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맛비와 뜨거운 태양 아래서 오이와 고추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블루베리를 수확하는 가운데 비가 오면서 잠깐 시간이 생겼다. 오이와 고추가 제법 열렸다. 아직 덜 여물었지만 혹여 때를 놓칠세라 오이 두 개와 고추 서너개를 땄다. 풋내음이 가득해 맛이 덜 들었지만, 그래도 상큼한 기운이 느껴진다.

집에서 키운 오이는 마트에서 파는 오이와 달리 가시가 제법 날카롭다. 손으로 움켜쥐려다 따가워서 혼쭐이 난다. 물로 씻을 때도 맨 손으로는 힘들고 고무장갑을 끼고 씻어낸다. 품종의 차이인지, 약을 치지 않아 스스로 벌레나 새들로부터 지켜내기 위한 방어작용인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풋오이임에도 껍질 채 먹어보면 상당히 쓴 맛이 난다. 이 쓴맛을 즐기고 싶을 때는 껍질 채 먹고, 쓴맛이 싫으면 껍질을 깎아내고 먹는다. 풋고추는 아직 매운 맛이 덜하다. 너무 매운 고추는 잘 먹지 못하기에 오히려 좋다.

몇 개 더 달린 오이는 장맛비 때문인지 무른 게 보인다. 제대로 잘 클 것 같지 않아 물러 보이는 작은 오이들을 전부 제거해 버렸다. 엉뚱한 곳에 에너지를 쓰지 말라고. 당분간은 비가 오락가락하면서 오이가 열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래도 아직 잘 자라고 있기에 앞으로도 오이를 더 먹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가 된다. 오이와 고추가 자라는 곳에 풀이 무성한데, 비가 그치면 풀을 잘라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