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20 우오토.
전자책으로 만화책을 잔뜩 산 건 아마 귀여운 달로 간 스누피 타이머를 받기 위해서였던 것 같다. 타이머를 맞추면 노란 새 우드스탁이 빙글빙글 돌아간다. 개와 새. 개새. 그리고 대머리 찰리 브라운.
이 책 저 책 보다 말다 하다가, 잘 안 읽힐 땐 역시 만화책, 하고 ‘지. 지구의 운동에 관하여’를 꺼내 읽기 시작했다. 지구가 태양을 중심으로 공전하는 것을 수능 지구과학 풀 때는 너무도 당연하게 받아들이면서 이심률이니, 원일점이니, 근일점이니, 문제를 풀었다. 이 만화책에서는 니들이 그렇게 당연하게 여기는 걸 사람들이 믿게 만드느라 얼마나 진득한 피가 흘렀는지 알아? 하면서 끝없는 이단 심판이 이어진다.
서사를 꿰뚫는 주인공이 하나가 끝까지 주욱 가는게 아니라(요즘 주말마다 조금씩 보는 ‘진격의 거인’에서는 엘렌 예거가 계속 나오지…) 책 한 권 끝날 무렵 다 죽어서 어...그럼 다음은 누구 이야기야...약간 옴니버스 느낌인데 또 돌상자에 숨겨둔 책들 매개로, 나중에는 책도 다 태우고 빡빡머리랑 사람이랑 활자랑 이것저것 다 거쳐 결국 많은 사람들에게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는 사실이 알려지는 과정이다. 결말은 우리가 이미 다 알고 있지만 거기까지 가는 과정을 감질나게 끊길 듯, 잇고, 또 잇고, 이어달리기처럼 그려놨다. 후반부 가면 좀 그림도 작붕이고 연출도 와 이제 작가 지쳤냐...싶게 날라가는 느낌도 있지만 뭐. 오랜만에 시간 잘 보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