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스미다 (펴냄)
직업인으로서의 에세이, 예술 에세이는 늘 흥미롭다. 이 책이 직업 에세이로서 설득력을 갖는 지점은, 흔히 자기만족, 자기표현식, 스펙을 위한 글쓰기나 에세이가 아니라는 점이다. 최근에 책을 쓰고 싶은 사람들의 욕망은 에세이 영역에서 가장 크게 반영된다. 글쓰기 코치들의 도움을 받아서 몇 달 만에 완성하는 에세이들이 일부 쏟아져 나오는데 지구를 사랑하는 마음이라면 그런 책은 종이책이 아니라 그냥 e북으로 개인 소장하시길!!
책의 저자는 방황을 미화하지 않으면서도 낭비로 치부하지도 않는다.
저자가 음악을 포기한 결정, 세계를 떠돌던 무계획한 시간, 팬데믹으로 모든 일이 끊긴 절벽 같은 시기 등 다양하다. 이 사건들은 결국 잘 됐다는 이야기로 정리되지 않는다. 대신 작가는 그때 무엇을 잃었고, 무엇을 새로 선택했는지 구체적으로 적어 내려갑니다. 직업 사진가로 살아남기 위해 얼마나 냉정하게 자신을 점검했는지, 예술과 생계 사이에서 어떤 기준을 세웠는지가 솔직하게 드러나는 부분은 감동이 있다. 흔히 직업 에세이를 만나면 독자들 혹은 이 분야 지망생들에게 헛된 꿈을 불러일으키는데 저자는 그렇지 않았다.
무작정 희망을 주는 것이 얼마나 위태로운가.
대신 지금의 선택이 내 삶의 디렉션을 어디로 돌리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전한다....
이 책은 사진가뿐 아니라 글 쓰는 사람, 기획자, 예술 노동자에게 유효한 부분이 많다. 책에서 얻은 나만의 가장 큰 가치는 스타일은 재능이 아니라 선택의 누적이라는 점이다. 저자의 사진 세계는 어느 날 갑자기 뚝딱 만들어지지 않았다. 어떤 작업을 거절했고, 어떤 방향의 의뢰를 받아들였는지, 어떤 빛을 ‘나답지 않다’고 느꼈는지가 하나의 스타일을 만든다고 내게 조언을 주는 듯하다.
창작에서 중요한 건 잘 해나가는 것보다 계속 선택하는 기준이라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실패를 서사로 만들지 않는 태도는 팬데믹 시기의 몰락 역시도 감정적으로 과장하지 않는다. 예술이 흔히 고독한 작업이라고 알고 있는데 저자의 책에 의하면 예술 역시 다양한 방식의 협업이라는 점이다.
인생에도 디렉션이 필요하다
삶이 저절로 흘러가게 두지 말고, 내가 어느 쪽을 바라보고 걷고 있는지는 스스로 정해야 한다. 디렉션이 없으면, 선택이 남의 기준이 된다.
방황을 ‘경력’으로 바꾸는 방식 오래 기억하고 싶다.
#빛과디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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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에세이
#사진작가에세이
#창작자의삶
#예술가로산다는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