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책 정보
감상의 심리학
저자 오성주
북하우스
2025-03-05
인문학 > 교양 심리학
예술 > 대중문화 > 미학

■ 책 소개
"어제 아침의 풍경, 기억나시나요?"
책 속에 등장하는 질문 중 하나입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오늘을 즐기기보단 오늘을 버텨보자는 마음으로 살고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오늘의 나는 어제의 맑고 푸른 하늘, 이슬 맺힌 풀잎, 잎 사이를 스치는 바람 같은 사소한 아름다움은 너무 쉽게 잊어버리고 놓치기도 합니다.
감상조차 사치처럼 느껴질 만큼 우리의 감정은 메말라 있기도 합니다.
그런 우리에게 꼭 필요한 책 한 권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책에서는 말합니다.
감상은 일상을 특별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고.
감상은 삶의 여유가 아니라, 삶을 더 깊게 살아내기 위한 태도라고.
■ 문장으로 건네는 사유
예술에 대한 객관적 이해가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고, 이것이 예술을 이해하는 유일한 길도 아니다. 왜냐하면 예술은 매우 주관적인 경험이며, 예술의 역사는 과학의 역사처럼 논리적인 단계를 거친 진보라기보다는 작가와 그를 둘러싼 환경이 우발적으로 만들어낸 창발 현상들의 나열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예술에 대한 객관적인 이해는 예술가가 아닌 감상자들이 예술을 이해하는 데 많은 통찰을 줄 수 있고, 예술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해준다고 믿어진다.
예술은 정답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예술 앞에서 더 많은 질문을 품게 되며 해석의 여지를 통해 자신만의 의미를 만들어갑니다.
책에서는 객관적인 미술 이해도 중요하지만 감상의 진짜 무게는 감상자의 인식과 정서적 반응에 있다고 말합니다.
사람은 0.1초만 그림을 보더라도 여러 감정과 직관적 해석을 불러일으킵니다.
그만큼 감상은 무의식에 가까운 반응이며 동시에 기억과 감정의 교차점에서 피어나는 복합적인 행위인 셈이죠.
작가들은 삶에서 일어난 사건이나 통찰에 의해 작품 스타일이 크게 변화하곤 한다. 그에 따라 똑같은 화가의 그림이어도 좀 더 세밀한 지식을 가지고 작품을 감상할 필요가 있다.
…… 감상자의 해석에 따라 다른 은유가 그림 속에서 건져진다. 그림 속에 인물이 아닌 나무, 바위, 산이 표현되어 있어도 그럴 수 있다. 거울은 자신의 얼굴을 비추지만, 그림은 자신의 마음을 비추는 것이다.
예술은 감상자의 해석으로 비로소 완성됩니다.
감상은 단지 눈으로 받아들이는 수동적 행위가 아닌 내 안의 기억과 감정이 그림과 맞닿는 심리적 창작인 것이지요.
그래서인지 그동안 놓쳐왔던 내 반응의 의미를 되새겨보게 되었습니다.
어느 장면 앞에서 이유 없이 눈물이 나거나 딱히 설명할 수는 없는 그마음의 움직임, 그 모든 것이 사실은 나의 역사와 연결된 감정의 결과였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림 감상에는 머리만이 필요하다는 편견이 있다. 이는 감상이 순전히 뇌에서 일어난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뇌는 순수하게 추상적인 생각만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 즉, 뇌는 끊임없이 몸과 소통하고 있다. 뇌는 몸상태에 따라 생각이 달라지기도 한다.
참 신기하죠?
머리로 분석하고 판단하는 것만이 감상의 전부가 아닙니다.
그림을 보는 순간의 나의 몸 상태, 그 순간의 기분 등 모든 신체적 경험들이 그림의 해석에 스며듭니다.
예컨대, 같은 그림을 아침에 봤을 때와 밤에 봤을 때의 감상은 달라집니다.
또한 마음이 무거울 때와 가벼울 때의 감상 또한 마찬가지죠.
이는 단지 기분의 차이가 아니라 감상이라는 사건이 뇌와 몸이 함께 만드는 총체적 반응이라는 증거입니다.
마티스 이후의 화가들은 그의 색채 실험을 한층 더 발전시켰다. 오늘날 미술관에서 볼 수 있는 많은 작품들은 형태와 색의 고유한 관계를 의도적으로 깨뜨리고 있으며, 이러한 파격이 단순히 정상적인 것을 넘어 "우월한 미술"로 인식되는 경향마저 있다. 그러나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 이는 "모두가 화려한 색으로 칠해진 그림을 언제나 좋아할까?"라는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진행된 미국의 한 연구는 흥미로운 결과를 제시했다. …… 풍경화의 경우, 컬러로 제시된 그림이 흑백으로 제시된 그림보다 더 아름답고 즐겁게 느껴졌으며, 선호도 역시 높았다. 그런데 인물화에서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났다. 얼굴 그림이 흑백으로 제시되었을 때가 컬러로 제시되었을 때보다 더 아름답고 즐겁게 평가되었으며, 선호도도 더 높았다.
(*연구에 참여한 사람들은 미술 감상 경험이 적은 일반 대학생들입니다. 일반화시키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색이 없는 흑백사진이어도, 인물이 담긴 흑백사진을 한참 바라본 적이 있었습니다.
분명 색이 없는데 감정은 고스란히 표현되었기 때문이었죠.
사진에 숨겨진 감정이 슬픔인지 분노인지 알 수 없는 미묘함이 한참을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렇듯 감상은 나와 작품 세계 사이의 대화입니다.
때로는 색이 빠진 세계에서 더 풍부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

■ 책 속 메시지
감상은 보는 행위, 그 이상입니다.
우리는 색, 장면, 분위기 앞에서 왠지 모르게 끌림을 느끼기도 하고 이유 없이 마음이 편안해지거나 불편해지기도 합니다.
이 책은 그러한 감정들을 억누르거나 지나치지 말고, 천천히 들여다보라고 조언합니다.
감상은 미적인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삶을 인식하는 태도이며 스스로를 이해하고 세계와 연결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매우 본질적인 인간의 활동입니다.
■ 하나의 감상
나는 왜 이 장면에 끌렸을까?
나이가 들면 사유 또한 깊어진다고 하죠.
요즘 따라 책을 읽을 때, 영화나 그림을 볼 때마다 나도 모르게 이런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어느 날, 무심코 보게 된 사진 한 장이 있었습니다.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 전시된 모나리자 작품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모든 사람들이 팔을 뻗는 사진이었습니다.
보통 전시회는 친구들과 함께 가지만, 그림을 감상하러 미술관에 갈 때는 거의 혼자 가곤 합니다.
도슨트 해설이 시작되기 전, 일찍이 가서 그림을 한참 감상하기 때문이죠.
그렇게 한참을 바라봅니다. 이후 제 개인적인 감상이 끝나고 나면 도슨트의 해설을 듣고 그날의 전시회 감상을 마치는 것이지요.
그림을 감상한다는 행위는 단지 시각적 아름다움을 즐기는 일이 아니라 그 앞에 선 감상자의 감정, 경험 등 자신의 해석이 개입됩니다.
즉, 매우 주관적이고 내면적인 사건이라는 통찰을 담고 있죠.
책은 감상이 더 이상 예술 작품을 분석하거나 비평하는 외부의 시선이 아닌, 그 순간의 감정과 해석을 통해 나 자신을 바라보는 시간이라는 독보적인 시각을 제시합니다.
우리는 그림을 통해 무엇을 봤는가보다 왜 그렇게 보았는가를 질문하게 됩니다.
결국 이야기하는 것은 나 자신이기 때문입니다.
감상이란 살아 있는 나의 감정, 경험, 무의식의 흐름이 투사된 또 하나의 창작입니다.
그래서 책에서도 감상을 창조적 해석의 행위로 정의합니다.
작품을 마주한 순간, 우리는 이미 무언가를 새롭게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이지요.
계속해서 끌리는 장면들이 내가 인식하지 못했던 갈망 혹은 회복되지 않은 감정들이 숨어 있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하게 합니다.
이 책이 그런 저의 무의식적인 선택들에 의미를 부여하게 만들었습니다.
즉, 감상은 내게 있어서 결국 나를 알아가는 심리적 자화상 그리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삶이란 단지 흘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느끼며 살아가는 것이라는 중요한 메시지를 되새겨 보게 만드는 책입니다.
무심코 지나쳤던 하늘, 바람, 스치는 표정 하나까지도 나만의 시선으로 되짚어 보세요.
그것이 곧 나 자신의 섬세한 자극이 될 것입니다.
■ 건넴의 대상
그림이나 미술을 어렵게 느끼는 일반 독자
일상의 감정에 자주 매말랐다고 느끼는 이들
예술 감상에 심리적 깊이를 더하고 싶은 분
자신을 돌아보고 싶은 ‘조용한 질문’을 품고 있는 사람
예술에 어려움을 느끼지만, 그 아름다움을 느껴보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은 훌륭한 안내서가 될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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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감상이 더해지면, 이 공간은 조금 더 깊고 따뜻해질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