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사과와 배 나무가 큰 차이를 보였다. 먼저 사과는 올해 7년 차를 맞이했는데 올해가 가장 많은 열매를 맺었다. 부사 두 그루 중 한 그루는 4년 차로 아직 나무 크기가 크지 않은데다 서너 개 밖에 열리지 않았다. 반면 7년 차 된 사과나무는 100여개 정도 열린 것은 아닌가 싶다. 게다가 아직까지 병에 걸리거나 벌레로 인해 큰 피해를 입지도 않았다. 약 없이 키우는 '기적의 사과'가 가능한 것일까.

아직 흥분하기엔 이르다. 병충해는 언제 어떻게 닥칠지 모르고, 한 번 닥칠 때 완전히 망하는 수도 있다. 게다가 알이 커지고 점점 익어갈 때 쯤이면 직박구리를 비롯해 새들이 다 쪼아먹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올해는 사과에 봉지를 씌우기로 했다.

일단 봉지를 씌우기는 한데 전혀 사전 지식이 없어서 낭패를 보았다. 처음 구입한 사과 봉지는 한쪽에 철심이 없어서 봉지 입구를 아무리 접어도 다시 펴지면서 봉지가 떨어지거나 열매가 훤히 드러나 보였다. 유튜브를 통해 봉지 접는 동영상을 살펴보면 두 세 번 겹쳐 접으면 딱 고정이 되던데 전혀 그렇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겹쳐 접는 것이 아니라 둘둘 말아버리는 방식으로 봉지를 씌웠지만 100% 제 기능을 발휘할 성 싶지 않았다. 무엇이 잘못 된 것일까 곰곰히 들여다보니 유튜브에 나오는 사과 봉지들엔 한쪽에 철심이 들어가 있었다. 이것이 접혔을 때 고정해주는 역할을 한 것이다. 그래서 철심이 들어간 사과 봉지를 다시 사서 접어 보니 접혀지는 것이 훨씬 낫다. 완벽하게 접는 방식을 아직 터득하지 못해 간혹 실수도 하지만 철심 없는 봉지보다는 한결 나아졌다. 어떤 도구를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일의 능률과 성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우친다.

하지만 배는 완전히 망했다. 적성병은 물론이거니와 벌레들 피해도 제법 있다. 괜찮은 것들을 찾아서 봉지를 씌워볼까 했는데, 건강한 것들을 찾아보는 게 힘들었다. 헛심을 쓰기가 싫어서 그냥 방치하기로 결정. 현재까지는 주위에 향나무 탓에 배나무를 친환경적으로 키우는 것은 어렵지 않을까 싶다.
봉지를 씌운 사과나무는 올 가을 어떤 결과를 가져올 지. 병충해를 이겨낼 수 있을지 사뭇 기대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