그 시간 속에서 자신이 뿌린 씨앗을 보았고 본인의 책임도 통감했다. 그리고 힘든 재활의 시간. 그는 많이 반성한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돈냄새 잘 맡는, 성공을 향한 촉각이 곤두선 그런 변호사였지만 확실히 이전과는 달라진 모습이 보인다. 전처와는 더 벌어졌지만 한걸음씩 조심스런 발걸음을 내딛으려 했고, 그 조그만 진전에 감사하고 만족해하는 사람이 되었다. 보기 좋은 변화다.

 

아무래도 주인공이 미키이다 보니 해리 보슈의 역할은 크지 않았지만, 마지막의 반전은 그가 담당해내었다. 아, 이렇게 엮이는구나. 종종 언급되는 미키의 아버지가 변호사 시절 활약했던 이야기는 시리즈에 없는지 모르겠다. 시간은 거슬러 올라가겠지만 그쪽도 꽤 재밌을 것 같다.

 

우리와는 많이 다른 사법 체계이지만 어찌 됐든 법은 정의를 수호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제도라는 것은 분명하다. 그 법망을 아주 잘 피해가는 사람들은 미국이나 우리나라나 아주 많이 있지만, 그런 사람들에게는 이 책의 제목처럼 탄환의 심판, 총알 평결이 따라가기도 한다. 그러니까 정의의 실현을 기다릴 수가 없어서 직접 평결을 내리는 거리의 사람들의 심판 말이다. 당연히 옳지 않은데, 간혹 박수를 보내고 싶을 때도 있다는 것을 부인 못하겠다. 영화 잭 리처에서 탐 크루즈가 멋졌던 게 그런 거였다. 그는 심판해야 할 대상 앞에서 주저하지 않았고, 그 바람에 자신의 자유를 포기했다. 물론 잭 리처쯤 되는 사람들이나 가능한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책 표지를 다시 들여다 본다. 눈을 가린 정의의 여신이 한 손에는 저울을 들고 한 손에는 정의의 검을 들고 있다. 이 여신상이 상징하는 것처럼 이 땅의 법이 제발 공정하고 부디 정의롭기를, 부질없어 보이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했으면 한다. 말도 안 되는 사면권이나 남발하지 말고......

 

덧글) 341쪽 피해를 입일지 >>>입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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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 이야기
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 / 작가정신 / 200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사두고 오래오래 지난 채 잊고 있었는데, 영화의 개봉으로 다시금 내 시야에 들어온 파이 이야기. 이 책을 영화 보기 전에 먼저 읽은 게 얼마나 다행인지...... 만약 영화를 먼저 보았더래도 소설은 반드시 읽었을 것이다. 좀처럼 소설을 두 번 읽지 않는 편인데도 이 책은 다시 읽어보고 싶다. 다 읽은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내가 아는 단서는 그거였다. 풍랑을 만나 표류하게 된 어린 소년이 배 안에 호랑이 한 마리와 기묘한 공생 관계를 유지한 채 8개월에 가까운 시간을 살아남아서 육지까지 갔다는 것. 거기까지만 해도 충분히 흥미로웠다. 그러나 이 책은 그게 다가 아니다.

 

작품은 아주 특이한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 일단 액자식 구성이다. 작가처럼 극중 이 이야기를 끌어낸 인물도 작가다. 준비하던 작품이 엎어지고 방황하던 찰나 작가는 인도에서 왠 노신사를 만난다. 이 이야기를 다 듣고나면 신을 믿을 수밖에 없을 거라고 했던 그가 소개한 사람이 바로 파이 씨다. 지금은 중년이 된 그의 열여섯 살 때 이야기가 이 책의 제목이 되겠다.

 

1부는 파이의 이름이 왜 파이인지, 그가 인도에서 어떤 어린 시절을 보냈는지, 그의 가족 구성원과 그가 받아들인 힌두교, 이슬람교, 가톨릭의 세 종교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대체 호랑이 이야기는 언제 나오냐며 마음이 다급해질 수가 있지만 서두르지 말자. 앞의 이야기도 모두 필요한 것들이니까. 이를테면 채식주의자 엄마와 두 형제, 호랑이가 얼마나 위험한 짐승인지를 몸소 보여주셨던 아버지와의 일화 등등등...

 

파이의 아버지는 인도에서 동물원을 운영하셨다. 그러나 재정난에 싸이게 되자 모두 정리하고 캐나다로 이민 가기로 결정했다. 더운 나라에서 살던 가족이 그 추운 나라에서 어찌 살까 독자마저도 걱정스럽지만, 이미 결정된 일이고 동물들은 빠르게 다른 곳으로 팔려 갔다. 채 정리되지 못한 동물들이 파이네 가족과 함께 태평양을 가로지르는 배에 탑승했다. 그렇게 2부 태평양 편이 진행된다. 알다시피 배는 침몰하고, 파이는 살아남는다. 구명용 보트에 뱅골호랑이 한마리와 함께.

 

처음부터 호랑이와 둘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 배에는 얼룩말도 있었고, 오랑우탄도 있었고 하이에나도 있었다. 아, 쥐도 한 마리 있었다. 그러나 결국 파이와 호랑이 둘만 남았다. 호랑이의 이름은 리처드 파커. 기막힌 이름을 가진 호랑이의 과거도 재밌었다. 새끼 호랑이를 잡아들인 사냥꾼이 원한 호랑이의 이름은 써스티(목이 마른)였지만, 신고가 잘못되는 바람에 사냥꾼의 이름과 뒤바뀌어 리처드 파커가 되었다. 덕분에 사냥꾼의 이름은 써스티 미상이 되어버렸고.

 

몸무게가 200kg도 넘는 이 육식 동물과 좁디 좁은 배 위에서 무려 8개월 가까이를 살아남았다. 과연 어떻게? 그가 육식 동물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파이가 아니었다면 호랑이가 대체 무엇으로 생명을 유지했겠는가. 열여섯 소년을 먹어봤자 주린 배를 얼마나 채웠겠다고... 파이는 리처드 파커에게 물고기를 잡아 대령해주는 고마운 공급원이었다. 이른바 물고기 셔틀....;;;; 파이 역시 리처드 파커가 있었기 때문에 고단한 조난 생활을 견뎌낼 수 있었다. 언제든 자신을 잡아먹을 준비가 되어 있는 호랑이가 곁에 있기 때문에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고, 이 어마어마한 대식가의 화를 돋우지 않기 위해선 부지런히 움직여 식량을 만들어야 했다. 그야말로 절망할 틈도 없던 바쁜 나날이었다.

 

여러분에게 비밀을 털어놓겠다. 마음 한편으로 리처드 파커가 있어 다행스러웠다. 마음 한편에서는 리처드 파커가 죽는 걸 바라지 않았다. 그가 죽으면 절망을 껴안은 채 나 혼자 남겨질 테니까. 절망은 호랑이보다 훨씬 무서운 것이 아닌가. 내가 아직도 살 의지를 갖고 있다면, 그것은 리처드 파커 덕분이었다. 그 때문에 나는 가족과 비극적인 처지에 대해 많이 생각하지 못했다. 그는 나를 계속 살아 있게 해주었다. 그런 그가 밉지만 동시에 고마웠다. 지금도 고맙다. 이것은 분명한 진실이다. 리처드 파커가 없다면, 난 오늘날 이렇게 살아 여러분에게 내 이야기를 들려주지 못했을 것이다. -207쪽

물론, 파이가 절망 없이 줄곧 꿋꿋하게 버텼던 것은 아니다. 당연히 수시로 절망이 덮쳐왔다. 끊임 없이 목이 말랐고, 지나치게 배가 고팠다. 뜨거운 태양과 추운 밤, 폭풍과 바람, 부족한 영양소까지, 보이는 모든 것이 파이의 생명을 수시로 위협했다.

 

지나가는 배에 구조되리라는 희망을 너무 많이 갖는 것도 그만둬야 했다. 외부의 도움에 의존할 수 없었다. 생존은 나로부터 시작되어야 했다. 내 경험상 조난자가 저지르는 최악의 실수는 기대가 너무 크고 행동은 너무 적은 것이다. 당장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데서 생존은 시작된다. 게으른 희망을 품는 것은 저만치에 있는 삶을 꿈꾸는 것과 마찬가지다.

해야 할 일이 많았다.

텅 빈 수평선을 내다보았다. 물이 정말 많았다. 그리고 나는 혼자였다. 완전히 혼자였다.

뜨거운 눈물을 쏟았다. 가슴에 팔짱을 끼고 얼굴을 묻고 흐느꼈다. 아무 희망도 없는 처지였다. -212쪽

 

가족을 모두 잃고 망망대해에 덩그러니 놓인 파이. 게다가 상어만큼이나 위험한 호랑이와의 동거까지. 맨 정신으로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었건만, 이 신을 숭배하고 자연을 경외하는 소년은 놀라울만큼 영리하게, 지혜롭게, 그리고 부지런히 살아남았다. 배 안에 있는 구호 식품을 파악했고, 태양증류기를 통해 물을 만들어냈고, 비가 오면 물을 받아서 갈증을 달랬다. 그러나 언제 구조될 지 모르는 상황에서 구호 식품만 믿고 살 수는 없었다. 소년은 낚시를 시작했고, 훌륭한 요리사가 되었다. 채식을 고집하던 식성이 무엇이든 다 먹어치울 수 있게끔 다시 세팅되었다. 호랑이를 길들여서 자신이 더 우위에 있다는 것을 각인시키고 영역을 표시하는 일은 또 어땠는가. 동물원 집 막내 아들로 태어나서 이리 표류하게 되었지만, 그 바람에 생존 기술도 갖추게 된 극적인 운명!

 

권태와 공포는 파이를 동시에 괴롭혔다. 권태가 다가오는 듯하다가 곧 공포로 바뀌었고, 공포 역시 권태로 물들어갔다. 구조보다도 더 간절히 원한 것은 책이었다. 결코 끝나지 않을 이야기가 담긴 그런 책. 파이는 일기도 썼다. 아주 작은 글씨로. 종이가 모자랄까봐 겁이 났던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펜이 먼저 떨어졌지만. 이 극한의 상황에서도 문화적 존재인 인간의 면모가 보인다. 그렇게 빵과 장미는 늘 같이 필요한 법!

 

이야기는 점점 믿을 수 없을 만큼 커지고 어려워진다. 바다에서 만난 또 다른 표류객과 식충 섬의 존재가 그랬다. 독자는 머리를 갸우뚱하면서 무언가 거대한 반전이 있을 것 같은 기대감과 두려움에 책장을 조심스럽게 넘겼다. 마침내 태평양의 끝에서 주인공은 구조되고, 그의 오랜 동거 호랑이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난다. 작별 인사도 없이.

 

리처드 파커와 헤어지면서 파이가 겪은 이별의 상처가 안쓰러웠다. 동화적으로 간다면 인간과 동물의 눈물 겨운 우정이 주가 되어야겠지만, 이 책은 그런 평범한 길을 가지 않는다. 유주얼 서스펙트 저리 가라 싶을 만큼의 반전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3부는 멕시코의 병원에서 진행된다. 구조된 파이를 찾아 일본의 선박 회사 사람이 찾아온다. 파이가 탔던 침몰된 배의 조사원이다. 그는 파이의 이야기를 믿지 않는다. 해서 파이는 그들이 믿을 만한 이야기를 다시 해준다. 거기서 독자는 등골이 서늘해졌다. 하아.... 이 작가 엄청난 걸! 그리고 다시 앞으로 돌려가며 수상쩍었던 부분을 되짚으며 이야기를 확인했다. 세상에 이런 일이!! 이렇게 놀라운 은유와 상징이라니! 이미 이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내가 어떻게 놀랐는지에 대해서 충분히 감 잡을 것이다. 어이쿠, 소설은 참으로 위대한 것!

 

읽는 동안에는 이 이야기를 시작했던 캐나다 작가의 존재에 대해서 고민했다. 열다섯 까지도 생 떽쥐 베리가 어린왕자를 사막에서 정말 만난 거라고 믿었던 그때처럼 꼭 믿었던 것이다. 나같은 독자 많았나보다. '파이 이야기 실화'라는 검색어가 있는 것을 보면...

 

책을 다 덮고, 감탄과 감동과 서글픔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파이가 겪은 그 엄청난 모험과, 고통. 그리고 외로움에 감정이입이 됐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버린 리처드 파커의 뒷모습도 아른거렸다. 뒤도 돌아봐주지 않은 그 '배려'가 차라리 고마워지면서... 작품 속 캐나다인 작가에게 파이 이야기를 소개한 노인은 이 이야기를 다 듣고 나면 신의 존재를 믿게 될 거라고 했다. 독자도 공감한다. 누구보다 신을 믿고, 신께 의지했던 소년 파이. 신을 잊지 않으려고, 그리하여 신을 잃지 않으려고 애를 썼던 그 파이. 그리하여 공생할 수밖에 없었던 호랑이 리처드 파커. 리처드 파커를 인정하고 더불어 살아야 했던 파이가 가졌던 그 갈증과 공포, 그리고 외로움이 사무친다.

 

그러나 너무 걱정은 마시라. 파이가 직접 말했지 않은가. 이 이야기는 해피 엔딩이라고. 파이가 만났던, 그리고 만들어 낸 구원에 박수를 보낸다. 수고했다고 어깨를 안아주고 싶다. 리처드 파커는 돌아오지 않을 테지만, 작별인사도 없었지만, 그걸로 충분하다고, 그래야만 한다고......

 

부커상에 대한 신뢰가 더 높아진다. 영화에 대한 기대도 높아졌다. 셀프도 이 책만큼 재밌으면 좋겠다.

 

덧글) 수정되어야 할 부분들

 

20 평형 연습을 할 때는 >>> 평영

120 동물원계에서는 뾰족뒤지 한 마리를 >>>> 뾰족뒤쥐

194 방수포가 딱딱하지 않는 게 >>> 않은 게

229 하루가 저물어날 무렵 >>> 저물어갈

240 솔기만 남기고 다 헤져버렸다. >>> 해져버렸다.

266 손가락으로 변을 눌려보았다. >>> 눌러보았다.

267 먹잘 게 없다는 것을. >>> 먹을 게

283 그물과 바람을 완전히 빼놓지 않은 태양 증류기와 그물이 빈 공간을 메운 덕분에 >>> 그물의 중복. 하나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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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년 1월에 본 영화들
    from 그대가, 그대를 2013-02-11 14:17 
    접힌 부분 펼치기 ▼ 1. 아무르 2013년의 첫번째 영화는 오락성보다는 좀 더 의미있는 영화를 고르고 싶었다. 그리하여 선택한 첫 영화는 '아무르'평화로운 노후를 보내던 음악가 출신의 노부부에게 어느 날 위기가 닥쳤다. 아내 안느가 갑자기 마비 증세를 일으킨 것이다. 수술위험이 높지 않다고 했는데 안느는 오른쪽 마비로 휠체어 신세를 지게 되었다. 남편 조르주는 헌신적으로 아내를 돌보지만 본인도 노쇠해 기운이 달리는 입장에서 종일 아내를 돌보는 일은
 
 
프레이야 2013-01-21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저는 오늘 이 영화를 봤어요. 3D로요.^^
원작을 읽어보고 싶게 되네요. 많은 생각들이 은유로 비유로 떠안겨 왔어요.
스크린을 장악한 화려하면서도 몽환적인 색감도 매력적이었어요^^

마노아 2013-01-22 10:58   좋아요 0 | URL
아아, 저는 내일 보려고 해요. 하루를 기다리는 게 참 힘드네요.
너무너무 보고 싶어요. 아이맥스 가야겠어요.
이런 영화를 위해서 아이맥스가 존재하는 것 같아요.
이안 감독이라는 것도 기대가 크구요. 히히힛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