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년세세』 소설의 황정은 작가의 수상작 문제없는 하루를 읽었다. 무관한 일들이 갑자기 나의 일이 되어버리는 순간이 있다. 이 일이 다른 일과 연결이 되고 이 문제가 저 문제가 되어 전이된다는 소설에 등장하는 함 부장의 대화가 의미심장하게 와닿기 시작하는 작품이다. 2년 전에 납품한 제품이 이염되어 반품되는 일이 벌어지는 사건도 그러하다. 잊고 지낸 긴 세월이지만 그때의 일이 지금의 사건으로 벌어진다.
연결되고 전이되는 일들이 소설 중에서도 화자인 영인의 회사에서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입사하기 전의 2년 전의 일이 지금 영인의 일이 되어 이염된 제품을 확인하는 작업이 시작된다. 영인의 지인인 인범이라는 후배가 등장한다. 인범과 만나서 대화를 나누다 보면 인범이 관심사는 영인에게는 불편한 주제가 되고 무관심한 주제가 되면서 다른 주제로 화제를 돌리는 일이 빈번해진다. 이러한 대화가 오가면서 문득 서로의 대화가 맞물리지 못하고 어긋나고 있음을 인범은 눈치채기 시작하면서 이 둘의 관계는 소원해진다. 일 년 정도 만나지도 않았고 연락도 하지 않게 되지만 영인은 인범이 올리는 사진들과 글을 가끔씩 확인하는 정도로 지낸다.
일 년 만에 걸려온 인범의 전화에 영인이 대답을 하지 않고 끊어버리자 놀라서 달려온 인범을 마주하게 된다. 걱정하면서 달려온 인범은 아무 일 없음을 확인하고 영인과 함께 밤여행을 훌쩍 떠나게 된다. 그곳에서 돌아오다가 우연히 사고 현장을 목격하면서 인범은 사고 현장을 외면하지 않고 비상등을 켜서 노인을 구하고자 노력하게 되면서 영인은 자신들도 위험한 상황에서도 다른 차량의 사고를 예방하고자 노력하면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무수히 예측하기 시작한다.
무관할 것 같은 일들이 자신의 일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다시 상기하면서 소설 제목을 여러 번 읊조리게 하는 작품이다. 인범의 관심사에 수많은 대중은 얼마나 무관심하게 안일하게 생활하였는지 영인을 통해서 보여준다. 전쟁, 학살, 장애인 등이 자신과 무관한 별개의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누구에게나 갑자기 닥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우리들도 경험한 세대가 되었다. 12.3 비상계엄의 의미는 수많은 국민들의 죽음과도 연결이 되는 위험한 나라로 지목된 순간이다. 이유 없는 죽음을 누구나 당할 수 있었던 폭력을 의미하기에 많은 국민들은 분노하고 세계는 걱정과 우려를 감추지 않았던 사건이다. 다시 찾은 평화는 너무나도 소중해지면서 다시는 반복되지 않아야 하는 사건이 된다. 계엄령이 우리와는 무관할 것이라고 안일하게 생각한 세대에 그날의 공포는 쉽게 지워지지 않는 일이 되었다.
학살과 전쟁은 건조한 어휘에 갇혀있지 않다. 욕망과 권력이 합심하면 우리들의 일상을 위협하는 학살과 전쟁이 되어버린다는 것을 인범의 관심사를 통해 확인시키는 소설이다. 민주, 진보, 시위대로 활동하면서 외치고 있는 목소리에는 노브레지어라는 자유가 보이기 시작한다. 여전히 억압하고 조롱하는 집단과 관습과 문화가 무엇인지도 젊은 여자에게 창녀가 될거냐고 조롱하는 노인들의 편협한 사고도 매섭게 지목한다. 더불어 사고당한 노인을 구하고 있는 인범과 영인의 희생과 사랑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 살펴보게 된다. 오늘도 문제없는 하루이지만 정말 문제없는 하루인지 진중한 질문을 아낌없이 던지고 있는 단편소설이다.
인범이 집요하게 사유한 일상 속에 존재하는 악들을 떠올리게 한다. 사람을 죽이는 기업들을 하나둘씩 손꼽아보면서 놀라움을 감추기가 어려워진다. 기업 때문에 죽어버린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우리의 자식이 될 수 있음을 잊어버리는 반복을 거듭하는 바보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 질문을 함께 찾아가는 여정이 되어준 소설이다.
전쟁, 학살, 그런 말들은 너무 먼 시간과 먼 공간에 있었다. 292
전쟁 아냐. 학살이야. 291
이 일이 저 일로 연결되고 이 문제가 저 문제로 전이되고... 완료라는 개념이 없어... 이전 일을 왜 그만뒀다고요? - P287
전쟁, 학살, 그런 말들은 너무 먼 시간과 먼 공간에 있었다. - P292
요즘 나는 악을 많이 생각해. 평범하게 있는 악... 내가 저지른 일이 아닌데 내 손을 거치지 않은 일은 아니야. - P308
민주, 진보하는 것들. 장애인, 퀴어,... 시위대 속에 인범이 있었다... 브래지어를 두르지 않은 가슴을 지적하며... 낄낄되는 댓글- P288
그 앱 쓰지 마... 사람 죽이는 기업이야.- P290
사악한 사람들 이야기. 수요집회에 참석한 아이들에게 너희들 창녀가 되는 법을 배우러 왔느냐고 묻는다는 노인들... 너무 사악하고 낯설고 이유를 알고 싶지 않고 - P2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