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도서협찬 을 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외상 후 성장에 대한 많은 책들이 있다. 그 틈을 비집으며 출간된 ‘본서에는 어떠한 차별점이 있을까?’라는 이런 방향성을 가지고 책을 읽었다. 외상 후 성장이나 회복탄력성에 대한 여러 저작은 대부분 트라우마 전체에 대한 설명보다는 외상 후 성장과 회복탄력성의 특징과 영향에 대한 설명에 치중한다. 그런데 본서는 트라우마에 대한 정의와 트라우마의 특징을 설명하는 데 많은 지면을 할애한다. 트라우마 그리고 트라우마 후 성장에 대한 총체적인 이해를 위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트라우마 후 성장에 대해 연구, 교육, 상담을 주로 하는 캐나다 빅토리아 대학 교수라고 한다. 책에 언뜻 언급되는 저자의 과거 이야기로는 정신과 심리 문제에 대해 처음 공부하던 시기부터 저자는 외상 후 성장에 대해 천착하기 시작했고 제삼자가 보기에는 그저 사람으로의 일상이겠지만 저자에게는 트라우마였던 문제들로 트라우마와 트라우마 후 성장에 대해 깊은 사유와 연구를 하게 되었다고 한다.
어느 책에 보면 ‘상처받은 치유가’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모든 상처받은 이들이 다 타인을 치유하게 되지는 않지만 자신이 상처받아본 이가 타자의 치유에 재능을 드러낼 때는 상처받은 경험이 없는 이들과는 다른 경계에 이르기도 하는 것 같다. 저자처럼 자신 스스로가 트라우마에 어떠한 영향을 받아본 이들이라면 상식적으로도 타인의 상처에 대한 반응과 대응이 남다를 수밖에 없지 않나 싶다.
본서는 [1장 트라우마 이해]에서 트라우마는 개인의 세계관, 인생관, 자아관까지 흔드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으며 [2장 트라우마 후 스트레스]에서는 이후 장들에서도 거듭 등장하는 자가 진단 설문이 등장하고 나서 플래시백(거듭 과거의 순간으로 돌아가 그 순간의 모든 감각과 감정의 격동을 재경험하게 되는 것), 되풀이 되는 기억(문제 순간의 기억이 일상에 안정을 해칠 정도로 계속 회상되는 것), 악몽(자는 순간마저 쉼일 수 없도록 꿈까지 트라우마가 장악한 상태), 트리거(트라우마 상태로 몰아가는 방아쇠), 신체적 반응(정신적 문제가 육체적 문제로 드러나는 신체 언어의 문제)에 대해 설명하며 1장과 2장에서 트라우마에 대한 이해를 갖게 한다.
[3장 트라우마 후 성장]은 외상 후 성장을 가져오는 5가지 요소들을 이야기하지만 이후 장들에서도 언급하듯 외상 후 성장은 강제나 억지로 불러올 수 없는 부분이다. 개인적인 사유와 경험으로는 나으려고 노력은 할 수 있지만 이 트라우마를 발판으로 성장해야지라고 결심하는 건 무리이고 억지라고 판단된다. 나으려는 노력의 과정에서 성장이 뒤따라온다면 수용하고 좋게 해석할 수 있는 문제지만 이제 막 팔이 잘리거나 다리가 잘린 사람에게 ‘옆 동네 누구는 너 같은 상황에서 장애인 복지를 위해 노력하고 살더라’고 강요한다는 건 또 다른 트라우마를 야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얼굴과 신체가 훼손당하면서 강간당해 당장 병원에 실려 간 딸에게 보자마자 ‘어서 이겨내서 성폭력 피해 여성들을 위해 살아가라’고 강요하는 부모가 있을 일은 없겠지만 이런 식의 강요는 2차 3차의 트라우마 상태를 야기할 수 있다는 말이다. 저자의 말처럼 시간이 성장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라고 해도 시간의 역할 역시 잊지 말아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4장 트라우마 후 첫걸음]과 [5장 트라우마 너머]에서는 트라우마를 이겨내기 위한 과정과 외상 후 성장의 여정에서 요구될 수 있는 사안들을 돌아보는데 방향성과 외향성을 중시하는 저자의 말 중에서 외향성은 사회와 관계로 돌아가기 위해 더 나은 사회적 삶을 재구성하기 위해 중요한 부분일 수도 있다고 생각되기도 했지만, 사회나 관계라는 것도 분명 선택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자연인을 이야기하는 우리나라 tv프로그램도 있고 한시적인 일탈이지만 [월든]이라는 책에서 보는 고독이 있으며 불교에서는 두타행이라고도 하는 인도 수행자 전반이 보여주는 자발적인 고립 상황에서 유지하는 수행의 삶도 있다. 사회적 삶이나 관계가 사회적 동물이라는 인간의 삶에 중요한 요소일 수도 있지만, 사회나 관계라는 것이 굳이 반드시 돌아가야 할 곳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개인의 판단과 선택에 맡길 문제이고 개인적인 성장의 방향에 사회와 관계가 있다면 자연스럽겠지만 무조건 사람들 속으로 가야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건 아닌 것 같았다. 그리고 외재화와 자신의 감정과 사유를 통해 관점들을 재정립하는 창조적 활동이 외상 후 성장에 극적으로 좋다는 점은 충분히 알 수 있었던 것 같다.
세계관, 인생관, 자아관이 재정립되며 다시 살 수 있다면 트라우마를 이겨내는 의의가 될 수 있을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이 노력으로 가능하다면 노력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하지만 그저 이겨나가려는 노력이 성장으로 가닿을 수 있다는 정도에서 외상 후 성장을 보아야지 노력으로 쟁취하고 완수해야 할 대상으로 본다는 건 트라우마 상태의 사람에게 무리한 요구가 될 수도 있다. 성장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낫기 위해서 본서가 많은 분들에게 유익한 역할을 해주리라 판단되는 책이기도 했다. 나아가는 여정에서 지도로 본서를 이용하시기보다 그 길에 쉬어가는 의미로 보아주셔도 좋지 않을까 싶다. 무리가 아니라 쉼이 필요하고 그 쉼이 결국에는 성장하게 하는 것일 것이다. 쉬어 가는 순간 읽어보시길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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