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와세 나나오, 문지원 역, [4일간의 가족], 블루홀6, 2024.
Kawase Nanao, [YOKKAKAN KAZOKU], 2023.
최근에 읽은 일본소설의 재미가 부진해서 횟수를 세어보니 이 책을 포함해서 5연속 꽝(?)이다! 그도 그럴 것이 복잡한 구성을 피하고 일부러 가벼운 책만 찾았는데,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듯싶다. 가와세 나나오의 소설 [4일간의 가족]은 시놉시스만 보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가족 영화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논스톱 인생 터닝 미스터리는, 감동도 스릴도 없는, 이런저런 아쉬움이 남는다.
"너는 정말 피도 눈물도 없는 놈이구나. 우리는 죽고 싶어서 죽지만 저 아기는 살고 싶어서 우는 거야. 이걸 못 본 척하는 놈은 사람도 아니라고."(p.44)
인터넷을 통해서 모인 네 사람은 한밤중에 도쿄도 오메시에 있는 국유림에 밴을 세워두고, 생을 마감하기 전에 자기소개와 각자의 사연을 들려주는 중이다. 하세베 야스오는 60세 남자로, 철공소를 운영하다가 전염병으로 빚더미에 앉게 되어 보증을 서 준 여동생에게 보험금을 남기고 싶어 한다. 데라우치 지요코는 73세 여자로, 스낵바를 운영했는데, 방역 수칙을 무시하고 비밀 영업을 하다가 집단 감염으로 노인들이 사망해서 자책감에 시달리고 있다. 사카자키 나쓰미는 28세 여자로, 일종의 자원봉사 같은 일을 했다고 하지만, 분위기를 보니 야쿠자에게 쫓기고 있다. 단바 리쿠토는 16세 미성년 남자로, 자기에 관해서는 말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차 한 대가 산으로 올라오더니 한 여자가 배낭을 버리고 떠난다. 곧이어 들리는 아기의 울음소리, 같이 죽겠다는 공동의 목표 외에 모든 것이 다른 네 사람은 운명의 장난처럼 버려진 가방에서 아기를 발견한다.
지요코는 아기를 다시 강보에 싸서 등을 토닥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거기에는 질투심 많은 두 얼굴의 노인은 없고 자애로운 노인만 있었다. 매우 평화롭고 다정한 광경은 피폐하게 살다 못해 자포자기한 내 마음에 독처럼 스며들었다.(p.71)
최악의 상황에서 죽음이 임박한 사람들에게 구조된 아기는 잠시 죽음을 뒤로하고 그곳에 평화를 가져온다. 경찰에 신고하면 일은 쉽지만, 네 사람 중 누구 하나 경찰서에 갈만한 처지가 아니다. 범죄 조직하고 연관되었을지 모른다는 우려, 그때 차 한 대가 다시 산으로 올라오고 그들은 일단 자리를 피한다. 그런데 문제는 SNS에서 아기 엄마라는 사람이 아기를 돌려달라는 영상을 올리고, 네 사람은 졸지에 유괴범으로 몰리게 된다. 소셜 미디어의 파급력은 대단해서 네 사람의 사진과 신상정보가 하나씩 유출, 공개되는데... 어떻게든 경찰과 네티즌 수사대의 추적을 따돌리고, 산에 아기를 버린 범죄 조직의 음모를 밝혀서 누명을 벗어야 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네 사람도 변했다. 고집 세고 배려 없는 인간들의 모임이었는데 지금은 어느 누구도 자기중심적이지 않다. 흔들다리 효과(흔들다리 위에서 만난 사람에게 호감도가 높아진다는 이론으로, 심리적으로 불안할 때 나타난 신체 변화를 자신의 감정으로 착각하기 쉬운 것을 가리키는 심리학 용어.)로 맺은 신뢰 관계이기도 하지만 역시 가장 큰 원동력은 아기라는 존재였다. 손익을 따지지 않고 구하고 싶다는 마음의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p.212)
"지금은 여기 있는 게 훨씬 중요해. 나도 나 자신을 구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아 그렇구나. 나는 납득했다. 지난 며칠간 절실하게 깨달은 사실은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면 타인을 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 네 사람은 사부로를 구한다는 목적으로 매 순간 스스로를 치유했다. 지금까지 찾지 못한 다시 살 기회를 탐욕스럽게 잡으려 하는 것이다.(p.273)
[4일간의 가족]은 제목 그대로이다. 이기적인 경제활동과 자기중심적인 삶을 살다가 벼랑 끝에 몰린 네 사람은 버려진 아기를 보호하면서 가치관의 변화와 삶의 의욕을 되찾게 되는 4일간의 이야기이다. 작가는 아기를 중심으로 한 가족이 된다는 치유, 유괴범이라는 누명을 벗는 추리, 그리고 인터넷 공간에서의 마녀사냥을 비판하는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런데 깊이가 부족하다! 파렴치한 인간이 며칠 아기를 돌본다고 인간성을 회복할 수 있을까? 단지 전화 몇 통화로 범죄 조직의 소굴을 밝혀내는 것이 가능할까? SNS는 신선함이 없고... 뜬구름을 잡는듯한 내용, 강요된 결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내가 아는 인간은 절대로 바뀌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