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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소설 서재
  • 심여사는 킬러
  • 강지영
  • 14,400원 (10%800)
  • 2023-01-27
  • : 636

강지영, [심여사는 킬러], 네오픽션, 2023.

사람들은 왜 막걸리집에서 와인을 찾는 것처럼, 미스터리 스릴러를 읽으며 순수문학의 잣대를 들이대는지 모르겠다. 재미 위주로만 글을 써서 흥미를 잃었다는 평가는 어불성설이고, 부조화라는 단어를 떠오르게 한다. 나는, 주로 세계문학을 가까이하는데, 어쩌다가 한번 통속소설에 발을 들였더니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우월주의와 차별주의를 경멸한다.

강지영의 소설 [심여사는 킬러]를 읽으며 두 가지를 생각한다. 하나는, 이렇게 재미있는 작품을 이제서야 알게 되었을까? 출신성분이 중요한 그들만의 리그(?)에서 어떤 상도 받지 못했을 것이고... 다른 하나는, 책 한 권을 읽었을 뿐인데, 열 권을 읽은듯한 신비로운 경험이다. 이것은 글의 힘이고, 작가의 능력이겠지... 이전에 읽은 소설 [살인자의 쇼핑몰 1, 2](자음과모음, 2020. 2023.)처럼 여기서도 소재와 설정이 뛰어난데, 더구나 글맛까지 좋으니 뭘 더 바랄 수 있을까? 강지영은 국내 최고의 미스터리 스릴러 작가이다.

살은 칼보다 강하다. 연하디연한 안심만 자르는 대동칼도 며칠이면 날이 무뎌져 손목에 시큰하게 힘이 들어간다. 근육과 힘줄을 가르는 날카로운 쇠붙이가 내게 말을 건다. 이제 그만 쉬고 싶다고. 하지만 멀었다...(p.7)

심은옥은 쉰한 살 아줌마이고, 남편을 잃은 과부이고, 아들과 딸을 키우는 엄마이다. 일하던 정육점이 문을 닫아 갑작스럽게 실업자가 된다. 생활정보지의 구인구직란은 빼곡하지만, 대부분 나이 제한을 두고 있다. 40세 이상의 주부를 모집한다는 조금은 수상쩍은 광고, 혹시나 하는 기대로 찾은 곳은... 은행나무 사거리에 있는 5층짜리 회색 건물 301호 스마일 흥신소였다. 정육점에서 칼잡이로 일한 게 유일한 경력이었지만, 사장 박태상은 그녀의 칼 솜씨를 보고 즉시 채용한다.

"여사님, 사람은 소나 돼지하곤 달라요. 킬러가 건달 출신 무식한 놈들이나 하는 짓이라고 생각하지만 절대 그렇지가 않습니다. 킬러는 면허 없는 의사예요. 제가 처음에 칼질 배울 때는 해부학부터 시작했어요. 여사님이야 워낙 기본기가 있으시니까 제가 마음 놓고 시작합니다."(p.24)

해결사로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심은옥, 심여사의 곁에는 아들 김진섭과 딸 김진아가 있고, 스마일 흥신소의 사장 박태상과 직원들이 있다. 경쟁 관계인 해피 흥신소의 사장 나한철과는 이런저런 인연과 악연으로 불편한 관계가 지속된다. 나의 처지가 어떻든 간에 내 삶의 주인공은 내가 아닌가? 여기에는 수많은 이름이 나오는데, 하나하나 오늘이 있기까지의 사연을 들려준다. 가난으로, 배신으로, 정신질환으로, 납치로, 가출로, 복수를 위한... 과거의 경험과 기억은 좋든 나쁘든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그런데 그 사연이라는 것이 아주 치열하고 서글프다. 결국은 심여사를 포함해서 모두를 어둠의 세계로 끌어들였고, 내일의 행복을 꿈꾸지만, 당장 오늘이 문제이다.

"나를 죽일 건가요?"

"사람이니까. 사람은 누구나 사람을 죽일 수 있어."(p.138)

"죽어야 할 이유라...... 박태상의 잘못이라면 세상 물정 모르는 여자를 킬러로 만든 것이겠지."(p.335)

정통 칼잡이와 기세 좋은 건달의 대결... 심은옥은 스마일 박사장의 칼이 되어, 아들 김진섭은 해피 나사장의 칼이 되어 움직이며 서로를 겨누게 된다. 박복한 삶에서 악연으로 연결된 사람들의 이야기는 그들의 세계에 들어가 있는 것처럼 생생하다. 갖가지 사연이 나열되어 과한듯한데, 오히려 과해서 좋다. 지금까지 읽은 국내 미스터리 스릴러 중에서 단연 최고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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