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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 미술관에서 외국어 공부하기
<성북 옛돌 박물관>
글을매일씁니다  2025/04/23 22:45


성북 옛돌박물관에 다녀왔다

날씨가 선선하고 햇볕이 따갑지 않은 지금이 방문의 적기다. 태평양 고기압의 습윤한 기단이 한반도를 침범하여 후덥지근해지면 쾌적한 마음으로 고즈넉한 우리네 정원을 감상할 수 없다

일본의 정제된 인공정원에 비견되는 한국 정원의 미학은 무질서 속의 질서다. 정확한 순로를 따라 이동하면서 의도한 바만 감상하도록 유도하는 일본정원은 건축마저 군더더기 없는 콘크리트 타설에 시공마저 완벽하고 목재가 아귀가 오차 없이 맞아 선이 깔끔하게 떨어진다. 승려같은 관리인이 새벽부터 쓸고 닦아 관리된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우리네 옛돌 공원에는 아무렇게나 막 만든 것 같은 웃긴 돌상이 여기저기 흩어져있다. 동선은 자유롭다. 이렇게 가면 좋겠다는 큰 구도는 있지만 주도적인 한국인은 자기 멋대로 다닌다. 어 이거 길인가? 오솔길을 갔다가 막혀서 돌아왔다가 하는데서 일탈과 해학의 맛이 있다. 발길 닿는데로 가는 루트에 제주에서 공수한 하루방을 만나기도 하고 어련히 문반의 조선인지라

수십 점의 문인상을 만나기도 한다

또한 깨방정 동자 무리도

소원을 들어준다는 미륵불도

불교, 도교와 민간신앙이 버무려져 조형된 비빔인간 칠성신도

만날 수 있으며

합격을 보장한다는 승승장구길도 걸을 수도

신라의 별궁 경주에서 1300년 전 제작된 수세식 화장실 판석 유적도 만날 수 있다. 따로 세련된 화장실이 있으니 여기서 용변을 보지 말기로 하자

시선을 돌려 풍경을 멀리보면 성북동의 고급 저택과 자웅을 다투는 언덕배기의 낮은 주택가 위로 저 멀리 시그니엘이 차경으로 잡힌다. 산악 능선의 굴곡을 따라 절과 집이 같이 있는 마을경관은 연안도시나 평야지대에 건설된 타국의 도시에서 볼 수 없는 풍경이다

가는 길은 한성대입구역에서 성북02를 타고 종점까지. 지하철과 마을버스라는 교통수단에 맡기면 쉬운 길이다. 걸어올라간다면 사실상 등반루트다.

어쩌면 일본에 사는 이들이 일본공항-1시간-인천공항-1시간-서울역(4호선)-한성대입구역하여 3시간 컷으로 오기에 안성맞춤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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