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용히 무성해지는 것들 _셋
글을 쓰며 길을 잃다
우리는 언제 길을 잃는 걸까요.
길을 잃는 일이 꼭 불행한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그 순간, 우리는 진정으로 자신을 마주하는 법을 배워갑니다.
어릴 적부터 책을 읽고 글을 써온 저는 그런 시간을 여러 번 경험했습니다.
그때마다 불안한 마음으로 글을 쓰고 또 쓰며 내가 누구인지, 어떤 길을 걸어가고 있는지를 조금씩 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책을 읽으며 느꼈던 감정들이 때때로 저를 불안하게 하고 낯선 길로 이끌었습니다.
그러나 그 불안 속에서도 글을 쓰는 일은 마치 침묵 속에서 비추어지는 빛처럼 다가왔습니다.
그 빛은 책 속 인물들이 건넨 한마디처럼, 제 마음 깊은 곳을 조용히 흔들어주었습니다.
글을 쓴다는 일은 단순히 생각을 정리하는 것을 넘어 제 존재를 기록하고 그 안에서 저를 다시 찾는 여정이었습니다.
불안 속에서 마주한 진심
글을 쓴다는 것은 길을 잃는 것과 꼭 닮았습니다.
간혹 무엇을 쓰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지도 모를 만큼 흐릿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제 안에서 이런 질문을 꺼내듭니다.
"이 글이 정말 내가 쓰고 싶은 글일까?"
"내 감정은 정확히 담기고 있는 걸까?"
그 질문들 안에서 저는 하나의 진실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결국 나 자신과 마주하는 일이라는 사실을요.
길을 잃는 순간은 결국 제 내면 깊은 진심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는 신호라는 것을요.
그 불확실하고 흔들리는 시간은 오히려 감정과 마음을 더 깊이 들여다보게 해주는 귀한 과정이었습니다.
마음의 소리와 다시 만나다
길을 잃고 헤매던 시간 속에서, 저는 결국 제가 정말 쓰고 싶었던 이야기를 찾아냈습니다.
그 이야기는 때론 눈물처럼, 때로는 잔잔한 웃음처럼 제 안에서 울림을 만들어냈습니다.
그 순간들 속에서 저는 제 마음의 소리와 진심을 마주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글쓰기를 멈출 수 없습니다.
쓰는 일은 저를 잊지 않게 해주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입니다.
두 개의 나침반, 책과 글쓰기
책을 읽으며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얻었고 글을 쓰며 길을 걸어가는 힘을 얻었습니다.
책 속 문장들이 마음에 들어와 하루를 머물다 갈 때, 저는 다시 펜을 들고 조용히 저를 써 내려갑니다.
글을 쓰는 일은 단순한 표현이 아닙니다.
그것은 마치 세상과 연결되기 위한 방식이자 제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조심스럽게 건네는 일입니다.
제가 쓴 글이 누군가에게 닿아 마음을 흔든다면 그건 제가 진심으로 누군가의 마음에 말을 건넸다는 뜻이기도 하니깐요.
책과 글쓰기는 저에게 두 개의 나침반입니다.
책은 제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알려주고 글은 제가 가고자 하는 길을 분명히 그려줍니다.
이 두 가지는 제 삶을 이끌어가는 가장 중요한 축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끝없는 질문 끝에서 피어나는 나
길을 잃고 방황할 때마다, 저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나는 왜 글을 쓸까?"
그 질문 자체가 제 자신을 혼란스럽게 만들곤 하지만 그 물음 덕분에 다시 글을 쓰는 이유를 찾게 됩니다.
저를 모른 채 쓴 글은 공허하게 느껴졌고 저를 이해하며 쓴 글은 자연스럽게 진정성을 가졌습니다.
그 차이는 작지만 그 울림은 아주 큽니다.
글쓰기는 제게 자기 성찰의 시간이자 내면을 세상에 조용히 비추는 작업입니다.
감정과 생각을 글이라는 그릇에 담아내며, 저는 제 존재를 확인하고 그 안에서 자랍니다.
글을 쓰며 길을 잃다
길을 잃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여전히 제 곁에 있습니다.
하지만 그 두려움 속에서도 저는 저를 다시 찾는 법을 배워가고 있습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며 길을 잃고 다시 길을 찾는 반복 속에서 저는 진정으로 원하는 방향을 조금씩 발견해갑니다.
중요한 건 길을 잃었다는 사실이 아닙니다.
그 길을 다시 찾기 위해 기울인 제 마음과 용기라는 것을 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앞으로도 계속 길을 잃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길 위에서 글을 쓰며, 또 다른 저를 마주할 것입니다.
그 여정의 끝에서 저는 조금 더 온전한 제 자신으로 피어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