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여름숲 2025.6.4.물.
‘여름숲’이라고 해도 ‘첫여름숲’과 ‘한여름숲’과 ‘늦여름숲’이 달라. ‘첫여름숲’에서도 ‘앞·첫여름숲’과 ‘가운·첫여름숲’과 ‘뒷·첫여름숲’이 다르지. 곰곰이 보면, 한 해를 이루는 365라는 날마다 숲결이 달라. 사람도 날마다 다르지. 늘 배우는 사람은 늘 배우는 매무새를 나아가며 달라. 배우고 익혀서 새로 펴는 사람은, 늘 배우고 익혀서 새로 펴는 길대로 살아가며 달라. 안 배우고 안 익히는 사람은 쳇바퀴로 힘쓰느라 낡고 늙어서 죽어가는 빛이 새삼스럽도록 다르지. 넌 똑같이 생긴 구름을 본 적 있니? 넌 똑같이 내리는 비나 눈을 본 적 있니? 해와 별도 어느 하루조차 안 똑같아. 모두 늘 움직이고 숨쉬면서 새로 나아가는 빛이란다. 그래서 사람이라는 몸을 입고서 ‘살림빛’으로 걸어가는 삶이 있고, ‘죽음빛’으로 물드는 굴레가 있어. 그저 똑같이 곧거나 반듯하기만 한 하루라면, 배울 수도 익힐 수도 바꿀 수도 가꿀 수도 없어. 그저 똑같으니 ‘새’가 없어서 ‘샘물’도 ‘생각’도 없거든. 여름숲을 눈여겨보면, 닮지만 다른 잎빛이 어떻게 짙푸르게 물드는지 알 수 있어. 새봄에 갓 돋는 잎빛은 나무마다 다른데, 새여름 잎빛도 나무마다 달라. 새가을에 물드는 잎빛도 다를 뿐 아니라, 새겨울에 앙상한 가지빛까지 나마무다 다르단다. ‘철갈이’를 하는 푸른옷마냥, 사람은 ‘철들기’를 하면서 마음을 갈고닦으면서 몸을 가다듬어. 천천히 물이 들면서 찬찬히 빛이 번지는 숲은, 바로 풀과 나무가 이루는데, 사람은 마음에 온갖 생각을 반짝반짝 빛숲으로 이룬단다. 네(내) 빛숲이 자라는 길을 보렴.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