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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의 첫 태양
  • 에피쿠로스 쾌락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 에피쿠로스
  • 7,920원 (10%440)
  • 2022-12-22
  • : 4,446

아타락시아는 평정심으로 번역될 수 있는데 평정심을 기반으로 덕을 추구하는 스토아 학파와는 달리 에피쿠로스는 이 아타락시아를 궁극의 행복으로 보았다고 읽혔다. 로고스라는 신적 이성은 내게는 섭리라는 의미로 다가왔는데 이 섭리를 따르며 평정심을 지속하는 걸 행복으로 본 듯하다. 평정심은 육체적 고통이 없고 정신적 동요가 없는 상태를 이야기한다는데 에피쿠로스는 ‘지속되는 고통은 약하고 강한 고통은 금세 끝난다’고 보았다. 하지만 실제로 잠시의 텀만을 두고 반복되는 강한 고통은 금세 끝난다고 보기 어렵다. 육체적 고통이라도 큰 격동이 잠시 텀을 두고 반복되면 “잠시 만에 끝났구나. 또 시작되겠지만 우선은 끝난 거야”라며 안도하는 사람은 없다. 텀이 있더라고 지속으로 받아들이게 되고 그게 당연하다. 그러니 육체적 고통을 이유로 자살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는 것이다. 오죽하면 ‘존엄사’라는 말이 있겠는가? 그리고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행복을 주는 다른 요소들이 전혀 주어지지 않는 삶에서는 평정심을 갖추게 된다 해도 행복과는 무관하게 다가온다. 평정심의 구비 다시 말해 육체적 고통과 정신적 동요의 종료가 곧 행복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다는 말이다.

에피쿠로스는 욕망도 본성적이면서 필수적인 것과 본성적이지만 필수적이지 않은 것 그리고 본성적이지도 않고 필수적이지도 않은 것으로 구분하였다. 그가 말하는 본성이 무엇인지 헤아려 볼 필요가 있을 것도 같은데 그에 대한 해석이 없다 보니 본능과 본성을 구분 없이 사용하였나 싶기도 하다. 그는 기원전 270년에 사망한 사람으로 그 시대의 어의와 지금의 어의가 다른 부분은 주석에 있겠으나 그 시대에는 없던 개념이나 표현도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본능에 대한 정의는 기원 후에 있지 않았을까 싶다. 그렇게 보면 여기서 말하는 본성이 본능일 수도 있겠다고 보면 이해가 더 쉬워진다. 당연히 에피쿠로스는 필수적이지 않거나 본성적이지 않은 욕망은 자제하도록 요구했을 것이고 그러하기에 자족에 대한 권유가 있었으리라. 그리고 그는 자족(소소한 삶에 만족하는 것)을 행복의 추구 과정에서 중요한 요소로 보았는데 “가난은 커다란 부이며 무한한 부는 곧 궁극의 가난”이라는 식의 말을 했다. 언뜻 말장난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가난한 삶에서 자족할 줄 알면 아타락시아가 가깝지만 무한한 부를 추구하는 과정은 자신의 결핍에만 주목하고 외적인 것들만을 추구하게 함으로 인해 더욱 결핍을 크게 느끼는 궁극의 가난한 상태를 가져온다’는 의미가 담겨있다고 한다. 하지만 가난하다고 자족할 수 있게 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며 가난은 직접적인 결핍을 자각하게 할 뿐이지 않은가? 부유한 이들도 거듭 재산에 대부분을 나눔으로써 함께 행복할 길을 찾아가려 하는 이들도 있다. 가난과 부가 문제가 아니라 그를 대하는 태도 곧 마음이 문제인 건 이 시대에는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의 철학은 “평정심을 유지하고 신적 이성(로고스)에 따르며 자족하며 살면 행복하다”로 정의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우연(운명)을 믿지 말고 탐구(애쓰는 바)에 전념하며 살기를 권유하고 있다. ‘모든 게 운명이라고 말하는 자는 모든 게 운명이 아니라고 말하는 자의 말을 부정할 수 없다’고 한다. 모든 게 운명이 아니라고 말을 하는 것도 운명일 것이기 때문이다. 다분히 고대부터 이제까지 내려오는 논리학은 말장난 같을 때가 많은데 논리란 것 자체가 진리 탐구의 면도 있지만 놀이의 한 형식이지 않은가 생각되기도 한다. “카리나네 자매들은 모두 이쁘다. 난 카리나다. 고로 나는 이쁘다.”라는 말을 카리나가 했다면 거짓이 아닐 것도 같지만 만약 카리나에게 게리나, 야리나라는 두 언니가 있다고 할 때 둘이 다 이쁘지는 않을 수도 있기에 전제에 오류가 있을 수도 있는 게 논리라는 거다. 이런 삼단논법은 그저 놀이 형식이지 진리 탐구 차원에서는 결함이 크다고 보인다.

어쨌건 본서를 통해 에피쿠로스의 쾌락에 대한 윤곽 정도는 알 수 있겠으나 깊이 있는 걸음을 하기에는 다소 목마름이 느껴지는 책이었다 싶기도 하다. 에피쿠로스의 서신들과 그의 저작들에 대해서도 기미 정도 할 수 있는 수위로 수록되어 있다. 에피쿠로스의 철학에 대한 첫걸음이나 그 향기 정도를 미리 엿보고 싶다는 의도로는 좋은 저작이며 해제를 통해 그의 역사와 그의 철학의 기반이 무엇이었는지 살짝 맛보기에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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