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포 1
에스토 에무 지음 / 삼양출판사(만화)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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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제 구두를 제작하는 이탈리아인 할아버지는 평소 남자 구두만 만들었다. 그랬던 할아버지가 여자구두를 만들었던 건 돌아가신 할머니의 발에 신발을 신겨주기 위함이었다. 장례를 마친 할아버지는 고향 이탈리아로 돌아가셨다. 손자는 부모님의 이혼을 계기로 이탈리아에 계신 할아버지께 가서 구두 제작을 전수받았다. 열두 살에 피렌체로 간 것이다. 그리고 할아버지가 일본에 남겨두신 가게로 돌아가서 새롭게 자기만의 가게를 만들고 첫발을 내딛었다. 스물두살, 젊은 장인의 출발이었다. 핸드메이드 슈즈, 잇포가 그것이다.


자신의 몸에 최적화된,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신발. 풀오더 구두 제작은 30만 엔 부터였다. 얼추 우리 돈으로 300만원 수준이라고 봐야겠다. 300만원짜리 맞춤 구두를 기성화 사듯 살 수 있는 그런 사람은 워낙 다른 우주의 사람이니 알 바 아니고, 정말 의미있는 자리에서, 혹은 의미있는 일을 시작하기 위해서 이런 신발을 장만하는 것은 어쩐지 이해가 갈 것도 같다. 작품 속에서도 각각의 신발들에 큰 의미를 부여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소개된다. 특히 모델 일을 하다가 사고를 당해 지금은 의족 신세를 진 여자의 수제구두는 더 의미심장했다. 


이국적인 느낌의 서글서글한 그림체도 마음에 들고, 독특한 소재도 눈길을 끈다. 워낙 장인문화가 발달한 일본이다 보니 이런 작품도 나오나 싶었다. 그런데 작품 속 이탈리아의 사촌은 일본은 이런 비스포크 문화가 자리잡히지 않았다며 돌아오라고 일갈한다. 일본조차도 이런 취급을 받나 싶어서 흐으음... 


책 속에 구두 모양 책갈피가 들어 있다. 작품 속 장면이 담겨 있고 뒷면에는 제목이 있다. 

스탬프를 찍어서 출판사에 보내는 이벤트가 있던데 이를 어째, 스탬프가 있는 띠지를 버렸네.ㅡ.ㅜ

띠지는 먼저 떼어내는 습관이 있어서 말이다. 아쉽아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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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당포 시노부의 보석상자 2
니노미야 토모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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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개의 에피소드가 실렸다. 모두 보석에 관한 이야기인데, 이렇게 많은 보석들이 매매되는 게 신기해다. 배경이 전당포이니 당연한 거지만 굉장히 먼나라 이야기로 보였다. 시노부는 여전히 보석을 맞닥뜨린 순간 느낀 보석의 '기운'에 강하다. 시노부가 좋다고 느낀 보석은 행운을 가져다 주는 일이 많았고, 위험하다고 여긴 보석을 갖고 있으면 사고가 나기도 했다. 아키사다 입장에선 짜증나면서 부러운 재주일 것이다. 아키는 여전히 기억 속의 붉은 돌을 찾아 손님들을 만나고 있지만 벌써부터 과거의 실마리가 풀릴 리는 없다. 


아키의 동료 타카오미가 프로 스누커 선수였다. 처음 들어본 종목이다. 당구의 일종인데 룰이 좀 더 복잡해 보인다. 아무튼 보석 디자이너로 직종 변경하기 전까지는 프로로 뛰었다고. 3년이나 쉬었는데도 현역 프로 선수의 자존심을 뭉개버릴 실력을 여전히 갖고 있다. 그야말로 엄친아 중의 엄친아일세!


재산분쟁 문제를 코믹하게 풀어낸 네번째 에피소드가 가장 재밌었다. 할아버지 돌아가셨을 때 딸들이 전쟁 수준으로 유산 싸움을 했고, 그 6개월 뒤 할머니가 돌아가시자 환갑 언저리에 딸들이 장례식장에서부터 싸우기 시작했다. 할머니는 딸들보다 며느리에게 더 비싼 보석을 유산으로 남겼는데 거기에는 사연이 있었다. 막장 드라마로 치달을 수도 있는 설정이었는데 니노미야 토모코 특유의 개그 감각으로 훈훈하게 넘어갈 수 있었다. 어떤 사람의 이미지에 어울리는 보석이란 어떤 것일까? 내 피부에 어울리는 옷 색깔은 알지만 보석은 알 수 없음. ㅎㅎㅎ


작가는 2001년에 기획안 두 개를 만들었다. 담당자와 의논할 때 '음대' 이야기와 '전당포' 이야기를 내밀었는데, 담당자는 '음대' 이야기를 골랐다. 그게 '노다메 칸타빌레'가 되었다. 바람직한 순서 같다. 노다메로 대박을 내서 어떤 소재를 갖고 와도 모두들 일단은 한번 들여다 보지 않는가. 


책뒷날개에 2권에 등장한 보석 사진이 실렸다. 진주, 아쿠아마린, 에메랄드, 레드 투어멀린, 바이컬러 투어멀린, 파라이바 투어멀린이다. 실물을 본 게 아니라서 알 수 없지만, 어쩐지 나한테는 진주가 어울리지 않을까 상상해 보았다. 내가 진주 스타일 귀걸이는 해봤거든.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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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6-03-05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읽어보고 싶어욧

마노아 2016-03-05 13:57   좋아요 0 | URL
흥미로운 책이에요.^^
 
매미 울음소리 그칠 무렵 : 바닷마을 다이어리 1 바닷마을 다이어리 1
요시다 아키미 지음, 조은하 옮김 / 애니북스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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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연말에 본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가 참 좋았더랬다. 원작을 사야겠다 생각하고 검색을 해보니 내가 이미 두 권을 갖고 있는 게 아닌가. '바닷마을 다이어리'라는 부제 아래 개별 제목이 더 커서 몰랐나보다. 6권까지 다 모으고 지난밤과 지지난밤에 잠들기 직전에 읽었다. '빨간책방'에서도 아주 좋았다고 이동진과 김중혁 작가가 칭찬을 많이 했는데 역시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놀라운 건 영화 캐스팅이었다. 만화를 찢고 나왔나! 정말 절묘한 캐스팅이었다. 큰언니가 영화보다 만화 쪽이 좀 더 '센' 느낌이긴 한데, 영화의 배우도 온순한 느낌이어서 그렇지 연기는 단호했다. 둘째 셋째 언니랑 넷째는 진정한 만찢! 심지어 축구부 친구마저도! 놀랍다.


둘째 딸이 일곱 살에 헤어진 아빠는 15년 만에 주검으로 다시 만났다. 헤어져 있던 시간이 너무 길어서인지 슬프지 않아서 슬퍼진 둘째 딸의 고백. 그러나 슬프지 않을 리가 있는가. 기억은, 함께 했던 기억과 추억과 감정은 결국 되살아난다. 

재미난 것은, 아빠가 떠난 이들 자매의 엄마와, 그 아빠가 떠나게 만들었던 둘째 부인이 아니라 현재의 셋째 부인의 성격이 닮았다는 것이다. 어쩌면 이미 죽어서 등장하지 않은 두번째 부인, 스즈의 친엄마도 비슷한 성격이었을지 모르겠다. 서로가 안 맞아서 헤어졌지만 결국은 같은 성향의 사람에게 빠지는 것. '연애의 온도'에서 김민희와 이민기도 그렇게 헤어지고 만나고를 반복하지 않던가. 그래서 아빠 닮은 남편을 만나고 그런 걸까? 그건 좀 싫지만.


세번째 부인에 대한 묘사는 적나라했다. 남의 눈 신경 쓰지 않고 과하게 울고, 슬픔을 직면하지 못하고, 그래서 어른이지만 어린 아이에게 책임을 미루기도 하는... 비슷했던 엄마에게 지쳤던 큰언니는 그 바람에 웃자랄 수밖에 없는 스즈의 아픔을 알아봤다. 그래서 먼저 손내밀 수 있었고, 간절함과 절박함이 더해 스즈는 매미 울음소리 그칠 무렵 이복 언니들과 함께 살게 되었다. 떠나려는 기차를 앞두고 가겠다고 말하던 그 아이, 마침내 울 수 있었던 그 아이, 제 나이를 찾아 아이처럼 엉엉 울수 있게 되어 얼마나 다행이었던지.


사람이 죽으면 참 많은 것이 드러난다고 극중 한 인물이 말했다. 사람들이 고인에 대해 어떤 이야기들을 하는지, 어떤 사람들이 찾아오는지, 누가 슬퍼하는지... 그렇게 그 사람의 온 생애가 드러난다. 물론, 정승집 개와 정승이 죽었을 때처럼 객관화가 안 되는 죽음들도 있지만.


아버지는 너무 좋아서 몹쓸 사람이라고 큰언니는 정리했다. 그게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다. 자꾸 울 아버지 생각나네.... 연인 관계에서도 모든 사람에게 두루 좋은 사람이 자신의 연인에게는 가혹할 수 있다. 사랑은 나에게 집중하길 원하고 내가 최우선이길 언제나 바라게 되니까. 예수님을 사랑한다고 해서 예수님이 내 남친이거나 남편이라면... 어휴....;;;


하지만 세상에는 몹쓸 사람이면서 나쁜 사람도 아주 많으니까...;;;;;


1권 끝에 작품의 배경이 되는 바닷마을의 지도가 나와 있다. 작가 정유경은 28을 쓸 때 가상의 도시 화양을 스케치북에 지도를 그려가며 구상했다고 한다. 이 작품의 배경이 되는 실제 마을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이런 식의 구체화가 작품을 써나가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참 따스하고 아름다운 이야기이다. 사람 냄새 가득한....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선택한 이유를 알겠다. 색깔이 닮았다. 봄볕을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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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같다면 2016-03-01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억하지 못하고 억누르려고 해도 그 감정은 이미 내 깊은곳에 침잠되어 있어요.. 그래서 슬퍼요..

마노아 2016-03-01 20:53   좋아요 0 | URL
요즘은 과거에 있었던 소소한 사건들과 감정들이 너무나 선명하게 되살아나서 자주 놀라요.
그렇게 의식하지 못했던 기억들이 어느 틈에 내 안에 뿌리를 내리고 있었네요. 보통은 슬픈 기억이 더 선명해서 아프기도 합니다.

2016-03-01 20: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3-01 20: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BRINY 2016-03-05 2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가 요시다 아키미가 가마쿠라에 살아서 언젠가부터 요시다 아키미의 작품은 가마쿠라 배경이 많아요. 슬램덩크의 무대도 가마쿠라랍니다

마노아 2016-03-05 22:25   좋아요 0 | URL
그랬군요! 어쩐지 고장에 대한 애정이 팍팍 묻어 있었어요. 슬램덩크까지! 더불어 관심이 솟아납니다.^^
 
칼바니아 이야기 16
토노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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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 만화답고 만화스러운 칼바니아이야기. 이번 편은 칼바니아의 커다란 잔치가 주 이야기이다. 에큐의 아버지와 새엄마가 결혼을 하게 되고, 그때에 맞춰 오랫동안 생사를 알지 못했던 칼바니아 여왕 타니아의 생모가 이웃나라에서 방문하러 온다. 이 만남을 가능하게 했던 콘라드 왕자도 자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칼바니아에 머물고 있는 중이다. 콘라드가 타니아 옆에 있는 게 싫은 타니아의 사촌 나쟈르가 옆에서 갖은 방해를 했지만, 말수 없고 요령 없는 이 콘라드 왕자에게도 진심은 있는 터라 앉아서 당하지만은 않았다. 다소 답답하긴 했지만~


잔치는 에큐의 집에서 하기로 되어 있다. 에큐가 공작이 된 다음 첫번째 치르는 큰 행사이므로 기합이 단단히 들어가 있다. 씩씩하고 용감한 여인 에큐는 귀신을 무서워하는데, 바쁠 때에는 귀신마저도 떨치고 일어나더라. 진정한 용자! ㅋㅋㅋ


큰화재로 화상 흉터가 많이 남은 나탈리는 그럼에도 초긍정 마인드의 여인. 주변 사람들이 그녀에게 갖는 선입견이나 앞선 걱정을 매번 정면으로 무너뜨린다. 그녀의 멘탈은 그야말로 최강.


이번 이야기에서 인상적인 것은 타니아의 의붓 동생 카르체의 시선에서 이 난리법석 잔치를 설명한 것이다.

세살짜리 여자 아이 입장에서는 어느 날 갑자기 생긴 언니가 낯설고도 신기하고, 

급하게 살을 뺀 엄마가 언니랑 똑같이 생긴 걸 보고 또 놀라고, 아빠와 유모 외에는 모든 것이 낯설기만 해서 적응하기가 어려웠다.



어린 아이와 직접 대면해본 적이 별로 없는 타니아는 아이를 키워본 사람들한테 조언을 구했다.

아이를 작고 섬세한 새와 비교하면서 정면에서 보지 말고 옆에서 친근하게 다가가라는 충고가 돌아왔다.

그렇게 조금씩 가까이 다가가라고.

그러니까 같은 것을 바라보며 다가가라는 이야기겠지?

낯가리는 아이들의 마음이 머리로도 이해가 가는 순간이었다.


여전히 배경 하나 없이 정말 만화스러운 작품이지만, 그 동화스러운 순진함과 소란스러운 캐릭터들의 개성이 여전히 즐겁기만 하다. 이제 타니아 커플도 진도 좀 나갔으면. 에큐보다 늦자라고 있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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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 인 더 트랩 6 - 시즌 1 치즈 인 더 트랩
순끼 글 그림 / 재미주의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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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이 자취집 옆방에 사는 고시생 총각 이야기가 나왔다. 알고 보니 정이랑 아는 사이다. 그것도 어렸을 때부터 알던 사이.

집안끼리 교류가 있을 정도니 사는 집, 있는 집, 아니 금수저 집 아들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데 연애하다가 쫓겨났다. 상대가 남자여서 쉽지 않았을 것이다. 까칠한 허조교에게도 이런 순애보가 있다.

하지만 하는 짓들은 모조리 비호감이었지. 안습안습...


까칠했던 정이가 그나마 지금의 처세술을 익히게 된 것도 주용이 덕분이었다. 그런데 이 친구 성이 '공'이라는 것...;;;;

며칠 전에 본 2014년 개명신청 이름들이 생각났다.



저런 이름에 비하면 공주용은 양반이지. 그런데 저런 이름을 지어주는 것도 부모인가?


설이와 모둠으로 과제를 하게 된 선배 동기들의 대박 민폐도 보았다. 히야... 보는 내 주먹이 다 울었다.

설이가 인복이 좀 없는가...;;;;;


시즌1의 마지막 권인데 마무리하는 기분은 전혀 들지 않았다. 굳이 시즌을 나눈 이유가 뭘까???

시즌2 구매는... 아직 유보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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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6-02-25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안녕하세요 인가 하는 프로그램에서
이름이 숫자 `1`인 사람이 있었어요.

인터넷 사이트든 어디든 이름을 인식을 못해서 너무 불편하다고.
뭐 이것만 불편하겠습니까만은...
부모는 특별한 이름을 지어주고 팠다며 개명을 허락치 않더군요.
흠...이것도 일종의 폭력이야. 그죠? 내 이름인데 왜 내 마음대로 못하게 하냐구요!!

마노아 2016-02-25 14:28   좋아요 0 | URL
연 끊고 싶은 부모네요. 일종의 폭력이란 말에 공감해요. 자식을 자신의 소유물이라고 여기니까 저런 결정이 나왔겠죠?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삼순이가 이름 바꾸고 싶어서 안달이었는데 저 위의 이름에 비하면 정말 멀쩡한 이름 축에 속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