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지영, [살인자의 쇼핑몰 2], 자음과모음, 2023.
정진만이 운영하는 쇼핑몰 더헬프닷컴은 각종 무기를 판매할 뿐만 아니라 일감 분배, 분쟁 조율, 코드 제공, 규칙 설정 등으로 나름의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홀 오브 바빌론은 어둠의 경로를 통해서 온갖 악행을 저지르는 글로벌 범죄 조직이다. 하지만 진만의 쇼핑몰 때문에 그들의 사업이 축소, 폐쇄될 위기에 처하자 진만을 죽이고 쇼핑몰을 빼앗으려고 한다. 여기에 진만의 조카 지안이 등장하고, 얽히고설킨 쇼핑몰 방어전이 1권의 내용이다.
진만의 쇼핑몰은 바빌론의 음모로 매출이 급격히 하락한다. 지안은 후계자로 경영에 참여하기 위해 삼촌 진만과 대결을 펼치는데, 바빌론의 뒤를 쫓는 추격전이 2권의 내용이다. 1권과 2권은 각각 독립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순서대로 읽어야 인물의 감정선이 이어진다. 200여 페이지로 분량은 조금 늘었고, 글 솜씨와 재미는 더 나아졌다. 참신한 설정과 인물의 개성이 돋보이고, 블랙코미디의 특성이 나타난다.
브라더에 따르면 놈들은 최근 한국인 전용 범죄 앱을 제작해 암암리에 유포하는 중이었다. 이름하여 수스앱. 의문스럽다는 의미의 'Suspicious'에서 따온 수스앱은 마치 당근마켓처럼 같은 지역 내에 사는 범죄 교사자와 범죄 실행자를 메신저로 연결했다.(p.20)
영원한 맞수 바빌론은 수스앱을 개발한다. 중고 거래를 하듯이 누군가가 범죄를 의뢰하면, 경매에 참여-낙찰한 누군가가 범죄를 저지르는 시스템이다. 따라서 세상은 인과관계를 따지기 어려운 사건이 증가하고, 진만의 쇼핑몰은 고객과 회원을 한꺼번에 잃는 어려움을 겪게 된다.
"기대 없이 이루어진 관계는 없어. 기대하는 만큼 상대에게 투자하지. 금전이든 감정이든 뭔가를 꾸준히 불입하면서 그에 상응하는 값을 기다리기 마련이야. 진만 씨의 투자를 받으며 알게 모르게 부채감이 쌓였을 거야. 부담감에 파산 선언을 했는데 빚쟁이가 멱살을 쥐는 게 나을까, 아니면 법정에서 봅시다, 하는 게 나을까."(p.49-50)
바빌론의 거점을 추적하던 중 수스앱에 지안이 타깃으로 오른다. 10억이라는 현상금에 입찰-실행자들이 모여들고, 어디를 가든지 사람들의 시선을 피할 수 없다. 그러던 중에 [심여사는 킬러](네오픽션, 2023.)의 주인공, 정육점 칼잡이 심은옥 여사의 도움을 받기도 하고... 뚱뚱한 대머리를 짝사랑했다는 여자 킬러의 고백도 있고... 함정과 배신이 난무하는 가운데 한 편의 누아르를 보여준다.
짧은 분량인데, 많은 것을 말하고 있는 느낌이다. 1권에서 나왔던 인물이 고스란히 등장하는데, 새로운 인물과의 관계가 흥미롭다. 후반부는 다소 복잡해서 정신줄을 놓쳐서는 안 되고... 과연 지안은 진만의 쇼핑몰을 물려받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