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문학과지성사, 2013.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의 작품을 원어로 읽기...
한 마디로... 소설 [소년이 온다](창비, 2014.)는 먹먹함을, 소설 [채식주의자](창비, 2007.)는 혐오감을,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는 을씨년스러움을 느낀다. 굳이 계절적인 분위기를 따진다면, 지금부터 읽기에 적당하다.
하지만 솔직히 어렵다! 그래서 블로그와 인터넷 서점의 리뷰를 살펴보았는데, 대부분은 별 다섯 만점에 별 다섯 평점이다. 시를 다 이해하고 읽은 것인가? 나는 왜...? 어떤 이는 비슷한 시기에 출간한 소설 [소년이 온다]와 연관해서 읽어야 한다고 하고... 아무튼, 문학적 소양이 부족하고 삶의 결이 달라서 고도로 압축한 시인의 언어를 제대로 풀어내지 못했다. 곱씹으면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까?
푸르스름한
어둠 속에 웅크리고 있었다
밤을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찾아온 것은 아침이었다
...(저녁 잎사귀 p.70)
새벽에
누가 나에게 말했다
그러니까, 인생에는 어떤 의미도 없어
남은 건 빛을 던지는 것뿐이야
나쁜 꿈에서 깨어나면
또 한 겹 나쁜 꿈이 기다리던 시절
어떤 꿈은 양심처럼
무슨 숙제처럼
명치 끝에 걸려 있었다
...(거울 저편의 겨울 2 p.97)
새벽에 들은 노래 / 피 흐르는 눈 / 저녁의 소묘 / 거울 저편의 겨울... 어둡고, 붉고, 회색빛으로, 음산하다. 오랜 아픔을 간직한듯하고, 혁명적이기도 하다. 지구 반대편의 남미를 여행할 때 이 책을 가지고 있어야 할 것 같고, 피 흐르는 언어가 있다.
한강의 시에서는 마치 그녀의 소설 속 고통받는 인물들의 독백인 듯 곳곳에서 비명소리가 들려온다. 눈물이 흐르고 피가 흐른다. 육체의 아픔을 노출시키며 그녀는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p.143)
그녀의 소설을 읽고, 그녀가 읽은 책을 따라서 읽고, 평론을 수집하고, 삶을 흉내 내다보면... 그리고 100번을 노래하면, 의미를 알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