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스완슨, 신솔잎 역, [살인 재능], 푸른숲, 2024.
Peter Swanson, [A TALENT FOR MURDER], 2024.
오랜만에 읽은 영미 스릴러이다. 내가 느끼는 영미 스릴러는 맥거핀과 가족 중심의 메시지이다. 하지만 매번 장황한 헛발질에 지치고, 늘 같은 주제에 질렸다고 해야 하나... 한동안 외면했다. 피터 스완슨의 소설 [살인 재능]도 이러한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제목이 주는 호기심과 등장하는 인물의 일대기적 서술이 마음에 들었다. 단 한 번의(누군가는 네 번이라고?) 반전은 아주 충격적이었고...
[살인 재능]은 [죽어 마땅한 사람들](푸른숲, 2016.)과 [살려 마땅한 사람들](푸른숲, 2023.)에 이어서 '릴리 킨트너'와 '헨리 킴볼'이 등장하는 시리즈 세 번째이다. 간혹 이전의 사건을 회상하는데, 전작을 읽은 독자라면 반가울 수 있다.
마지막으로 그녀는 지난 일정을 되짚다 남편이 출장을 갔던 도시마다 피해자가 모든 젊은 여성인 미해결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게 미친 거야?" 마사가 물었다.(p.81)
공립 도서관에서 일하는 마사 래틀리프는 남편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외판원으로 교육용 자료를 판매하는 앨런 페랄타는 출장이 잣고, 알아갈수록 낯설고, 가끔은 이해할 수 없고, 그날은 냉정하고 무자비한 표정을 보았으며, 그가 갔던 도시에서 의문의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괜찮은 남자인데, 혹시 그는 연쇄살인마인가? 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그래서 결혼 후 리스트를 정리해 보니 22번의 출장에서 6건의 사건이 발생했다. 확인하지 않은 일로 결혼 생활을 망치고 싶지 않아서 대학원 때 친구였던 릴리 킨트너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희생자의 정보를 모아 공유하고, 현장에서 뒤를 밟고... 실제로 그가 머물렀던 도시에서 같은 날 미해결 사건이 일어났고, 사망한 피해자는 전부 몸을 파는 여성이었다.
앞부분은 스티븐 킹의 소설 [별도 없는 한밤에](황금가지, 2015.)에 수록한 단편 '행복한 결혼 생활'(영화 <굿 메리지>의 원작)하고 매우 유사하다. 스티븐 킹은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기분이라면, 피터 스완슨은 결정적 순간에 인물이 등장하고 장면의 전환이 이루어져 영화보다 미드 시리즈를 보는 기분이다.
그 사람들의 이름과 각각 언제, 어디서 죽었는지를 리스트에 적어 속을 파낸 존 클리버의 양장본 속에 숨겨두었다. 그 리스트는 그의 필생의 업적이자 그가 가장 자부심을 느끼는 일이었다.(p.180)
그는 원칙이 있었다. 그와 피해자 사이에 어떠한 연결고리도 있어선 안 되었고, 그의 이름이나 인상착의가 수사선상에 오를 가능성도 있어서는 안 되었다. 그는 이 원칙을 상당히 중요하게 여겼다.
마찬가지로 그가 중요하게 여겼던 원칙은 그가 저지른 살인 사건이 실제 있었던 일과는 다르게 보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무작위 살인이 아닌 다른 방향을 가리키도록 만들어야 했다.(p.184)
인간이 가진 수많은 재능 중에서 하필이면 살인 재능이라니? 어린 시절에 뇌졸중으로 쓰러진 할아버지에게 방을 빼앗겼다는 이유로, 아무런 감정 없이 시작한 범행은 세월이 흐르며 스물여섯 명의 희생자를 기록한 전리품을 갖게 되었다. 우월감으로, 그만의 재능과 원칙으로, 절대로 발각되지 않은 범죄를 저질러왔으나... 그는 복수심과 새로운 재미를 위해서 좀 더 대담한 범행을 계획한다.
"상대가 누구든 높은 기대를 갖는 건 잘못된 거지만, 난 그래도 가족은 중요하다고 생각해. 나한테는 그런 것 같아. 결국 인생에 뭐가 더 있겠어? 일과 가족밖에는."(p.291)
"글쎄. 내가 한 일은 살인이고, 그건 딱히 특별하지도, 딱히 드물지도 않은 거야. 인간이라는 종의 역사에서는 말이야. 아니 어떤 종의 역사든."
"훌륭하게 해냈을 때는 특별해지는 거지."(p.295)
결국은 꼬리잡기 식의 추격전과 가족에 관한 메시지이다. 증거를 남기지 않는 범죄, 신분 세탁, 인터넷 검색을 통한 정보 수집... 등 현대 사회에서 이러한 것이 가능한가? 싶지만, 그럼에도 개개인의 인생사를 비중 있게 다루어서 흥미로웠다. 스티븐 킹의 묵직한 전개와 피터 스완슨의 섬세한 전개가 대조되는데, 담백한 재미와 깨알 재미를 비교하는 것도 좋을 듯싶다. 이전의 작품을 찾아서 읽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