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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모모




2019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연극배우들이 관객을 향해 욕설을 서로 겹치게 소리 지르고 있지만 배우들의 시선은 관객에 고정되지 않는 상황이다. 배우들의 욕설 내용과 대상은 누구인지 모호해지기 시작한다. "혐오스러운 상판대기들아, 어릿광대들아, 가련한 몰골들아, 뻔뻔스러운 작자들아, 허수아비들아, 멍청하게 서서 구경하는 꼴통들아" (15쪽) 굵직한 의미들이 열거되면서 그들이 누구인지 둘러보게 되는 연극이다.

"헐뜯기 대가들아, 쓸모없는 건달들아, 줏대 없는 꼭두각시들아, 사회의 찌꺼기들아." (60쪽) 배우들의 욕설은 연극에 다시 등장한다. "능력 면에서 모든 걸 능가... 교활하고 왜소한 게르만 종자들아." (59쪽) 문학의 힘은 하나의 대상만을 향하지 않는다. 빈칸 넣기 하듯이 지칭된 대상에 어느 집단, 사회계층, 다양한 대상들을 빈칸에 넣기까지 하면서 배우들이 욕설하는 대상을 찾는 시간으로 연장되는 작품이다.

"항상 거기에 앉아있었다. 성실한 노력, 콧물을 훌쩍이는 너희들. 성공에 큰 몫을 했다. 위대함은 생략을 통해 이루어졌다. 모든 사실을 침묵으로 대변했구나, 허풍쟁이들아." (59쪽) 배우들은 대상을 주시하지 않고 관객을 향했지만 누구도 주시하지 않으면서 욕설이 계속된다. 배우들에게 주어진 규칙은 자세히 관찰할 것, 귀 기울여 들을 것이다. 이 규칙을 먼저 명시하면서 시작된 연극이다. 덕분에 사회가 강요하고 조장하는 흐름에 반하는 고통을 받고 대우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의 죽음에 대한 기사들을 읽은 내용은 일상 속에서도 잔상이 남아서 위협적인 속도로 달리는 도로에 뜨거운 햇살을 고스란히 받으면서 한낮에 일당을 받고자 노동하는 신호수와 작업하는 도로 작업자들을 애처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그들이 하루 일당을 받고자 도로에서 일하다가 현장에서 죽음을 맞이한 많은 그들의 죽음이 다시 되살아나는 뜨거운 여름의 도로이다.

무심하게 지나칠 수 있는 곳에서 일하는 그들의 노동이 있다. 그들의 지저분한 작업복에는 정당한 수고와 땀이 고스란히 존재한다. 수많은 장소에서 누군가들의 노동과 노동자들이 일을 하지만 사회는 그들을 지우고 감추고 차별적으로 대우하는 것이 현실이다. <다음 소회>영화에서 콜센터 직원의 죽음, <미지의 서울> 드라마에서도 연극배우들이 소리치는 욕설의 대상들이 존재한다. 대선 공약에서도 평등이라는 키워드를 찾아보는 자세히 관찰하기와 귀 기울이기 규칙을 돋보기로 찾는 작업은 필요하다. 총체적으로 구분하고 구별하는 사회적 시스템에서 연극배우가 누구를 향하야 욕설을 쏟아내는지 둘러보는 시간을 가지는 희곡이 된다.

무더운 여름날에도 화면 속에 등장하는 집단은 긴팔의 옷으로 무장하면서 냉방병을 걱정하는 이들과 먼지와 소음, 빨리빨리 일하라고 다그치는 한국 사회에 길들여진 수많은 노동자들의 한숨은 대조된다. 노동을 하지 않는 노동자들은 없는 사회이다. 그들의 노동은 정당한 대우를 받고 행복하다는 만족감으로 살아가는 한국 사회인지 자세히 관찰해야 하고 귀 기울여야 하는 것이 규칙이라고 연극은 연극배우들에게 규정한다. 정당함을 잃고 차별적인 사회에서 별들이 허무하게 사라지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이 희곡에서 발견하게 된다.

번아웃으로 우울한 노동자들이 많은 한국 사회이다. 웃음기를 잃어버린 그들의 노동에 무엇이 작동하면서 그들을 우울하게 만들었는지 노동 사회를 자세히 관찰할 것! 귀 기울일 것! 연극배우들에게 규정한 규칙을 잊지 않아야 하는 이유를 뜨거운 도시의 도로를 달리면서 신호수를 보면서 아슬아슬한 생과 죽음의 경계를 떠올렸다. 그리고 직장 노동자들의 한숨과 눈물, 부유하는 수많은 감정들로 노동 현장에서 일하고 있을 전문직, 사무직, 노동자들의 다양한 일상들을 떠올린 희곡이다. 반대편에 욕설의 대상자가 된 그들이 자신은 아닌지 살펴보는 힘까지도 불어넣어 주는 희곡이 되기를 희망한 작품이다.

<미지의 서울> 드라마에서도 기업 전략실 엘리트들이 한 명을 왕따시키면서 이익만을 추구하는 이기적인 모습이 전개되는데 이 상황에 익숙한 사람들과 용기를 낸 사람이 어떤 대우를 차별적으로 받는지 보여줄 때 이 희곡의 명대사들이 떠올라서 다시 재독한 희곡이다. 당연한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국 사회는 빨리빨리를 외치는 분위기이다. 기계를 멈추어야 하는데 기계를 멈추지 않고 사람이 기계 결함을 해결하도록 방치하는 순간 다시 한 생명이 사라진 산업현장의 노동자 죽음을 또다시 접한 한국 사회이다. 그들이 방만하고 기만한 것이 무엇이며 노동자 죽음을 수익과 대조하면서 방치한 현장의 반복되는 사고 소식은 우리 모두를 향하는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외국 생활을 하면서 현지인들이 여유롭게 살아가는 모습은 꽤 인상적으로 기억에 남는다. 그들의 행복과 한국 사회의 행복도는 분명히 다를 것이다. 한국인들의 삶은 결코 행복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미지의 서울> 드라마와 <다음 소희> 영화를 통해서 보게 된다. 스스로 찾아내는 용기를 가질 수 있기를 응원하면서 쓰러지지 않는 한국 사회의 노동자들이 많아지기를, 이들의 허무한 죽음이 반복되지 않도록 관심을 갖는 정치가 존재하기를, 가해자가 우리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자각하는 사회이기를 희망하면서 읽은 책으로 『소망 없는 불행』에 이어서 읽은 작가의 작품이다.

여러분은 현실을 다시 거칠다고 말할 것입니다.

냉정해질 것입니다.

자신의 생활을 하게 될 것입니다.

더 이상 연극에 몰두했던 통일체가 아닙니다. 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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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특정한 조건에 따라 우리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 우리 말과 여러분의 시선은 각을 이루지 않습니다.- P20
멍청이들아, 막돼먹은 인간들아, 부도덕한 인간들아, 떠돌이 사기꾼들아, - P60
여러분은 현실을 다시 거칠다고 말할 것입니다. 냉정해질 것입니다. 자신의 생활을 하게 될 것입니다. 더 이상 연극에 몰두했던 통일체가 아닙니다. - P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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