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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즈>(언제적 프렌즈인가요,의 그 프렌즈. RM이 영어 공부 교재로 썼다는 그 프렌즈)에 로스가 모나와 자신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는 에피가 있다. 좋아하고, 함께 하는 시간이 즐겁지만. 다음을 생각하고 싶고 진지해지고 싶지만, 그럼에도 하지 못하는 말, 끝내 미뤄두는 말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I love you.' 그러니깐, 'I love spending time with you.' 혹은 'I'm in love with you.'까지는 말할 수 있지만 그 이상은 안 되는.









『The Housemaid's secret』의 밀리가 그렇다. 남자친구 브록은 매력이 넘치는 데다가 밀리를 소중히 여긴다. 항상 헌신적이고 섣불리 밀당하려고 하지 않는다. 브록은 두 사람의 관계가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밀리는 명확하게 대답하지 못하고 계속 망설인다. 이 사람은 좋은 사람인데, 이 사람은 나를 배려해 주는데. 이 사람과 함께 미래를 꿈꾸고 싶은데, 이 사람과 함께하는 삶을 만들어가고 싶은데. 그게 안 된다. 그래야지, 그렇게 해야지 하는데, 그게 안 된다. 그게 잘 안된다. 꼭 해야 할 말을 미루고 변명으로 일관하면서 꼬여있는 상황을 모면하려고만 한다.




나중에서야 밀리는 알게 된다. 나를 위하고 있다는 그 말에 100% 신뢰를 보낼 수 있는 그 사람을 만났을 때, 아무런 노력 없이, 특별한 결심 없이 'I love you.'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났을 때. 비로소 알게 된다. 나는 브록을 좋아하지 않았구나. 'I love you.'라고 말하기를 계속 주저했던 건, 바로 그 이유 때문이구나.

『The Housemaid's secret』를 읽은 후에, 나 혼자 보는 독서일기 '2025년 슬기로운 원서생활'에는 이렇게 써두었더란다.

진짜 비밀은 사랑하는 거 아니고, 안 사랑하는 거다.

사랑하는 거는 티 난다.

감추려고 해봤자 소용없다. 행동에서, 말에서... 사랑하는 거는 티 난다.

진짜 비밀은 사랑하는 거 아니고, 안 사랑하는 거다. 사랑하는 척하지만 사랑하지 않을 때, 좋아하는 척하지만 실제로는 아닐 때, 그게 진짜 비밀이다. 비밀은 조만간 탄로 난다.

곧 알게 된다. 나만 알고 있는 줄 알지만... 아니다. 다 안다. 온 세상이 다 안다. 정확히 말하자면, 나 빼고 다 안다.

이미 다 알고 있다. déj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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