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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

저자 양귀자

쓰다

2013-04-01

초판출간 1998년

소설 > 한국소설




모순은 모순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어른이다.




■ 책 속 밑줄


어느 날 아침 문득, 정말이지 맹세코 아무런 계시나 암시도 없었는데 불현듯, 잠에서 깨어나는 순간 나는 이렇게 부르짖었다.

"그래, 이렇게 살아서는 안 돼! 내 인생에 나의 온 생애를 다 걸어야 해. 꼭 그래야만 해!"



눈물이 없었다면 그 느닷없는 부르짖음은 눈뜨고 꾸는 꿈의 잠꼬대 정도로 잊혀졌을지도 몰랐다. 눈물이 없었다면 나는 내 입술을 비집고 새어나온 격렬한 그 구호에 대해 아무런 책임감도 느끼지 않았을 것이다. 그럴 수도 있는 것이다. 저 혼자 흘러나온 혼잣말 따위 나는 얼마든지 무시할 수 있었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이제 조금씩 가닥이 잡힌다. 되돌아보면 어제도 우울했고 그제도 우울했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눈물까지 흘리며 절박하게 부르짖을 만큼 우울했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확실히 예전의 나와는 달랐다.



우리들은 남이 행복하지 않은 것은 당연하게 생각하고, 자기 자신이 행복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언제나 납득할 수 없어한다.



그랬다.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내가 내 삶에 대해 졸렬했다는 것, 나는 이제 인정한다. 지금부터라도 나는 내 생을 유심히 관찰하면서 살아갈 것이다. 되어 가는 대로 놓아두지 않고 적절한 순간, 내 삶의 방향키를 과감하게 돌릴 것이다. 인생은 그냥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전 생애를 걸고라도 탐구하면서 살아야 하는 무엇이다.

그것이 인생이다…….



사람들은 작은 상처는 오래 간직하고 큰 은혜는 얼른 망각해버린다. 상처는 꼭 받아야 할 빚이라고 생각하고 은혜는 꼭 돌려주지 않아도 될 빚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생의 장부책 계산을 그렇게 한다.



인생은 늘 정답이 없다. 가족이란, 사랑하지만 어쩔 수 없이 상처 주는 존재다. 진실은 때때로 침묵 뒤에 숨고, 감정은 입술 끝에서 되돌아온다.



■ 끌림의 이유


안진진이라는 인물은 자신의 삶을 관통하는 질문 앞에 멈춰 서 있습니다.

어머니와 이모, 서로 대비되는 두 여자의 삶을 지켜보면서 그녀는 점점 깨닫습니다.

삶은 옳고 그름으로 나뉘는 게 아니라 모순 속에서 방향을 잡아가는 여정이라는 것을.


『모순』은 제목처럼 우리 모두가 겪고 있는 삶의 이중성과 충돌 그리고 그 사이를 건너는 법을 보여줍니다.

에피소드마다 웃음과 눈물, 이해와 분노가 교차하지만 그 끝에는 결국 한 사람의 내면이 조용히 성장하고 있음을 느끼게 해줍니다.

여성의 시선으로 바라본 가족과 사랑, 그 안에서 불완전함을 인정하는 법을 배워가는 이 이야기는 지금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울림을 건네고 있습니다.

그래서 쉽게 읽히면서도, 쉽게 잊혀지지 않는 소설입니다.



■ 간밤의 단상


이 책은 마음속에 작은 물결을 일으킵니다.

처음엔 가볍게 읽히다가도, 어느 순간 이건 나의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지요.

모순은 대단한 철학적 개념이 아니라 우리가 사는 바로 이 하루하루 속에 숨어 있는 익숙한 감정입니다.


저는 가족이라는 틀 안에서 수없이 많은 갈등을 겪었고 사랑과 미움, 책임과 피로, 애정과 거리감을 동시에 느꼈었습니다.

이 책은 그 모든 감정을 있는 그대로 들여다보게 합니다.


그리고 문득 이런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지금의 나는 내 삶의 모순을 어떻게 견디고 있을까?"


모순을 끌어안고 살아간다는 것은 어쩌면 사랑을 계속해서 배우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균형도, 완벽도 아닌 그저 부족하지만 함께 살아내는 용기 같은 것이요.

그 감정이 이 책과 닮아 있었습니다.

그래서 전 오늘 새벽 이 문장을 오래도록 붙잡고 있었습니다.



■ 건넴의 대상


가족과의 관계에 대해 고민하는 분

사랑하지만 자꾸 상처 주는 관계 속에서 혼란을 느끼는 분

내 마음이 언제부터 멀어졌는지, 조용히 돌아보고 싶은 분




이 책을 읽고 마음에 남은 문장이나 순간이 있다면 공감(♥)과 댓글로 나눠주세요.

당신의 감상이 더해지면 이 공간은 조금 더 깊고 따뜻해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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