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5.24.
《나사와 검은 물》
쓰게 요시하루 외/한윤아 옮김, 타이그래스 온 페이퍼, 2022.8.
집에서 포근히 하루를 맞으며 일하다가 저녁나절에 저잣마실을 다녀온다. 어쩌다 보니 해날을 빼고는 거의 모든 날을 집밖으로 다녀와야 한다. 이럴 때도 있게 마련이라고 여긴다. 곁님이 큰아이를 배고 작은아이를 밸 적에도 날마다 저잣마실을 다녀오면서 수박을 날랐고, 미역을 장만했고, 모든 날을 쉬잖고 보냈다. 작은아이가 열두 살 즈음 이르자 ‘하루 여섯 시간 잠’을 누린다. 일이 많으면 잠을 조금 줄이되, 예전처럼 ‘하루 두어 시간 잠’을 보내지는 않는다. 이만큼으로도 등허리가 가뿐하다. 《나사와 검은 물》을 읽었다. 그림꽃(만화)을 다루는 책이기에 장만했지만, 그림님을 지나치게 추켜세우는구나 싶다. 왜 추켜세워야 할까? 왜 ‘개척자·영웅’으로 모셔야 할까? 그러지 말자. 그저 이야기와 그림과 삶과 붓끝을 바라보자. 목소리만 앞세울 적에는 텅빈 하늘에 맴도는 부릉부릉 쇳소리로 그친다. 우리는 붓 한 자루로 글이건 그림이건 다 담아낼 수 있지만, “다 담는다”는 “아무렇게나 담는다”이지 않다. “다 담는다”란, “마음을 다하여 사랑으로 다가서는 길을 짓는 손길과 눈빛을 담는다”일 노릇 아닐까? “내가 옳다!”고 외치되 “넌 안 옳아!” 하고 자르는 칼끝에는 아무 사랑이 없다. 사랑이 없으면 붓이 아니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