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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독서가의 서재
  • 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
  • 윌리엄 포크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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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11-30
  • : 1,550


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

윌리엄 포크너 / 을유 출판사

이 책은 한 가정의 엄마가 죽고 난 후 이를 대처하는 과정과 상황을 가족과 이웃들이 각자의 시선대로 바라보는 이야기이다. 화자가 많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혼란스러울 수 있기에 책 초반에 이 상황을 인지하지 못한다면 이게 뭔 별나라 이야기인가... 하고 심각하게 불편할 수 있다. 그러나 일단 이 책의 전개를 알고 나면 기막히게도 단숨에 읽어버릴 수밖에 없는 묘한 매력이 있다.


번드런 부인은 평생을 자만심으로 외롭게 살았다. 사람들이 자기에게 고통을 준다는 사실을 감추고, 남들에게 자기를 속이려고 안간힘을 썼다. 하나님의 뜻을 거역하면서까지 자기 몸이 차가워지기 전에 40마일이나 떨어진 곳에다가 자기를 묻어달라고 할 정도다. 번드런 가문 사람들과는 같은 땅에 묻히고 싶지 않다는 거다.


엄마 애디는 죽기 전에 유언을 한다. 아니 그보다 훨씬 이전에 지지리도 고지식하고 자기중심적인 남편 앤스에게 자신이 죽는다면 고향에 묻어달라고 했다. 애디는 아들 네 명(캐시,달,주얼,바드먼)과 딸 하나(듀이 델)를 두었지만 이 중에는 비밀스럽게 탄생한 아들이 하나 있다. 직접 큰 아들 캐시가 엄마의 관을 만들고 마차에 실어 유언을 지키기 위해 시신을 운반하면서도 실제로 이 가족들은 엄마의 죽음을 애도하는 마음보다 각자가 생각하는 욕망과 이익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

특히 지극히 이기적인 남편은 아내의 죽음 후 자신에게 없는 이빨을 해 넣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는 모습이 가관이었고 지독히도 운이 따라주지 않는 폭우와 홍수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다섯 자녀들을 모두 이끌고 기필코 아내의 고향에 가서 시신을 묻겠다는 무모한 고집과 무식함이 보인다. 반면 자식들은 엄마를 위해 직접 관을 만들고 자신이 가진 돈을 보태어 운구행렬을 돕는다.


우리 삶은 가닥가닥 풀려 바람도 없고 소리도 없이 지루하게 반복되는 피곤한 몸짓으로 끝나고, 줄도, 손도 없이 울리는 충동들의 메아리로 마감된다.

달의 관점

폭우 속에 다리가 무너지며 엄마의 관이 떠내려갈까 고군분투했던 큰아들 캐시의 다리는 부러졌고 피를 너무 흘려 죽을 지경까지 이르렀는데도 "신세 질 순 없어."라는 고집스러운 아버지의 말투가 줄곧 반복된다. 가족이 사랑의 공동체라는 말은 이 가정에 적합하지 않다. 주얼의 소를 팔아 노새를 사고 임신한 딸의 낙태 비용도 키워준 댓가라며 뺏는 그저 자신의 돈을 한 푼이라도 더 쓸까 전전긍긍하는 아버지는 가장 잔인하고 이기적은 인간일 뿐이다. 소설은 각각의 화자가 동일한 사건을 각기 다른 시선으로 바라본다. 보는 입장에 따라 사건들은 전혀 다르게 표현된다. 운구를 하는 마차는 지속되는 사건과 고난에 빠져들고 고통은 반복된다.


가끔 난 회의가 든다. 과연 누가 미친 거고, 안 미친 건지. 이따금 나는 진정 균형 잡힌 감각으로 말할 수 없는 이상, 누가 진정 미친 거고 누가 완전히 정상인지 말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하는 짓 때문이라기보다 그저 다수가 어떤 사람이 한 짓을 어떻게 보느냐에 달려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캐시의 관점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가족이라는 허울 속에서 자신의 욕망만을 추구하는 이기심을 보여준다. 인물들 간의 소통부재, 인간들만이 보여줄 수 있는 복잡한 심리적 상황을 통해 가족이라는 이름 속에 담긴 모순을 이야기한다. 죽을듯이 힘든 고통도 가족이니까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사랑과 의무의 모호한 경계를 넘나드는 관계 속에서 벗어날 수 없는 암울함을 읽었다.



*출판사지원도서를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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