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몇 주 동안 <흑백요리사> 시즌2에 푹 빠져 살았다. <흑백요리사>는 영상도 재미있고 출연자들의 캐릭터도 매력적이고 여러모로 흥미를 자극하는 요소가 많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애정을 받는 콘텐츠가 된 데에는 출연자 개개인의 서사가 중요한 몫을 차지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시즌1의 준우승자인 에드워드 리 셰프의 서사는 당시에도 많은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주었고 여전히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나 역시 시즌1,2 통틀어 가장 좋아하는 셰프는 에드워드 리인데, 그의 요리를 맛본 적은 없지만(그가 콜라보한 상품은 먹어봤다 ㅎㅎ) 그가 하는 말이나 그가 쓰는 글, 문장에는 아무도 흉내낼 수 없는 그만의 소울이 담겨 있다고 느낀다. 에드워드 리의 음식 여행 에세이 <버터밀크 그래피티>를 읽으면서도 비슷한 감정이 들었다.
이 책은 그가 2년 동안 미국 전역을 여행하면서 만난 이민자들의 사연과 그들의 '소울 푸드'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국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어릴 때부터 어머니와 할머니가 만든 다양한 한국 음식을 먹고 자랐다. 당시에는 한국 음식은커녕 한국에 대해서도 잘 모르는 미국인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그는 자신이 먹고 자란 음식이 특이하고, 이런 음식을 먹고 자라는 경험은 특수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자라면서 주변의 이야기를 들어 보니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집 밖에서는 피자나 햄버거를 먹어도 가정에서는 자신들이 이민 온 나라의 음식을 먹고 있었다(미국은 이민자들의 나라이니까). 애초에 대표적인 미국 음식인 피자나 햄버거도 각각 이탈리아와 독일에서 온 이민자 음식이 아니던가. 그렇다면 이민자 음식에 대해 본격적으로 알아보자, 라고 생각해서 쓴 책이 이 책이라고 한다.
음식에 대한 책이지만 여행 에세이 형식이라서 읽다 보면 저자를 따라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이것저것 맛있는 음식을 먹어 보는 듯한 기분이 든다. 물론 대부분이 잘 모르는 음식이지만 재료와 레시피가 나오기 때문에 맛을 상상해 보는 즐거움이 있다. 음식과 여행 이야기 사이에 저자의 개인사도 조금씩 나오는데, 이야기꾼답게 에피소드 하나 하나가 영화 같고 드라마 같다. 특히 아버지가 임종하실 때의 일을 그린 마지막 에피소드가 좋았다. 소중한 사람이 세상을 떠나도 삶은 계속되고, 삶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당연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숭고함을 잊기 쉬운 진리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글이었다.