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남이시네요 1 미남이시네요 (만화) 1
북로그컴퍼니 편집부 엮음 / 북로그컴퍼니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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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한 동안 내 낙은 드라마 '미남이시네요'를 시청하는 거였다. 작년에 나의 일주일을 즐겁게 해준 드라마가 이준기 주연의 '일지매'였다면 금년엔 단연코 '미남이시네요'였다. 박신혜를 원래 좋아했지만 이번엔 제대로 자기 나이 대에 맞는 사랑스러운 역을 맡은 것 같아서 같이 기뻤다. 그 동안 출연작을 곧잘 보아왔지만 크게 관심 없던 장근석에게 제대로 꽂혔고, F.T.아일랜드의 앨범을 사게끔 만든 홍기 군도 무척 예뻤다. 정용화 군은 처음 보는 인물인데 정경호와 형제라는 소문이 있어서 정말? 진짜 닮았는 걸! 했지만 그냥 헛소문이라고....-_-;;;;

암튼, 나에게 방긋방긋 웃는 즐거움을 준 드라마가 책으로 나왔다길래 급 반가웠다. 내 예상은 촬영 에피소드가 담긴 화보집이었다. 



일단 맨 처음에는 출연 배우들의 사인이 등장한다. 여기까지는 흐음...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등장 인물 소개. 익숙한 사진이지만 뭐 여기까지도 나쁘지 않았다. 그래, 이제 진짜 메인이 나오는 거야!!!



아뿔싸, 목차가 있었다. 그런데 목차가 너무 익숙하다. 설마, 설마????



이 뭥미? 이건 그냥 드라마의 장면 장면을 2차원 종이 위에 옮겨놓은 게 아닌가!
그저 대사만 말칸에 옮겨서 만화처럼 꾸민.....

헉, 설마???



그렇다. 영상 만화란 게 원래 이런 건가 보다. 드라마를 이미 다 보았는데, DVD가 나오면 살까말까 고민하고 있는데 이 책은 정말 잘못된 선택이었다. 이래놓고 책값은 또 어찌나 비싸던지...ㅠ.ㅠ 



가끔 말칸의 의성어 의태어가 재밌긴 하지만 그래도 이건 내가 기대한 게 전혀, 절대 아니란 말이다. 
촬영 에피소드와 배경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소개한 트와일라잇-화보와 비하인드 스토리를 기대했던 게 잘못이었다. 
그 책은 이미 공개된 사진만 실려 있어서 화보집으로는 약했지만 비하인드 스토리가 무척 재밌었는데 말이다. 뒷담화 수준의 연예 정보지 내용이 아니라 제작 분투기에 걸맞는 내용이었는데...

우리나라 드라마는 워낙 시간에 쫓기면서 촬영을 하는 터라 제작 분투기는 아무래도 무리겠지만, 그렇다면 차후 인터뷰 형식으로 좀 더 내실을 기하는 책이었으면 좋았을 것을, 많이 아쉽다.
 
드라마로는 6회 분량의 내용이 압축되어 소개되었다. 드라마 없이 책만 읽어도 내용 이해는 문제가 없지만, 드라마의 그 맛깔스러움은 찾기 힘들 것이다. 16부작 드라마를 이렇게 옮겼으니 앞으로 두 권은 더 나오겠구나. 다음 권도 읽어보고는 싶지만 소장하고 싶지는 않다. 랩핑되어 있으니 책방 가서도 읽을 수가 없다는 게 아깝긴 하다. 돈 주고 사는 건 더 아깝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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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맘 2009-12-16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정말이에요..무려 세권씩이나..우리 마노아님이 가슴이 많이 아프셨겠어요.저두 당연히 종류별로 또오 다른책도 나오길래 한권의 책에 내용에 다 들어간다고 그래서 비쌀거라 생각했는데 아쉽네요..
그래도 저두 사고싶다는....ㅠ,ㅠ

마노아 2009-12-16 13:11   좋아요 0 | URL
애정으로 극복했어요. 우짜겠어요...ㅜ.ㅜ
근데 뒷 권이 궁금하긴 해요.^^;;;;
dvd가 나오면 고민하다가 지를 지도 몰라요.^^
 
Banksy Wall and Piece 뱅크시 월 앤 피스 - 거리로 뛰쳐나간 예술가, 벽을 통해 세상에 말을 건네다
뱅크시 지음, 리경 옮김, 이태호 해제, 임진평 기획 / 위즈덤피플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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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만화 이키가미 5권에서는 국가번영유지법에 의해서 사망 예고장을 받은 한 청년이 마지막 남은 하루를 국가번영법을 조롱하는 그래피티를 그리는데 소비하는 장면이 나온다. 당국에 의해서 빠르게 지워지긴 했지만 그 작품을 마주친 많은 사람들이 받았을 충격을 충분히 상상해볼 수 있었다.  

여기, 세상을 조롱하며 세상의 부조리함과 부덕함을 맘껏 풍자하는 거리의 예술가가 있다. 얼굴없는 작가 뱅크시가 바로 그다. 영국 출신의 그래피티 아티스트인 그의 이름은 낯설 수 있다. 그렇지만 다음과 같은 그의 작품들과 마주친다면 어디선가 언뜻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지 모르겠다. 인터넷의 경계 없는 바다는 그와 같은 작가에게는 더 없이 좋은 만남의 장을 제공해 주니 말이다. 



로켓 발사하는 모나리자. 2001년도 작품으로 작업시간은 단 15분. 누군가에 의해 오사마 빈 라덴으로 바뀐 이 그림은 이틀 후에 지워져 버리고 만다. 그래피티의 속성 상 불법, 범법 행위로 찍혀 쓰레기로 구분되기도 하고 작품이 사라지기도 하지만 뱅크시는 멈추지 않는다. 그의 궁극적 관심은 '개인의 드러냄'이 아닌 공동체의 변화라고, 해제를 맡은 이태호 교수는 설명한다. 알듯 모를듯 신비로운 미소(를 지녔다고 화자되는)의 모나리자가 로켓포를 들고 씨익 웃는 모습이라니,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이 세계의 이면에 그런 폭력의 얼굴이 스며있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뱅크시는 그런 추악한 얼굴들을 까발림으로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그의 이름이 회자될수록, 그의 작품이 관심을 가질수록 사람들은 그가 표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귀를 기울일 것이고, 미술관은 그의 작품을 영구 보관하기까지에 이르렀다. 그러나 유명세는 양날의 검. 그의 작품이 고가로 매매되는 실정에 이르른 지금 그의 초심이 흔들리지는 않을지 때이른 염려가 들기도 한다. 그의 예술혼이 의심되기보다 자본주의의 무서운 힘이 공포스러워서 말이다.    

   
 

도시를 경영하며 관리하는 사람들은 그래피티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들은 이윤을 내지 못하는 것이라면 그 어떤 것도 존재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 진정으로 우리 이웃들의 외관을 더럽히고 손상시키는 사람들은, 자기들의 거대한 슬로건들을 버스와 건물들 사이에 되는 대로 마구 휘갈려 쓰고는 마치 우리가 자기 회사의 물건을 사지 않으면 뭔가 부족한 것처럼 생각하게 만드는 회사들이다. -28쪽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범죄들은 법을 어기는 사람들에 의해 행해지는 것이 아니라 법을 따르는 정치가들에 의해 행해진다. 그들은 바로 폭탄을 떨어뜨리고 명령을 내리는 사람들, 마을을 학살하라고 명령하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악한 행동을 예방하는 방법은 우리가 듣고 배운 대로 행동하지 않는 것이며 이것이 우리의 막중한 임무이다. 이것만이 우리가 확실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다. -73쪽

 
   

그의 조롱의 대상이 되는 인물들은 대개 공권력을 지닌 사람들이 많이 등장한다. 정치가, 경찰, 자본가 등등등... 경찰과 경호원들이 눈 아래까지 내려오는 뾰족한 모양의 모자를 쓰는데, 이는 눈썹을 가림으로써 감정을 감추고 그로 인해 권위를 강조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경찰들은 6피트 이상 높이에 있는 것들은 보기 어렵고, 그 점을 노려서 일정 높이 이상의 건물 위쪽이나 다리 위에 그래피티를 그리는데, 이건 놀라운 장점으로 작용한다. 권위의 전복을 이용한 통쾌한 조롱!

그런데 그의 조롱의 대상이 꼭 사람일 필요는 없다. 동물과 곤충이 대상이 되기도 하고, 이렇게 천사가 주인공일 수도 있다.  



 한껏 불량스런 포즈를 취하고 있는 천사의 고뇌는 무엇일까? 천사 계급에게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나눠져 있고 학벌에 따른 차별이 난무하는 것일까? 

   
 

사랑의 시 

서로의 눈을 마주 보는 것을 넘어
달콤하고 부드러운 키스와 함께
우리의 영혼은 숨을 죽이며
경이로움으로 서로에게 도달한다. 

드넓게 미소 짓는 평화로부터 깨어났을때,
나는 아침 햇살 속에 목욕하고 있는 당신을 본다.
내 전화기 안에 있는 모든 메시지를
조용히 살피고 있는 당신을 

-89쪽

 
   

 (본문에서는 '햇살'이 '했살'로 표기되어 있다. ;;;;;)

그의 관심은 인간을 넘어 지구 자체로 확장된다. 환경 파괴에 대한 경고도 그의 단골 메뉴다. 

   
 

 마지막 나무가 잘려 나가고
마지막 남은 강물마저도 말라서 졸졸 흐르게 되어서야
사람들은 겨우 돈은 먹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또 우리를 얼간이 취급하던 충고를 새겨들을 것인가... -125쪽

 
   

박물관에 들어가서 자신의 작품을 걸어놓고 나오는 그의 대담성은 짜릿한 즐거움을 주기까지 한다. 어떤 때는 단 몇 시간만에 들켜서 철수되기도 하고, 어떤 때는 며칠이고 제자리에 놓여 있기도 하며 때로는 박물관에서 그 가치를 인정하고 영구 보관을 결정하기도 한다.  

어릴 때 누나가 뱅크시의 드로잉들을 많이 버렸는데, 그때 누나가 하던 소리는 이거였다. "그 그림들이 루브르 박물관에 전시될 것들은 아니잖아."라고. 그러나 그의 작품은 2004년 루브르 박물관에 설치되었다. 모나리자의 얼굴을 미키마우스 얼굴로 덮어버린 채. 아마도 금세 치워졌을 테지만 충격적인 반전이 아니던가. 



폭약을 안고 있는 아기 예수와 엠피쓰리를 듣고 착용한 마리아라니, 아찔한 통쾌함이 지나간다. 종교인이라면 불쾌해하거나 심히 불편해할 수 있는 불경이겠지만, 신성을 모독하려는 게 아니라, 신성에 기대어 파렴치함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인간 자체를 비웃는 작품일 것이다.  

 

2005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 2시간 동안 전시되었다고 한다. 느낌 탓인지 첫번째 그림이 우수에 젖어 보인다고 한다면 두번째 그림은 슬픔에 빠져 있는 듯 보인다. 이곳에선 숨을 쉴수가 없어요...라고 말하는 것처럼. 



항공 무기가 장착된 얼룩무늬 딱정벌레. 뉴욕 자연사 박물관에서 무려 12일 동안 전시되었다고 한다. 12일동안 누구도 이 그림을 눈여겨보며 이 자리에 있을 게 못된다고 여기지 못했던 거다. 누군가 보았다 하더라도 이 자리에 어울릴 그림이라고 판단한 것은 아닐까.  

왼쪽의 사진을 보면 작업 중인 뱅크시의 모습이 보인다. 후다닥 움직이고 있다. 사진을 찍어준 이는 그의 대변인 노릇을 하는 친구가 아닐까 싶다. 설마 CCTV의 화면을 얻어낸 건 아니겠지... ^^ 



돌에 유성펜으로 작업했다고 한다. 대영박물관에 8일 씩이나 전시되었고 현재 대영박물관에서 영구 소장하고 있다고 한다. 

알타미라 동굴 벽화에나 나올 법한 구성인데, 정면을 차지한 것은 다름 아닌 쇼핑 카트다. 마치 쇼핑이 태곳적 인간의 기억에 각인된 본능인 것인양 선전하고 길들여지는 이 거대한 자본의 세계에 대한 뱅크시 식의 통렬한 풍자로 보인다.  

미적 가치는 물론 메시지까지도 알아들은 거라면 대영박물관은 센스쟁이. 그걸 수용할 마음이야 알 수 없지만. 



조롱을 한껏 담은 작품이건만, 웃을 수가 없다. 폭발하는 네이팜 속에서 울며 뛰쳐나온 저 베트남 소녀의 양손을 잡고 해맑게 인사하는 미키마우스와 맥도널드의 마스코트들. 전쟁의 참상이든, 폭력의 비극이든, 무엇이든 돈으로 환전해낼 수 있는 놀라운 신의 손. 그 마이다스의 손을 꿈꾸며 가장 소중한 것도 움직일 수 없는 죽은 생명의 황금과 바꾸고 있다는 것을 우리들은 언제쯤 알아차릴까.  

그의 작업은 '예술'이라고 불리지만 동시에 '문화 파괴자'란 이름도 같이 얻었다. 양 극단을 오가는 그 이름 속에서 그가 벽을 통해 세상에 건네는 말에 귀를 기울여 보자. 그 메시지를 듣기 위해 귀를 쫑긋 세우는 그대라면 뱅크시가 꿈꾸는 정의로운 세상을 같이 꿈꿀 수 있을 것이다.  

책의 맨 뒤에는 국내에서 그래피티 작가로 활동 중인 두 명의 아티스트와의 인터뷰가 실려 있다. '록'의 정신과 '힙합'의 정신에 대해서 얘기하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압구정 굴다리, 신도림역 주변, 영등호 파자 센터, 홍대 주변이나 강촌 등등에서 그래피티작품을 마주치게 된다면 전보다 더 반가울 듯하다.

이 책은 한국 간행물 윤리위원회의 청소년 권장 도서다. 이 책에서 배울 점은 반항이 아니라 저항, 방탕이 아니라 자유라는 걸, 소수를 위한 세상이 아닌 다수가 함께 누리는 건강한 삶이라는 걸, 우리의 청소년들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덧글) 228쪽에 '빨간 입술들. 잠옷을 입지도 못한 채 어깨까지 담요를 덥고'라고 적혀 있다. '덮고'로 고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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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09-12-01 0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너무 멋집니다.

마노아 2009-12-01 00:27   좋아요 0 | URL
현장에서 직접 보면 짜릿할 것 같아요.^^

희망찬샘 2009-12-01 0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서재에 들어오면 항상 느끼는 것. 알라딘에 글 잘 쓰시는 분 무지 많지만 우찌 이리 잘 쓰시는지... 리뷰에 항상 감동하면서 물러갑니다.

마노아 2009-12-01 09:12   좋아요 0 | URL
희망찬샘님, 그 무슨 과찬의 말씀이세요.^^;;;; 무튼, 고맙습니다.^^

후애(厚愛) 2009-12-01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멋진 리뷰에 감동받았어요! 잘 읽었어요. 고맙습니다.^^
그림들도 너무 멋져요.

마노아 2009-12-01 23:41   좋아요 0 | URL
후애님 감사해요.^^ 웹사이트에는 더 많은 사진이 있을 거예요. 시원하고도 씁슬한 그림들이 어마어마해요.^^

같은하늘 2009-12-02 0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방면의 책을 섭렵하시는 마노아님...
글을 보니 작품들을 직접 보고싶어지는데요~~

마노아 2009-12-02 06:57   좋아요 0 | URL
현장에서 보면 더 통렬함을 느낄 것 같아요. 메시지도 강렬하고 감각도 빼어난 것 같아요.6^^
 
조혜련의 미래일기 - 쓰는 순간 인생이 바뀌는
조혜련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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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에서 '간절히 원한다면 온 우주가 너를 도울 것이다'라는 메시지가 참 인상적이었다. 그 후, 그런 메시지들은 곧잘 들렸다. 마시멜로 이야기도 그랬던 것 같고(오래 전에 읽어서 잘 기억이 안 나지만...), 시크릿은 확실히 그 메시지였다. 그리고 읽진 못했지만 들은 풍월로는 '꿈꾸는 다락방'도 그게 핵심이라고 했다. 그리고 거기에 한 권의 책을 더 보탠다. 조혜련의 '미래일기'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똑같은 얘기다. 긍정 마인드. 긍정의 언어가, 꿈꾸는 미래를 현실로 만들어준다는 이야기. 반복되는 같은 이야기가 또 나왔다고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그래도 뭔가 다른 게 있으니 이렇게 또 다시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것일 것이다.  대개의 사람들도, 그 긍정의 주문이 인생을 바꿔줄 하나의 키워드가 될 거라고 인정할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인정하고 이해한다고 그것이 곧 실천이 되는 것이 아니기에, 그 비밀은 시크릿이 되고, 꿈꾸는 다락방이 되는 거였다. 조혜련이 집중한 것은 그거였다. 보다 현실적인 이야기로 바꾸기 위한 작업 비법 말이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게 바로 '미래 일기' 

먼저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자.  

14개의 소제목 중 첫 번째는 2070년 5월 3일. 바로 조혜련 자신의 장례식 장면이다. 향년 103살을 일기로 평화롭게 잠드는 그 날을 수많은 사람들이 애도하며 추억하는 장면을 직접 그려냈다.  

미래 일기 다음에는 왜 그런 일기를 구상했는지에 대한 현재의 소회를 적는다. 읽으면서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을 떠올렸는데 조혜련 역시 거기서 힌트를 얻었다고 한다. 지금보다 장수하는 사람이 흔해질 그 시점이니 103이라는 숫자가 과하게 무리로는 보이지 않는다. 지금처럼 열정적으로 에너지 넘치게 뛸 그녀의 모습을 상상해 보더라도 말이다.  

재밌는 미래 일기 하나. '사랑 표현법' 국회 통과. 아무래도 한비야의 '그건, 사랑이었네'의 영향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 책에는 1년에 책 100권 읽기 프로젝트가 나오는데, 여기선 하루 세 번 이상 사랑 표현을 하지 않으면 새벽 6시에 쓰레기 분리수거를 해야 하는 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2014년 7월 5일의 일기다. '사랑해', '미안해', '감사해'.... 이런 단어들은 마음 없이 쓰면 '척'이 되어버리지만, 그 척도 자꾸 하다 보면 어느덧 진심이 되기 마련이다.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라고 강제적으로 말을 시키다 보면 의무적으로 하던 그 말도 어느 순간엔 진심이 되지 않을까 하는 저자의 바람. 무뚝뚝한 한국 사람들에겐 특히 필요한 아이디어로 보인다. 낳았지만 엄마는 아니라는 식의, 해괴망칙한 법 해석 말고, 이렇게 마음 훈훈하게 해주는 법이 제정되는 게 이 나라를 훨씬 더 아름답게 만드는 게 아닐까.  

이 밖에도 다양한 시간 대의 미래 일기는 계속된다. 오프라 윈프리쇼 30주년 기념 자리에 참석하는 조혜련. 영어로 인터뷰하고, 안젤리나 졸리와 다이어트(그것도 무려 '고무줄 다이어트!')에 대해서 얘기하는 미래의 그녀 모습은 여전히 건강한 근육질이다. 워낙에 자세하고 생생한 상상이 뒤따르기 때문에 어느 순간엔 이게 미래 일기가 아니라 현재 일기 같은 느낌으로 읽히기도 한다. 사실, 그게 핵심이기도 했다. 자세히 상상할 것. 그리고 그것을 믿을 것. 그것이 미래를 현실로 당겨주는 역할을 해줄 테니까.  

책을 쓰면서 꿈꾸었던 것들은 놀랍게도 실제 조혜련의 삶 속에서 가시화되어 나타나기도 했다. 부산 국제 영화제에 여자 배우로서 참석하여 장동건과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을 꿈꾸었는데, 실제로 일본에서 영화가 결정되어 주연 자리를 맡은 것. 가수를 꿈꾸는 아들의 모습을 그려놓았는데 그 아들의 방송 스케줄이 잡혔고, 배우로 대성공하는 남동생의 모습을 담았더랬는데 드라마 아이리스에 출연(이름 조지환)하게 되었다는 이야기 등등.... 조혜련 자신뿐 아니라 친정 엄마와 여러 가족들이 미래 일기를 쓰면서부터 달라지기 시작한 마음가짐과 일상의 행복들을 소소하게 밝히고 있다. 인상 깊었던 대목 중 하나는 긍정의 언어들을 주욱 써 보았을 때와, 부정의 언어를 주욱 써보았을 때의 느낌 차이였다. 부정의 단어들은 눈으로 보아도 인상이 찡그려졌지만 긍정의 단어들은 눈뿐 아니라 입술도 마음도 함께 웃게 만들었다. 

저자는 단순히 얼토당토 않은 미래 일기를 써놓고, 로또 당첨되기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마냥 해바라기 하지 않았다. 미국 진출을 목표로 잡고 일기를 쓰면서 당장 영어 공부를 시작했고, 행복 바이러스를 전파하기 위해서 세미나를 열기 시작한 게 벌써 수회가 지나갔다. 대개의 미래 일기들은 자신의 성공과 대한민국의 승승장구로 집약되기는 하지만 인류의 평화와 안녕을 기원하는 마음도 분명히 느껴진다. 영어마을이 아닌 '농촌마을' 이야기는 정말 이루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벅차기까지 했다. 수많은 사람이 미래 일기를 쓰면서 영어마을을 넘어서버리는 농촌마을을 소망한다면 그 역시 꿈이 아니라 현실이 될 것만 같다.  

개인적으로는 한글이 세계에서 통하는 것보다, 전 세계의 모든 언어를 다 동시 번역해주는 통역기가 발명되기를 더 소망한다. 모든 언어가 과하다면 적어도 영어만이라도.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영어에 쏟아붓는 온 국민의 물질적 정신적 에너지를 생각한다면 그걸 다른 방향으로 돌렸을 때 뭐가 되어도 되지 않을까?  

한 시간 여 거리를 왕복하면서 지하철 안에서 이 책을 다 읽었다. 빠르게 읽히면서 몰입에 바쁜 독서였다. 읽으면서 머리 속을 스쳐 지나가는 나만의 미래 일기들이 떠오른다. 구체적으로 써야 하니 리뷰에서 밝히기는 조금 남우세스럽지만, 바뀌어질 내 인생의 어떤 모습을 상상하는 것으로도 이미 긍정적인 에너지가 솟아오른다.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포기하는 것을 무척이나 싫어하는 조혜련. 개그맨으로 우리와 만났지만 다이어트 멘토로도, 그리고 긍정의 언어, 행복 전도사로도 우리와 얼마든지 포옹할 수 있는 멋진 그녀. 그녀의 미래 일기에 하나를 더 추가했으면 한다.  

조혜련의 미래 일기를 따라한 수많은 사람들의 행복 찾기 퍼레이드.
전 세계 200여 국가 중 삶의 질에 대한 만족도 한국인 최상위권 차지! 
각 나라마다 미래 일기 실천 열풍!

꿈 같은가? 미래일기로 적어보자. 현실로 다가오도록 구체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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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11-01 0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괜찮은 책 같군요.
열심히 사는 건 모두에게 긍정에너지를 넣어주지요. 조혜련 멋지네요.^^

마노아 2009-11-01 10:48   좋아요 0 | URL
이런 열정으로 도전하는 자에게는 하늘도 길을 열어줄 것처럼 보였어요.
긍정 에너지를 늘 달고 살려고 해요.^^

꿈꾸는섬 2009-11-01 0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멋진 책이군요. 제가 갖고 있던 조혜련에 대한 편견으로 책도 별로일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저도 저만의 미래를 꿈꾸게 될 것 같아요. 읽어보고 싶네요.

마노아 2009-11-01 10:48   좋아요 0 | URL
독서량도 많고 일본어는 물론 영어 공부도 열심히 하고, 노력하는 자세가 정말 훌륭했어요.
배울 게 많았어요.^^
 
바그다드를 흐르다 - 그림으로 남긴 이라크
손문상 그림, 김승일 글 / 바다출판사 / 2004년 10월
절판


오래 전에 찜해둔 책을 도서관에 신청해서 빌려보게 되었다.
긴장감 높았던 이라크 전이 일어난지도 벌써 수 해가 지났다.
과거의 시간이 되어버렸지만, 사실은 진행형인 흔적들, 흔적들...
손문상 화백의 그림으로 다시 한 번 들여다 보자.

(티그리스 강가에서 바그다드를 보다)

인류 초기의 수수께끼를 간직한, 문명의 시원이 열렸던 땅 메소포타미아.

수십 년간 전쟁으로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고난받는 민중의 땅.

잿빛 하늘, 불타는 건물, 경계의 총구, 방벽과 쇠창살, 굳은 표정들.

그러나 절망적인 미래를 뒤로 한 채, 오늘도 큰 눈망울의 아이들은 공터에 모여 축구를 하고 있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티그리스는 바그다드를 도도히 흐른다.

세계 4대 문명을 공부할 때면 정면으로 마주치는 그 강 이름. 작가님은 저 강물을 보면서 아득한 문명의 기원을 떠올렸을까?

('갈대아 우르' 에 서다)

기원전 2113년에 지어진 우르 지구라트 주변에는 아브라함 출생 추정 가옥이 발굴되어 있고,

BC 4000년과 2900년에 큰 홍수가 있었음을 나타내는 지층이 발견되어 성서에 나오는 '노아의 홍수' 입증 사적으로 꼽히고 있다.

구약성서는 믿음의 아버지 아브라함이 '갈대아 우르'에 살았고 가족들을 데리고 가나안 땅으로 이주하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사람들은 수천 년간 이 말씀이 한낱 전설일 것으로 생각했지만, 1850년대 이라크 남부 나시리야에서 이 성서 기록을 입증하는 유적이 발굴되었다는 소식에 전세계 기독교인들은 몸을 떨었다.

기원전 2113년에 지어진 우르의 고대유적 '지구라트'는 피라미드를 닮은 단식 건축물로, 신의 분노를 초래해 인간의 언어가 뒤죽박죽 섞여버렸다는 성경 속 '바벨탑'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바빌론, 우르크, 우르와 같은 옛 도시들의 중심부에는 거대한 지구라트가 있기 마련인데, 바빌론에 세워진 지구라트가 바로 그 바벨탑일 것이라는 주장이 가장 유력하다.

갈대아 우르. 아브라함의 후손들은 바닷가의 모래알처럼 많아지긴 했지만, 그만큼 분쟁도 늘었을 것이다. 인간의 발길 닿는 곳 그 어디서라도...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아치 문)
인류 최초의 서사시인 <길가메시>의 주인공 길가메시 왕은 기원전 2500년 경 지금의 '이라크'라는 나라 이름의 유래가 된 도시 국가 '우루크'를 다스렸던 기원전 수메르인들의 전설적인 영웅이다.

수메르인들은 대략 기원전 4500년 경에 지금의 이라크 땅인 메소포타미아 지역에 나타나 약 2,000년 동안 이 지역을 지배하다가 사라진 민족이라고 한다.

러시아 태생의 한 저명한 미국인 학자는 인류 최초의 도시, 인류 최초의 문자, 인류 최초의 학교, 인류 최초의 법률 등 인류의 문명사, 문화사에서 최초의 중요한 것 27가지가 수메르인들의 발명품이라고 쓰고 있다. 그때문인지 인류 역사의 발원지가 수메르라는 주장이 대세가 되고 있다.


그림 같은 풍경이다. 저 오래된 문 위로 그보다 더 나이를 먹은 조각 달이라니...

(침략의 길, 이라크 국경 도로)

"문명발상지에서 일어난 문명충돌"

지난 2003년 4월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 시작된 이후, 영국의 일간지 더 타임스는 이런 제목으로 '인류는 어쩌면 아프리카에서 탄생했을지 모르지만 문명이 생겨난 곳은 이라크'임을 강조하면서, 기독교 문명을 대표하는 미영 연합군이 다름 아닌 인류 문명의 요람을 맹폭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 신문은 뿐만 아니라 기독교의 이상향인 '에덴동산'이 바로 이 지역에 있다고 언급하면서, 그들이 돌아가야 할 이상향이 바로 기독교 문명인들에 의해 파괴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림'으로는 가장 인상 깊었던, 멋진 그림으로 보이지만, 그 내용을 생각하면 한숨부터 물게 되는 장면이다. 아프가니스탄은 또 어쩌냐...

(팔루자-사막에서 아이를 잃다)

"도망쳐 나오다가 두 아이를 잃었어요. 미군은 우리에게 대피하라 해놓고 사막마저 봉쇄해버려, 우리는 사막에 꼬박 하루 갇혀 있었어요. 결국 물을 마시지 못해 우리 아이들 둘 다 죽었어요! 우리뿐만이 아니에요. 한 가족이 차에 타고 있었는데, 미군이 차를 세워 총으로 가족을 몰살시키는 걸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어요. 이건 학살이에요."

하미드 제삼(54. 여), 윤정은의 <팔루자 보고서> 중에서



판화 기법으로 그려서 비극이 더 극대화되어 전달된다. 저 갚을 길 없는 죄값은 대체 누구의 몫일까. 희생자는 있는데 왜 가해자는 보이지 않고, 보상도 사과도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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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눈썹이 지르는 비명 창비시선 271
박연준 지음 / 창비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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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 01:35 a.m.

바퀴벌레가 싱크대 앞을 지나간다
얼른 슬리퍼로 때려잡는다
후다닥 도망치다 압사당한 생,
사체는 그 자체로 비명이다
너의 더듬이가, 가는 다리들이 이 밤의 흐름 속에서 눌린다
내 반사행동 속에 숨어 있는 살기가 싱싱하다
얼마나 더 움직이는 것들ㅇ르 죽이고 싶어하는지
살인 후의 긴장감으로 속눈썹이 곤두선다

딱딱한 살인과 소리 없는 죽음 사이에서
눈을 동그랗게 뜬 식탁의자들,
그런데 어디로 가고 있었을까? 바지런한 다리들
허옇게 질린 슬리퍼는 제 몸이 칼인 줄 알았을까?

서슬이 퍼런 팔다리를 가지런히 모으고
한밤중 뭉개진 생의 자국을 관람한다-43쪽

일곱살

...(중략)...

글쎄, 일곱살 때 나는 꼭 만세를 부르는 자세로 자는 척 했어요
어른들은 웅크리고 자는 걸 못 견디어했죠
울고 있어도 만세만 부르면 안심하곤 사라졌어요
봐요, 만세잖아요 만세, 아무 문제 없다니까요
나는 일곱살만큼 늙어 있었고, 토큰가게 주인이 꿈이었어요
작은 가게 안으로 이따금 들어오는 낯선 손에게
토큰 두 개씩 떨어뜨려주고는, 꾸벅꾸벅 졸고 있고 싶었죠

이빨 빠진 바람처럼 순한, 일곱살이었어요-58쪽

가난한 집 장롱 위에는

가난한 집 장롱 위에는 웬 물건들이 저리 많은지요 겨울 점퍼가 들어 있는 상자들, 못 쓰게 된 기타, 찬합통, 고장난 전축, 부러진 상다리 들이 저희들끼리 옹기종기 모여 가난한 집 방바닥을 내려다봅니다 가난한 집 장롱 아래는, 술 잔뜩 마시고 고꾸라진 늙은 남자가 누워 있습니다 어둠의 밀도와 병이 진행되는 속도에 따라 남자의 흰 수염이 자라나고 움직이지요 하얗게 일렁이며 꽆피우는 창백한 봄을, 가난한 집 형광등의 침침한 눈이 끔뻑 끔뻑 바라봅니다 가난한 집 물건들은 모두 사연 있는 듯 입이 무겁고, 가난한 집 아기는 종일 무릎으로 걷다, 심심하면 무릎을 안고 잠이 듭니다 가난한 집 행주는 소심하게 몸 빙빙 말고 있고, 가난한 집 선풍기는 우스꽝스럽게 달달 돕니다 돌다가 끽 끽, 헛소리도 합니다 가난한 집 장롱 위, 오래된 물건들은 보좌 위에 앉아 시름 많다고, 먼지들만 슬금슬금 날아듭니다-1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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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09-10-01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 잘 봤어요.^^ 마노아님 즐거운 추석 되세요.^^

마노아 2009-10-01 23:10   좋아요 0 | URL
헤헷, 꿈꾸는섬님도 즐거운 추석 연휴 보내셔요. 일은 적게 하고, 많이 쉬셔야 해요~

꿈꾸는섬 2009-10-02 00:05   좋아요 0 | URL
앗, 전 설거지만 할듯해요.ㅎㅎ

마노아 2009-10-02 00:25   좋아요 0 | URL
옆지기님의 지혜로운 처신을 원츄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