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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詩
  • 귀여워서 삽니다
  • 강승혜
  • 19,800원 (10%1,100)
  • 2025-03-28
  • : 830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30대까지 ‘귀엽다’는 감정은 늘 가볍고 일시적인 것으로 여겨졌다. 물론 귀여운 것들에 반응은 했지만, 그건 마치 지나가는 강아지를 보고 “어머 귀엽다” 한마디 던지는 정도의 일시적인 감탄처럼 느껴졌다. 딱히 의미를 부여하지도 않았고, 더 들여다보지도 않았다. 그러다 보니 ‘귀여움’이 나와는 조금 거리가 있다고 생각해왔던 것 같다.

  그런데 주변에 귀여운 것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지인들이 하나둘 생기면서 조금씩 생각이 달라졌다. 일상 속 사소한 물건이나 캐릭터 하나에도 눈을 반짝이며 반응하는 모습을 보며, "왜 저렇게까지 좋아하지?" 싶던 처음과 달리,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같이 웃고 반응하고 있었다. 그렇게 귀여운 것에 끌리는 감정이 점점 자연스러워졌고, 이 감정이 단순히 취향 이상의 무언가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케팅에 꾸준한 관심을 갖고 고민하면서부터는 이런 감정이 ‘지나치는 감탄’으로만 남아선 안 된다는 생각이 더 커졌다. 그리고 최근까지도 '귀여움'과 관련된 상품들을 더 자주 보게되되 왜 사람들은 귀여움에 지갑을 열고, 왜 브랜드들은 앞다투어 캐릭터를 만드는지 궁금했다. 그리고 이런 트렌드를 앞으로 내가 하는 일에도 적용해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고민이 속에서 『귀여워서 삽니다』가 눈에 들어왔다. 제목부터 솔직했다. 그리고 조금은 당황스러울 정도로 진심이었다. 하지만 책을 읽다 보면, 그 진심이 얼마나 정당하고 날카롭고도 따뜻한지 느낄 수 있다. 단순히 “귀여워서 샀어요~”라는 말이 아니라, 그 안에 숨어 있는 감정, 심리, 시대의 흐름까지 짚어주는 이 책은 귀여움이 단순한 취향이나 취미가 아니라 ‘현상’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책은 에세이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어렵지 않게 읽힌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다. 귀여움의 역사, 귀여움에 반응하는 우리의 심리, 그리고 그것이 사회적으로 어떤 흐름과 연결되어 있는지 차근차근 풀어낸다. 특히 저자가 귀여운 캐릭터 상품을 사 모으며 느낀 감정과 그 과정을 솔직하게 이야기할 때는 나 역시 비슷한 경험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나도 모르게 사고, 모으고, 책상 위에 세워두고 있는 작고 귀여운 것들이 이제는 조금 다르게 보였다.

  ‘귀여움’은 단순히 소비자의 감정을 자극하는 수준을 넘어서, 브랜드의 이미지를 형성하고 팬덤을 만들며, 때로는 하나의 세계관까지 만들어낸다. 책을 읽으며 ‘귀엽다’는 감정이 결코 약하거나 유치한 게 아니라는 것을 다시금 느꼈다. 오히려 가장 빠르게 사람의 마음에 스며드는 감정이 바로 이 귀여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 속에서는 귀여운 것들을 좋아한다고 해서 유치하거나 철없다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시선에 대한 저자의 유쾌한 반박과 철학이 담겨 있어 위로를 받는 느낌도 들었다. 한 챕터에서는 “귀엽다는 말은 그냥 말이 아니다”라는 문장이 나왔는데, 이 말이 자꾸 마음에 남는다. 단순한 형용사가 아니라 감정의 반응이고, 때로는 누군가를 향한 따뜻한 애정 표현이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마케팅적으로 봤을 때도 이 책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귀여운 것이 팔리는 이유를 감성적으로 접근할 뿐 아니라, 사람들이 왜 그 상품을 사고, 어떻게 애정을 가지게 되는지 아주 자연스럽게 설명해준다. 특히 캐릭터 마케팅, 소비 심리, 팬덤 형성 등과 관련된 내용을 읽으며, 이 책은 소비자 분석 보고서보다 더 솔직하고 감각적인 통찰을 준다고 느꼈다. 업무에 참고할 만한 아이디어도 종종 떠올라서 메모를 남기며 읽게 되는 책이기도 했다.


  40대 중반이 된 지금, ‘귀엽다’는 이유만으로 지갑을 여는 이들를 이해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감정이 결코 낭비가 아니라는 걸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취향은 결국 나를 설명하는 또 하나의 언어라는 걸 다시 생각하게 된다.

  『귀여워서 삽니다』는 귀여움을 좋아하는 사람들뿐 아니라, 그 감정을 이해하고 싶은 사람들, 그리고 귀여움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책이다. 나처럼 뒤늦게 귀여움의 힘을 실감한 사람들에게는 더욱. 가볍게 읽기 시작해도, 다 읽고 나면 생각이 깊어지는 책이다. 읽는 내내 마음 한 켠이 따뜻해지고, 세상이 조금 더 사랑스럽게 보이게 되는 기분. 아마 이 책이 가진 가장 귀여운 힘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며 리뷰를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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