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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클라베

저자 로버트 해리스

알에이치코리아(RHK)

2025-02-27

원제 : Conclave

소설 > 영미소설

소설 > 세계문학 > 영국문학




당신은 인간의 마음을 속일 수 있을지 모르지만, 신의 뜻은 결코 속이지 못합니다.




■ 책 속 밑줄


로멜리 추기경은 새벽 2시 직전 검사성성을 떠난 뒤, 바티칸 수도원을 지나 황급히 교황 침실로 향했다.

마음속으로는 계속 기도했다. 오, 주여, 성하께서는 아직 할 일이 많습니다. 반면에 주님을 향한 제 봉사는 이제 명을 다하였나이다. 저는 잊혔으되 성하는 여전히 사랑받고 계시오니, 주여 그를 구하시고 대신 이 죄인을 데려가소서.



지난 번 만났을 때, 교황에게 자신의 위기를 고해하고, 로마를 떠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수석추기경 자리를 내놓고 수도회로 돌아가고 싶었다. 벌써 일흔 다섯, 은퇴할 나이가 아닌가. 하지만 교황을 그를 크게 나무랐다. 사실 의외의 반응이었다. "누군가는 목자로 선택받고 누군가는 목장을 관리해야 하오. 당신 임무는 목사도 아니고 목자도 아니요, 바로 관리자요. 난들 쉬운 줄 아오? 나한테는 당신이 필요하오. 자, 걱정하지 맙시다. 늘 그렇듯, 주님께서 다시 추기경을 찾을 터이니."



후일 로멜리는 이때를 돌아보며, 바로 그 순간 교황위 승계 전쟁이 시작됐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세 추기경 모두 선거인단 내에 지지파가 있었다. 벨리니는 그레고리오 대학 총장과 밀라노 대주교를 역임했으며, 아주 오래전부터 진보주의자들의 위대한 지적 희망이었다. 트람블레이는 교황청 사도궁무처장과 인류복음화성 장관을 동시에 맡고 있기에 제3 세계와 관련해 후보 자격이 있었다.



더욱이 성녀 마르타의 집에서 보았듯이, 추기경단 단장으로서 선거관리 임무가 자신에게 떨어지리라는 사실도 깨달았다. 솔직히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일이었다. 몇 년 전 전립선암 진단을 받았기에, 비록 지금은 완치됐다고 믿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교황보다 먼저 세상을 뜰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후로는 오로지 임시방편으로만 여기고 살았으며, 실제로 사임까지 하려고 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보니 이런 난감한 상황에 콘클라베를 조직하게 된 것이다.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채,

오직 기도와 사유, 그리고 인간의 본성 안에서

누가 교황이 되어야 하는지를 두고 격렬한 침묵의 시간이 흐른다.



"무슨 일이죠?"

"교황 성하와의 마지막 면담 얘기 좀 하고 싶어서요."

"그게 어땠는데요?"

"듣기로는 어려웠다면서요?"

트람블레이가 기억하기 쉽지 않다는 듯 이마를 문지르고 인상을 찌푸렸다.

"아뇨, 내 기억으로는 아닙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들은 얘기가 있습니다. 추기경한테 모든 공직에서 사임하라고 요구하셨다더군요."

그 말에 트람블레이는 오히려 표정이 밝아졌다.

"아하! 그 헛소리? 보지니아크 대주교죠?"

"그 점은 밝힐 수 없습니다."



믿음과 권력, 성스러움과 인간성 사이.

콘클라베는 그 모든 모순과 충돌을 품고 있었다.



■ 끌림의 이유


『콘클라베』는 폐쇄적이고 신성한 교황 선출이라는 의식을 날카로운 심리 묘사로 풀어낸 소설입니다.

실제 교황 선출의 전통을 배경으로 하지만 그 안에 담긴 것은 단순한 종교 소설이 아닌 인간이라는 존재의 이면과 권력의 본질에 대한 탐구입니다.

투표를 시작할 때 당황한 기색을 내보이던 유력 후보들은 숭고하고 귀한 자리에 오르고자 어느새 세력을 모으기 시작하죠.

믿음의 이름 아래 벌어지는 선택과 회의!

절대 권위를 부여받는 순간, 사람이 어떻게 변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소설 전반에 스며들어 있습니다.

그 과정을 읽다보면 선택과 책임감, 믿음 그리고 양심이라는 단어의 무게를 느끼게 됩니다.



■ 간밤의 단상


우리는 종종 권력이라 하면 정치나 권위부터 떠올리게 됩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느꼈습니다.

권력은 아주 조용하게, 가장 성스러운 옷을 입고 찾아온다는 것을요.

어쩌면 교황이란 자리는 가장 성스럽고 숭고한 위치지만 책임감과 희생 또한 그 누구보다 막중합니다.

소설에서는 교황이라는 상징을 두긴 했지만 인간의 내면에 있는 판단과 망설임 그리고 진실 앞의 침묵에 주목해야 합니다.


한 사람의 결정이 한 시대의 윤리와 미래를 바꾸었던 그 순간, 고요한 긴장 속에서 저는 스스로에게 물었습니다.

믿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믿음은 언제나 고요한 선택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그 안에는 두려움뿐만 아니라 갈등과 계산도 함께 있으니까요.

소설 속 누군가의 입을 빌려 건넨 이 말이 오래 남습니다.

"진실은 늘 신의 편에 서 있으나 인간은 언제나 그러하지 않다."



■ 건넴의 대상


권력, 믿음, 침묵이라는 키워드에 호기심을 느끼는 분

종교나 제도 안에서 인간의 복잡한 감정을 읽고 싶은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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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감상이 더해지면 이 공간은 조금 더 깊고 따뜻해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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