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틀 프라이드』를 재독하면서 새롭게 보이는 문장들과 감정들이 보였던 소설이다. 일독의 시간과 재독의 시간적 간극은 길지 않았지만 다시 읽는 시간을 통해서 그때는 놓쳤던 작가의 시선의 끝을 함께 조우하게 된다. 소설에 등장한 인물들의 감정, 홀로 감당하였을 긴 고난의 삶들을 바라보는 기회를 준 소설이다.
퀴어는 영화와 소설을 통해서 매번 마주하면서 그들이 홀로 정체성의 혼돈을 어린 나이에 감당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자 수술을 감행하기도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취업의 기회를 준 회사에 고마워하는 감정보다 친밀감을 느껴야 한다는 것으로 감정의 혼선을 정리하는 소설 중의 장면도 기억에 남는다. 놓쳐버리면 잃어버리는 감정을 작가는 퀴어인 화자를 통해서 매만진다. 미숙한 감정이지만 잘 이해하고 잘 키워내야 하는 감정을 정돈하는 사유의 장이 된다.
그에게 고마워하는 것은 ... 퀴어로서 프라이드가 부족한 것이라고... 고맙다기보다는, 친밀함 같은 걸 느낀다고 해야 109
입사한 회사의 창립멤버인 오스틴이 전설의 인물이 되었던 이유와 멋진 남자로 보였던 사연도 전해진다. 그가 회사에 기여한 업적들을 듣게 되면서 괜찮은 남자가 되는 방법과 인정받는 남자가 되는 방법을 찾지 못하는 화자가 그를 부러워하는 이유가 전해진다. 하지만 오스틴에게도 극복해야 할 결점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화자의 시선에 오스틴은 멋진 남자이며 괜찮은 남자였지만 화자에게 수술 인증 사진을 보내면서 오스틴이 수술한 사실을 알게 된다. 결코 쉽지 않은 결심을 실행한 두 사람의 사연은 결코 가볍지 않은 삶은 선택이었다는 것을 짐작하게 된다. 화자는 탑 수술을 강행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첫 여정을 시작하게 되고, 오스틴이라는 작은 키를 가진 직장 동료는 키 크는 수술을 강행한다.
예쁜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소설은 이야기한다. 옷도 예쁜 것을 좋아하고 사람도 예쁜 것을 좋아하는 사회적 미적 기준에 대해서 심오한 질문을 던진다. 괜찮은 남자가 되고자 힘든 수술을 실행한 오스틴처럼 다양한 이유들로 시술과 수술을 하는 문화를 둘러보게 된다. 능력을 가진 사람으로 보이지만 내면에는 작고 연약한 자아가 존재하기도 한다는 것을 인물들을 통해서 보여준다.
매력적인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는 수많은 노력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가장 매력적인 사람은 내적인 아름다움을 간직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따뜻한 가슴으로 세상을 향한 관심으로 중심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이 진정한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믿는다. <어른 김장하>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감동을 받았던 이유가 떠오른다. 평범한 사람들이 이룩한 것을 무시하지 않고 존중하는 어른, 묵직하게 자신의 소신을 지키며 살아가는 인물이 진정한 멋진 사람이며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학력, 재력, 권력, 명예, 미모 등으로 평가하는 사회적 가치가 아닌 내면의 빛이 아름답고 멋진 사람이 괜찮은 사람이라고 믿는다. 단단한 내면으로 오늘을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이 위축되지 않고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힘이 필요해 보인다. 결핍이 더 이상 위축되지 않도록 내면의 힘을 길러야 하는 이유도 발견한다. 추앙하고 있는 대상이 세상의 것인지, 내면의 것인지 생각하면서 마지막 장을 덮었던 작품이다.
그에게 고마워하는 것은 ... 퀴어로서 프라이드가 부족한 것이라고... 고맙다기보다는, 친밀함 같은 걸 느낀다고 해야- P109
그는 나와는 전혀 다른 부류의 사람 같았고, 내가 절대로 될 수 없는 남자처럼 보였다.- P106
나는 어떻게 해야 괜찮은 남자로 보일 수 있는지, 남자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 알지 못했다... 직무보다... 출퇴근길보다, 농담 한마디를 받아치는 일이 더 힘겨울 정도로- P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