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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er427님의 서재
  • 여수의 사랑
  • 한강
  • 14,400원 (10%800)
  • 2018-11-09
  • : 56,060
<여수의 사랑>
여수에서 두 딸과 동반 자살을 한 아버지 사이에서 살아남은 정선이 서울에서 룸메이트를 구해 서울역 여수발 열차에서 발견된 고아 자흔과 함께 산다. 하지만 정선의 결백증은 계속 자흔에게 상처를 주었고, 자흔은 정선을 떠난다. 여수의 다도해 바다를 보았던 때 자신의 고향을 여수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했다. 자흔이 자신을 떠나자 정선은 자신의 고향 여수로 향한다.

<어둠의 사육제>
7자매의 셋째인 영진은 상고를 졸업하자 마자 서울로 상경해 학비를 마련하여 영문학과에 진학해 번역가의 꿈을 꾸는 청춘이었다. 서울에서 같은 고향 언니 인숙을 우연히 만나 모아둔 돈을 합쳐 반지하 전셋방을 구해 살았으나 어느날 인숙이 전세금을 빼서 달아나 갈곳이 없어진 영진은 부유한 이모의 아파트에 얹혀살게 된다. 인숙언니에 대한 배신감과 이모집 살이의 갖은 멸시를 당하며 오기로 세상살기를 배운 영진은 맞은 편 동의 명환에게 자신의 집을 넘겨주겠다는 제안을 받는다. 명환은 신혼부부였으나 교통사고로 임신한 아내는 죽고, 자신은 한쪽 무릎 아래를 절단하게 되었고, 가해자에게 보상금을 받았으나 억울함과 분노로 가해자의 아파트에 이사와 그들 가족에게 심적인 복수를 하였고, 가해자 가족이 끝내 다른 곳으로 이사하자 자신의 삶의 동력을 잃고 자살하려는 남자였다. 영진은 그러는 와중에 자신의 전세자금을 빼돌린 인숙언니가 간암에 걸려 치료비를 마련하려 했다는 것을 알게된다. 인숙도, 명환도 결국 다 죽을 것이라 생각한 영진은 이모의 아파트로부터 달아나려 필사적으로 월셋방을 알아본다. 마지막으로 영숙이 이사하기 전날 명환은 영숙의 이모집 배란다에서 자신의 집을 바라보고 싶다는 부탁을 하고, 영숙이 이사하는 날 명환은 자신의 아파트에 떨어져 자살한다.

<야간열차>
삶에 큰 의지가 없는 영현은 자신이 어울리던 무리의 친구 중 한 명인 동걸과 우연한 인연으로 여러 전환점을 맞는다. 영현은 술에 취해 동걸의 집에서 신세를 지게되면서 동걸이 아픈 자신의 몫까지 우유배달을 했던 날 쌍둥이 형제가 사고로 식물인간이 되었고, 홀어머니와 여동생을 책임지며 후암동의 단칸방에서 가장으로 살고 있는 것을 알게된다. 자신과는 다르게 매사에 성실한 동걸이 매번 술에 취하면 동해로 가는 야간열차를 얘기하는 술버릇이 있었는데, 영걸에겐 그 야간열차는 자신의 삶에서 도망치고 싶은 수단이었던 것을 알게되었고, 정작 술친구들과 함께 야간열차를 타자고 하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이유도 알게된다.
훗날 역시나 가장 늦게 취업을 한 영현은 우연히 영걸의 여동생을 마주치고 그녀가 결혼한다는 소식을 전해들으며, 세상이 많이 변해가고 있음을 인지한다. 회사 회식이 늦게까지 이어지고 늦은 밤 귀가한 영현은 오랜만에 영걸이 벽제에 함께 가달라는 부탁을 무시하고, 다음날 계속 연락을 취해보지만 끝내 연락이 닿지 않던 영걸은 며칠 뒤 떠난다며 청량리도 마중나와달라는 부탁을 한다. 쌍둥이 동생의 죽음을 예감하던 영현은 동해로 가는 영걸을 배웅한 뒤 무작정 영걸이 탄 기차에 뛰어 오른다.

<질주>
인규는 자궁에 물혹이 생긴 어머니가 수술이 두려워 미루다 입원한 사실을 알게된다. 인규의 친아버지는 그가 11살 때 농약을 먹고 자살했고, 어머니는 돈만 밝히는 남자와 재혼한다. 그리고 그 다음해 인규의 동생 진규는 7살 때 동네에서 애들에게 구타를 당하다 죽었다. 진규가 죽고 난 뒤 의붓 아버지와 어머니는 딸을 낳았고, 진규의 모든 흔적을 없앤 어머니에게 서운한 마음과 의붓아버지에 대한 혐오감을 가지며 살아왔다. 진규를 죽인 아이들에게 복수를 한명 한명 해나가던 인규는 마지막 대상이 복수를 하기도 전 자신을 바라보다 2층에서 뛰어내리자 더이상의 복수를 하지 않았다. 성인이 되어서도 인규는 가족과 소원하게 지내고 자신의 비정함을 오직 달리기를 통해서만 달랠 수 있었다. 인규는 어머니가 입원하기 전 마지막 통화에서 진규를 다시 낳고 싶다며 진규를 향해 돌아오라며 울부짖었는데, 자신만이 진규를 가슴에 품고 있었다는 게 아닌 것을 알게되자 당황한다. 그리고 어머니가 입원해 있는 병실로 달려간다.

<진달래 능선>
정환은 화목한 집안과는 거리가 먼 황씨의 집이 되레 마음에 들어 월세를 계약한다. 부동산 중개업자의 말에 따르면 황씨는 딸이 심장병을 앓는 중 아내가 아들을 데리고 도망을 가 그들을 찾아다니다가 딸도 결국 3년 전에 죽고 혼자 정원의 나무를 뿌리째 뽑아 태운다는 것이었다. 정환은 반푼이 동생 정임과 매맞는 엄마, 폭력적인 아버지를 버리고 객지를 떠돌다 양부를 만났고, 이등병 때 양부의 장례식에 찾아간 뒤 자신의 고향으로 발길을 돌려 가족들을 찾았으나 동사무소에서 아버지가 십오년 전 사망한 것만 알았을 뿐 다른 가족의 생사는 알 수 없었다. 다만 흔적도 없이 사라진 옛 집터 근처에 숙모를 만나 정임이의 중학교 졸업사진을 받게 되었다. 그 뒤로 계속해서 정임과 어머니를 찾았으나 그들을 찾진 못했다. 황씨가 밤마다 흐느끼는 소리를 들은 정환은 황씨에게 관심이 가 말을 걸어보지만, 황씨는 절대 정환을 상대하려 하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정환은 뿌리째 진달래 나무를 태우던 황씨를 말리다 얻어 맞는다. 황씨는 정환에게 자신의 딸이 진달래를 좋아했다며, 딸이 있는 곳으로 가 진달래가 피어나길 바란다고 말한다.

<붉은 닻>
동영이 제대하자 동식의 어머니는 다 같이 소풍을 나가자고 제안한다. 아버지가 어릴 때 물에 빠져 죽고, 동생은 자신의 아버지를 조롱하는 아이와 크게 싸운 적이 있었다. 그들이 살던 동네는 사립재단이 사기를 쳐 몰락해버린 옛 학교 터 근처에서 문방구를 계속하며 지냈고, 동식은 허약한 몸 때문에 군 면제를 받고, 내성적인 동영은 안개같이 떠돌다 입시에 실패하고 군대를 갔다 온 것이었다. 전역한 날 역시나 동영이 사라지고 다음날 돌아온 도영과 셋은 일요일 같이 갯가로 소풍을 나선다. 정착하지 못한 아버지와 동영, 그들을 기다리는 어머니, 아버지와 동생과는 다르게 평범하고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싶은 동식이 함께.
"넌 언제나 좋은 것만 생각하지? 좋은 방향만, 아주 잘되어 나갈 것들만 말이야. 하지만 난 달라, 난 언제나 나쁜 쪽만 생 각해. 내 인생도!"
인숙언니는 바르다 만 립스틱을 허공에 휘두르며 외치고 있었다.- P81
그곳에 눌러살 생각은 없었다. 다만 그 유난히 추운 겨울이 지날 때까지만 몸을 의탁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이모의 대답에 나는 눈물을 흘렸다. 한나절 동안 뺨을 깎는 추위에 시 달리다가 안온한 아파트의 내부에 들어설 때부터 나는 눈물 을 참고 있었다. 눈물을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것에 나는 굴 욕을 느꼈다. 자신이 눈물로 동정을 호소하고 있다는 것에는 더한 굴욕을 느꼈다.- P88
그때 어처구니없게도 나는 그 중년 여자에게 친밀감을 느 꼈던 것이었다. 얼마나 세상에 밟히고 뒤둥그러지면 저렇게 되는 것일까, 하고 나는 생각하고 있었다. 그 여자의 동물적 인 분노와 보복을, 번들거리는 눈과 기차 화통 같은 목소리를, 그 이상 철면피할 수 없을 되바라진 억양을 묵묵히 관찰하며 나는 연민이나 환멸이라고만은 설명하기 힘든 야릇한 슬픔에 사로잡히고 있었다.- P92
대학 입학금이라고도 독립 자금이라고도 딱히 이름 붙이지 않은 적금을 다시 붓기 시작 했을 때 나에게 희망 따위는 없었다. 그 대신 인숙언니에게서 배운 오기가 나를 버티어주고 있었다. 그것을 얻기 위해서 얼 마나 큰 대가를 지불하였는가 하고 나는 생각했다.- P95
서울에 올라와서 보낸 사 년 동안 나는 내 힘으로 산 것이 아니라 희망의 힘으로 살아왔었다. 나는 무엇이든 견디어낼 수 있었다. 비록 지금은 미운 오리 새끼처럼 세상의 구석에 틀 어박혀 원치 않는 일에 시달리고 있지만, 언젠가 진짜 삶이 시 작되고 말 것이라고 주문처럼 믿어오고 있었다.
그리하여 그 진짜 삶이 과연 한 발 한 발 나를 향해 다가오 는 것처럼 보였던 바로 그때 인숙언니는 떠났다. 나는 그녀로 인해 내가 잃은 것이 돈과 신뢰만이 아니라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나는 삶과 화해하는 법을 잊은 것이었다. 삶이 나에게 등을 돌리자마자 나 역시 미련 없이 뒤돌아서서 걷기 시작했다. 잘 버린 오기 하나만을 단도처럼 가슴에 보듬은 채, 되려 제 칼날에 속살을 베이며 피 흘리고 있었다.- P115
그 무렵 나는 모든 것에 실망하고 있었고 그 실망을 견디기 위해 모든 것을 빈정거리고 있었다. 나에게 정열이 있다는 것 을 알고 있었지만 어디에도 그것을 부려둘 데가 없었다. 정열 이 달구어질수록 나는 그것을 짐스러워하고 있었다. 내가 내 보일 수 있는 행동은 술을 마시는 일과 친구들이 놀랄 만한 냉 소적인 농담을 적시에 내뱉는 일뿐이었다. 친구들은 나에게 겉늙었다고 말했다.- P150
우리는 어 느새 한 걸음씩 물러서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 P187
죽은 사람의 영혼이 그를 기억하는 자들의 마음속에 만 서식한다는 말이 맞다면, 진규는 인규의 죽음과 함께 영원 히 죽어질 영혼이었다. 그때에야말로 진규의 죽음은 완연해질 것이었다.- P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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