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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모모
  • 여신 뷔페
  • 류즈위
  • 15,300원 (10%850)
  • 2025-06-10
  • : 2,910



수많은 사건의 성추행, 성폭력 피해자가 존재한다. 경찰서에서 진술하고 조사받는 과정에서 여성 피해자가 느끼는 불쾌감과 모욕감을 호소하는 사례를 이 소설의 장면에서도 만나게 된다. 자괴감에 빠져드는 여성과 성평등이 많이 이루어졌다고 안주한 사회적 분위기를 질타하는 작가의 예리한 시선도 만날 수 있었던 소설이다. 아직도 여성을 위협하는 불평등한 사회 문제인 데이트 폭력, 강간, 언어폭력 등을 다루는 작품이다.

참고인 신분으로 경찰서에 상황을 진술하고자 동행한 여성 전용 요가원의 원장과 여성 회원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요가교실, 경찰서, 택시 안, 편의점, 혼자 늦은 밤 집으로 걸아 갈 때도 울지 않았던 요가원장의 저녁 수업부터 다음날 새벽까지의 이야기이다. 반나절도 되지 않는 시간이지만 여성이 여러 장소에서 듣게 되는 수많은 언어폭력, 성추행, 성폭력을 떠올리게 되는 상황들이 전해진다. 안전하지 않은 사회에서 자신을 지키고자 여성이 무수히 방어하면서 살아야 하는 이유들을 사실적으로 전하는 작품이다.

요가교실에서도 울지 않았는데, 경찰서에서도 울지 않았는데, 차 안에서도 울지 않았는데, 편의점에서도 울지 않았는데, 혼자 집으로 걸어갈 때도 울지 않았는데, 근데 어째서 집 안에서 운단 말인가. 58

남성들의 대화에서 느끼는 피로감이 상당해지는 장면들이 자주 등장한다. 대기업에서는 성희롱 대화를 근절하는 교육이 진행되지만 일상은 여성을 향한 조롱이 넘치는 것을 목도하게 된다. 성희롱과 성추행을 암시하는 대화가 얼마나 무분별하게 존재하고 묵시되고 있는지 보여주는 장면들이다. 뚱뚱한 여자와 아름다운 미모를 가진 여자를 비교하고 강간이라는 언어를 농담이라고 미화하는 남성들이 등장한다. 남자가 강간을 말해도 되지만 아름다운 여자가 강간을 말하면 안 되는 모순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장면도 기억에 남는다. 모순적인 상황들을 수용하고 침묵하는 뚱뚱한 여성 회원에게 왜 대항하지 않았는지 질문하는 요가원장의 질문은 이 사회를 향한 질문으로 상응한다.

여성인 요가원장이 요가원과 경찰서, 택시 안, 편의점 등에서 두려움과 걱정이라는 감정에 휘둘러 살아가고 있는 상황들이 전개된다. 울음을 삼키고 눈물을 흘리지 않았던 이유들도 서서히 드러난다. 여성을 비하하는 발언들에 감정적인 동요가 수없이 밀려온 장면들이 많았던 소설이다. 페미니즘의 기원과 성평등이 퇴행하는 역사도 경험하면서 아직도 안전하지 않고 불안과 걱정, 두려움을 여성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혼자서 감당했는지 보여주는 소설이다.

권력을 쟁취하는 과정에 여성이 강간을 당한 이유가 첫 강간의 기억이라고 말하는 여성은 너무나도 많은 강간을 당해서 데이트 강간을 당한 기억까지도 떠올리게 된다. 죽지 않는 장생불로 약을 먹은 뒤 긴 세월을 살아가고 있는 주인공은 여전히 두려움을 안고 살아가며 많은 두려움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음을 고백한다.

수준 낮은 농담, 저질스러운 농담을 한 친구에게 분노를 느끼지 않고 동거녀를 때리는 동거인의 사건도 등장한다. 폭력적이고 우둔한 행동의 결과가 적자생존으로 살아남은 이들의 모습이라는 것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다. 찰스 디킨스의 두 도시의 이야기에 나오는 명언 "지금은 최고의 시대이자 최악의 시대" (54쪽)이 시의적절하게 등장한다. 단편소설이지만 강열한 인상을 남긴 작가의 소설이다. 나머지 단편소설들마저 기대감을 감추기가 어려울 정도로 소설에 빠져들게 한 작가이다.

장생불로 약을 먹은 뒤로 ... 생리를 하지 않았다. 다시는 임신도 할 수 없었다. 그런데도 나는 두려웠다. 여전히 너무나 두려웠다. 42


수준 낮은 농담... 분노한 동거인... 저질스러운 농담을 한 친구가 아니라 롄 엄마를 때렸다... 적자생존을 통해서 살아남은 이들이 이렇게 폭력적이면서도 우둔하다고? - P21
장생불로 약을 먹은 뒤로 ... 생리를 하지 않았다. 다시는 임신도 할 수 없었다. 그런데도 나는 두려웠다. 여전히 너무나 두려웠다.- P42
요가교실에서도 울지 않았는데, 경찰서에서도 울지 않았는데, 차 안에서도 울지 않았는데, 편의점에서도 울지 않았는데, 혼자 집으로 걸어갈 때도 울지 않았는데, 근데 어째서 집 안에서 운단 말인가.
- P58
지금은 최고의 시대이자 최악의 시대 ...디킨스의 명언 <두 도시 이야기>
- P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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