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국 안의 세계사
저자 키스 베로니즈
동녘
2023-07-20
원제 : Making Medicine (2022년)
역사 > 세계사
과학 > 과학의 이해 > 과학사
사람의 병을 고치기 위해 탄생한 약은 역사의 흐름 속에서 때로는 전쟁을, 때로는 문명을 그리고 국가의 운명을 바꿔놓았다.
■ 책 속 밑줄
페니실린은 20세기의 기적이자 박테리아 감염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위험으로 고통받을 때 우리의 곁을 지켜주는 충직한 친구이기도 하다. 발전하는 과정에서 수억 명의 목숨을 구한 항생제 군단을 위한 초석을 다진 친구 말이다.
플레밍은 자신이 꽤 재미있는 시기에 태어났다고 생각했다. 플레밍은 제1차 세계대전 동안 왕립육군의료단에 징용됐다. 누군가는 이 4년으로 플레밍이 매우 귀중한 연구 시간을 낭비했을 것이라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플레밍은 혼돈과 선혈 사이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면서 어마어마한 숫자의 군인들이 적이 아니라 감염된 상처와 싸우는 모습을 목격했다. 특히 플레밍은 전쟁 동안 감염된 상처에 소독제를 사용하는 데 주의를 기울였지만 그럼에도 하나도 만족스럽지 않았다.
휴가에서 돌아온 플레밍은 실험실에 돌아와 배지에 이상한 곰팡이가 핀 것을 확인했다. 화농균은 이 곰팡이 근처에는 하나도 없었고 곰팡이에서 멀리 떨어진 배지 가장자리를 따라 남아 있었다. 플레밍은 즉시 화농균을 죽인 이 곰팡이의 정체를 찾기 시작했다.
호주 의사인 존 케이드는 자신이 근무하던 정신병원의 환자와 기니피그를 대상으로 일련의 실험을 진행하며 정신의학에 새로운 국면을 열었다. 케이드는 제1차 세계대전 참전용사이자 의사인 아버지, 데이비드 케이드의 뜻을 이어받았다. 아버지는 집으로 돌아온 후 전쟁으로 피폐해진 마음 때문에 고통받았다. 존 케이드는 정신적 스트레스와 스페인 독감의 후유증으로 아버지를 반복해서 찾아오는 극심한 피로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1943년 12월 2일, 독일은 이탈리아 바리 항구에 정박해 있던 연합군에 치명적인 공격을 가했다. 우연하게도 이 공격으로 머스터드가스가 사람에게 항암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공격으로 열일곱 척의 배가 난파됐다. 여기에는 내부에 비밀스러운 화물(머스터드가스 폭탄 2000개)을 실은 존 하비 증기선도 있었다.
코넬대학교 의과대학의 줄리언 맥긴리는, 여성의 특징을 가지고 태어났지만 신체적으로는 자웅동체 특성을 보이는 아이들을 연구했다. 이 아이들은 사춘기에 들어서면서 여타 다른 10대 남자아이처럼 남성생식기가 겉으로 드러나고 목소리가 굵어지며 가슴과 팔에 근육이 붙었다.
■ 끌림의 이유
문명은 늘 물리적 전쟁만으로 바뀌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고선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단 한 알의 약, 그 발견이 인류의 생명 곡선을 어떻게 바꾸었는지를요.
인간의 몸이라는 개인의 이야기와 세계사라는 집단의 이야기가 약이라는 렌즈를 통해 맞닿아 있는데 의약품을 중심으로 세계사를 조망한다는 발상이 신선했습니다.
매일 무심히 지나치는 약국, 손에 들었던 약봉지, 그 안에 담긴 이야기가 이토록 깊고 흥미로울 줄 몰랐습니다.
이 책은 단순한 지식을 넘어 삶의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역사를 바라보게 만들었습니다.
■ 간밤의 단상
우리가 살아온 역사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작은 것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약 한 알에 담긴 수많은 생명, 전쟁, 정치의 이야기는 예상보다 훨씬 더 거대했습니다.
여성의 피임약부터 전쟁 중 쓰였던 모르핀, 마약과 중독의 문제 그리고 권력과 윤리의 경계까지.
약은 단순한 치료제가 아니라 인간을 통제하고 사회를 조직화해온 도구였다는 사실이 새삼 충격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역사는 전쟁과 정치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우리 몸을 통과하는 아주 작고 조용한 것들, 바로 약과 같은 것들로도 연결됩니다.
책에서는 우리가 매일 무심코 삼키는 알약 하나조차도 세계사의 거대한 파도 위에 놓여 있다고 말합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루에 먹는 비타민 한 알이, 어쩌면 세계사의 단면과 맞닿아 있는 건 아닐까.
3년 넘게 전세계를 뒤흔든 코로나19 팬데믹, 그 시기 백신 개발 속도를 바라보며 우리는 누구나 한 번쯤 의문을 품었을 겁니다.
"이렇게 빠르게 만들어졌는데, 과연 안전할까?"
실제로 백신 접종 후 사망 사례가 보고되기도 했고 임상 기간에 대한 우려와 불신도 이어졌습니다.
그때부터 약이라는 존재가 단순히 치료를 넘어 인간의 삶과 시스템에 어떤 방식으로 작용해왔는지를 더 깊이 들여다보고 싶어졌습니다.
가끔 병원 진료를 마치고 약국에서 기다릴 때면 문득 그런 생각이 듭니다.
내가 받을 이 작은 약 봉투 안에도 수많은 과학자들의 시행착오와 실패 그리고 간절함이 담겨 있겠구나.
책을 읽고나니 눈에 보이지 않는 그 노력들이 오늘 우리의 건강과 일상을 어떻게 지탱해주고 있는지, 그 이면에 어떤 사회적 메시지들이 숨겨져 있는지 그 모든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 건넴의 대상
약, 의학, 건강 이슈에 관심 있는 분
인문학적 시선으로 역사를 바라보고 싶은 분
새로운 시선으로 세계사를 읽어보고 싶은 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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