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5.4.27.
그림책시렁 1560
《홍길동》
홍영우
보리
2006.9.20.
어릴적에는 이야기로만 듣고 읽던 ‘홍길동’이라서, 그림책을 펴면서 새삼스러웠습니다. 다만 홍길동 이야기는 첫글이 남지 않았고, 허균 님은 찢겨 죽습니다. 홍길동 이야기는 여러모로 짚습니다. 첫째, 윗사내(남성가부정권력)로 드센 나라를 드러내고, 가시내를 노리개로 삼는 멍청한 나라를 보여주고, 힘과 벼슬을 쥐면 사람들을 죽이고 괴롭히고 우려내는 굴레를 드러내고, 나라(정부)야말로 도둑인 줄 보여줍니다. 위아래가 서슬퍼렇던 조선 한복판에 나라 얼거리를 통째로 나무랐다고 여길 《홍길동》을 다룬 홍영우 씨 그림책은, 1982년 일본에서 나온 판을 2006년에 한글로 옮깁니다. 남녘하고 다르게 그려서 읽는 북녘·일본한겨레 눈길도 엿볼 만하지요. 도둑을 도둑질로 갚는 얼거리로 읽을 수 있고, 힘과 칼로 억누르는 나라를 더 드센 힘과 칼로 다스리는 줄거리로 읽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벼슬아치와 임금과 나리(양반) 모두 한 줌밖에 안 되는 나라에서, 흙짓고 살림하는 수수한 사람을 함부로 업신여기거나 괴롭히지 말아야 한다는 뜻을 밝힌 이야기로 돌아볼 노릇이지 싶습니다. 예나 이제나 나라가 가난한 일은 없습니다. 임금과 벼슬아치와 나리가 한통속으로 힘을 부려 괴롭히고 그들끼리 돌라먹는 탓에 가난합니다. 우리가 바라볼 곳은 어깨동무여야지 싶습니다. 함께 일하고 함께 나눠야지요.
ㅍㄹㄴ
《홍길동》(홍영우, 보리, 2006)
햇수로 쳐서 몇백 년이나 먼 옛날
→ 숱한 해가 지난 먼 옛날
→ 긴긴 나날이 흐른 먼 옛날
3쪽
둔갑술을 쓰기도 하고 분신술을 쓰기도 하고 새처럼 공중을 훨훨 나는
→ 꾸밈길을 쓰기도 하고 나눔길을 쓰기도 하고 새처럼 훨훨 나는
→ 몸을 바꾸거나 나누기도 하고 새처럼 하늘을 훨훨 나는
5쪽
종의 몸에서 태어나면
→ 종몸에서 태어나면
→ 종이 낳으면
7쪽
굶주리는 백성들이 활개 펴고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겠다고
→ 굶주리는 사람들이 활개 펴고 살 수 있는 터를 지어야겠다고
→ 굶주리는 누구나 활개 펴고 살 수 있는 터전을 일궈야겠다고
11쪽
여덟이 될 길동이는 조선 팔도로 흩어졌어
→ 여덟이 될 길동이는 골골샅샅 흩어졌어
→ 여덟이 될 길동이는 온나라로 흩어졌어
16쪽
별의별 이야기가 다 나왔지
→ 온갖 이야기가 나왔지
→ 갖은 이야기가 나왔지
→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왔지
25쪽
다만 하늘을 대신하여 나쁜 이들에게 벌을 준 것뿐입니다
→ 다만 하늘이 할 일로 나쁜 이를 다스렸을 뿐입니다
→ 다만 하늘 몫으로 나쁜 이를 나무랐을 뿐입니다
35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