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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있는 풍경













『The love hypothesis』의 올리브 엄마는 췌장암으로 돌아가셨다. 올리브는 대학원에서 췌장암 조기 진단과 관련된 연구를 진행하고 싶어 한다. 담당 교수가 예상보다 빨리 은퇴하게 되어 다른 대학 실험실을 알아봐야 하는데, 면접을 보게 된 하버드 대학의 교수가 fake boyfriend인 애덤의 지인이자 선배이기도 한 톰 벤튼 교수다. 연구 과제에 대해 질문하던 톰은 올리브에게 개인적인, 지극히 사적인 부분을 물어본다. 말하고 싶지 않았지만, 진짜 말하기 싫었지만 올리브는 대답한다. 엄마는 이미 돌아가셨지만, 자신의 노력이 엄마를 살릴 수는 없겠지만, 과거의 엄마에게 도움이 될 법한 특별한 성과를 얻고 싶었기 때문에, 그 연구를 계속해야 하기에 올리브는 말한다.



엄마가 돌아가셨다는 사실 자체는 비밀이 아니지만, 엄마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엄마 이야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올리브에게는 감정적 동요가 일어난다. 금방 울보가 된다. 올리브에게 엄마에 대한 이야기는 말하고 싶지 않은 어떤 것, 끝내 감추고 싶은 그 무엇이다. 베프인 안과 룸메이트인 말콤에게조차 말하고 싶지 않은 그런 이야기.



그런 올리브가 애덤에게는 엄마 이야기를 한다. 묻지 않았는데, 말하라고 종용하지 않았는데, 그런데도 말한다. 말하고 싶어 한다. 주사를 맞지 않으려 떼쓰는 어린 올리브를 달래기 위해 엄마가 준비했던 아이스크림 샌드위치에 대해 말한다. 눈물이 금방 차오르지만, 말하고 싶어 한다. 내 이야기를, 내 비밀 이야기를, 올리브는 애덤에게 하고 싶어 한다.


모든 비밀이 약점인 것은 아니지만, 비밀은 약점이 되기 쉽다.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자랑할 수 있으되, 자랑할 수 없는 어떤 것은 결국에는 말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것도 자랑할 수 있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 역시 말할 수 있는 비밀의 범위 이내에서 '말해지는 것'이다. 비밀은, 말해질 수 없을 때 비밀이다. 말할 수 없는 비밀. 그래서 비밀을 털어놓고 나면, 금세 그 사람은 취약해진다. vulnerable. vulnerable 상태에 처하게 된다.

그럼에도 우리는 스스로, 그러니까 스스로의 결정으로 그런 상태에 처하려고 한다. 올리브가 애덤 앞에서 그랬던 것처럼. 나 자신의 비밀을, 나 자신의 아픔을, 나 자신의 과거를 털어놓고 싶어 한다. 그녀에게, 혹은 그에게 말하고 싶어 한다.









『The Housemaid's secret』의 밀리에게는 남자친구가 있다. 사랑한다,라는 말을 아직 하지는 못했지만, 좋아하는 사람인 것만은 분명하다. 함께 있을 때 행복하고 오래오래 함께 있고 싶은 사람이다. 하지만, 아직 밀리는 남자친구에게 자신의 가장 큰 비밀을 털어놓지 못했다.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았을 때, 그가 자신을 버릴지도 모를 거라는 두려움과 그럼에도 자신을 계속 사랑해 줄 거라는 확신 중 어느 마음이 더 큰지 아직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털어놓고 싶은데, 말하고 싶은데. 밀리는 그러지 못한다. 자신의 비밀을 그에게 말하지 못한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누구든 탐색의 시간을 갖게 된다. 비밀이라기 보다 신상을, 두 번 만났을 때부터 가차 없이 털어놓았던 그녀. 나는, 끝내 말하고 싶은 사람의 마음을 이해한다. 깊이 있게 이해하고 있다는 뜻이 아니라, 그 마음을 짐작할 수 있기에 진지하게 경청할 수 있다는 뜻이다. 말하고 싶은 자에게 말하게 하라. 털어놓고 싶은 사람에게 털어놓게 하라. 하지만, 저의 비밀을 물으시다니요. 제 인생의 비밀을, 복잡한 구내식당에서 듣고 싶다니요. 식사 시간이 25분 밖에 안 되는데, 밥을 씹으면서, 국을 퍼먹으면서 제 인생의 제일 곤란했던 시절에 대해 '말하라'니요. (그렇습니다. 비밀을 잘 털어놓지 않는 나, 오랜 시간 가까이 지낸 사람들로부터 속 이야기를 좀처럼 하지 않는다고 평가받는 나는, 여기 알라딘에서 내가 곤란했던 그 순간의 암담함을 털어놓고 있습니다. 저는 그때, 한없이 무서웠습니다.)


비밀은 큰 것일 수도 작은 것일 수도 있다. 천하의 비밀인 줄 알았는데, 나 이외 다른 사람들도 이미 알고 있었을 수도 있고, 내 딴에는 엄청나게 큰 실수인 줄 알았는데,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기억 못 하는 작은 실수일 수도 있다. 이 세상에 내가 제일 불행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나보다 더 큰 불행 속에 현재까지 고통받는 사람에게 내 비밀은, 하늘이 무너질만한 큰 비밀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럼에도, 내가 안고 있을 때, 내가 품고 있을 때, 내 비밀은 내겐 너무 버거운 그 무엇이다. 전 우주에서 가장 심각한 일이고, 도저히 풀 수 없는 난제이며, 그래서 말할 수 없는 비밀이다.









아마존 들어가서 이북 구경하다가 housemaid 시리즈 세 권이 묶여 있는 걸 보게 되었다. 어쩔까 고민하다가, 그다음 날 들어가서 프리단 다른 책들 구경했는데. 분명 구경만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화면에 "Thank you~~ "로 시작하는 문장이!!!!!!


노란색 1 click 누른 사람 누구냐. 그 사람 진짜 누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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