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서 사는 우리에게는 출발점이 곧 도착점이다. 끝은 시작에 있다. 등뒤에 있는 사람이 가장 멀리 있는 사람이다. 등뒤에 있는 사람을 만나려면 한없이 걸어 끝까지 세상의 끝까지 가야 한다.
등뒤에 있는 사람이라고? 아니다. 끝에 가서 만나게 되는 사람은 그 ‘등‘을 가진 사람, 자기 자신이다. 끝까지 가는 사람은출발한 자리로 돌아온다. 끝이 시작에 있다. 그러니까 출발한사람은 끝에 이르러 만날 사람과 동일인이다. ‘세상의 끝‘에서만날 수 있는 사람은 나다. 그가 나다. 나는 나에게서 가장 멀리 있다. 나는 나의 ‘세상의 끝‘이다. ‘나‘는 끝에 가서야 만날수 있는 아주 먼 대상이다.- P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