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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모모
  • 2025 제16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 백온유 외
  • 6,930원 (10%380)
  • 2025-04-02
  • : 93,705



성해나 작가의 작품은 처음이 아니다. 『혼모노』 소설, 『스무드』 소설을 읽었기에 반가움에 펼친 소설이다. 고상하지 않은 취향을 즐기면서 느끼는 죄책감과 불안감이 주는 기쁨을 포기하지 못하는 현상을 길티 플레저라고 말한다. 이러한 이중적인 감정을 부여잡고 있는 인물이 등장하는 소설이다. 그녀가 연애시절 자신이 좋아하는 감독을 향한 감정의 선을 넘어서 남자친구에게도 강요하고 현재는 남편이 된 그를 속이면서까지 몰래 광팬이 된 그녀가 같은 감정을 가진 클럽 회원들과 오프라인에서 만남을 가지는 장소에 참석하게 된다.

숨겨가면서 좋아하는 이유, 자신의 취향을 드러내지 못하는 이유에는 아동학대 사건의 가해자인 감독을 향한 대중의 외면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녀는 그러한 감독의 행위에 옮고 그른 판단을 멈추고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을 믿고 추앙하면서 지속적으로 감독을 향한 열정을 부여잡는 그녀를 보게 된다. 영화감독의 광팬이라는 사실을 남편에게도 숨기면서 지속적으로 팬의 자리를 고수한다.

오영이라는 인물도 자신과 같은 골수팬으로 콜롬비아 영화제 상영에 참석하고자 임상 시험 알바를 할 정도의 광팬이다. 클럽 회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오영은 같은 팬이지만 자신의 사랑은 저들의 사랑보다는 순도가 높다며 다른 격차를 만들어내는 인물이다. 길티 클럽 회원들 앞에서는 알랑거리지만 뒷담화를 거침없이 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는 인물이다.

알고리즘에 의해 습관적으로 영상을 보는 것을 싫어하지만 중독되고 있다고 말하는 남편도 인상적이다. 통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스스로 차단하지 못하는 나약함이 드러난다. 중독되고 있는 영상을 여전히 보고 있는 알고리즘에 노출된 대중문화를 꼬집는 것으로 『필터월드』 책에서 읽은 내용이 상기되는 장면이다.

추천 알고리즘을 선호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면서

얼마나 많은 정보와 검색을 놓치게 되었는지,

그것을 복원할 때까지는 알지 못할 것이다. 404 _필터월드

감독을 향한 확신, 의심하지 않는 태도, 깊게 생각하지 않는 태도가 일관적인 그녀이다. 모럴에 대해 이야기하는 내용과 그녀의 삶은 일맥상통하게 된다. 마지막 문장을 읽으면서 그녀가 놓친 것들, 그녀가 하지 않았던 것들을 되짚어볼 수 있었던 소설이다. 손가락 사이로 흘러버리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르면서 살아가는 인생이 아닌지 돌아보아야 하는 이유가 분명해진다.

문화의 흐름과 양상, 유행하는 문화와 예술들을 무수히 떠올려보게 된다. 수집하는 문화, 회원들과 교류하는 공간에서도 보이지 않는 계급들이 드러난다. 같은 것을 좋아하는 문화이지만 그 공간에 자본주의는 냉정하게 계급 구분을 확고하게 드러낸다. 더불어 향유하지 않고 수집만 하는 문화도 존재한다. 읽지 않고 책장에 장식하는 인테리어 목적의 오브제들이 그러하다. 이혁진 장편소설 『광인』에서도 아버지가 거실 장식장에 진열한 세계문학전집들이 그러하다. 필요한 문장도 인용할 뿐 읽지 않았던 고전문학은 자신의 삶에 과시성 문화로 예술이 진열되었음을 엿보게 된다.

보여주는 문화와 예술은 존재하지만 문화와 예술의 깊이를 알 수가 없는 상황이다. 사유하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숙고하는 시간보다는 즐기는 문화로 흘러가는 예술이 감지되는 문화적 흐름을 읽게 된다. 주인공이 사랑한 것들, 수집한 것들, 시간과 열정을 쏟아부었던 것들은 지금은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고 흩날리고 있는지 호랑이 만지기로 표명된다.

분별력이 필요해진다. 맹목적으로 믿는 것보다 진실을 보는 힘을 기르는 것이 절실해진다. 호랑이 만지기에 가려진 진실을 뒤늦게 알게 되면서 자신이 추앙한 것들이 진실이 아님을 알게 되고 아동 학대 사건의 진실을 보지 않고 뜨거운 불덩이로 달려들었던 그녀의 안타까운 날들이 하나둘씩 회귀되는 소설이다.

지금의 선택과 행동을 잠시 멈추면서 분별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옮은 것, 잘못된 것인지 자신에게 질문을 아낌없이 던져야 한다. 유행처럼 번지는 예술과 문화에 휩쓸리는 사회적 문화를 떠올린 소설이다. 고급문화와 저급 문화가 구분되는 사회에서 고급문화를 선호하는 진짜 이유도 드러난다. 계급을 구분하는 저의마저도 속물성을 드러난다. 함께 하는 문화에 내재된 계급 문화가 존재하는 것까지도 작가는 신랄하게 직시한 작품이다.

자기는 그런 인간을 소비하고 싶어.

길우는 경악했다. 144



누군가에게는 분명히 상처일 테니까요...... 그 일이. 그런 일 때문에 고통받은 사람도 있었다는 거 다들 아시잖아요. - P170
모럴 / 인생이나 사회에 대한 정신적 태도. 어떤 행위의 옳고 그름의 구분에 관한 태도...그때까지 나는 무엇이 좋고 싫은지, 옳고 그른지 깊게 따지고 들지 못했으니까. - P147
알고리즘에 자꾸 떠서 습관적으로 보게 되네. 이게 싫은데도 이상하게 중독돼. - P180
앞에선 알랑거리면서 뒤에서만 야금야금 까는 게 쟤도 비슷한 부류 같기는 했지만 - P162
임상 시험 알바까지 할 정도로 지속했다.- P141
코어 팬은 라이트 팬을 은근히 무시했다. - P140
자기는 그런 인간을 소비하고 싶어. 길우는 경악했다. - P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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