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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er427님의 서재
  • 노 피플 존
  • 정이현
  • 16,200원 (10%900)
  • 2025-10-21
  • : 32,585
2017년부터 2025년까지니까, 상당히 오랜 기간 작가가 발표한 단편이 모여 있었다. 하나하나 개인의 내적인 갈등을 고민하게 하고 동시대의 사회 문제를 시사하고 있다. 독서모임에서 같이 고민하고 토론하고 싶은 책이었다.

<실패담 크루>
사적인 뒷담화로 내부 고발하다 낙인이 찍힌 주인공. 그리고 실패하지 않은 실패를 공유하며 유희를 즐기는 성공한 사람들 속에서 과거 자신의 내부 고발 실패를 공유하는 데 또 실패해 버린다. 실패는 각자의 계급마다 다르게 표상될 것이다.

<언니>
전문대 출신의 석사과정 조교가 대학원이라는 정글 속에서 처참히 짖밟히는 과정을 아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대학생들 마저 사담으로 주고 받던 언니의 어머니를 소환해 조리돌림을 하는데, 이 사회에서 다름을 만들어내고 약자를 더 납작하게 눌러버리는 사람들의 잔인한 본성을 보는게 내내 불편했다.

<선의 감정>
자기기만이 결국 자기혐오로 이어진다.
병원 이사회의 도덕적 선을 깊이 고민하지 않으려던 의사는 자신의 도덕적 책임을 깊이 고민해야하는 상황에 빠지지만 결국 자기기만을 택하고 안도해 버린다. 그러나 환자의 가족이 자신에게 감사하는 반전 상황이 닥치자 더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된 듯하다.

<빛의 한 가운데>
끝까지 자기 자식을 옹호하는 다른 부모들과 다르게 안희는 자신의 아들을 의심하고 검열한다. 어쩌면 모든 부모들은 표면적으로 주장하는 바와 다르게 스스로 자신의 자식을 의심하고 자책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단 하나의 아이>
놀이 가정교사 한나는 하유가 자신처럼 인간관계에 대한 염증을 답습해가지 않도록 도와주고 싶었을지 모른다. 결국 다시 한나의 마음은 건조해졌지만.

<우리가 떠난 해변에>
세속적인 조건 없이 이루어진 사랑이 영속하길 희망하는 PD 선우를 보며, 설은 자신이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었을 때 만난 전 애인 주영을 계속 떠올린다. 설은 주영이 입원한 병원을 찾아가지만, 역시나 세속적인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면회도 거부된다. 어느 순간 나도 현실적인 타협안을 갖지 못하면 사랑은 변질되고 만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사랑은 환상이고 삶은 현실이기 때문일까.

<가속 궤도>
소진은 자신의 학원 페이스북에 속내를 알 수 없는 음흉한 댓글이 달리자, 대학생 때 자신에게 스토킹, 데이트폭력 등을 일삼았던 정신 나간 남자친구의 소행이라는 의심이 든다. 아직도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 소진은 전 남자친구의 학원을 찾아 똑같은 반격을 하지만, 댓글의 주인공은 학원의 아주 순진해 보이는 남학생이라는 것이 밝혀진다. 의심의 가속일까, 잊을 수 없는 트라우마가 관성도 아닌 가속으로 이어진다는 뜻일까.

<이모에 관하여>
뜻하지 않게 둘째를 임신하게 된 재연은 조선족 입주시터를 소개받는다. 하지만 재연은 시터의 나이도 출신도 모두 의심스럽고 혼란스럽다. 도움이 되지 않는 남편하고 불화를 조성해 자발적으로 입주시터가 나가도록 조장하는 데 성공하고 어렵게 둘째도 난산한다. ‘왜 자꾸‘ 일이 순탄하게 풀릴 것 같지 않은 불길함 혹은 짜증만 든다.

<사는 사람>
누군가에게 호의를 배푼다는 건 자존감이 높아지는 일이지만 그 호의가 정말 받는 사람에게 호의였는지 의심이 든다면 자존감을 높이는 일은 과감히 포기하는 게 낫겠다. 강남키즈의 엄살에 마음이 약해져 규정을 위반하고 편의를 봐줬더니 결국 강남키즈는 그 길로 유학을 가버리고 자신에게는 키즈가 남기고간 50만원이 남았다. 그리고 강남에 집을 구매하러 가는 척하는 일도.
기어이 어딘가에 서 핑계를 훔쳐오는 사람, 세상에는 그런 사람이 있었고 그것이 저의 아버지였습니다.- P10
나는 돈과 관련된 이슈에 민감하고 재빠르게 반응하는 것은 경박한 일이라고 교육받은 거의 마지막 세대였다.- P87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라는 우려가 들었지만, 나는 그 생각을 깊이 발 전시키지는 않았다.- P89
질문의 형식이라고 해서 진짜 질문인 건 아니었다. 엄마의 질문은 어릴 때부터 늘 내 대답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P91
초점 없이 박제된, 깨소 금 한 알 같은 동공. 그것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는 마음을 자신은 그때껏 가져본 적 없으면서도.- P137
그 질문은 내가 아니라 허공을 향해 던져지고 있었다. 내가 아직 보지 못한 우재의 모습이 얼마나 많을지를 생각했다. 지 금 모르는 모습은 계속해서 모르고 살아가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우재가 미처 모르는 내 모습을 그에게 굳이 보여주고 싶지 않듯이. 우리는 목적지 없이 쭉 걸었다. 마냥 직진하다 보니 어느새 서울숲으로 연결되는 횡단보도에 도착했다.- P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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