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일간 미술관에서 외국어 공부하기

맛 없는 식당이 너무 많다. 적정 가격이 아닌 곳이 많다. 기본에 충실하지 않다. 외화내빈. 화려한 마케팅인데 결과물은 초라하다. 정말 좋은 곳은 어디있는걸까


가격이 비싸다고 능사가 아니다. 싸더라도 좋은 메뉴는 얼마든지 있다. 다만 가격이 비싸다면 그에 합당한 어떤 밸류가 있어야하는데 눈가리고 아웅하는 소비자 기만이 문제다. 그리고 이 뒤에는 임대료와 초기투자비를 회수해야하는 구조적 요인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생태계가 무너져 있다. 그래서 연예인 마케팅, 반복 노출, 프로모션 같은 광고 테크닉을 사용하고 원가를 후려치니 소비자는 다음 날 화장실에서 불편하고 가끔 업장은 위생문제로 비틀비틀거린다.


이런 비즈니스는 팝업 스토어 등 SNS 바이럴로 승부한다. 단기 이윤은 분명히 있으니 매번 생기는 것 같다. 투자홀딩스에서 돈을 밀어줘서 매년 우후죽순 생겨 FOMO로 강요하는 것들, 주스, 카스테라, 탕후루, 이제는 두쫀쿠까지... 나는 안 먹는다.


반드시 비싸다고 좋은 건 아니다. 파인다이닝의 외피를 입었지만 고기의 굽기는 엉망진창이고 트러플만 가득 뿌리고 서비스 차지만 더럽게 받는 경우도 흔하다. 분위기에 돈을 낸다. 그릿님 말처럼 미슐랭스타나 캐치테이블도 믿을 수 없다. 검증된 곳을 원한다. 숨겨져 있는 기본에 충실한 맛집은 없을까


조영권 조율사의 국수, 경양식, 중식 맛집 소개하는 책이 대개 그런 곳인데 전국에 흩어져있어서 가기가 곤란하다. 인터넷에 잘 없고 광고 안하고 인테리어는 초라한데 맛은 확실하고 가격도 합리적인 곳을 찾고 싶다.


차라리 4900원이지만 바로 철판에서 구워주는 프랭크 기본버거, 튀김옷과 염지의 완성도가 높은 싸이버거를 먹겠다. 그런데 소비자는 기본은 재미없고 심심하다고 외면한다. 뭔가 특별하다고 광고를 해야 지갑을 연다.


혹은 어떤 비밀 인맥과 카르텔에 정보가 숨겨져있다. 예컨대 5천원 짜리 베트남 미얀마산 짜깁기한 참기름이나 중국산 고춧가루 말고 국내산 참기름, 국내산 고춧가루를 구하는 시골엄마 절할머니의 곗모임 같은 것들..


타르틴 좋았다. 타르틴에서 밀가루와서 소금만으로 발효해서 만드는 사워도우 슬랩, 올리브 푸가스 6500-8500원꼴인데 정제밀가루 악효과는 무슨, 아주 속이 편하고 내일 또 먹고 싶다. 달고 자극적인 빵보다 심심하지만 빵이다. 기본에 충실하기에 매일 먹고 싶다. 유일한 단점은 보존료가 없어 하루 안에 먹어야 하고 냉동을 하더라도 하루 넘어가면 맛이 없다는 것이다. 타르틴을 자주 방문해야한다는 말이다. 타르틴 슬세권(이태원 한남 용산 대치 판교)에 살아야하는게 단점이다. 최근 MMCA앞 북촌 영업 종료했다.


15년쯤 전에 France 5에서 프랑스 파리 관광지의 유명 식당에서 수리다뇨 냉동식품을 해동에서 내는 실태를 폭로한 다큐 방송이 생각난다.

https://www.dailymotion.com/video/xuqkb6




수리다뇨는 직역하면 양(agneau)의 쥐(souris)인데 뒷다리가 쥐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영어권에서는 lamb shank라고 부위 이름을 붙인다. 셰프이자 미식평론가 브뤼노 베르쥐스(다큐 캡션에선 Verjus를 Vergus로 오타냈다)가 서버에게 가게에서 직접 요리하는게 맞냐고 신선하냐고 여러 번 확인했는데 맛이 냉동요리였다. 고기식감이 여러 번 가공한 느낌이나고 색도 바로 만든 카라멜라이제이션이 아니라고.. 꽁쥴레(냉동) 맞다고 했다. 그리고 제작진이 밤에 쓰레기통을 뒤져봤는데 먹었던 수리다뇨(양고기 뒷다리찜)과 타르타르의 냉동포장지가 나왔다. 최저 시급 받고 일할 뿐인 알바생이 무슨 잘못일까. 문제는 일차적으로 해동음식 내놓기로 결정한 업장 매니저에게 있다. 손님의 클레임을 하청 알바에게 외주한다. 근본적으로 인건비와 임대료와 식자재 가격은 높은데 사람들은 맛을 별로 구별 못하니 마진을 내기 위해 이래도 된다는 생태계의 문제가 있겠다.


이게 2012년의 다큐인데 여전히 같은 자리에서 영업을 계속하고 있을 듯하다. 자국민은 방문하지 않더라도 파리에 환상을 품은 미국인, 파리에 환장하는 한중일 동남아 관광객들, 이제 세계를 알아나가는 젊은 여행자가 와서 냉동식품을 본토의 프랑스요리라고 생각하면서 먹겠다. 실망하고 다시 안와도 어차피 또 수요가 있다. 입지가 깡패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프랑스요리지만 유명지 식당은 가공식품과 냉동식품을 사용한다. 수제, 국내산이라고 말하지만 실상은 공장조리 식재료다. 여기도 마찬가지로 제대로 된 좋은 식재료를 쓰는 곳을 가려면 조영권 조율사처럼 프랑스 곳곳을 다녀야할 것이다. 


자기 마당에서 재배한 로메인과 토마토를 사용하는 곳들... 출국날이 정해져있어 마음이 급한 시한폭탄 단기 방문객은 갈 수 없다. 정보는 언어와 인맥에 가려져있다. 거기만 시골 김치 카르텔이 있는 것이 아니다. 중국이 한일만큼 편의점이 많지 않은 까닭은 대단지 아파트에서 꽌씨기반으로 공구해서 식재료를 조달한다고 하는 기사를 읽은 게 생각난다. 결국 모든 것은 비밀 인맥인가? 으레 마용성, 반포, 잠실, 대치의 학군지 아파트에 사는 이유가 있는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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