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명만 모여도 꼭 나오는 경제 질문 - 선대인연구소가 대한민국 오천만에게 답하다 선대인연구 1
선대인경제연구소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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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명만 모여도 꼭 나오는 경제 질문인지는 모르겠지만, 한국 사람들이 궁금해할, 그리고 알아야 마땅한 경제 질문들과 거기에 대한 답변들을 담아둔 책이다. 선대인은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꼽사리다'를 통해서 알게 된 분인데, 방송 들을 때는 좀 비호감이었다. 그런데 책으로 접하니 좀 더 호감으로 방향이 전환되었다. 아무래도 글은 여러 번 정제를 했기 때문이 아닐까. 


1장 왜 그럴까 :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왜 우리 모두는 불안한가
은퇴시기가 갈수록 빨라지는 이유
88만원 세대는 앞으로도 어렵다
체감물가와 통계의 차이가 점점 커지고 있다
주가는 올라도 내 주식은 떨어진다
도시가스, 전기요금의 잇따른 인상 
어쩌다가 대학 등록금이 이렇게까지 올랐을까
부동산 가격이 자녀들 일자리와 어떤 관계가 있나


1장의 주제들이다. 88만원 세대의 앞날과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서 이야기 했다. 88만원 세대가 적어도 150만원 세대는 되어야 할 텐데, 지금 이대로 내버려두면 66만원 세대가 될 거라는 예측이 섬뜩했다. 


도시가스와 전기요금 인상 이야기도 주의 깊게 보았다. 실생활과 직결된, 피부에 와닿는 경제 문제이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며칠 전 공공요즘 또 인상한다는 기사에 심기가 많이 불편했다. 이 넘의 나라가!!!

2장 할까, 말까 : 판단에 앞서 숲을 보라
집 지금 살까, 말까 
하우스푸어 구제안, 어디까지 믿을 수 있나
무주택자는 주택연금 들어야 하나
베이비붐 세대에게 주택청약통장은 필수인가
퇴직금으로 자영업을 고려한다면
재테크로 부자가 될 수 있을까
보험만이 미래를 위한 최선의 준비라는데
경제신문의 정보, 뭘 믿을까

제일 덩어리가 큰 게 2장이었다. 하우스 푸어들은 정부나 건설업자가 자신들과 한 배를 탔다고 기대하지 마라. 그들은 하우스푸어들과 운명 공동체가 아니다. 정부의 구제책은 늘 가진 자들만의 구원의 방주였다. 눈 크게 뜨시라! 


보험에 선뜻 가입하는 것도 자제해야 한다. 


127쪽의 지적이 눈에 들어온다.


만약에 남편이 “아는 사람이 자동차를 한 대만 팔아달라고 해서 할부로 한 대 샀어”라고 아내한테 얘기했다가는 당장 집에서 쫓겨날 것이다. 몇백만 원인 TV나 냉장고도 꼼꼼하게 비교하고 따져가면서 사는데, 하물며 보험상품을 보험설계사의 말만 듣고 혹은 광고만 보고 덜컥 사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3장 진짜일까 : 한국형 경제의 핫 이슈
빚도 저축이라고?
큰손들은 빌딩으로 몰리고 있다는데
한국 부동산은 일본처럼 폭락하지 않는다고?
잘나가는 수출품, 국내용의 품질은 떨어진다
일본과 그리스의 경제위기는 복지 과잉 때문일까
평창 동계올림픽 경제효과는 64조 원이다
FTA는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형 경제에 유리한가
우리나라의 펀더멘털은 탄탄한가
젊은이들이 잘 되어야 노후가 편안해진다는데
환율이 오르면 누구에게 이익인가
왜 삼성전자만 사상 최대의 실적을 낼까
우리나라는 중국의 영향을 얼마나 받을까
박정희식 경제가 다시 통할까


환율 이야기와 박정희식 경제 이야기가 유난히 눈에 들어왔다. IMF 때 지금 이대로!를 외쳤다던 기업들을 떠올리며 분노를 곱씹었다. 검은 머리 한국인들 같으니라고! 대통령은 때아닌 '새마을운동'을 외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박정희식 경제 모델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찬찬히 읽어보고 곱씹어 보시라. 박정희가 정말 경제 대통령이었는지!


박정희 정권 집권기의 고도성장은 당시 동아시아 국가에서는 일반적인 현상이었다. (...) 질적 측면까지 고려한다면 일보은 한국보다 2배 이상 국민소득이 높은 선진국을 만들었고, 대만은 우리보다 더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와 높은 복지 수준을 달성했다. 싱가포르 정치는 일당 독재 형태에 가깝지만 한국보다 소득수준과 생활수준이 2배가량 높으며 부패수준은 낮다. 중국은 출발은 많이 늦었지만 한국과 비슷한 성장 궤적을 그리며 질주하고 있다. 물론 아프리카나 남미 등지의 독재국가들과 비교하면 박정희 경제는 고도성장을 실현했고, 상대적으로 부패 정도는 덜했다. 하지만 국민 경제의 발전을 큰 틀에서 규정하는 문화나 교육 같은 심층 요인들이 비슷한 동아시아권으로 한정하면 박정희 경제의 성과는 결코 뛰어나다고 하기 어렵다. -237쪽 

4장 어떻게 될까 : 나의 대처에 따라 미래는 달라진다 
국민행복연금 앞으로 괜찮을까 
노후 비용으로 얼마나 준비해야 하나
1인 가구라도 잘살 수 있으려면
전세, 월세 시장은 어떻게 될까
또다시 환율 급등 사태가 올 것인가
한국의 금융위기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중산층이 얼마나 되어야 좋은 나라인가
복지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까
박근혜 경제에서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


경제 문제를 '지적'만 하는 것은 쉬울 지도 모르겠다. 문제는 '해법'이다. 선대인 경제 연구소는 복지 재원 마련 방법까지 제시해 주었다. 정부가 이대로만 따라 주어도 대한민국, 숨통이 좀 트이지 않을까? 귀 좀 기울려 주었으면 좋겠다. 뭐, 기대는 않지만...


1. 현재 시세의 30~50% 수준에 불과한 단독주택과 대기업 보유 부동산의 과표를 현실화하고 소득조사청을 설립해 법에 명시된 양도소득세와 임대소득세를 제대로 걷는다. 이렇게 되면 약 20조원의 세수를 더 확보할 수 있다. 이렇게 걷은 세금을 서민들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건설과 주거 취약층을 위한 주택바우처 재원으로 사용해 ‘전 국민을 위한 주거 안전망’을 구축할 수 있다. 
2. OECD국가들 대부분이 그렇듯이 주식의 양도차익에 과세하는 한편 증권거래세는 폐지해 일반 개미투자자들의 주식 거래 부담을 줄일 수 있다(약 3조 원 확보 가능). 현재 매우 낮게 책정되어 있는 이자 수입 및 배당금에 대한 세율도 ‘버핏세’의 취지에 맞게 대폭 올려서 사실상 불로소득에 가까운 자본이득에 대한 과세를 강화해야 한다. 
3. 재벌 대기업에 집중된 법인세 비과세 감면 혜택을 대폭 줄이고 해고세를 신설하면 7~11조 원가량의 세수를 더 확보할 수 있다. 그렇게 확보한 재원을 실업보험 확충과 자영업의 고용보조금 등으로 사용함으로써 실업 충격을 줄이고 일자리를 늘리는 한편 최저임금을 꾸준히 올릴 수 있다. 

4. OECD 평균 2배에 이르는 토건 사업 예산을 크게 줄여야 한다. 2012년 현재 정부가 분류한 SOC사업 예산뿐만 아니라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토건시설형 사업을 모두 집계하면 약 40조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교통시설특별회계와 광역시설특별회계 등 토건 사업의 자금줄인 특별회계를 폐지해 일반회계로 통합하는 한편 건설 부패와 예산 낭비의 온상이 되고 있는 턴키 담합 등 입찰 비리를 근절해 토건 시설 예산을 30%가량 줄일 수 있다. 이렇게 확보한 연간 약 12조 원으로 무상보육 및 아동 수당 확대, 고교 무상교육과 지방 거점 국공립대 지원 등 우리 아이들과 청년들의 미래에 투자할 수 있다. 
5. 혜택의 대부분이 대기업에 돌아가지만 효율성이 극히 떨어지는 R&D 예산 16조 원을 OECD 평균 수준으로 줄이면 4.9조 원을 확보할 수 있다. 이들 예산을 중소기업 및 자영업의 직원 교육, 판로 및 사업 컨설팅 지원과 함께 신진 학자와 대학생들의 연구 및 학자금 지원에 쓸 수 있다. 

7. 각종 입찰 비리 등 건설 부패 행위에 대해 강력히 대응하고 여기서 생겨나는 비자금을 엄단해 추가로 거둔 세수(약 2~3조 원)를 적정임금제 도입과 4대 보험 적용 등을 통해 전국 200만 건설 노동자의 낮은 임금과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는 데 쓸 수 있다.

이처럼 7가지 조세재정 개혁만 제대로 실현해도 연간 50~55조 원의 추가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 물론 이 가운데 일부는 일반 납세자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낭비성 지출을 줄이거나 재벌 대기업 등 1%가 누리던 특혜를 일반 납세자의 혜택으로 전환해주는 것이다. 즉 나라 살림살이를 잘만 운영하면 국민들의 추가적인 세금 부담 없이 얼마든지 복지, 문화, 교육 예산을 늘리고 우리 삶의 질도 끌어올릴 수 있는 것이다.  -303-30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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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선친구 1
강금선 외 엮음 / 음악세계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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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학원 즐겁게 다니고 있는 다현양. 선생님 말씀이 이론 수업이 많이 부족하다고... 국내도서 5만원 맞추면서 겸사겸사 이 책을 골랐다. 다현양이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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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양심, 천안함을 추적하다 - 물리학자 이승헌의 사건 리포트
이승헌 지음 / 창비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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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조단이 과학의 이름으로 천안함사건의 결론을 내렸다고 주장하지 않았더라면 평범하게 물리학자로서의 소임을 다하며 살고 있던 이승헌 교수가 이렇게 사건에 뛰어들어 보고서를 쓰는 일까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당시 국내에 있지 않았고, 미국과 일본을 오가며 연구를 하던 이승헌 교수는 한발자국 먼저 이 사건에 뛰어들게 된 존스홉킨스대학 서재정 교수에게 격려 이메일을 보내게 되었다. 혹시라도 물리학자의 의견이 필요하면 말해달라며. 그렇게 시작된 한걸음은 그가 예기치 못했던 깊이만큼 더 빠져들게 되었다. 과학자의 양심이 이끈 길이었다.

 

'1번 어뢰'를 기억할 것이다.

 

후부 추진체에 300도의 열만 가해졌더라도 잉크는 완전히 타 없어졌을 것이다. 비등점이 이보다 높은 유성잉크나 페인트를 사용했더라도 어뢰 외부의 페인트가 타버릴 정도였다면 내부의 유성잉크나 페인트도 함께 탔을 것이다. 이러한 불일치는 설명할 방법이 없다. 외부 페인트가 탔다면 “1번”도 타야 했고, “1번”이 남아 있다면 외부 페인트도 남아 있어야 한다. 그것이 과학이다. 그러나 고열에 견딜 수 있는 외부 페인트는 타버렸고, 저온에도 타는 내부 잉크는 남아 있다. -서재정·이승헌 – 47쪽 

 

외부 페인트는 타버렸는데, 폭발이 있었다면 응당 따라올 고열에도 당당하게 살아남은 파란 잉크의 1번 어뢰 글자. 그러니까 북한 소행이라고 합조단은 발표했다. 그걸 증명하기 위해서 모의실험을 했고, 그 결과에 문제가 있다고 과학자가 지적을 했다. 정당한 지적을 수긍하던가, 아니라면 재차 실험을 통해서 반박을 하면 된다. 그러나 합조단 측은 거절했고 의문을 제기한 사람들을 종북으로 몰아가며 색깔론을 펼쳤다. 너무 익숙해서 놀랍지도 않지만 여전히 참 창피하고 뻔뻔한 수순이다.

 

이교수는 이 일련의 사건들에 대해서 국제 과학 학술지나 언론사에 알리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때마다 관련 자료들을 보내주고 인터뷰를 하고 필요하다면 만나서 대화를 나누었다. 국내 기자도 마찬가지였는데, 이공계 소양을 갖춘 기자가 많지 않아서 그 부분에 대해서 무척 답답해하는 인상을 받았다. 동감한다. 과학의 결과물들이 사회 곳곳에서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사회이므로 젊은 이공계 출신들이 의원 보좌관과 기자로도 많이 진출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대학의 현실을 생각하면 참 까마득해 보인다. 이공계뿐인가. 국문학과가 속속 폐지되고 있는 시점이니, 대한민국의 앞날이 참으로 갑갑하다.

 

수개월에 걸쳐 이 문제에 힘을 쏟으면서 이교수는 여러모로 난처한 입장에 처할 때가 있었다. 본인은 과학적  신념과 지식인의 사명을 가지고 이 일에 뛰어들었지만, 자신 때문에 일본인 친구가 화를 당하게 할 수는 없었다. 그 때문에 사직을 청할 생각까지도 했는데, 오히려 일본의 J교수는 이교수를 만류한다.

 

"토오꾜오대가 외부의 압력에 굴할 정도로 만만한 데가 아닙니다. 토오꾜오대 교수들이 전문가 입장에서 이교수의 주장이 맞다고 판단하면, 이교수가 기자회견을 하는 것에 대해 과학자로서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고 인정해줄 것입니다. 이교수의 일본인 친구가 그 일 때문에 불이익을 받는 일은 절대 없을 것입니다."

 

참으로 건강한 자세가 아닌가. 사실 당연한 것이지만 우리로서는 놀라는 쪽 반응이 더 당연하다는 게 슬프다. 실제로 일본의 대학은 J교수가 장담한 대로 움직였다.

 

“우리가 이렇게 찾아온 이유는 이 주간지 기사가 이승헌 교수님의 소속을 밝혔으니 학교 본부에서 교수님과 가족을 보호할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러자면 토오꾜오 경찰과 일본 경찰청에 이교수님의 개인정보를 주어야 하는데 동의해주시겠습니까?”
나는 처음에 귀를 의심했다.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나의 신변보호를 위해 경찰에 협조를 요청한다니.
“토오꾜오대는 이교수님의 보호를 위해 경찰이 필요하면 경찰이 캠퍼스에 들어올 수 있도록 허락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다른 도시로 가는 것은 가급적 삼가시고, 꼭 갈 일이 있으면 며칠 전에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일본 경찰청이 그 도시에 교수님의 행적을 미리 알려 보호대책을 세우도록 하겠습니다.”
놀랍고도 고마운 일이었다. 그리고 나는 일본사회의 저력이랄까 하는 것을 느꼈다. 더구나 과학을 하는 사람으로서는 사회가 이 정도로 개인의 학문적 소신을 지키는 일을 지원해주다니 더할 나위 없이 부러울 따름이었다. – 152쪽

 

세상에, '보호'해 준다는 것이다. 너 때문에 우리가 피해를 입을 지 모르니 나가!가 아니라, 보호해 주고 협조해주고 대책을 세우겠다고 하지 않나.

 

이런 식의 비교될 일은 무척 많았다. 미국의 토머스 제퍼슨이 대통령이 낙향 후에 직접 설계한 버지니아 대학 건축 이야기도 부러운 부분 중의 하나였다. 퇴직한 대통령이 이렇게 재능을 발휘해서 조용히 지낼 수도 있구나... 싶어서. 이교수님은 그리스계 아내와 살고 있는데, 두 부부가 어린 아이들을 함께 돌보며 가사 일도 같이 돕는 것 등도 무척 부러워보였다. 책의 말미에는 이필렬 교수와의 대담도 실려 있는데, 거기에서 일본 토오꾜오대 연구소에는 내부 승진이 없다고 하자 독일도 그렇다고 대답해서 역시 마구마구 부러웠다. 천안함 사건의 과정에서 정부 측 손을 든 노교수의 잘못된 발언에 대해 비판을 하자 버릇없다고 호통치는 이런 서열식 한국 문화에서는 아무리 용을 써도 과학이 바로 서지 못할 것이다. 매해 노래부르는 노벨상도 소원할 것이고.

 

이 책은 일기 형식으로 진행되는데, 이승헌 교수가 천안함 사건에 어떻게 발을 담그게 되었나부터 이 한권의 책으로 어떻게 마무리를 짓는가의 여정이 시간 순으로 쭉 배열되어 있다. 자신의 전공 분야인 물리학에 기대어 합조단의 실험 결과가 왜 문제가 있는지, 그들의 주장에 어떤 모순이 있는지에 대해서 설명하는 것에 주력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여러 해외 언론사들과 국내 언론사들, 그리고 과학 관련자들의 움직임과 입장에 대해서 많이 소개했다. 그가 안타까워 했듯이, 우리나라 풍토에서 개인이 실명을 걸고 이 문제를 짚고 나오기에는 개인이 치러야 할 대가가 많이 크다. 여차하면 연구비가 다 끊길 판이니. 그래서 조직과 연대의 이름으로 단체가 움직여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아마 그 조직도 그렇게 큰 덩어리가 아닐 것이니 이해는 가지만, 역시 지성의 이름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그 옛날 88올림픽을 방해하기 위해서 북한이 금강산 댐을 만들고 있다며 우리는 평화의 댐으로 응수하자고 전국적 모금운동을 벌이던 일이 생각난다. 그때 시뮬레이션을 보여주던 교수님, 안 부끄러우셨습니까? 사사오입 개헌 때 2/3를 채우지 못한 걸 반올림 해서 통과되었다고 우긴 어용수학자, 얼굴 화끈거리지 않았습니까? 멀리 갈 필요도 없다. 십여 년 전 황우석 사건 때 국제적으로 얼마나 망신스러웠던가. 당장의 이익을 위해서 진실을 감추는 것도 당연히 안 될 일이지만, 21세기에 과학적 진실이 얼마나 오래 덮어둘 수 있다고 이토록 용을 쓰는지... 그만큼 국민이 우습거나 그만큼 감춰야 할 것들이 많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러나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지 않은가. 모든 게 밝게 밝혀져야 할 것이다. 숨겼던 것들, 왜곡했던 것들 모두 말이다. 그리하여서 희생된 장병들의 억울함이 조금은 가실 수 있기를, 다시는 이런 끔찍한 일들이 벌어지지 않기를, 대한민국의 언론도, 과학계도, 집단 지성도 모두 한뼘씩 성장하고 자정되기를!

 

 

이필렬 교수와의 대담에 등장한 사진이다. 오, 멋지다. 지성미가 돋보인다! 사진이 조금 잘렸지만 사과 마크 노트북도 아주 새끈함!

 

 

덧글) 오타가 있다.

257쪽

과학의 존엄성와 엄밀성에 >>> 존엄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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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처럼 살고 싶어 (CD 2장 + 손악보책 1권) - 이오덕 노래상자
이오덕 시, 백창우 곡 / 보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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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창우 아저씨네 노래 창고 중 이오덕 노래 상자 "노래처럼 살고 싶어"다.
양팔을 벌리고 한쪽 무릎만 세워 앉은 듯한 사람 모양새가 보기 좋다.
언뜻 떠오른 것은 '애도하는 사람'의 애도하는 자세랄까.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가사집이면서 시집인 책 한 권과 두 장의 시디로 구성되어 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반복해서 노래를 듣고 있는데 모처럼 싱그러운 노래를 들으니 머리가 맑아지는 기분이다.

참 해맑은 웃음을 지으시는 선생님. 가식도 없고 욕심도 없는 그런 표정이다.
선생님의 표정은 선생님의 글을 닮았다. 아니, 글이 선생님의 얼굴을 닮은 것일까?

선생님은 어린이들 글쓰기가 어려운 '공부'로 되는 것을 걱정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습니다.
"글은 쓰고 싶어서 씁니다. 쓰고 싶어서 써야 됩니다. 그래야만 좋은 글이 됩니다. 그것은 마치 말을 할 때, 하고 싶은 말이라야 저절로 술술 얘기가 나오는 것과 같습니다.
여러분은 쓰기 싫은 글, 상 타고 점수 따기 위한 글은 쓰지 말고 쓰고 싶은 얘기들을 진정에서 나온 말로 쓰십시오." (<글쓰기 이 좋은 공부>에서) -9쪽

"우리가 살고 있는 인간 사회의 현실을 보면 악한 것이 언제나 착한 것을 이기는 것 같다. 그러나 긴 역사를 통해서 보면 마지막에는 결국 착한 것이 이긴다. 무기를 만들어 내고, 사람을 해쳐서 제 욕심만 채우려고 온갖 궁리를 하는 인간들을ㄴ 결국 제 꾀에 제가 넘어가고 만다." (<산 넘고 물 건너>에서) -10쪽

이 부분에서 참으로 위로를 얻는다. 뉴스를 피해가지 못하지만, 뉴스를 들을 때마다 괴롭다. 이 놈의 세상, 콱! 망해야 하는 것 아닐까 싶을 만큼 사악한 세상에 분노를 느끼는데, 선생님은 길게 보면 그래도 결국 착한 것이 이긴다고 하셨다. 지금 포기하고, 지금 실망해서 좌절하지 말자고 다시 마음 잡게 된다. 긴 역사를 생각하자. 그 과정이다. 그 일부분이다. 아직 끝이 아니다!!

누가 그렸을꼬? 짙은 눈썹의 선생님 얼굴이 강렬하다.
머리 숱도 많다. 이만하면 훈남 중의 훈남 선생님이다.^^

이주영 씨가 전한 일화에는 선생님이 과일 껍질을 따로 모아 말리고 계셨다고 한다. 선생님 계신 집에서 쓸 데가 없는 데도 말이다.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충주)무너미에 갖고 가 밭에 버릴 때도 있고, 산에 갖다 버려도 돼요. 누가 그렇게 많이 갖다 버리는 것도 아니고, 겨울에 산에 갖다 두면 작은 짐승들이 먹잖아요. 겨울에는 먹을 것도 잘 없을 텐데."

아아, 산에 사는 작은 짐승들의 겨우살이까지 신경 쓰는 이 마음씀이라니!!!
그러나 도시 속 무더운 내 방에선 아까 먹은 감기 시럽약을 바로 버리지 않았더니 달달한 냄새를 맡고 벌써 개미가 달려왔다. 죄송해요. 개미가 먹으면 얼마나 먹겠냐만은... 전 개미랑 같이 살기 싫었어요. 흑흑...ㅜ.ㅜ

또 이주영 씨의 일화다. 흙으로 빚은 물 잔에 죽을 담아서 드시는 게 안타까웠다고.
하지만 선생님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셨다.
"그런데-음, 이게 참 편리해요. 한 끼에 딱 요만큼 먹으면 속이 편해요. 나한테 딱 맞아요. 그리고 이렇게 들고 있기도 좋고, 손으로 감싸면 손 안에 쏙 들어와요. 참 편하고 좋아요. 이게 예술이지요. 안 그래요? 이게 가장 아름다운 예술이지요. 청자가 예술이 아니에요. 보고 구경하는 청자보다 이렇게 편리하게 먹을 수 있는 그릇이 진짜 예술이에요." -15쪽

며칠 전에 어느 분이 올려준 사진에 돌멩이 세개를 포개어서 만든 아기 부처가 생각난다. 근사한 사찰 풍경보다도 더 시선을 끌던, 그 자체로 완성된 아름다움을 가졌던 그 소박한 돌멩이들이 진짜 예술이었지...

우와아, 책들의 무덤이라고 해야 하나, 일기들의 낙원이라고 해야 하나, 자료들의 천국이라고 해야 하나?
공간과 가구의 부재로 다소 어지러워 보이긴 하지만 꽤 꼼꼼하게 정리하고 분류해 두신 것 같다.
하나하나 저 글단지들을 손으로 빚었을 테지.
부지런하고 부지런한 선생님. 일기도 40년 이상을 쓰셨다. 아주 자세하게.
살아오신 삶의 여정이 모두 그렇게 기록이 되었다.
참 많은 것을 주고 가신 선생님.

바보라도 좋아.
바보라도 좋아.
죽을 때까지 하늘 위에서
노래처럼 나는 살고 싶어.

-이 부분이 오래 가슴에 남는다. 지난 달에 보고서 완전 반했던 "닭들의 꿈 날다"가 떠올랐다. 거기선 다리 잃은 독수리가 날지 못하는 닭과 함께 '닭수리'가 되어 비행을 한다.
비무장지대를 넘어 평화를 향해 달려가던 닭수리.

또 한 곡이 떠오른다. 내가 좋아하는 이승환의 '내가 바라는 나'라는 제목의 노래다.


아무것도 모른 채 살 수 있는 나
아무것 없이도 살아 갈 수 있는 나
내 주위 고마운 사람들 행복을 빌고
따뜻한 말 한마디 건낼 수 있는 나
아마 웃을거야 철없던 날의 내 턱없는 바램
아주 오랜 후에 부끄럽진 않을런지
내 부족함을 알고 욕심을 알며
내가 가진 것들에 으시대지 않는 나
이해와 용서로 미움없는 나
사랑의 놀라운 힘을 믿어갈 수 있는 나
마지막 내 진정 바라는 나
더 이상 너때문에 아파하지 않는 나


이런 노래처럼 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또 어떤 노래가 있을까. 많이 떠오르지만... 다 적지는 못하겠다.
나도, 노래처럼 살고 싶다.


된장찌개가 보글보글 끓는 소리가 들린다.
우리 말에서 가장 매력적인 것 중 하나가 이토록 발달한 의성어와 의태어다.
리듬감도 느껴지고 그대로 구수한 된장찌개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조주희 작가님의 '키친' 5에서 시한부 선고를 받은 아버지가 자신을 기다리는 저녁 밥상의 소중함을 깨닫는 장면이 퍼뜩 떠오른다.
그런 기억으로 남기에 가장 좋은 것이 바로 된장찌개.
구수한 엄마 냄새다.

'벌레소리'의 마지막 부분이다.
벌레소리를 지구의 숨소리라고 했고 평화의 소리라고 했다.
기억나는 벌레 소리라면, 여름의 매미 소리, 가을날 귀뚜라미 소리.
또 뭐가 있나? 파리와 모기의 이잉~ 소리를 싫고, 개구리 소리 잘 못 듣지만 좋게 여기지도 않았는데, 이 글을 보니 쪼오금 반성이 된다.
고등학교 때 선생님이 들려주신 신춘문예 당선작의 제목은 하느님의 발자국 소리였다.
그 작품에서 하느님의 발자국 소리는 눈이 내리는 소리였다.
앞을 보지 못하는 소녀가 눈 내리는 날에 외쳤던 그 한마디가, 내가 직접 보지 못한 글임에도 오래오래 기억에 남는다.
그림도 참으로 순수하고 정겹구나.

내가 고래라면-

이 장면을 보니 안치환이 떠올랐다.

내가 만일 하늘이라면 그대 얼굴에 물들고 싶어
붉게 물든 저녁 저 노을처럼 나 그대 뺨에 물들고 싶어

내가 만일 시인이라면 그댈 위해 노래하겠어
엄마 품에 안긴 어린아이처럼 나 행복하게 노래하고 싶어

세상에 그 무엇이라도 그댈 위해 되고 싶어
오늘처럼 우리 함께 있음이 내겐 얼마나 큰 기쁨인지

사랑하는 나의 사람아 너는 아니
워- 이런 나의 마음을

내가 만일 구름이라면 그댈 위해 비가 되겠어
더운 여름날의 소나기처럼 나 시원하게 내리고 싶어

세상에 그 무엇이라도 그댈 위해 되고 싶어
오늘처럼 우리 함께 있음이 내겐 얼마나 큰 기쁨인지

사랑하는 나의 사람아 너는 아니
워- 이런 나의 마음을
워- 이런 나의 마음을

//내가 만일--라면... 하고 빈칸을 채워본다.
지나치게 세속적인 것부터 떠올라서 살짝 부끄럽다.
레오 리오니의 프레드릭이 퍼뜩 생각난다.
추운 겨울날 봄을 기다리다 지친 친구들에게 노래와 햇살을 선물할 수 있는 시인이 되었으면 좋겠다.

마지막 세 문단이 아주아주 마음에 든다.
오늘은 여러모로 '욕심 없는'에 자꾸 눈길이 간다.
그게 참 쉽지 않아서, 그게 참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런가 보다.
하늘을 내 집으로 만드는 비밀이니 어려운 게 당연한가보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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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3-06-14 0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오덕 선생님!
이름 부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먹차오르는 분이어요.

마노아 2013-06-14 13:02   좋아요 0 | URL
그렇죠? 먹먹하게 하고 뭉클하게도 하시는 분이에요...
 
천안함은 좌초입니다! - 오만가지 거짓말로 덮어버린 하나의 진실
신상철 지음 / 책으로보는세상(책보세) / 201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이명박 정부 시절에 가슴 아팠던 사건이 정말 많았다. 용산과 쌍용자동차는 이름만 들어도 묵직한 게 가슴을 누를 지경이다. 그런데 이보다 더 답답한 사건이 있었다. 진실이 지나치게 덮여버려서 가까이 가기가 좀처럼 힘들었던 그 이름은 천안함이다. 사건이 있던 2010년 3월 26일의 그 아찔했던 순간과, 함수가 완전히 가라앉기 전까지 초조하게 장병들의 생환을 기다리던 27일의 일정도 그대로 떠오른다. 혹시라도 기적처럼 46명 장병들이 살아서 돌아오지 않을까, 지금쯤 가족들은 얼마나 초조하게 1초 1초를 버티고 있을까 심장이 뛰었다. 그러나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고 장병들은 바다 속에 가라앉았다. 그리고 진실도 그렇게 묻혀버렸다. 이후 얼마나 많은 공방들이 있었던가. 좌초다, 피로파괴다, 어뢰다, 기뢰다 등등등. 때마침 지방선거를 앞두고 파란색 매직으로 ‘1번’이라고 쓴 어뢰가 발견되었고 또다시 북풍이 몰아치나보다 잔뜩 긴장하고 분노하던 기억도 떠오른다. 그리고 지금은 천안함 사건을 북한 소행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은 ‘종북좌파’ 인증이 되어버리는 시대가 되어버렸다. 참, 기막힌 현실이다.

 

이 책은 천안함 사건에 가장 깊숙이 들어가서 연구를 했을 사람 중에 하나인 신상철 씨의 천안함 사건 보고서다. 진실을 파헤치려 할수록 압박이 들어오고 민형사 소송으로 정신을 빼놓고 어떡해서든 그의 입에 재갈을 물리려고 했지만 그는 꿋꿋이 버텨내면서 이 책을 썼다. 과학적 데이터 앞에서 할말이 없어진 사람들은 그가 자격 없는 사람이라고 손가락질을 하며 깎아내리기에 바빴다. 이에 그는 자신이 얼마나 배에 대해서 전문가인지, 천안함 사고에 얼마만큼 예리하게 분석하고 있는지를 스스로 증명해야 했다. 앞부분에는 그가 배와 엮인 인연과 경력에 대해서 소개하는데 마치 천안함을 위해 태어난 사람 같았다. 조선 공장의 총감독으로 일했던 그의 손에서 탄생한 배가 열세척이다. 배의  A부터 Z까지 꿰고 있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가 가진 온갖 전문성이 천안함의 진실에 다가가도록 밀어주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경력 이야기 하다가 한진중공업 이야기가 나왔는데, 이 기업은 참... 여러모로 사람 질리게 한다. 돈 앞에 사람의 안전과 생명은 보이지도 않는 것인지......

 

한진중공업으로서는 가장 만만한 게 같은 계열사인 한진해운에서 발주한 선박이었다. 다른 회사 배에는 감히 그렇게 하지 못하지만 우리 배에 대해서는 툭하면 자재를 바꾸고, 도면 무시하고, 심지어는 계약서나 사양서 내역과는 전혀 다른 설비를 장착해놓고도 막무가내로 버팅기기 일쑤였다. -56쪽

 

처음 사건이 일어났을 때 최초 보도는 ‘좌초’였다. 대통령은 북한 소행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사건이 자꾸 흐려져 버렸다. 앞의 말을 뒤집고, 앞서 보도되었던 시간이 수정되고, 바로 그 수정된 것들이 발각이 되고 유가족들에게 브리핑 때 했던 말들도 뒤엎어 버렸다. 마치 ‘좌초’여서는 안 되기 때문에 ‘어뢰’ 쪽으로 가닥을 잡고 뭐든 짜맞추려고 애를 쓰는 모양새였다. 그러나 그렇게 뒤뚱거리며 조각을 맞추기엔 너무 규모가 큰 사건이었다. 신상철 씨의 표현대로 무려 1200톤이나 되는 육중한 선박에 새겨진 흔적들 아닌가.

 

선박이 좌초하면 반드시 선체에 그 흔적이 남게 된다. 따라서 나는 “천안함이 인양되는 순간 천안함 좌초 여부는 확실하게 가릴 수 있다”고 단언했다. 아이들이 뛰어 놀다가 넘어져도 상처가 남게 마련인데 하물며 1200t의 육중한 선박이 육지에 부딪혔는데 흔적이 없을 리 있겠는가. -105쪽

 

 

천안함 함수 사진이 알려준 사건의 내용은 섬뜩하기까지 했다. 정부는 함수를 발견하지 못한 것처럼, 급히 수색하고 있는 것처럼 쇼를 했지만 처음부터 함수는 바다 위에 떠 있었고 그 함수를 해경이 지키고 있었다. 함수는 정확히 16시간 22분이나 가라앉지 않고 있었고, 국방부가 가라앉은 것으로 발표한 시각 이후로도 무려 13시간이나 더 떠 있었다. 그런데 아무 조치도 하지 않았다. 함수 쪽에는 생존자가 없다고 여긴 탓이었겠지만 적어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필요한 조치를 했더라면 그 안에서 갇혀 죽은 한명의 대원은 살릴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함미는 3분 만에 가라앉아서 생존자를 구하는 게 쉽지 않았겠지만 함수는 오랜 시간 떠 있었다. 그 안에 홀로 갇혀서 구조를 기다렸던 대원이 가졌을 절망의 16시간이 잔인하고 잔혹하다. 대체 함수도 아니고 함미도 아니고 우리 정부와 군이 찾아서 지키려고 한 것은 무엇일까? 거기에 '제3의 부표' 진실이 담겨 있다.

 

구조에 투입된 해군 잠수요원 함주호 준위는 바다 속에서 반파된 천안함과는 다른 물체를 확인하고 부표를 설치했다. UDT 동지회 회원들은 제3의 부표 아래에서 어떤 큰 구조물을 보았다고 했는데 길이 60여 미터의 물체가 수심 20미터 이하에 침몰해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신상철 씨는 천안함이 좌초 후에 제3의 부표 아래에 있는 미상함과 충돌했다고 보았다. 라디오 반민특위에 출연했을 때는 바로 그 ‘미상함’이 어느 나라 잠수함인지에 대해서도 밝혔고 근거도 제시했는데 이 책에서는 말을 아꼈다. 다른 지면을 빌려 발표하겠다는 것이다. 당시 인터넷에서도 꽤 이름이 회자된 제3의 나라. 적어도 추가로 떠오른 시체 4구가 천안함 장병도 아니었고 미군 측도 아니라고 했으니 정말 제3의 어떤 나라가 있을 거라고 짐작 가능하다.

 

뭐든 정권교체 실패로 돌리는 것은 무책임하지만, 저자 분도 그런 바람을 가졌던 것처럼 혹시라도 민주적인 정부가 들어섰다면 숨겨졌던 진실이 조금은 드러나지 않았을까? 이 책을 보면서 더 기가 막혔던 것은, 2010년만 하더라도 천안함의 진실을 파고들며 애를 썼던 공중파 방송국과 기자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들은 해직 기자가 되어 있고, 프로그램은 사라지거나 고유 색깔을 잃어버렸고, 현재 상대적으로 가장 볼만한 뉴스는 SBS가 차지하고 있다. 하아, 이런 날이 올 줄이야....

 

(부끄러워 몸 둘 바를 모르겠다.ㅜ.ㅜ)

 

충돌 건에 대해서는 서로가 조심하는 입장이니 말을 아끼고, 과학적인 데이터를 이용해서 설명한 좌초라는 증거, 어뢰 폭발이 아니라는 증거에 대해서 얘기해 보자. 천안함이 최초에 좌초된 것을 알려주는 증거들은 매우 많다. 배에 남겨진 증거들이 모두 그러했고, 사건 발생 직후 보도(당연히 군 관계자의 녹취록과 보고서로 확인된)된 내용들도 일관되게 좌초를 이야기했다. 분단 국가를 살고 있고, 남북 대치 상황도 많았으니 이런 사건이 있을 때에 북한을 의심할 수 있다. 북한 잠수정이 왔는지 안 왔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어쨌든 저쨌든 천안함에 남겨진 흔적들은 그것이 적어도 어뢰 ‘폭발’은 아니라는 것을 온몸으로 말하고 있다.

 

“배에 폭발로 인한 직접적인 손상은 전혀 없는데 어뢰 폭발로 인한 침몰”이라는 합조단의 발표는 어떤 사람이 “몸에 화상으로 인한 상처는 전혀 없는데 화상으로 사망했다”는 논리나 다름없다. -140쪽

 

술은 마셨지만 음주 운전은 아니다! 딱 이런 수준의 발언이었다. 인간 어뢰는 뭐... 말하자니 내가 다 부끄럽다...;;;;;

 

몇 해 전에 천연가스 버스의 가스통(8개 중 하나)이 폭발해서 20대 여승객 하나가 발목이 절단되는 사고가 있었다. 버스는 물론 인근 상가의 유리창까지 다 깨져버렸다. 폭발이란 그렇게 무서운 것이다. 30년 동안 바다 속을 잠수하며 살아온 알파잠수의 이종인 대표의 설명을 들어보자.

 

폭발이 있으면 그 파편이 사람을 쳐서 다치는 걸로 생각하기들 쉬운데 그게 아니다. 일단 폭발이란 ‘단시간에 일어나는 산화작용’이다. 그게 뭐냐면 많은 양의 열이 나고, 큰소리를 내고, 그 다음은 기체의 팽창이다. 그 세 가지 현상이 동시에 발생하는 게 폭발이다. 어떤 밀폐된 공간에서 어떤 조건을 주면 폭발하게 되고 그러면 그 안에 있는 생명체, 생명체 중에서도 포유류는 허파를 갖고 호흡을 하는데 짧은 시간 내에 허파까지 공기가 도달하게 되고, 그러면 허파가 터지는 것이 아니라 순간적으로 다시 빠져나오는 반작용이 일어난다. 그런데 그때 인체구조는 반사적으로 닫혀버린다. 숨이 딱 멈추면 목이 경직되는 것처럼 인체가 경직되어 닫히는 현상. 그렇게 되면 그 압력으로 인해 코피가 터지는 것은 기본이고 심할 경우 목이 날아가는 손상이 발생하게 된다. 그런 실제 현상은 진주만 폭격 때 많이 발생했는데 구조하러 들어간 미군 잠수부가 들어갔다가 기절했다고 회고록에 쓴 걸 봤다. 시신들이 모두 목이 떨어진 채 둥둥 떠 있었던 거다. 격실 안에 있었는데...- 161쪽

 

물고기 한 마리도 죽이지 못하고 형광등 하나도 깨지 못하는 어뢰? 그야말로 유행어처럼 친환경 녹색 어뢰인가? 이건 마치 “탁!하고 치니까 억!하고 죽었더라.”처럼 설득력도 없고 성의도 없다. 국민을 얼마나 졸로 봤으면. 그러나 정말정말 기막히게도, 그런 정부의 설명이 먹힌다. 아, 진심으로 부끄럽고 슬프다. 이건 개연성이라곤 전혀 없으면서 우연만 난무하고 출생의 비밀이 꼭 들어가는 막장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

 

신상철 씨는 다 모으면 별 14개에 속하는 사람들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명예훼손이라는 것이다. 그놈의 명예훼손 소송도 지긋지긋하다. 바른 말 좀 하려고 하면 이렇게 재갈을 물려버린다. 참, 후지다.  지금도 재판은 계속 진행 중인데 그 와중에 국가보안법으로 엮어서 큰 화를 입을 뻔하기도 했다. 다행히 검사가 상식이 있는 분이어서 혐의 없음으로 판결이 나왔다. 그 후 해당 검사는 지방으로 발령을 받았다. 상부에 밉보여서 좌천된 것인지 우연의 일치인지는 알 수가 없다.

 

당장에 이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올라 화끈하게 진실이 밝혀질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손바닥으로 어찌 하늘을 가릴 수 있을까. 살아남은 장병들은 진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들의 입을 언제까지 막을 수 있을까. 지금처럼 정보가 도처에 널려 있는 세상에서 권력의 힘으로 얼마만큼 진실을 가릴 수 있을까. 더구나 이렇게 과학적으로 증명이 가능한 데이터들 앞에서.

 

그러나 진실은 늘 힘이 있지는 않다. 진실은 오랜 기다림을 요구하기도 한다. 진실이 마침내 드러날 때까지, 마침내 올바른 힘을 쓸 수 있을 때까지, 먼저 지쳐 떨어지지 않고 끝까지 따라가는 지구력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진실이 아무렇지도 않게 가려지고 덮여지고 왜곡되는 그런 세상을 살고 싶지 않다면 더 힘을 내어서 좇아가보자. 무관심이 아닌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덧글) 약간의 오타들이 있다.

 

10

일국의 국방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이라 군인의 신분이나 다름없으니 그리 부르겠습니다. >>>책임지고 있는 사람이나

11

참으로 가엽습니다.>>>가엾습니다.

105

그것은 천안함이 인양 후에야 밝혀질 수 있는 것이었다. >>> 인양된 후에야

138

폭발에 의한 그을음이이나 열에 의해>>>그을음이나

140

절단부에서 발견된 시신 약간 긁힌 흔적 외에 어떤 손상도 없다. >>> 시신에

143

밀가루 사이로나 자동체 분체도료장에서 >>> 자동차?(어느 게 맞는 건지 모르겠다.)

147

케미켈 운반선 두라3호는 인천에서 화물(휘발유)를 풀어준 후>>>화물(휘발유)을

179

‘사고 지점 수심 47미터’ 역시 중요기는 마찬가지다. >>>중요하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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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3-06-10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회가 되면 이 책을 읽게 되겠지만, 저는 천안함과 관련되어 이 책의 주장대로 좌초가 맞다고 전제해도, 좌초가 북한 소행으로 바뀌게 된 이유가 더 궁금합니다. 천안함 침몰 이유 이전에 다른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 있을 것 생각되는데, (제 상상력으로 상상이 안 되지만,) 침몰 원인에 대한 논란 자체가 핵심적인 뭔가를 숨기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마노아 2013-06-10 20:53   좋아요 0 | URL
저는 처음에 딱 잘라서 대통령이 북한 소행은 아니라고 잘라 말했던 게 궁금해요. 그냥 사실을 얘기한 건지, 혹여 남북 문제를 고려한 건지 말이지요. 이전 정권에서 북한은 못하는 게 없는 나라였잖아요. 뭐든 갖다 붙이기 일쑤였지요. 어차피 분쟁이 있기 때문에 하나 더 보태도 별 차이 없다고 여기는 걸까요? 이번 남북장성급 회담에 눈길이 가요. 이제는 좀 한발자국 앞으로 나갔으면 하네요.

2013-06-10 20: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6-11 09: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6-11 10: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6-10 16: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6-10 20: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글샘 2013-06-10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 못 읽습니다.
안 그래도 혈압이 높은데,
이 책 읽으면 심장이 터져버릴지 몰라요.

좌초, 가라앉았다는 함수, 물기둥, 영웅, 뭐하나 말도 안 되는 일들의 연속이죠.
북한, 어뢰설 이런 코믹한 것들이 말도 안 되는 것들이 신문에서 진실처럼 떠벌여졌던 그당시 생각하면,
심장이 아직도 불뚝거립니다.
용산에서 짓밟힌 촛불은 천안함 진실에 대해서는 입닫고 말았지요.
무서운 나라입니다. ㅠㅜ

남북 회담은... 나아가기 위한 게 아니라, 남북의 부정한 정권이 담합하려는 작태로 보이는데요... ㅠㅜ

마노아 2013-06-10 22:46   좋아요 0 | URL
작년 4월이었던가, 관련한 방송(라디오 반민특위) 듣고는 어찌나 섬뜩하고 무섭던지, 또 기막히고 가엾던지 눈물이 핑 돌았어요.
의자놀이에서 그런 대목 나오잖아요. 용산 때 간을 보고 쌍용을 진압했다고요.
천안함도 그 연장선일지도 몰라요. 우린 정말 많이 당했고, 움츠러들었고, 그리고 사실 무서워 하고 있죠.
저 리뷰 쓰는 것도 한 번 숨을 골라야 했답니다.
아아, 그런데 남북 회담은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일까요? 뭘 기대하는 게 바보같은 걸까요.ㅜ.ㅜ

아무개 2013-06-11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쓰시면서 한 번 숨을 고르셨을법 합니다.

제 주변은 한나라당 아니면 나라가 빨갱이화 되서 망할꺼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그득한 관계로 이런 이야기는 차마 해볼 생각도 못해요.
그래도 리뷰 읽고 나니 뭔가 시원하기도 하고.....참 쪽팔리기도 하고 그러네요.


마노아 2013-06-11 22:06   좋아요 0 | URL
정치가 우리의 삶과 무관한 게 아닌데, 젊은 사람들 중에서도 정치 이야기하면 질색팔색하는 분들이 많아요.
연세가 있으시고 전쟁을 겪었거나, 혹은 전쟁을 겪은 세대로부터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자란 세대라면 교육이 힘으로 그럴 수 있다고 여기지만 그 세대 이후 사람들이 자신의 경제 사회적 상황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선택을 할 때 무력감을 느껴요. 설득할 자신도 사실 없고, 지켜보는 것도 답답하구요. 말해도 안 먹히는 일이 더 많구요.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