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 미네르바의 올빼미 4
잉에 아이허 숄 지음, 유미영 옮김, 정종훈 그림 / 푸른나무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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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고서는 어느 성자의 이야기인가 했다.  책을 펼쳐 드니 나치 치하의 독일에서 그들의 범죄를 폭로하고 부당함을 당당히 밝혔던, 그랬기에 붙잡혔고 그랬기에 사형 당한 젊은이들의 이야기였다.

그 젊은이들은 사형받을 때의 나이가 고작 스물 다섯, 스물 둘일 정도로 아주 어린 친구들이었다.  우리로치면 한참 대학 캠퍼스에서 젊음을 누릴 나이다.(물론 요새 캠퍼스 분위기는 '낭만'과는 좀 거리가 있지만...;;;)

시대가, 역사가, 그들을 그렇게 평범하게 살 수 있게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평범하지 않은 길을 택한 것은 누구도 아니고, 누구의 강요도 아닌 그들 자신이었다.

모두가 원했지만, 모두가 알고 있었지만 해내지 못한 일들을, 그들은 그들의 선택과 의지에 의해서 앞장 서서 해낸 것이다.

그들 젊은이들의 당당함에 눈부신 것은 당연했지만, 또 그들의 부모님의 당당함에는 더 깊은 숙연함으로 고개가 숙여졌다.

우리의 역사 속에서도 그들과 비슷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리 오래되지도 않았다.  일제 시대 독립운동가들까지 가지 않더라도 80년대 이 땅의 민주화와 자유를 위해 투쟁하고 싸우셨던 많은 분들이 계시다.

그때 흘렸던 피와 땀과 노력으로 오늘날 우리는 이 정도의 자유를 누리면서 살고 있을진대, 불과 20여 년 전의 시간이 지났을 뿐인데, 그 고마움을 얼마나 알면서 지내는가 생각이 미쳤다.

과연 내가 그 시절 그 자리에 있었더라면 나는 그처럼 움직일 수 있었을 것인가 당당하게 말할 수조차 없다.

나라를 위해서 거창한 의미의 애국을 하라는 말은 아니다.  그 시절 그 사람들이 자랑질 하려고, 내세우려고 그리 싸웠던 것이 아닌 것처럼, 또 강요된.. 혹은 학습된 애국을 원하는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적어도, 누군가가 그토록 목숨 바쳐 지켜온 이 땅이, 이 나라가, 이 사회가... 그들이 지킬 만한 가치가 있었던 곳이라는 사실에 변함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그런 사람이 더 이상 죽지 않아도 될 사회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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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길 위에서 자란다
김선미 지음 / 마고북스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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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이 절반이다!'라는 말이 있다.  처음 출발이 어렵지만, 일단 시작하면 어떻게든 일은 진행되어 간다.

이 책의 저자가 꼭 그랬다.  자신의 집에서부터 남쪽으로... 국토의 끝까지 가서 제주도, 마라도... 그것도 무려 보름 간의 일정으로 두 딸을 데리고 가는 긴 여정이란, 계획을 세울 때의 당위성보다도 이 계획이 얼마나 위험하고 또 무모할까에 대한 걱정이 압도적으로 컸다. 

그러나 그들은 출발했고, 마침내 그들의 여행을 시작했다.

이들의 여행과 여정은 내게 몹시 낯설고 신기한 일이었다.  산이든 바다든, 그런 식의 야영을 가져본 적이 없고 더군다나 가족과의 여행이라니...

그들이 밟아낸 보름 간의 여정을 지켜보는 재미도 솔솔했지만, 그들 '가족'이 해낸 여행의 의미가 내게는 더 크게 보였다.

책을 보다 보면 그들 가족의 생활 패턴이 눈에 띄는데 꽤 친환경적인 자세를 유지하는 것을 눈치챌 수 있다.

울타리가 없는 집 마당이라던가, 텔레비전은 있되 비디오 시청용으로만 쓰고, 그보다는 도서관에 가는 것을 온 가족이 즐기며, 낯선 도시에 가면 헌책방부터 뒤지는 것이 그들 부부의 특성이었다.  너무 많이 먹고 너무 많이 쓰는 소비적인 우리네 삶에 대한 지적과 그에 대한 반성이 그들 가족의 생활 모습이라고 할 수 있겠다.

많이 배운 사람은 많지만, 그 배움을 삶으로 연결시키는 사람은 드물다.  한마디로 제대로 된 지식인이 드문 세상이다.  그런데 이들 부부의 모습을 보면 자식들 앞에 어떤 지표가 될 수 있는 삶을 산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건 실천하기는 물론 어렵지만 그런 각오와 모토를 지니고 사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데 말이다.

난 이런 여행을 계획하고, 그것을 실천해 내며, 그 속에서 아이들에게 이 땅의 아름다운 자연을 보여주고, 그곳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그 길 위에서 아이들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준 그들 부모의 역할이, 역량이 너무도 부러웠다.

그들이 그들 부모로부터 그런 유산을 물려받았는 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그들의 자녀는 그들이 뿌려준 씨앗 이상의 열매를 맺으며 자랄 것이다. 

소록도에 다녀온 아이들이 남긴 일기를 보며 코끝이 찡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살아있는 교육을 받을 권리가 아이들에겐 있는데, 내가 받아보지 못한 살아있는 교육이 부럽고 아쉽고, 또 나는 그런 부모가, 그런 선생이 될 수 있는가란 생각에 두근거리기도 하고 가슴 벅차기도 한 느낌이 들었다.

저자는 글솜씨도 매끄러울 뿐아니라, 아름다운 우리 말의 묘미를 잘 살려내는 글쓰기를 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칼라 사진이 아닌 까닭에, 그들이 보고 온 풍경을 그 색깔 그대로 우리가 느낄 순 없지만, 난 고즈넉한 느낌의 흑백사진이 주는 넉넉함과 비어있음에 오히려 더 반해버렸다.  만약 이 책의 사진들이 광택 번쩍번쩍하는 칼라 사진이었다면 오히려 흔하디 흔한 기행문처럼 느껴졌을 지도.

여행을 준비하고 또 여행지에서 필요한 상식과 기초 팁이 부록처럼 날짜 사이에 끼어 있다.  전문가의 조언이니 귀담아 들으면 언젠가는 유용하게 쓰일 것이다.

그들의 여행과 여정도 부럽지만, 그들이 일궈낸 가족의 모습은 더 눈부셨다.

멋진, 좋은 책과의 만남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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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스펜서 존슨 지음, 이영진 옮김 / 진명출판사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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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이 책을 읽지 않으면 대화에서 몹시 소외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다.

베스트셀러였고, 너도 나도 감동 받았고 자극도 받게 했었다.

내가 이 책을 읽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래!  우물쭈물하고 있을 때가 아니야! 앉아서 기회가 오길 기다려선 안 돼지!  이 자리를 박차고 나가 열심히 달려야 해! 라고.

사실 그건 어떤 감동이나 감상 이전에 책이 가르쳐 준 교본대로 내가 반응한 것과 다름 없었다.  그게 문제라고도 생각해본 적 없었다.

그런데... 좀 지나서 생각해 보니 탐탁치 않은 점이 떠오른다.

물론 앉아서 엉엉 울며 어쩌나 어쩌나 걱정만 하고 있는 건 별로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잽싸게 신발끈을 고쳐 메고 뛰쳐나가는 것은 어떤가?

경우에 따라서 다를 일이지만, 어찌 보면 그건 몹시 기회주의적 처신 같아 보이기도 했다.

아마 이 험한 세상에서 살아남기엔 지극히 정석 코스일 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살 자신도 없거니와 그렇게 살고 싶지도 않다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 내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일에는 쉽게 포기하고 할 수 없다는 것을 긍정하는 편이다.  하지만 내 힘으로 해낼 수 있는 일이라면, 내가 초조해하지 않고 기다릴 수 있고, 또 도전할 수 있다면 그걸 등돌려 다른 길로 가겠다고 하진 않는다. 

저마다의 감상이 다른 거겠지만, 또 혹은 저자의 의도를 내가 과잉해석하거나 과민반응한 것일 수 있겠지만 내 감상은 이렇다.  이래서 처세술에 관한 책은 나랑 궁합이 안 맞는 걸 지두..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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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08-07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에 동감합니다..;;;

마노아 2006-08-07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세술의 고전이 되어버렸어요. 이제 이 책은.. 요새도 팔리는 지는 모르겠네요^^;;;
 
풍경과 상처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199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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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을 떠올릴 때 가장 대표적인 것은 간결한 문체였다. 칼의 노래, 현의 노래, 개, 강산무진... 기타 등등까지. 모두 간결하지만 강력한 문체로 독자를 압도하게 만들었는데, 뜻밖의 책을 발견했다.

1993년에 서문을 썼으니 십년도 더 된 글인데, 김훈의 글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만연체에 가까운 긴 문장과 긴 호흡, 그리고 현학적인 수식어가 난무하는 글이 충격처럼 다가왔다.  그가 한문 단어를 많이 쓰긴 했어도 부러 어렵게 쓰려는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았는데, 이 책은 지식인의 냄새가 많이 났다.

기행 산문집인데, 그의 눈으로 보고 느낀 감정들이 적힌 글이어서 지극히 개인적이고 사적이어서 독자하고의 사이에 어떤 벽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게다가 하고자 하는 말들이 지극히 추상적이어서 나로서는 대략적인 느낌만 전달 받았을 뿐, 다 읽고서도 내가 이 책을 제대로 읽었다는 감이 오질 않았다.

원래가 김훈의 글은 집중력을 요구하는 편이었는데, 초반의 노력이 있으면 곧 몰입되어 빠져들게 하던 옛글... 사실은 이 책 보다 더 근래의 글에 비하면 이 책은 물과 기름처럼 나와 격리된 기분이었다.

어쩌면, 이 책을 썼을 그 시간으로부터 긴 시간이 흘러 지금이 짧고도 간결한, 그러면서도 매력이 넘치는 문장으로, 김훈만의 문체를 만든 것일 지도 모르겠다.

글이 어려운 것은 오로지 작가 탓만은 아닌, 부족한 독자의 탓도 크지만... 어쨌든 난 지금의 김훈이, 그의 글쓰는 방식과 스타일이 더 좋다.  그의 문장을 사랑하니까.   그렇지만 모든 작품을 다 사랑하기는 어렵다.  바로 이런 책이 예외로 숨어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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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교과서
송창민 지음 / 선영사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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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교과서라는 게 따분하기 십상이다.  쓴 사람은 철학을 담아 애정을 담아 글을 썼을 지 모르겠지만 읽는 사람은 늘 지겹거나 아니면 보기도 싫은 게 교과서다.  이 책이...  그랬다.ㅡ.ㅡ;;;

학교 도서관에서 뽑아 본 책인데, 저자를 설명해 놓은 광고글에 혹해서 열어보았더니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연애에 대한 기술이나 철학을 알려준다기 보다, 나 연애 이만큼 해봤어~란 자랑질로 보인다.

물론 같은 말이라도 듣기 좋게 하는 게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을 더 매끄럽게 해줄 것이고, 기왕에 하고 싶은 연애 이쁘게 하면 더 좋은 건 사실이다.  그런데, 거기에 교본이 따라오고 법칙이 따라오고,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이 씁쓸하다.

뭐랄까.  과거의 트랜디 드라마에선 먹힐 법하겠지만, 내 이름은 김삼순 같은 드라마가 나오는 이 시점에서 이런 책은 그냥 폐휴지다. (헉, 이런 표현 처음 써 본다!)

그런데 한편, 궁금해진다.  100% 순수한 애정만으로 연애가 될까? 이 책이 마음에 드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 황순원의 소나기, 알퐁스 도데의 별같은 사랑이 지금도 과연 가능할까? 란 의문이 든다.  아마 똑같이는 아니더라도 뭔가 다른 버전으로 가능할 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과연 열에 한명? 백에 한명?   그러니.. 이런 책들도 시리즈로 나오는 게 아닐까.

뭐, 제대로 된 연애 한 번 못해 본 내가 왈가왈부한다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지만, 뒷끝이 쓰다.  하긴, 내가 핑크빛 러브 모드였다면 이런 책을 과연 찾아보았을까^^;;;

아, 하나 더!  이 책은 남자들의 연애 기술에 대해 쓴 책이다.  여자들은 모르겠는데, 남자들은 그래도 읽어보면 몇개는 건질 게 있을 거다. 그래서 별 두개..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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