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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소설 서재
  • 형사의 눈빛
  • 야쿠마루 가쿠
  • 13,500원 (10%750)
  • 2019-03-15
  • : 1,445

야쿠마루 가쿠, 최재호 역, [형사의 눈빛], 북플라자, 2019.

Yakumaru Gaku, [KEIJI NO MANAZASHI], 2012.

묵직한 장편 미스터리를 읽고 싶었는데, 어쩌다 보니 야쿠마루 가쿠의 단편을 처음으로 읽게 되었다. 소설 [형사의 눈빛]은 '나츠메 노부히토' 형사가 등장하는 시리즈의 첫 번째이다. 7개의 연작 단편으로 각각의 사건과 커다란 하나의 사건을 다루고 있다. 국내에는 [그 거울은 거짓말을 한다](북플라자, 2020.), [형사의 약속](북플라자, 2021.), [형사의 분노](북플라자, 2022.)가 번역 출간되었다. 오랫동안 청소년 범죄와 진정한 속죄에 관해서 글을 쓴 작가는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데, 긍정적이면서 동시에 아쉬움이 남는다.

오므라이스

빨간 줄

잃어버린 심장

자존심

아버지의 휴일

흉터

형사의 눈빛

10년 전 네리마 구(區)에서 아이를 대상으로 한 '묻지 마 테러 사건'이 연쇄적으로 발생했다. 나츠메의 딸인 에미는 그 사건의 피해자 중 한 명이다. 당시 머리를 망치로 맞아서 의식불명 상태가 되었다.(p.251)

히가시 이케부쿠로 경찰서의 나츠메 형사는 원래 교사가 되려고 했으나, 아동보호시설의 청소년과 관련해서 어떤 사건을 겪으면서 법무부 소속의 소년분류심사원이 된다. 그런데 10년 전에 딸아이가 묻지 마 범죄로 식물인간이 되어 30살이라는 늦은 나이에 경찰로 이직해서 형사가 되었다. 온화한 눈빛으로 소년을 관리하던 남자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용의자를 추적한다.

'오므라이스'는, 연립주택의 방화사건으로 불에 탄 시신과 함께 먹다 남긴 오므라이스가 발견된다. 희생된 남자는 사실혼 배우자로 직장을 잃고 놀음에 빠져 가정폭력을 일삼았다고 한다. '빨간 줄'은, 소년원을 나온 남자는 성실하게 살려고 해도 전과자라는 빨간 줄 때문에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지 못한다. 아파트의 집 주인이 살해되어 경찰이 찾아오는데, 낯익은 얼굴이다. '잃어버린 심장'은, 뺑소니 교통사고로 어린 아들을 잃은 남자는 삶의 의욕을 잃고 노숙자가 된다. 공원에서 노숙자가 죽었는데, 알고 보니 상해치사 용의자로 신분을 감추고 있었다. '자존심'은, 스토커에 시달리던 여자가 집에서 시신으로 발견된다. 전 남자친구에게 시달렸다고 하는데, 왜 멀리 가지 않고 가까운 곳으로 이사한 것일까? '아버지의 휴일'은, 아내가 죽고 홀로 아들을 키우는 아버지는, 아들이 불량배와 어울린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버지는 일을 쉬고, 경찰인 친구와 아들의 뒤를 밟는다. '흉터'는, 등교거부와 자해를 하는 학생을 상담하는데, 그녀가 살인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보고 경찰이 찾아온다. 가정 문제, 현실 도피, 자책하는 심정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형사의 눈빛'은, 10년 전에 일어난 묻지 마 범죄의 목격자가 살해된다. 현재의 사건과 함께 과거의 사건을 새롭게 조명하는데, 도대체 왜 그런 일이 일어난 것인지...

"당신이 뭘 안다고 그래요!" 마사유키가 화를 냈다. "자식을 잃은 슬픔이 뭔지 당신이 알아요? 슬픔만이 아냐. 슬픔이 지난 후에는 말로 표현 못할 허무함이 닥쳐온다고. 소중한 가족을 위해서 계속 견뎌왔어.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누군가가, 누군가가 멋대로 내 행복을 빼앗아갔어. 나는 앞으로 뭘 위해서 힘을 내고 뭘 위해서 살아야 한단 말이야! 힘내라는 말이나 노력하라는 말은 배부른 녀석들에게나 쓰는 말이라고!"(p.154)

"네, 딸은 아직도 입원 중입니다."

'아직도 입원 중이라고...?'

"그날 이후 의식이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식물인간이라는 건가.'

나가미는 무슨 말을 건네야 할지 몰랐다.

"혹시 나가미 씨가 그 사건을 수사하셨습니까?"

"그래..., 비참한 사건이었어."

"'이었어'가 아닙니다."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피해자 가족에게는 과거형이 될 수 없는 사건이다. 나츠메의 눈빛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p.195)

"그래, 지금 내 일은 사람을 의심하는 일이야. 사람은 거짓말을 하지. 죄를 지은 사람은 더욱 그렇고. 그런 사람을 잡는 것이 내 일이야."

나츠메는 시선을 피하지 않는다. 맑은 눈빛은 옛날과 변함이 없지만, 마음은 다른 무엇과 맞바꾼 것은 아닐까.(p.252)

"요시오 사건이 있었을 때 나는 이렇게 생각했어. 죄를 지은 소년들의 고민이나 범죄에 이르게 된 원인을 제대로 파악해서 그들에게 갱생하는 데 도움을 주자고. 그래서 법무부에 들어가자고. 하지만 딸이 피해를 당했을 때 그 신념이 크게 흔들렸어."(p.300)

"피해자 가족들이 범인에게 바라는 것은 범인이 감옥에 가거나 무거운 형벌을 받는 것만이 아니야. 범인 스스로 자신이 범한 죄의 의미를 평생 곱씹는 것, 그리고 그것을 죽을 때까지 반성하며 살아가는 것, 바로 그걸 원하는 거야."(p.420)

다른 글쓰기로 단편을 구성했는데, 상 복 많은 요네자와 호노부의 단편이 생각난다. 그럼에도 청소년의 범죄와 속죄의 삶에 관해서는 이전의 작품과 비슷한 맥락을 보이고 있다. 어떤 사건을 계기로 교사를 그만두고 경찰이 되는 것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에 등장하는 가가 교이치로를 떠오르게 한다. 가가 형사는, 자신은 교사로서 실격이라 여기고 경찰이 되고... 나츠메 형사는, 소년 범죄자의 갱생을 위해 소년분류심사원이 되었다가 딸을 해한 범인을 잡기 위해 경찰이 된다. 여기에는 불행한 가정환경... 편부와 편모, 가정폭력, 성소수자, 가해자와 피해자 가정이 등장한다. 누구라도 쉽게 범죄에 노출될 수 있는 환경인데, 이것에 굴복해서 범죄자가 될 것인지? 아니면 삶을 개척해서 새로운 삶을 살 것인지? 환경이 좋지 않아서 어쩔 수 없는 게 아니라 이것을 극복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하지만 의도는 잘 알겠는데, 선을 넘는 반전과 개연성의 부족은 아쉬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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