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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소설 서재
  • 쇼콜라티에
  • 우에다 사유리
  • 10,800원 (10%600)
  • 2012-03-11
  • : 99

우에다 사유리, 박화 역, [쇼콜라티에], 살림, 2012.

Ueda Sayuri, [CHOCOLATIER NO KUNSHO], 2008.

  쇼콜라티에(chocolatier)란 프랑스어로 초콜릿을 만들고, 초콜릿을 이용한 디저트를 만드는 사람을 의미한다. 초콜릿을 소재로 하는 소설은 초콜릿만큼이나 달콤하다. 일본에서는 양과자 장인이 되려면 고베로, 화과자 장인이 되려면 교토로 가야 한다는 말이 있다. 소설 [쇼콜라티에]는 고베에 있는 화과자점과 초콜릿 전문점을 배경으로 6개의 이야기 모음이다.

  제1화 거울의 소리

  제2화 일곱 번째 페브

  제3화 월인장사(月人將士)

  제4화 약속

  제5화 꿈의 초콜릿 하우스

  제6화 쇼콜라티에 훈장

  책을 읽는 동안 케이크와 디저트의 유혹을 피할 수 없다. 그래서 커피와 함께 초콜릿을 씹으며 책장을 넘겼다. 내용이 내용인지라... 다이어트를 고민하고, 혈당 수치를 고려해야 하는 이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 밸런타인데이와 크리스마스 등 특별한 기념일에 더 돋보이는 초콜릿에 관한 이야기는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내가 좋아하는 소설을 바로 알게 되었는데... 흥미로운 소재, 개성 있는 캐릭터, 깨알 정보, 반전 있는 사연 그리고 무엇보다 가벼워야 한다. 독서는 머리를 쓰는 게 아니라 쉬는 과정이다...ㅎㅎ 여기에 딱 들어맞아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과자의 맛은 미각만으로 좌우되는 것이 아닙니다. 모양이나 포장 등 고객의 마음을 흔들 수 있는 요소를 최대한 활용해서 제품을 만들고 팝니다. 아야베 씨도 판매 현장에 몸담고 계시니, 고객에게 제품을 정신적으로 어떻게 어필하느냐에 따라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계실 겁니다. 아이들은 평범한 과자에 자신들만의 가치를 부여해서, 과자가 좀 더 맛있게 느껴질 수 있도록 자신들만의 방법을 찾아냈던 거죠."(p.52)

  아야베 아카리는 20대 중반으로 고베에 있는 화과자점 후쿠오도의 점원이다. 아버지처럼 화과자에 남다른 열정이 있는 것은 아니고, 단지 디저트를 좋아한다. 얼마 전 매장 옆에 초콜릿 전문점 쇼콜라 더 루이가 새로 문을 열었다. 전통 있는 화과자점하고는 다르게 고급스러운 느낌의 초콜릿 전문점에는 손님이 몰려든다. 그녀는 디저트를 맛보기 위해 갔다가 도난 사건을 목격한다. 그러면서 나가미네 가즈키 셰프를 만나는데, 초콜릿 장인의 신비로움... 중년의 남자는 실력뿐만 아니라 현자와 같은 조언을 한다.

  "근데 페브가 뭐야?"

  쇼고가 끼어들었다.

  "도자기로 만든 인형이야. 보통은 갈레트 데 루아 안에 한 개씩 넣어서 구워. 갈레트 데 루아는 크리스마스 케이크처럼 가족이 한데 모여 잘라 먹는 과자인데, 페브가 들어 있는 파이 조각을 먹는 사람은 그날 하루 동안 왕 노릇을 할 수 있는 풍습이 있대."(p.70-71)

  "월인장사가 누군데요?"

  "월인장사는 밤을 다스리는 신(神)이에요. 원래는 달을 타고 다니죠."

  "민요슈에 실린 노래라면 굉장히 오래되었을 텐데 마치 판타지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네요. 환상적이에요."

  "일본 최초의 소설인 다케토리 모노가타리(竹取物語)도 달나라 공주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어요. 아마 일본인들은 오랜 옛날부터 달에 대해 특별한 판타지를 품고 있었던 모양이에요. 항간에는 월인장사가 견우라는 설도 있는데, 달이 하늘 끝까지 건너면 직녀와 견우의 만남이 시작된다고 해요."

  "그렇군요. 칠월칠석을 표현한 과자군요?"(p.126)

  "그냥 내키는 대로 하는 것 같아도 손님들이 제품을 고르는 데는 저마다의 사정이 있는 거야. 자네의 생각 따윈 중요치 않아. 우린 고객이 원하는 대로 해 줘야 할 의무가 있어. 게다가 저 케이크를 먹는 가족 중에는 자작나무와 돼지풀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이 있단 말이야."

  "네?"

  "알레르기 환자가 있다구. 멜론이나 키위를 먹어도 발작을 일으키지. 한번 호흡곤란 상태에 빠지면 죽을 수도 있단 말이야."(p.203-204)

  초콜릿은 당뇨병 환자에게는 쥐약이다. 당분뿐만 아니라 대량의 유지가 들어 있기 때문이다. 당분을 뺀 비터 초콜릿이라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 기름 덩어리나 마찬가지니까.(p.243)

  "단순히 칼로리를 줄인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단맛과 유분의 함량이 줄어들면 초콜릿 본연의 맛을 해칠 수 있거든요. 다야마 씨는 초콜릿의 부드러운 감촉과 매끄러운 식감, 적당하게 새콤쌉싸름하면서도 은은하게 단맛이 나는 향이 풍부한 초콜릿을 만들어 달라고 주문했습니다. 상당히 까다로운 조건이지만 손님이 열성적일수록 만드는 사람도 보람을 느끼기 마련이죠."(p.246)

  간사이 쇼콜라 클럽의 모델이 된 프랑스 단체는 '클럽 드 클로크르 더 쇼콜라'. 약칭으로 'CCC'라고 한다. 1981년에 설립되어 요리평론가 클로드 루베를 중심으로 작가, 저널리스트, 디자이너 등 창조적인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회원은 150명 정원제. 회원이 되려면 기존 회원이 탈퇴하기를 기다려야 하는 독특한 클럽이었다. 정기적으로 모여 스위트나 먹으며 웃고 떠드는 사교 모임에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초콜릿 질의 향상과 유지에 힘쓰고 때로는 날카로운 비평도 아끼지 않는 단체이다. 한편 변호사나 판사, 정치가 등 자격 조건을 법조계 사람들로 제한하는 '르 클럽 데 쇼콜라 오 파레'라는 단체도 있다.(p291)

  초콜릿을 둘러싼 6개의 이야기는 매력적이다. 부유하게 자란 아이는 고가의 과자를 질리도록 먹어서 새로운 맛을 찾는데, 해서는 안 되는 일을 벌인다. / 모임에서 여섯 사람은 결혼하는 친구를 위해 파이 안에 페브(과자 속에 넣는 도자기)를 넣기로 하는데, 여섯 개가 아니라 일곱 개가 들어 있다. / 양과자 셰프에게 평가받기 원하는 화과자 장인, 그런데 그가 만든 디자인으로 초콜릿 제품이 출시된다. / 프랑스 레스토랑의 숨은 사연... 오래전 동료와의 약속이 있었다. / 은퇴 후 초콜릿 하우스를 열고 싶어 하는 당뇨병 환자의 열성과 저칼로리 초콜릿. / 간사이 쇼콜라 클럽에서의 해프닝... 고급 스위트와 일반 과자 사이의 논쟁이 있다.

  과자 하나를 두고 과거와 현재의 대립이 아닌 공존과 조화를 말한다. 장인의 열정은 존경해야 하고, 개인의 취향은 존중되어야 한다. 초콜릿 디저트 셰프의 활약은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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