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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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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6.13.) 19시에는 부산 <책과 아이들>에서

이튿날(6.14.) 20시에는 부산 <카프카의 밤>에서

여러 이야기꽃을 폅니다.

모레(6.15.)에는 10-15시 사이에 부산 <책과 아이들>에서

이런저런 이야기꽃을 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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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덕 읽는 “이응모임” 14걸음

― 새롭게 있고, 찬찬히 읽고, 참하게 잇고, 느긋이 익히고



때 : 2025.6.14.토. 19시 30분

곳 : 부산 연산동 〈카프카의 밤〉

님 : 숲노래



열넉걸음 : “내 글부터 내가 다 못 고쳐 부끄럽다”


  이오덕 님이 늘그막에 자주 읊은 말씀 한 마디는 “내 글부터 내가 다 못 고쳐 부끄럽다”라고 합니다. 이오덕 님은 오래도록 ‘글쓰기 가르침’을 폈으되, 정작 스스로 어떤 낱말과 말씨를 가려서 써야 하는가 하고 깨달은 때는 1986∼87년이라고 합니다. 예순 살을 훌쩍 넘은 때예요. 이때까지만 해도 ‘몇 가지 일본말씨 부스러기’는 걸러야 하는 줄 느꼈으되, “나(이오덕) 스스로 쓰는 모든 낱말과 말씨를 짚어야 한다”는 데까지는 마음이 미처 못 닿았다고 합니다.


  끝까지 어린이 곁에 서서 어린배움터에서 작은길잡이로 일하려는 마음이었습니다만, 전두환은 이오덕 님을 끝까지 괴롭혀서 ‘교장 최초 불명예퇴직’을 시켰습니다. 그런데 전두환이 이오덕 님을 어린배움터에서 도려내어 아이들 곁에서마저 떨어뜨린 터라, 한신대학교에서 이오덕 님한테 말씀을 여쭈어서 “대학생한테 우리말로 글쓰기를 가르쳐 주십사” 하는 길을 열었습니다. 그리고 이오덕 님은 대학생을 이태 가르치고 이끌면서 “아무리 어린이를 어질게 가르치고 이끌어 본들, 중·고등학교를 다니며 대학입시에 사로잡히면 그만 모두 망가지는구나!” 하고 느껴서 한숨이 절로 나왔다고 합니다.


  다만, 한숨은 몇날만 쉬고 그친 듯합니다. 이내 《우리글 바로쓰기》라는 책을 바지런히 쓰셨거든요. 거꾸로 본다면, 전두환이 이오덕 님을 안 괴롭혔다면, 모질게 괴롭혀서 아예 어린배움터 길잡이라는 자리마저 빼앗지 않았다면, 이오덕 님으로서는 ‘대학 강의’를 할 일이 없었을 만합니다. ‘하루배움’을 하는 자리는 으레 다녔으나, 똑같은 젊은이를 넉 달씩 맡아서 꾸준히 이끄는 일은 이때까지 없었거든요.


  《우리글 바로쓰기》라는 책을 여미는 이오덕 님은 늘 “내 글이 가장 엉망이고 엉터리이다” 하고 느꼈다고 합니다. 젊은이를 나무라기 앞서 이미 이오덕 님 글부터 ‘안 쉽고 안 바르고 안 깨끗하다’고 깨달으면서 더없이 창피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아이들을 어찌할 것인가》에 실은 글을 꽤 고쳐써서 《참교육으로 가는 길》이라는 책에 새로 실었습니다. 두 책을 나란히 펴면 ‘똑같은 글’이 아닌, ‘이오덕 님 스스로 처음 고쳐쓴 글결’을 살필 만합니다.


  그러나 이오덕 님으로서도 처음으로 느끼고 깨달아서 손질하려는 글결인 터라, 아직 성기고 서툽니다. 이오덕 님도 처음에는 매우 성기고 서툽니다. 그리고 스스로 성기고 서툰 줄 알아보면서 더더욱 갈고닦습니다.


  처음부터 살림을 훌륭히 여미는 분이 있을 텐데, 살림을 훌륭히 여미는 분은 ‘처음 그대로’ 살림을 하지 않아요. 밖에서 보기에는 훌륭할는지 모르나, 스스로 보기에는 어쭙잖게 마련이거든요. ‘훌륭한 살림꾼’도 늘 새롭게 가다듬고 추스릅니다. 끝없이 손질하고 다스려요.


  우리가 숨을 들이쉬고 내쉴 적에도, 두 다리를 척척 내딛으며 걸을 적에도, 두 손을 써서 쥐고 집고 잡고 나를 적에도, ‘익숙하게 할 줄 안다’는 마음이라면 으레 엇갈리거나 얽히게 마련입니다. ‘오늘 새로 마주한다’는 마음일 때에 비로소 차근차근 참하게 잇습니다.


  이오덕 님은 일본사슬 한복판에 태어나서 배우고 일하던 또래입니다. 옛어른인 터라 “내 글부터 내가 다 못 고쳐 부끄럽다”처럼 스스로 되새기는 말씀을 으레 읊었습니다. 우리는 여태 여러 어른을 지켜보면서 ‘나 스스로 새롭게 서는 어른’으로 오늘을 살아갑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좀 다르게 혼잣말을 할 만합니다. 이를테면 “고쳐써도 부끄럽지만, 또 고치고 즐겁게 고치면서 노래한다”는 마음으로 오늘 이 하루를 웃음꽃으로 피울 만하지요.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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