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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독서

저자 유시민

웅진지식하우스

2025-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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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늘 모호하고 불완전하며, 그래서 질문하는 자만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 책 속 밑줄


고등학생 시절, 공부가 잘되지 않으면 문고판 책이 많았던 아버지의 서가에서 손에 잡히는 대로 아무 책이나 뽑아 뒤적이는 버릇이 있었다. 마음이 끌리는 책이 있으면 기분 전환이 될 때까지 읽다가 덮어두곤 했다. 이렇게 띄엄띄엄 읽었던 채들 가운데 몇몇은 지금도 제목과 내용이 대충 떠오른다.



"아무리 선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라고 하더라도, 인간은 악한 수단을 사용한 데 따르는 정신적 고통을 벗어나지 못한다." 도스토옙스키는 이렇게 말한다. 죄를 지으면 벌을 면하지 못하는 게 삶의 이치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 문제는 다른 맥락에서 볼 수도 있다. 선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 악한 수단을 사용하는 것을 정당화할 수 있는지 따지는 것은, 악한 수단으로 선한 목적을 이룰 수도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런데 나는 이 전제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정당성 여부를 따지기 전에, 악한 수단으로는 선한 목적을 절대 이루지 못한다고 믿는다.



지식인은 무엇으로 사는가. 리영희 선생은 말한다. 진실, 진리, 끝없는 성찰, 그리고 인식과 삶을 일치시키려는 신념과 지조. 진리를 위해 고난을 감수하는 용기. 지식인은 이런 것들과 더불어 산다.



다시 『인구론』을 읽으면서 느끼는 감정은 두려움이다. 우리 모두는 갖가지 편견과 고정관념을 지니고 산다. 이 세상 모든 것들에 대한 모든 종류의 통념이 논리적·경험적으로 타당한 근거를 가지고 있는지 일일이 시험하고 검토할 수 없는 일이기에,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관념과 사고방식을 어느 정도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나는 맬서스와 얼마나 다른가. 내가 옳다고 믿는 것, 내 신념을 받치고 있는 수많은 통념들 가운데 그릇된 편견이나 고정관념이 없을 것인가?



어쩌면 일제강점기 때 누군가 일본어로 번역한 것이, 사는 게 노엽고 슬펐던 조선 민중의 마음을 울렸는지도 모른다. 푸시킨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썼든, 누군가의 시가 다른 시대 다른 민족에게 큰 울림을 줄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 차르의 학정과 일제의 압제는 똑같이 '힘든 날'이며 '슬픈 현재'였다. 우리의 선조들은 푸시킨의 시에서 큰 위안과 격려를 받았던 듯하다.



흔히들 보수가 물질적 이익과 세속적 출세를 탐낸다고 하지만 진짜 보수주의자는 이익이 아니라 가치를 탐한다. 진짜 보수주의자는 다른 누군가와 싸우는 전선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내면에 정체성의 닻을 내린다. 타인을 비난하기에 앞서 자신을 성찰한다. 누가 자신을 알아주지 않아도 실의에 빠지지 않으며 깊은 어둠 속에서도 스스로 빛난다.



나는 젊은 시절에 다윈을 읽지 않았다. 『인구론』을 읽지 않고도 인구법칙을 안다고 믿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종의 기원』을 읽지 않았지만 진화론을 안다고 생각했다. 다윈은 토머스 맬서스나 허버트 스펜서처럼 ‘불쾌한 이름’들과 함께 등장하곤 했기 때문에 읽고 싶은 마음이 들지도 않았다. 나는 빈곤을 정당화하고 빈민 구제를 비난한 맬서스를 미워했고, 적자생존이라는 개념으로 사회적 강자를 편든 스펜서를 싫어했다. 그들이 펼친 ‘사회진화론’ 또는 ‘사회다윈주의’가 부자와 강자를 예찬하고 불평등을 합리화하는 천박한 이데올로기라고 생각했다. 진화론이 올바른 생물학 이론이기는 하지만 사회적으로는 나쁜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했다. 한마디로 말해서, 다윈에 대해서 별로 아는 게 없었다.



'근본적 변화'는 아름다운 꿈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에 이르지 못하는 부분적·점진적인 개선을 아름답지 않거나 의미 없다고 비난할 일은 아니다. 만약 그렇게 한다면 누구도 변화를 일으키려고 도전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근본적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모두가 알기 때문이다.



어리석은 자를 대통령으로 뽑은 이후 화나고 아프고 어이없는 일들을 견디고 이겨낸 이들에게, 계엄의 밤 국회에서 계엄군을 막아섰던 시민들에게, 남태령의 기적을 만든 젊은이들에게, 눈보라를 맞으며 헌법재판소 앞에서 밤을 지새웠던 남녀노소에게, 무한히 큰 감사의 마음을 얹어 그 말을 전하고 싶다.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이 오늘 우리를 본다면 이렇게 말할 것이다. "그대들은 인간의 모든 자랑스러운 것의 근원을 보여주었습니다. 자기 자신을 자랑스러워해도 됩니다.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 끌림의 이유


『청춘의 독서』는 한 사람의 사유와 성장의 기록을 따라가며 독서가 인생에 어떤 결을 남기는지 보여주는 에세이입니다.

유시민 작가가 읽었던 15권의 책에서 가져온 질문과 통찰은 독서가 우리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보다 생생하게 느끼게 해줍니다.

책을 읽는다는 건 단지 지식을 쌓는 일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스스로 구성해나가는 일임을 알려주는 책이었습니다.



■ 간밤의 단상


나는 지금, 어떤 질문을 품고 살아가고 있을까?


책장을 넘기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청춘의 독서』를 읽으며 다시금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질문하는 자만이 멈추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 질문은 정답을 향하는 화살이 아니라 스스로의 삶을 조금씩 정돈해나가는 나침반일 수도 있다는 것을요.

질문을 품는 태도 자체가 이미 하나의 방향성이 되어주는 시간이었습니다.


이 책은 단순히 젊은 날의 독서 기록이 아닙니다.

지금 어디쯤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책이라는 타인의 사유를 빌려 자기 삶을 새롭게 바라보게 해주는 일종의 독서 지도처럼 느껴졌습니다.


저는 예전 판본도 소중히 간직하고 있었지만 이번에 출간된 특별증보판까지 함께 하나의 책장에 나란히 꽂아두었습니다.

특히 새롭게 추가된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은 지금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던져주는 메시지가 더욱 분명하게 다가왔습니다.


질문은 때로 버겁지만 그 질문 없이 살아가는 삶은 너무 납작해질지도 모릅니다.

조용한 새벽녘, 문장 하나에 기대어 제 안의 물음을 다시 꺼내 들고 싶어졌습니다.



■ 건넴의 대상


삶의 방향을 고민하고 있는 모든 세대의 청춘

책을 삶에 더 깊게 연결해보고 싶은 분

나의 삶에 어떤 책이 남았는지를 다시 생각해보고 싶은 분




이 책을 읽고 마음에 남은 문장이나 순간이 있다면 공감(♥)과 댓글로 나눠주세요.

당신의 감상이 더해지면 이 공간은 조금 더 깊고 따뜻해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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