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김영민 교수 강연에서 자기는 단 한 번도 무당에게 간 적이 없다면서
대부분 대화의 흐름이 이렇다고 지적한 바 있다
들어오자마자
"너네 집 감나무 있지!" 하고 기세좋게 기선을 잡는데
이에 대해
"헉! 어떻게 아셨어요?"라는 반응과
"아닌데요" 두 개로 나뉘게 된다
윽박이 먹히면 용한 점쟁이가 되고
윽박이 안 먹히면 "그럼 가서 심어!" 라고 말한다고
그럼 왜 감나무냐?
당시 감나무는 대부분의 집에 있었기 때문
요즘 같으면 이런 흐름이겠다
"너네 집 아이패드 있지!"
"헉! 어떻게 아셨어요?"
"아닌데요? 그럼 가서 하나 사!"
안나 카레리나에서 모든 행복한 가정은 하나의 이유로 행복하고
모든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 이유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행복하고 화목한 자는 점을 보러 오지 않는다
문제가 있는 자만 점을 보러 간다
삶의 형태는 제각기인데 이상하게도
고민의 종류를 비슷하다. 재물, 건강, 학업, 아이, 출산 등등
오래 사람을 대면하다보면 경험 데이터가 축적돼
걸음거리나 들어오는 것만 봐도 안다
이건 면접위원도 체험하는 거다. 20년 이상 어린 학생들이 문 열고 들어오는 것만 봐도 합격인지 아닌지가 갈린다. 20대는 공감 못하겠다고? 유치원생을 보면 얘가 무슨 생각하는지 다 보이지 않은가?
게다가 고민은 나이, 직종, 성별에 따라 고민의 패턴은 비슷할 수밖에 없다
미혼 20대 여성이 아이의 학업 문제 고민을 갖고 올리는 없지 않은가?
대부분 애정, 학업, 진로문제겠지
기혼 40대 남성이 고민과 사별한 60대 여성의 고민이 같을리 없지 않은가?
어떤 의미에서 고민은 잡초와 같다. 자연적으로 계속 발생한다.
천연자원 같은 이 사람의 고민들을 어떻게 정제하고 처리하느냐로 돈을 번다
빙수가게, 과일통조림 공장, 방앗간, 정유산업이 돈을 버는 원리와 같다
별로 신경쓰지 않아도 자연에서 계속 과일의 열매가 맺히고 벼가 익고 원유가 펑펑 쏟아져 나온다
채취보다 가공단계에서 돈이 된다
사람의 고민도 끊임이 없고 이 사람이 가면 저 사람이 고민을 들고 온다
멍석 깔고 앉아 간판을 걸고 있으면 누군가는 찾아온다
잘 되는 자는 잘 상담해주고 마음을 편하게 해주고
솔루션을 제공하는 자다
잘 안되는 자는 그걸 못하는 자다. 가끔 공장이나 방앗간도 망하니까
그러니 심리상담산업 전체는 대면을 통한 데이터 축적, 전달 미디어 선택이 관건이다
미디어는 집단별로 선호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다르다
신점 =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닌 시원한 대답을 좋아하는 사람(사주 같이 복잡한 분석 안 좋아하는 사람)
타로 = 시각문화에 익숙한 10-20대, 여성 타겟. 해석, 썰을 푸는 능력, 전달력이 관건
사주 = 4-60대 중년타겟 (특히 남성은 고급공무원, 교사, 공직 등 출세문제아니면 기업 인사과)
아까 어떤 SNS에서 오늘 자정 전에 자야하는 좋은 기운을 받는다고 했다
이후에 좋은 일이 생기면 이 사람에 찾아가서 상담을 받고 수익을 올릴 것이다 좋은 일이 안 생기면? 사람들은 그냥 잊는다
그러니까 이런 프로모션은 하는게 이득이다
남발하면 신뢰를 잃지만
맞지 않아도 크게 잃은 건 없다
좋은 일이 없었다고 따지고 클레임 거는 사람은 없으니까
그런데 문제는 왜 좋은 기운 받는지 이유를 안 알려준다는 점에 있다


실제로 천문데이터에 근거해 오늘 23시 22분부로 명리학적 상징이 하나 바뀌는 것은 맞다. 무토에서 경금으로 바뀐다. 지난 달 진월부터 1달 이상 무토 구간이었기 때문에 에너지 흐름이 달라질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무작위로 모든 사람에게 의미가 있는가? 그것은 아니다.
사령 구간의 변경은 봄에서 여름으로 바뀌고, 꽃이 피고 지는 정도의 우주의 에너지 변화를 동양학적 관점에서 표현한 것에 불과하다.
물리학적 현상변화의 표현이다. 어떤 사람은 여름에 좋고 어떤 사람은 겨울에 좋은데 모두 동등하게 일괄적으로 좋다고 말할 수는 없다
왜 좋은가? 자정 전에 자면 다음 날 일찍 일어나서 개운하다. 생리학적으로 말하면 23-01시가 멜라토닌 분배가 잘 되어서 다음날 컨디션이 좋다.
그정도의 말이다
당연히 11시 전에 자는 건 좋은 일이지
그런데 다들 너무 많은 기대를 하고
"좋은 기운 받는다"에 투머치 의미부여를 한다.
물론 좋은 일이 생길 수 있다
그 이유는 모르고, 같은 시도를 한 수많은 사람들 모두 그런 결과를 얻는 건 아니다. 좋은 일이 생긴 이유는 알 수 없다.
평소 행실이 좋고 베풀어서 적덕했던 카르마의 인과일 수도
원래 성실하게 살았기 때문에 좋은 일이 생긴 것일 수도
우연에 의해 좋은 사람을 만나고 좋은 기회를 얻은 것일 수 있다
이는 마치 약제 효과를 트레킹하는 어려움과 같다
A약을 먹으면 생기는 B효과에 대해, 생길 가능성이 높다,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라는 말밖에 할 수 없다
반드시 A면 B다라는 엄밀한 의미의 인과관계는 어렵다는 말이다
왜냐? 저마다 백그라운드가 다르고 생활을 완전히 컨트롤 할 수 없는 등
약섭취라는 변인 외에 엄청나게 다양한 요소들이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일란성 쌍둥이를 아예 굶기고 약 하나만 먹이는 극한실험을 할 게 아니라면 말이다
그러니
오늘 11시 이전 잠자면 → 좋은 기운 받는다
라는 말은 여러 부분에서 미싱링크가 많은 것
무슨 좋은 기운? 모두가? 왜? 내가 원하는 그 좋은 일? 아님 그냥 꿀수면?
그렇지만 사람들은 이런 말 듣고 싶지 않아하고 설명도 원하지 않는다
원하는 것은 그냥 행운과 복이니까
그러니 그냥 선승처럼 알쏭달쏭한 말 던지고, 점쟁이처럼 단답을 외친다
"좋은 일 생긴다"
사람들은 환호한다 "와우!" "내게도!"
실제로는 시간이 흐르고 물리적 현상이 바뀌고 기온이 오르고 날씨가 변화하며 사람들의 에너지파장이 바뀌는 것
좋은 일이 생기면 "용하네!"
안 생기면 "아쉽네!" 그리고 망각
원래 광고 카피라이팅은 핵심만 전달해야지
설명이 필요없다. 참 좋은 프로모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